『꾸벅 인사 놀이』 책 읽는 즐거움
그림책 연구자이자 4남매의 엄마인 저는 꽤 오랜 시간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었습니다. 2010년에 첫 아이를 낳았는데, 막내인 넷째가 두 돌이 지난 지 한 달 남짓 되었으니, 근 12년간 책을 읽어주었지만 앞으로도 최소 몇 년간은 더 읽어줘야 할 것 같습니다. 아이와 책을 읽는 시간은 여러 면에서 굉장히 소중합니다. 아이에게 처음 책을 읽어줄 때 아이는 책을 ‘책’으로 인식하지 못합니다. 그저 엄마와 일종의 놀이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책을 펼치고 다시 닫고 하는 것이 재미있어 단 한자도 못 읽고 책만 펼쳤다 덮었다를 반복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엄마가 그림을 가리키며 “여기 멍멍 강아지가 있네.”라고 말하면 그제야 책의 그림을 봅니다. 그렇게 시작된 책 읽기는 아이의 흥미에 따라 단 한 장만 읽고 끝나기도 하고, 다 읽고 끝나기도 합니다. 혹 아이가 그 책에 재미를 느꼈다면, 한 번의 책 읽기로 끝나지 않습니다. 같은 책을 여러 번 읽어주는 경우도 종종 있지요.
저희 첫째가 돌이 막 지났을 때 하야시 아키코의 『달님 안녕』을 읽어주었습니다. 우리 아이가 그 책을 너무 좋아해서 한 번 그 책을 읽기 시작하면 연달아 10번을 읽어주어야 했습니다. 영아책이라 길이가 짧아 10번을 읽어도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지요. 그맘때 우리 아이는 그 책이 눈에 보이기만 하면들고 와서 읽어달라고 제 무릎에 비집고 앉았습니다. 그래서 한 번 책을 읽기 시작하면 연달아 10번을 읽어줘야하는 책을 하루에 10번도 넘게 읽어줬던 날도 있었습니다. 그런 날은 그 책을 100번은 읽은 셈이지요. 그래서 또 아이가 그 책을 들고 올까봐 아이 눈에 안 보이는 위치의 선반 위에 몰래 책을 올려놓은 적도 있었답니다.
아이에게는 엄마 혹은 책을 읽어주는 사람과 책 속 이야기를 함께 즐기는 것 자체가 놀이일 것입니다. 그런데 ‘까꿍놀이’책처럼 몇몇 영아그림책은 엄마와 아기가 함께 책을 읽으며 놀이를 하도록 안내하기도 합니다. 『폭풍우 치는 밤에』라는 그림책으로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기무라 유이치는 이렇게 엄마와 아이가 책을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놀이를 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놀이책 시리즈를 만들었습니다. 이 시리즈는 일본에서 1988년에 출간한 이후로 1,100만부가 판매된 영아책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지요. 우리나라에서도 웅진주니어에서 1996년에 출간하였는데 많은 사랑을 받았다가 2017년에 보드북 형태로 제작한 『뽀뽀곰 아기 놀이책』 시리즈가 재출간 되었습니다. 음식을 먹고, 잠을 자고, 몸을 청결하게 하고 배변의 습관을 돕는 『냠냠 식사놀이』, 『끙끙 응가놀이』, 『쿨쿨 자장놀이』, 『뽀글 목욕놀이』, 『싹싹 이닦기 놀이』는 뽀뽀곰 생활놀이책으로 묶고, 놀이로 신체적, 정신적 성장을 도와주는 책 5권 『꾸벅 인사놀이』, 『예! 대답놀이』, 『짠! 까꿍놀이』, 『쏘옥 옷입기 놀이』, 『깔깔간지럼 놀이』은 뽀뽀곰 성장놀이책으로 묶었습니다. 이 시리즈는 플랩북 형태로 되어 있어플랩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것으로 그림책 속 주인공이 옷을 입고, 이를 닦고, 인사를 하고,음식을 먹는 모습을 표현했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책장을 넘길 때마다 나타나는 그림과 바뀌는 장면으로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지요.
