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으로 계획하는 가족 여행

2022-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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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으로 계획하는 가족 여행




여름방학이 끝나가는 시기부터 저희 집 아이들은 가을에 계획된 제주여행으로 들떠 있었지요. 가족 여행 자체가 처음이기도 했지만, 비행기, 배 등 좀처럼 타기 힘든 교통수단을 이용하게 된다는 것도 아이들에게 큰 설렘을 주었습니다. 첫째와 둘째가 잔뜩 부푼 마음으로 친구들에게 제주도로 여행을 가는 것을 자랑하자, 이미 제주도에 다녀온 친구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했는지 이야기해주었죠. 집에 돌아온 아이들은 루지, 레일바이크, 트릭아트, 놀이동산 등에 가고 싶다고 했지요. 하지만 제 귀에는 그것이 ‘제주도’에서 꼭 경험해야 하는 일로 들리지 않았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어떻게 궁금증을 해결할까요? 저희 아이들은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자신이 궁금한 것을 검색합니다. 요즘에는 동영상 컨텐츠도 많이 나오기 때문에 아이들은 책보다 영상으로 정보를 얻는 것을 더 좋아하지요. 그래서 저희 아이들도 ‘제주도’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제일 처음 한 일은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검색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몇몇 영상들은 뛰어난 연출로 아이들에게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과 특징적인 것을 소개를 해주어 유익하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이들이 인터넷과 영상보다는 책을 통해 자신의 궁금증을 해결하길 바랬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제주도에 대해서 알려주기 위해 제가 선택한 방법은 ‘정보그림책’이었습니다.

제가 아이들과 인터넷 서점의 출판사 리뷰를 꼼꼼히 살펴보며 선택한 책은 3권입니다. 첫번째는 ‘어린이 제주도 가이드북’이라고 소개하는 『안녕, 나는 제주도야』(상상놀이터, 2021)입니다. 이 책은 ‘동화로 읽는 제주도 여행 정보 이야기’라는 소제목이 붙어 있으며 이나영이 글과 그림을 담당하였습니다. 두번째 책은 『느영나영 제주』(나는별, 2015)라는 그림책인데 『엄마마중』(보림, 2013)으로 한국백상출판 문화상을 받은 김동성 작가가 제주의 길을 걷고 사진을 찍으며 답사한 뒤 그림을 그렸다고 합니다. 세번째 책은 전정임이 글을 쓰고 김혜원이 그림을 그린 『여름방학 제주』(안녕로빈, 2020)이라는 아동문고입니다. 이 책은 11살 어린이가 제주 어느 호텔 여름 축제에 초대를 받고 제주도에 가는 내용인데, 초등학교 사회나 과학 교과서에서 배울 수 있는 지식을 따라 제주도를 체험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지요. 이 글에서는 위의 그림책 2권의 내용과 저희 아이들의 반응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보려고 합니다.

그림책 『안녕, 나는 제주도야』는 표지와 면지에 제주도에서 볼 수 있는 특징적인 것들을 아이콘처럼 그려 디자인했지요. 표지에는 서핑, 빨간 목마등대, 수영복을 입은 사람들, 제주도 야쟈수 등이 그려져 있고, 면지에는 용과, 한라봉, 감귤, 녹차아이스크림, 당근, 한라봉 초콜릿등이 그려져 있습니다. 책을 넘기면 서지사항이 적힌 페이지에 해녀의 모습이 보이고, 유네스코, 오름, 현무암, 화산재, 곶자왈 등 제주도 소개에 많이 사용되는 단어에 대한 설명이 나옵니다. 이제 그림책의 내용이 시작됩니다. 비행기 창문으로 제주도가 보입니다.  제주도가 우리에게 인사하지요. “안녕, 나는 제주도야.” 제주도는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져 여러 분화구와 360여개의 오름이 있고, 100여개의 용암동굴이 있습니다. 성산일출봉이나 용머리해안, 산방산, 주상절리대, 정방폭포 등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가진 제주도는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뽑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었다네요.


“엄마, 제주도에 가면 자연을 많이 감상해야해. 세계7대 자연경관으로 뽑혔대.”

