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그림책 읽기


형제란 어떤 관계일까? 『아이스크림 걸음』

2024-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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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란 어떤 관계일까? 『아이스크림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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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하늘에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는 여름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날씨와 상관없이 아이들은 늘 활동적입니다. 그런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 에어컨이 틀어져 있더라도 금새 땀으로 범벅 되지요. 더군다나 아이들 사이에 문제가 생기면 중재하고 훈육하느라 엄마인 저의 체력은 금세 바닥납니다. 그런데 형제는 참 신기합니다. 더운 날씨 덕에 평상시보다 더 자주 부딪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어느새 화해하여 깔깔 웃으며 신나게 집안을 뛰어다닙니다. 아이들을 많이 키우셨던 나이 많은 어르신들은 종종 “형제는 싸우면서 크는 거야. 형제들이 싸우더라도 그냥 놔둬. 자기들끼리 알아서 화해해.”라고 말씀하시지요? 요즘 저는 그 말씀이 정말 맞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희 아이들이 참 좋아하는 그림책 『아이스크림 걸음』은 아직은 어려 보이는 형이 자신의 동생을 배려하며 이끌어 나가는 모습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이 그림책을 읽고 있으면 무더위로 지친 우리의 마음이 절로 시원해집니다.

그림책 표지를 보면, 하늘색과 분홍색 바탕에 커다란 콘 아이스크림 위를 즐겁게 뛰노는 형제의 모습이 보입니다. 무더운 여름 아이들이 좋아할 아이스크림이 녹아 흘러내리는 듯한 제목이 이목을 끕니다. 면지에는 하드, 콘, 컵, 쭈쭈바 등 아이스크림이 종류별로 다양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과 이 그림책을 읽을 때면, 면지에서 꽤 시간을 쏟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 페이지를 펼친 아이들은 아이스크림 냉장고를 보는 것 마냥 자기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이것저것 고르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다음 장을 넘기면 표제지부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어린이집에 도착한 형 선동이는 동생 율동이의 어린이집 하원을 도우려 가고 있습니다. 만화를 볼 시간에 동생을 데리러 가야 해서 선동이의 얼굴에 불만이 가득합니다. 선동이가 율동이 가방을 들고 서둘러 집에 가려고 하는데, 동생은 그런 형의 마음을 알 리 없습니다. 형이 종종걸음으로 동생에게 빨리 오라고 재촉하지만, 바쁜 형의 마음도 모르고 동생은 느긋하게 잎사귀에 올라와 있는 달팽이도 보고, 나무도 관찰하고, 거미줄의 거미도 보며 느릿느릿 걸어갑니다. 형이 동생에게 달팽이걸음 하지 말고 빨리 오라며 재촉하는 순간에도 동생은 개미 떼를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집에 빨리 가고 싶은 선동이에게 좋은 방법이 생각이 났습니다. “우리 걸음 놀이하자! 잘 따라 하면 아이스크림 사 줄게.” 선동이의 말에 율동이의 두 눈이 번쩍입니다. 다음 장을 넘기기 전, 엄마들은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합니다. 이제부터 옆에 앉아 책을 읽던 아이들이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 뛰어다닐 것이기 때문입니다.

집으로 가는 길에 좁은 골목이 나오자 형 선동이는 게처럼 옆으로 걷는 게걸음을 동생에게 보여줍니다. 율동이는 형의 모습이 재미있어 신나게 따라합니다. 두 형제는 계단을 오를 때는 깽깽이걸음으로, 물웅덩이를 지나며 황새걸음으로, 내리막길에서는 두루미걸음으로 겅둥겅둥 걸어 갑니다.


“(온 집안을 뛰어 다니는 동생을 불러서) 하린아, 깽깽이 걸음은 한 발로 콩콩 뛰는 거야.”

“그래? 나 한 발로 뛰는 거 못하는데.”

“오빠가 도와줄께. 우선 한 발로 서고, 오빠 손을 잡아. 이제 콩콩 뛰어.”