그 중 오늘은 『꾸벅 인사 놀이』라는 그림책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어 보려고 합니다. 책 표지에는 귀여운 병아리가 손을 흔들고 있는데 이 책은 특이하게도 책을 위에서 아래로 펼쳐야 합니다. 보통 그림책은 책등을 기점으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책을 넘기게 되어 있는데, 이 책은 책등을 기점으로 책 제목과 책 표지 그림이 90도 회전한 상태로 인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책제목과 그림을 바로 보려면 자연스럽게 책등이 아래로 내려가게 되고, 책을 읽는 독자는 책 표지를 위에서 아래로 내리게 됩니다. 그렇게 책을 넘기면 표지에 나온 노란 병아리가 어느 집 문 앞에 있는 표제지가 나옵니다. 병아리가 어느 집에 간 것일까 궁금증에 책장을 넘기면 앞에서 봤던 병아리가 마치 배꼽 손을 하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글 텍스트는 ‘병아리 삐악이가 쪼르르 달려와서……. 쫑쫑쫑’하고 써 있습니다.
이 책은 플랩북 형태로 되어 있기에 책을 읽는 독자는 병아리 삐약이의 머리를 숙여 인사하게 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렇게 병아리를 독자에게 인사시키기 위해 책등을 기점으로 제목과 그림을 90도 회전시켜 인쇄한 것입니다. 책등을 밑에 놓고 위에서 아래로 책을 펼쳐야 병아리를 꾸벅 인사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병아리 삐약이가 머리 숙여 인사를 하면, 비로소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이 보이게 됩니다. 병아리의 모습이 전체 그림책 펼침면에 가득 그려져 있기 때문에 책을 넘기는 독자는 마치 병아리 삐약이에게 인사를 받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 다음에는 고양이 야옹이도 인사를 하고, 그 다음은 강아지 바둑이와 와서 인사를 합니다. 그리고 아기 공룡 돌돌이에게까지 인사를 받으면, 표제지에 봤던 집 대문 앞에 작은 여자아이가 서 있는 그림과 마주하게 됩니다. 그동안 인사를 했던 동물들은 이 대문 앞에 서 있는 여자아이에게 인사를 했던 것이지요. 그래서 독자는 이번에는 여자아이의 머리를 숙여 앞의 동물들에게 인사를 하게 합니다. 그럼 머리 숙인 아이 뒤로 “어서오세요”라는 인사말이 보입니다.
동물들은 집 안에 들어와서 맛있는 케이크를 대접 받습니다. 그래서 다같이 모여 머리를 숙여 “고맙습니다”라고 인사를 하지요. 책장을 넘기면, 그림책은 식탁에 둘러 앉아 맛있게 케이크를 먹는 그림 위로 “잘 먹겠습니다!”라는 인사말을 보여줍니다. 그림책의 마지막 페이지는 케이크를 다 먹고 돌아가는 동물들의 인사하며 돌아가는 모습으로 장식되어 있지요. 동물들과 함께 “안녕”, “잘 먹었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내일 또 만나!”라는 인사를 하고 책을 덮으면 뒤표지에 손을 들고 인사하는 아이와 엄마의 모습이 보입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자연스럽게 책 속의 등장인물에게 인사를 받습니다. 그것도 배꼽에 손을 모이고 머리를 허리까지 숙여 인사하는 굉장히 예의바른 모습으로 인사를 받지요. ‘인사’는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우리 사회에서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렇기에 이웃과 길을 가다 마주쳐도 인사를 주고받고, 만나고 헤어질 때도 인사를 주고받습니다. 연말이나 연초에도, 그리고 각 중요한 기념일이나 특별한 날에도 인사를 주고받습니다. 