“맞아, 그런데 화산활동이 뭐야?”



책을 읽기 시작하자, 이제 아이들은 제주도에 놀이동산 말고도 다른 멋진 곳이 있음을 인식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제주도의 특징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죠. 아직 화산활동이 어떤 것인지 모르는 동생들을 위해 첫째가 과학시간에 배운 화산에 대해 신나게 설명을 해줍니다. 장황한 설명이 ‘현무암’에 까지 이르자, 다행인지 그림책에서 ‘삼다도’라는 제주도의 별명을 설명하며 구멍이 숭숭 뚫린 제주도의 검은 ‘돌’에 대한 정보가 나옵니다. 제주도는 바람이 많이 불어 농사짓기 어려워 집과 밭에 검은 돌로 돌담을 쌓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나쁜 사람들과 병으로부터 지켜주는 수호신인 돌하르방과 제주도의 대문인 ‘정낭’의 의미도 가르쳐줍니다. 아이들은 이제 제주도에 가면 차를 이동할 때도 창문 밖을 꼼꼼히 살펴야겠다고 합니다. 정말 제주도의 집 주변에 돌담이 쌓여 있는지, 돌하르방과 정낭이 아직도 많이 있는지, 그리고 실제로 보면 어떤 모습일지 너무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책에서 제주도 주변의 작은 화산섬인 비양도, 차귀도, 마라도, 우도 등의 섬에 대해서 설명하며, 특히 우도에 땅콩이 많이 자라 땅콩 아이스크림이나 땅콩고기국수와 같은 음식을 소개해주자 땅콩알레르기가 있는 셋째는 굉장히 아쉬워했지요.




다음 장을 넘기자 ‘해녀’에 대한 설명이 나옵니다. 여름내내 물놀이를 하며 서로 잠수를 더 잘한다고 시합하던 첫째와 둘째의 눈이 커다래집니다. 해녀들은 바닷속 10~20m까지 잠수를 할 수 있으며 길게는 5분 정도 숨을 참을 수 있다는 설명을 읽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해녀문화’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 후 저희가 제주도의 한 수족관에 갔을 때 ‘제주의 해녀’에 대해 설명을 하며 현재도 해녀로 활동하시는 분들이 물질 시연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 모습을 저희 아이들은 매우 흥미롭게 관찰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분들이 70대 할머니시라고 하네요. 현재 대부분의 해녀들이 70대 할머니가 되셨지만 아직까지도 물질을 하고 계신다는 말에 저희 아이들의 입은 다물어지지 않았습니다. 다음 장으로 넘기면 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고려시대때 몽골족이 우리나라를 침범했는데 이때 몽골 군대가 제주도까지 내려왔다고 하네요. 그때부터 제주도에 말이 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제주도가 말이 살기 좋은 환경이기도 하지만, 제주도가 ‘섬’이기 때문에 말이 도망치지 못하여 많이 살게 된 것이라네요. 우리 아이들이 제주도에서 꼭 챙겨야 할 것이 또 생겼습니다. 동물원에나 가야 볼 수 있는 말이 제주도 푸른 초원 곳곳에 돌아다닌다고 하니 아이들의 마음은 벌써 말을 볼생각으로 두근거립니다.

이 그림책은 ‘어린이 제주 가이드북’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참으로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제주도를 오는 두 가지 방법인 비행기와 배에 대한 이야기, 제주도를 둘러보기 위해 시티투어 버스, 렌트카, 렌트 스쿠터 등이 교통수단이 있다는 것, 숙박시설에 대한 것, 그리고 올레길에 관한 정보도 전달합니다. ‘올레’는 집으로 들어가는 길이라는 뜻의 제주도 말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올레길은 마을과 마을, 집과 집으로 이어져 있어서 제주도 사람들의 모습과 자연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고 하네요. 그 중 휠체어나 유모차로도 갈 수 있는 쉬운 코스가 어느 구간인지 추천해주기도 합니다. 우리 아이들은 이 부분을 읽으며 우리는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해서 제주도를 갈 것인지 묻습니다. 우리도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때는 배를 탈 것이라고 가르쳐주었지요. 그러자 아이들은 배에서 바라보는 바다의 모습이 얼마나 멋질지 상상을 하며 해질녘 갑판에서 바다에 지는 노을을 꼭 볼 것이라 다짐을 합니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아이들의 머리 속의 제주도는 점점 구체화됩니다. 가을의 제주도는 감귤을 수확하는 계절이라는데 나무에 달린 귤이 얼마나 탐스러울지, TV에서만 보는 잠수함을 탈 수 있다고 하는데 바닷속 세상을 어떤 모습일지, 책에서 소개하는 제주도의 음식과 과일은 어떤 맛일지 서로 이야기 나누는 모습이 책을 읽기 전과 확연히 차이가 납니다.