그림책 속 선동이와 율동이는 건널목에서 차가 달려오자 가재걸음으로 뒷걸음을 치고, 다시 파란불이 들어오자 보폭이 짧고 빠른 잰걸음으로 횡단보도를 건넙니다. 놀이터 입구에서는 신이나 겅중겅중 노루걸음으로, 모래밭에서는 발뒤꿈치로 콕콕콕, 꾹꾹꾹 발등걸음으로 누르며 걷는다.


“오빠, 나 이거 어려워.”

“(직접 동생의 발을 만지며) 발등 걸음은 이 발 뒤꿈치 있지, 이 뒤꿈치로 걷는 거야. 발 앞쪽은 땅바닥에 닿으면 안돼. 오빠 보고 해봐”


드디어 선동이와 율동이는 집 가까이에 왔습니다. 선동이는 “하나 둘, 하나 둘” 외치며 바른걸음으로 걷자고 하는데 무슨 이유인지 율동이가 따라오지 않고 그 자리에 서 있습니다. 선동이가 왜 따라오지 않고 있냐고 묻자, 율동이는 환하게 웃으며 “아이스크림!”이라고 외칩니다. 그제야 아이스크림 약속이 기억난 선동이는 “뛰어! 아이스크림 걸음!”이라고 외치며 동생과 함께 달립니다. 얼마나 빨리 뛰는지 아이들의 얼굴은 보이지 않고 빠르게 달려가는 모습만이 그림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다음 장을 넘기자 집에 들어온 두 아이가 선풍기 앞에서 만화를 보며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습니다. 동생은 집에 오는 길이 재밌었는지 형에게 “형아, 내일도 올 거지?”라고 질문하며 이야기가 끝이 납니다.


“엄마, 아이스크림 줘.”

“(그림책 면지를 펼치며) 엄마 이 중에서 우리 집에 어떤 아이스크림 있어?”

“(냉장고에 있는 아이스크림을 훑은 후) 엄마, 내일은 오늘 먹은 것 말고, 책에 있는 이 아이스크림으로 사줘.”

“면지에 있는 아이스크림을 다 먹어야 해?”

“응. 여기 있는 아이스크림 다 먹을 때까지 책 매일 읽을 거야.”


이 그림책을 읽고 나면, 당연하게 아이들은 아이스크림을 요구합니다. 책을 읽는 동안 그림책 주인공들을 따라 얼마나 뛰어 다녔는지, 벌건 얼굴에 땀이 송송 맺혀 있습니다. 면지에 있는 아이스크림 중 어떤 아이스크림이 냉장고에 있는지 묻길래, 몇몇 아이스크림을 짚어주었습니다. 면지에 있는 아이스크림을 다 먹을 때까지 매일 책을 읽을 것이라는 아이들을 보며 그림책 마지막 장면에 대해 물었습니다.


엄마: 애들아, 내일도 형 선동이가 어린이집에 동생을 데리러 갈까?

하린(동생): “(당연하다는 듯이) 응!!!

하민(오빠): ……

엄마: 왜 오빠는 대답을 안해? 하민이는 형이 동생 데리러 가지 않았을 거 같아?

 

제 물음에 동생은 당연하게 형이 내일도 동생을 데리러 올 것이라고 하였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오빠는 묵묵부답입니다. 그래서 막내에게 왜 형이 동생을 또 데리러 갔을 거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더니, 걸음 놀이가 너무 재미있었으니 다음 날도 또 와서 걸음 놀이를 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반면 텔레비전으로 만화를 봐야 하는데 동생을 데리러 가야 하는 선동이의 모습에 깊이 공감했던 오빠는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합니다.