예로부터 인사를 잘하는 사람이 칭찬 받았던 우리 문화에서 상황에 맞는 인사를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그래서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면 부모들은 아이에게 인사를 가르칩니다. 이 그림책은 영아들에게 예의바른 태도와 상황에 맞는 인사를 재미있게 가르쳐줍니다. 책을 읽어주는 엄마가 별 힘을 들이지 않아도 아이에게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동물 등장인물들이 꾸벅 인사를 하면 아이는 까르르 웃으며 좋아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책을 읽었는지 인사 놀이를 했는지 모르게 즐겁게 웃으며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저희 집에는 아이가 4명이나 있다 보니, 몇몇 책들은 무수한 영광의 상처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중 가장 아이들이 사랑한 책이 기무라 유아치의 『뽀뽀곰 아기 놀이책』이며 그 중에서 이 『꾸벅 인사 놀이』입니다. 요즘 이 책을 두 돌이 지난 막내가 굉장히 좋아합니다. 그런데 이제는 제가 이 책을 읽어주지 않아도 됩니다. 아이를 여럿 키우다보니 손위 형제가 동생에게 책을 읽어줍니다. 자신이 재미있게 읽었던 책을 쏙쏙 뽑아와 동생에게 읽어주고, 또 동생은 그것을 기억하고 있다가 자신보다 어린 동생에게 똑같이 책을 읽어줍니다. 그래서 사실 넷째인 막내는 제가 책을 읽어주는 시간보다 언니들과 오빠와 책을 읽는 시간이 훨씬 많습니다. 『꾸벅 인사 놀이』 책은 아직 한글을 읽지 못하는 6살 오빠도 동생에게 읽어줄 수 있는 책이라 인기가 많습니다. 누구든 막내에게 책을 읽어주면, 막내가 동물들이 인사하는 모습에 까르르 까르르 웃으며 대답해주니 서로 동생에게 읽어주려고 난리입니다. 누구든 책을 읽어주는 사람은 큰 보람을 느끼며 즐겁기까지 하니 말입니다. 때론 벌떡 일어나 책 속 동물과 같은 모습으로 책 읽어주는 언니나 오빠에게 인사도 해 줍니다. 그러면 읽어주던 언니도 벌떡 일어나 같이 인사하며 깔깔 거리고 웃습니다. 이렇게 책 하나로 12살, 8살, 6살, 3살 아이가 함께 웃으며 놀이하니 엄마인 저로서는 책읽기 시간이 참으로 고맙습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각자 즐기는 놀이와 문화가 다른 아이들이 함께 즐거운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참으로 어렵기 때문입니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준 경험이 있는 부모는 어떻게 책을 읽어주느냐에 따라 아이의 반응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까꿍놀이 책을 읽을 때 그냥 덤덤히 텍스트를 읽기보다, 엄마가 자신의 눈을 가리고 “까꿍~”하는 행동까지 해줘야 아이가 더 재미있어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엄마들은 때론 동화구연가처럼 혹은 놀이전문가저럼 책을 읽어주려 애를 씁니다. 책 읽기가 부담이 되어 책읽기 방법에 대한 강의를 찾아 듣기도 하고, 책을 잘 읽어준다는 다른 사람에게 책 읽기를 부탁하기도 합니다. 그런 엄마들의 모습을 볼 때면, 엄마들 모두 잘 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응원해주고 싶습니다. 책 읽기 방식에 따라 아이가 느끼는 즐거움의 강도는 조금 다를지 몰라도, 엄마가 아이와 함께 놀이를 하는 경험이 아이에게는 더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놀잇감은 아이 혼자서도 가지고 놀 수 있지만 책은 아이 혼자 가지고 놀 수 없지요. 물론 책도 하나의 사물이니 놀잇감이 될 수 있겠지만, 그것은 진정으로 책을 즐기는 것은 아닐테니까요.