그림책 『느영나영 제주』의 표지에는 한 여자아이가 바짓단을 무릎까지 걷고 바다 안에서 첨벙거리는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아이의 주변에는 제주도의 상징과도 같은 검은 돌이 듬성듬성 보이고 새파란 바다는 드넓은 하늘과 맞물려 바다와 하늘이 마치 하나의 물결인양 보입니다. 책장을 넘기면 양쪽 면지 가득 노란 유채꽃 밭이 보입니다. 실제 유채꽃 밭에 폭 빠져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느영나영’은 제주도 말로 ‘너랑 나랑’이라는 뜻이라고 하네요. 표제지에 그려진 배낭을 메고 있는 두 아이가 손을 흔들며 가르쳐주는데, 이 아이들은 오랜만에 만난 보리와 우민이로 이 이야기의 주인공들이죠. 이 두 아이는 엄마들이 ‘저지오름’에 숨겨놓은 보물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고 합니다. 제주도에 살고 있는 우민이는 보리에게 마을구경을 시켜 주면서도 오름까지 잘 안내해야 합니다. 지도와 나침반을 꼼꼼히 챙긴 두 아이는 고산포구에서 부모님들과 헤어지고 둘 만의 여행을 시작합니다.



이 책의 그림작가는 제주 마을의 풍광을 높은 크레인에서 내려다보는 것처럼 그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림 텍스트는 두 아이가 아닌, 아이들이 있는 장소의 풍경을 독자에게 보여줍니다. 독자는 이 곳이 어느 곳인지, 이 곳에서 묘사된 제주도는 어떠한지, 그리고 그림 텍스트에 아이들은 어디에 그려져 있는지, 그 아이들이 지금 이 장소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글 텍스트를 읽으며 찾아내야 합니다. 그렇기에 독자는 책을 읽는 동안 두 아이의 여정과 함께 세밀하지만 정답게 묘사된 제주도의 풍광을 눈에 담을 수 있습니다. 테왁[1]과 망사리[2]를 들고 해안가의 검은 돌 위를 걷는 해녀들의 모습과 옥상에 한치를 널어놓은 제주 해안가의 집들, 당산봉 아래 초록 들판과 제주 보리 밭, 제주 야자수가 심겨져 있는 고산 초등학교와 마을 풍경, 돌담이 둘려지고 지붕에 그물을 쳐 놓은 제주 옛집과 현대식 양옥집이 함께 어우러져 있는 한적한 마을, 너른 들판에 한가로이 풀을 뜯어먹는 말의 말들의 모습 등을 감상할 수 있지요. 또한 아이들의 대화를 통해 제주도의 특징적인 것들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제주도에 신석기 시대 마을이 있던 유적지가 있다는 것, 먼 옛날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웅덩이에 멧돼지들이 물을 먹으러 드나들며 큰 연못이 되었다는 낙천리 저갈물에 대한 정보, 마을 주민들이 힘을 모야 천 개쯤 되는 각양각색의 의자를 만들어 전시한 의자공원, 귤나무에 봄에는 하얀 꽃이 피고 가을에는 주황색 귤이 달려 아름다운 제주의 경치를 완성한다는 것, 제주도 땅은 물이 잘 빠져서 물을 가둘 수가 없기 때문에 논이 귀해서 벼도 밭에 기른다는 것 등을 두 주인공 아이들의 대화를 통해 알 수 있지요. 