저희 집 막내 하린이는 바로 위에 오빠도 있지만, 나이 차이가 제법 나는 언니도 2명이나 있습니다. 특히 올해 15살로 중학교 2학년이 된 큰 딸은 학기 초반에 막내 하린이와 함께 하교를 했습니다. 큰 아이가 다니는 중학교와 막내가 다니는 유치원이 나란히 붙어 있어서, 큰 아이가 학교 끝난 뒤 막내를 유치원에서 받아 버스를 함께 타고 집으로 왔습니다. 막내는 큰 언니와 버스를 타는 것 자체가 너무 즐거워 언니가 자신을 데리러 오는 시간을 손꼽아 기다렸다고 합니다. 요즘에는 날이 더워 제가 차로 데리러 가는데 그때 마다 언니가 아닌 엄마가 온 것에 실망하곤 하지요. 엄마인 제가 집안 일을 하다가 아이들을 부르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노는데 빠져 있는 아이들은 엄마가 부름을 잘 알아채지 못합니다. 그때마다 저는 제일 큰 아이를 부릅니다. 몇 년 전 큰 아이가 초등학생일 때 일입니다. 막내를 아무리 불러도 막내가 안 오니, 큰 아이가 “엄마 내가 데리고 올게.”하더니 막내에게 가서 어깨를 탁 쳤습니다. 그런 후 “하린아, 이제 네가 술래야. 언니 잡아 봐라.”하고 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니까 막내가 까르르 웃으며 언니를 쫓아 뜁니다. 언니의 목적지는 바로 엄마 앞이었고, 막내도 자연스럽게 엄마에게 잡혔지요. 종종 동생들을 이렇게 놀이를 통해 환기시켜서 문제를 해결하는 큰 아이를 보면서, 참 기특했습니다. 엄마인 저는 아이들이 말을 안 들으면 몇 번 참다가 바로 소리를 빽 지르는데, 큰 딸이 저 보다 나은 것이죠. 그래서 저는 이 그림을 보며, 선동이의 모습에서 큰 딸이 많이 생각났습니다.


엄마: (막내에게 그림책 표지를 다시 보여주고, 동생 율동이를 가르키며) 이 아이는 하린이야. 그럼 옆에 있는 이 아이는 누굴까?

하린: (한참을 고민 후에) 오빠!

엄마: 오빠는 유치원에 하린이 데리러 안 가잖아. 유치원에서 하린이 데리고 오는 사람 누구야?

하린: (큰 언니를 한 번 보더니, 엄마에게 귓속말로) 원래는 하랑이 언니인데, 오빠가 나랑 잘 놀아주니까. 그리고 이 아이는 남자인데, 하랑이 언니는 여자이고, 오빠는 남자 잖아.

하민: (하린이 소리를 듣지는 못했지만) 당연히 나지. 내가 하린이 맨날 놀아주잖아.

엄마: 선동이랑 하민이의 행동이 닮았나?

하민: 그렇지. 나도 하린이가 말 안 들어도 화내지 않고 꾹 참고, 하린이랑 놀아주거든.


오늘도 우리 집 아이들은 별일 아닌 일에 서로 마음이 상해 심통을 부립니다. 하지만 날이 더우니 아이스크림을 사오라고 하면 싸운 직후라 해도 신기하게 자신의 것만 사오지 않고 꼭 다른 형제의 몫을 챙겨옵니다. 한 번은, “하린이 오빠랑 방금 싸웠는데, 왜 오빠 것도 사?”하고 물었더니, “오빠도 아이스크림 좋아하잖아.”라고 대답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형제를 허락하신 것은 큰 축복인 것 같습니다. 형제가 함께 지내다 보면 생각이나 마음이 부딪히는 일이 비일비재하며, 어쩌면 이는 매우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어느 순간, 형제로 인해 상했던 마음이 그 상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인해 눈 녹듯 사라지는 경험을 매 순간 합니다. 이렇게 우리는 가정 안에서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와 소통하며,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과 상대를 배려하는 기술을 배우나 봅니다. 그림책 『아이스크림 걸음』의 형 선동이는 만화를 보고 싶었던 자신의 욕망보다, 동생을 사랑하는 마음이 더 컸기 때문에 지혜로운 방법으로 동생과 함께 집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무더위가 시작되는 7월, 더위로 인해 많이 힘들고 고단하겠지만 형제를 향한 사랑으로 다툼보다는 이해와 배려가 충만한 여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강다혜 | 성균관대학교 생활과학연구소 연구원

대학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에 입학하여 아동문학으로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습니다. 지금은 성균관대학교 생활과학연구소 부설 그림책 전문가과정에서 "그림책과 유아동교육"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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