아이에게 책은 엄마가 읽어주기에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나를 사랑하는 엄마가 나와 놀아주는 매개로 책을 사용하기 때문에 어린 아이들도 책을 좋아하는 것이 아닐까요? 저희 집 아이들은 자신이 재미있게 엄마와 읽었던 책을 기억합니다. 그래서 그 책을 꺼내 동생들에게 읽어주는 것이지요. 책 자체가 재미있었을 수도 있고, 엄마와 읽었기 때문에 재미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책 읽기 경험이 즐거웠던 책을 뽑아 동생과 함께 읽으며 자연스럽게 자신의 즐거움을 동생과 나눕니다. 그래서 동생은 더욱 책읽기가 재미있습니다. 언니나 오빠가 평소에는 잘 안 놀아 주는데 책을 읽을 때는 꼭 함께 자신과 책을 읽으며 놀아주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그저 아이와 함께 놀이한다는 마음으로 책을 읽어보면 어떨까요? 그래도 부담스럽다면, 오늘 소개한 기무라 유이치의 『꾸벅 인사 놀이』처럼 자연스럽게 놀이로 안내하는 책을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 꾸벅 인사 놀이
- 그림작가 기무라 유이치
- 글작가 기무라 유이치
- 페이지 28 쪽
- 출판사 웅진주니어
- 발행일 2017-12-15
|
| 강다혜 | 성균관대학원 아동청소년학과 박사과정 수료 시와 글을 쓰며 책을 좋아하던 저는 국문학을 전공하길 원했습니다. 그래서 총신대 유아교육학과에 입학하였을 때 한편으로는 좌절했지만,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하나님이 내가 제일 잘 하는 곳으로 나를 이끄셨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대학 4년을 보내면서 제가 깨달은 것은 역시 하나님이 나보다 나를 더 잘 아신다는 것이었습니다. 유아교육의 분야 중에서도 유아문학이 또 그 중에서 그림책이 저에게 가장 즐거웠고 또 적성에 맞았기 때문입니다. 그 후로 성균관대학교 아동청소년학과에 입학해 현은자 교수님 밑에서 박사과정을 마쳤습니다. 지금은 4명의 자녀와 함께 공기 좋고 초목이 푸르른 경상남도 합천에서 끝나지 않는 집안일과 육아로 정신없이 살고 있습니다. 앞으로 그림책 속 세계관을 연구하여 다음 세대에 진심으로 추천해줄 수 있는 좋은 그림책을 발견하고 소개하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
『꾸벅 인사 놀이』 책 읽는 즐거움
그림책 연구자이자 4남매의 엄마인 저는 꽤 오랜 시간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었습니다. 2010년에 첫 아이를 낳았는데, 막내인 넷째가 두 돌이 지난 지 한 달 남짓 되었으니, 근 12년간 책을 읽어주었지만 앞으로도 최소 몇 년간은 더 읽어줘야 할 것 같습니다. 아이와 책을 읽는 시간은 여러 면에서 굉장히 소중합니다. 아이에게 처음 책을 읽어줄 때 아이는 책을 ‘책’으로 인식하지 못합니다. 그저 엄마와 일종의 놀이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책을 펼치고 다시 닫고 하는 것이 재미있어 단 한자도 못 읽고 책만 펼쳤다 덮었다를 반복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엄마가 그림을 가리키며 “여기 멍멍 강아지가 있네.”라고 말하면 그제야 책의 그림을 봅니다. 그렇게 시작된 책 읽기는 아이의 흥미에 따라 단 한 장만 읽고 끝나기도 하고, 다 읽고 끝나기도 합니다. 혹 아이가 그 책에 재미를 느꼈다면, 한 번의 책 읽기로 끝나지 않습니다. 같은 책을 여러 번 읽어주는 경우도 종종 있지요.
저희 첫째가 돌이 막 지났을 때 하야시 아키코의 『달님 안녕』을 읽어주었습니다. 우리 아이가 그 책을 너무 좋아해서 한 번 그 책을 읽기 시작하면 연달아 10번을 읽어주어야 했습니다. 영아책이라 길이가 짧아 10번을 읽어도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지요. 그맘때 우리 아이는 그 책이 눈에 보이기만 하면들고 와서 읽어달라고 제 무릎에 비집고 앉았습니다. 그래서 한 번 책을 읽기 시작하면 연달아 10번을 읽어줘야하는 책을 하루에 10번도 넘게 읽어줬던 날도 있었습니다. 그런 날은 그 책을 100번은 읽은 셈이지요. 그래서 또 아이가 그 책을 들고 올까봐 아이 눈에 안 보이는 위치의 선반 위에 몰래 책을 올려놓은 적도 있었답니다.