이제 두 아이는 목적지인 저지 오름에 도착하여 엄마들이 숨겨놓은 보물을 찾습니다. 보물은 두 아이들의 추억이 담긴 물건들이었습니다. 무사히 여행을 마친 아이들은 전망대에 올라 봉긋 솟은 오름과 푸른 바다, 그리고 노을 진 하늘을 바라봅니다. 책을 다 읽고 나자 저희 아이들은 자신들도 직접 발로 걸어서 제주도의 곳곳을 돌아보며 아름다운 제주를 눈으로 담겠다고 선언합니다. 책 뒤편에 ‘보리가 찾은 제주도의 특별한 보물’이라고 해서 이 책에 나온 제주도의 특징적인 것들에 대한 설명이 실려 있습니다. 바람과 풍력발전기, 해녀, 돌담, 제주 옛집, 정낭, 한라산과 오름, 감귤, 제주마, 신석기 초기 유적, 용천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 장에는 주인공 아이들이 걸어서 여행한 지도가 펼쳐집니다. 이를 보고 저희 아이들은 도전을 받습니다. 여행은 엄마 아빠가 정한 일정을 그저 따라다니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지요. 책을 보고 가고 싶은 곳을 선정해 부모님께 여행 스케쥴을 제안할 수도 있고, 목적지에 가기 위해 지도를 이용하면 더 재미있는 여행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즉, 자신들이 직접 참여하고 계획하는 여행을 하고 싶어진 것입니다.



우리는 여행을 하기 전 많은 자료를 참고하여 계획을 세웁니다. 때론 계획 없이 훌쩍 떠나는 여행도 좋겠지만, 정해진 시간 안에 많은 경험을 하려면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꼼꼼하게 계획을 세워야 할 때도 있습니다. 저는 이번에 가족여행이 아이들에게 ‘목적과 목표에 맞게 계획을 세우는 법’을 가르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엇인가 내가 해야할 일을 스스로 계획하는 것은 어느 정도 스트레스가 따르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여행은 즐겁고 설레는 일이기에 일정을 계획하는 시간도 너무 재미있지요. 이때 우리는 우리에게 정보를 주는 매체를 선정하는 일에도 고민을 해야합니다. 어떤 매체를 통해, 어떤 정보를 제공받느냐에 따라 우리의 계획과 선택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지인의 추천도 좋고, 영상에서 소개되는 다양한 정보도 좋지만, 때로는 글과 그림으로 우리에게 다각적인 시각을 제공해주는 정보 그림책을 활용해보는 것 어떨까요? 필요한 정보를 글과 그림으로 제공 받으니 이해하기도 쉽고, 심미적으로 아름다운 그림이 우리가 여행길에 보게 될 멋진 풍광을 미리 경험하게 해줄 것 입니다.



(1) 해녀가 바다 위에서 몸을 의지하는 것을 쓰이며 헤엄쳐 이동할 때 사용하는 물건 
(2) 해녀들이 잡은 해산물들을 넣어두는 그물망        




강다혜 | 성균관대학원 아동청소년학과 박사과정 수료

시와 글을 쓰며 책을 좋아하던 저는 국문학을 전공하길 원했습니다. 그래서 총신대 유아교육학과에 입학하였을 때 한편으로는 좌절했지만,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하나님이 내가 제일 잘 하는 곳으로 나를 이끄셨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대학 4년을 보내면서 제가 깨달은 것은 역시 하나님이 나보다 나를 더 잘 아신다는 것이었습니다. 유아교육의 분야 중에서도 유아문학이 또 그 중에서 그림책이 저에게 가장 즐거웠고 또 적성에 맞았기 때문입니다. 그 후로 성균관대학교 아동청소년학과에 입학해 현은자 교수님 밑에서 박사과정을 마쳤습니다. 지금은 4명의 자녀와 함께 공기 좋고 초목이 푸르른 경상남도 합천에서 끝나지 않는 집안일과 육아로 정신없이 살고 있습니다. 앞으로 그림책 속 세계관을 연구하여 다음 세대에 진심으로 추천해줄 수 있는 좋은 그림책을 발견하고 소개하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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