아이에게는 엄마 혹은 책을 읽어주는 사람과 책 속 이야기를 함께 즐기는 것 자체가 놀이일 것입니다. 그런데 ‘까꿍놀이’책처럼 몇몇 영아그림책은 엄마와 아기가 함께 책을 읽으며 놀이를 하도록 안내하기도 합니다. 『폭풍우 치는 밤에』라는 그림책으로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기무라 유이치는 이렇게 엄마와 아이가 책을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놀이를 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놀이책 시리즈를 만들었습니다. 이 시리즈는 일본에서 1988년에 출간한 이후로 1,100만부가 판매된 영아책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지요. 우리나라에서도 웅진주니어에서 1996년에 출간하였는데 많은 사랑을 받았다가 2017년에 보드북 형태로 제작한 『뽀뽀곰 아기 놀이책』 시리즈가 재출간 되었습니다. 음식을 먹고, 잠을 자고, 몸을 청결하게 하고 배변의 습관을 돕는 『냠냠 식사놀이』, 『끙끙 응가놀이』, 『쿨쿨 자장놀이』, 『뽀글 목욕놀이』, 『싹싹 이닦기 놀이』는 뽀뽀곰 생활놀이책으로 묶고, 놀이로 신체적, 정신적 성장을 도와주는 책 5권 『꾸벅 인사놀이』, 『예! 대답놀이』, 『짠! 까꿍놀이』, 『쏘옥 옷입기 놀이』, 『깔깔간지럼 놀이』은 뽀뽀곰 성장놀이책으로 묶었습니다. 이 시리즈는 플랩북 형태로 되어 있어플랩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것으로 그림책 속 주인공이 옷을 입고, 이를 닦고, 인사를 하고,음식을 먹는 모습을 표현했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책장을 넘길 때마다 나타나는 그림과 바뀌는 장면으로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지요.
그 중 오늘은 『꾸벅 인사 놀이』라는 그림책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어 보려고 합니다. 책 표지에는 귀여운 병아리가 손을 흔들고 있는데 이 책은 특이하게도 책을 위에서 아래로 펼쳐야 합니다. 보통 그림책은 책등을 기점으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책을 넘기게 되어 있는데, 이 책은 책등을 기점으로 책 제목과 책 표지 그림이 90도 회전한 상태로 인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책제목과 그림을 바로 보려면 자연스럽게 책등이 아래로 내려가게 되고, 책을 읽는 독자는 책 표지를 위에서 아래로 내리게 됩니다. 그렇게 책을 넘기면 표지에 나온 노란 병아리가 어느 집 문 앞에 있는 표제지가 나옵니다. 병아리가 어느 집에 간 것일까 궁금증에 책장을 넘기면 앞에서 봤던 병아리가 마치 배꼽 손을 하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글 텍스트는 ‘병아리 삐악이가 쪼르르 달려와서……. 쫑쫑쫑’하고 써 있습니다.
이 책은 플랩북 형태로 되어 있기에 책을 읽는 독자는 병아리 삐약이의 머리를 숙여 인사하게 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렇게 병아리를 독자에게 인사시키기 위해 책등을 기점으로 제목과 그림을 90도 회전시켜 인쇄한 것입니다. 책등을 밑에 놓고 위에서 아래로 책을 펼쳐야 병아리를 꾸벅 인사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병아리 삐약이가 머리 숙여 인사를 하면, 비로소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이 보이게 됩니다. 병아리의 모습이 전체 그림책 펼침면에 가득 그려져 있기 때문에 책을 넘기는 독자는 마치 병아리 삐약이에게 인사를 받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 다음에는 고양이 야옹이도 인사를 하고, 그 다음은 강아지 바둑이와 와서 인사를 합니다. 그리고 아기 공룡 돌돌이에게까지 인사를 받으면, 표제지에 봤던 집 대문 앞에 작은 여자아이가 서 있는 그림과 마주하게 됩니다. 그동안 인사를 했던 동물들은 이 대문 앞에 서 있는 여자아이에게 인사를 했던 것이지요. 그래서 독자는 이번에는 여자아이의 머리를 숙여 앞의 동물들에게 인사를 하게 합니다. 그럼 머리 숙인 아이 뒤로 “어서오세요”라는 인사말이 보입니다.
동물들은 집 안에 들어와서 맛있는 케이크를 대접 받습니다. 그래서 다같이 모여 머리를 숙여 “고맙습니다”라고 인사를 하지요. 책장을 넘기면, 그림책은 식탁에 둘러 앉아 맛있게 케이크를 먹는 그림 위로 “잘 먹겠습니다!”라는 인사말을 보여줍니다. 그림책의 마지막 페이지는 케이크를 다 먹고 돌아가는 동물들의 인사하며 돌아가는 모습으로 장식되어 있지요. 동물들과 함께 “안녕”, “잘 먹었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내일 또 만나!”라는 인사를 하고 책을 덮으면 뒤표지에 손을 들고 인사하는 아이와 엄마의 모습이 보입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자연스럽게 책 속의 등장인물에게 인사를 받습니다. 그것도 배꼽에 손을 모이고 머리를 허리까지 숙여 인사하는 굉장히 예의바른 모습으로 인사를 받지요. ‘인사’는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우리 사회에서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렇기에 이웃과 길을 가다 마주쳐도 인사를 주고받고, 만나고 헤어질 때도 인사를 주고받습니다. 연말이나 연초에도, 그리고 각 중요한 기념일이나 특별한 날에도 인사를 주고받습니다. 예로부터 인사를 잘하는 사람이 칭찬 받았던 우리 문화에서 상황에 맞는 인사를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그래서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면 부모들은 아이에게 인사를 가르칩니다. 이 그림책은 영아들에게 예의바른 태도와 상황에 맞는 인사를 재미있게 가르쳐줍니다. 책을 읽어주는 엄마가 별 힘을 들이지 않아도 아이에게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동물 등장인물들이 꾸벅 인사를 하면 아이는 까르르 웃으며 좋아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책을 읽었는지 인사 놀이를 했는지 모르게 즐겁게 웃으며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저희 집에는 아이가 4명이나 있다 보니, 몇몇 책들은 무수한 영광의 상처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중 가장 아이들이 사랑한 책이 기무라 유아치의 『뽀뽀곰 아기 놀이책』이며 그 중에서 이 『꾸벅 인사 놀이』입니다. 요즘 이 책을 두 돌이 지난 막내가 굉장히 좋아합니다. 그런데 이제는 제가 이 책을 읽어주지 않아도 됩니다. 아이를 여럿 키우다보니 손위 형제가 동생에게 책을 읽어줍니다. 자신이 재미있게 읽었던 책을 쏙쏙 뽑아와 동생에게 읽어주고, 또 동생은 그것을 기억하고 있다가 자신보다 어린 동생에게 똑같이 책을 읽어줍니다. 그래서 사실 넷째인 막내는 제가 책을 읽어주는 시간보다 언니들과 오빠와 책을 읽는 시간이 훨씬 많습니다. 『꾸벅 인사 놀이』 책은 아직 한글을 읽지 못하는 6살 오빠도 동생에게 읽어줄 수 있는 책이라 인기가 많습니다. 누구든 막내에게 책을 읽어주면, 막내가 동물들이 인사하는 모습에 까르르 까르르 웃으며 대답해주니 서로 동생에게 읽어주려고 난리입니다. 누구든 책을 읽어주는 사람은 큰 보람을 느끼며 즐겁기까지 하니 말입니다. 때론 벌떡 일어나 책 속 동물과 같은 모습으로 책 읽어주는 언니나 오빠에게 인사도 해 줍니다. 그러면 읽어주던 언니도 벌떡 일어나 같이 인사하며 깔깔 거리고 웃습니다. 이렇게 책 하나로 12살, 8살, 6살, 3살 아이가 함께 웃으며 놀이하니 엄마인 저로서는 책읽기 시간이 참으로 고맙습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각자 즐기는 놀이와 문화가 다른 아이들이 함께 즐거운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참으로 어렵기 때문입니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준 경험이 있는 부모는 어떻게 책을 읽어주느냐에 따라 아이의 반응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까꿍놀이 책을 읽을 때 그냥 덤덤히 텍스트를 읽기보다, 엄마가 자신의 눈을 가리고 “까꿍~”하는 행동까지 해줘야 아이가 더 재미있어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엄마들은 때론 동화구연가처럼 혹은 놀이전문가저럼 책을 읽어주려 애를 씁니다. 책 읽기가 부담이 되어 책읽기 방법에 대한 강의를 찾아 듣기도 하고, 책을 잘 읽어준다는 다른 사람에게 책 읽기를 부탁하기도 합니다. 그런 엄마들의 모습을 볼 때면, 엄마들 모두 잘 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응원해주고 싶습니다. 책 읽기 방식에 따라 아이가 느끼는 즐거움의 강도는 조금 다를지 몰라도, 엄마가 아이와 함께 놀이를 하는 경험이 아이에게는 더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놀잇감은 아이 혼자서도 가지고 놀 수 있지만 책은 아이 혼자 가지고 놀 수 없지요. 물론 책도 하나의 사물이니 놀잇감이 될 수 있겠지만, 그것은 진정으로 책을 즐기는 것은 아닐테니까요.
아이에게 책은 엄마가 읽어주기에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나를 사랑하는 엄마가 나와 놀아주는 매개로 책을 사용하기 때문에 어린 아이들도 책을 좋아하는 것이 아닐까요? 저희 집 아이들은 자신이 재미있게 엄마와 읽었던 책을 기억합니다. 그래서 그 책을 꺼내 동생들에게 읽어주는 것이지요. 책 자체가 재미있었을 수도 있고, 엄마와 읽었기 때문에 재미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책 읽기 경험이 즐거웠던 책을 뽑아 동생과 함께 읽으며 자연스럽게 자신의 즐거움을 동생과 나눕니다. 그래서 동생은 더욱 책읽기가 재미있습니다. 언니나 오빠가 평소에는 잘 안 놀아 주는데 책을 읽을 때는 꼭 함께 자신과 책을 읽으며 놀아주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그저 아이와 함께 놀이한다는 마음으로 책을 읽어보면 어떨까요? 그래도 부담스럽다면, 오늘 소개한 기무라 유이치의 『꾸벅 인사 놀이』처럼 자연스럽게 놀이로 안내하는 책을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강다혜 | 성균관대학원 아동청소년학과 박사과정 수료
시와 글을 쓰며 책을 좋아하던 저는 국문학을 전공하길 원했습니다. 그래서 총신대 유아교육학과에 입학하였을 때 한편으로는 좌절했지만,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하나님이 내가 제일 잘 하는 곳으로 나를 이끄셨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대학 4년을 보내면서 제가 깨달은 것은 역시 하나님이 나보다 나를 더 잘 아신다는 것이었습니다. 유아교육의 분야 중에서도 유아문학이 또 그 중에서 그림책이 저에게 가장 즐거웠고 또 적성에 맞았기 때문입니다. 그 후로 성균관대학교 아동청소년학과에 입학해 현은자 교수님 밑에서 박사과정을 마쳤습니다. 지금은 4명의 자녀와 함께 공기 좋고 초목이 푸르른 경상남도 합천에서 끝나지 않는 집안일과 육아로 정신없이 살고 있습니다. 앞으로 그림책 속 세계관을 연구하여 다음 세대에 진심으로 추천해줄 수 있는 좋은 그림책을 발견하고 소개하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