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층 큰 나무 아파트』 함께 사는 즐거움

2022-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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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층 큰 나무 아파트』  함께 사는 즐거움





작년 저는 개인적인 궁금증으로 인해 ‘아파트 층간 소음’과 관련된 그림책을 찾고 조사하고 있었습니다. ‘아파트’라는 키워드로 그림책을 찾던 중 부시카 에쓰코가 글을 쓰고 스에자키 사게키가 그림을 그린 『10층 큰 나무 아파트』 시리즈를 빌려왔습니다. 이 시리즈는 3권까지 출판이 되어 있는데 ‘동물 아파트의 사계절 이야기’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지요. 제가 도서관에서 그림책을 빌려오면 저희 집 둘째는 어떤 책인지 너무 궁금하다며 만사를 제쳐 놓고 그 책을 먼저 읽습니다. 이 시리즈의 3권 모두 당시 8살이던 저희 집 둘째가 저보다 먼저 읽었습니다. 그래서 “동물 아파트에서 무슨 일이 있대?”라고 물어보았지요. 저는 제목만 보고 이 책을 빌려왔기에, 대충 아파트에 살면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문제들을 다루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둘째는 “아파트에 살아서 너무 좋겠다.”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물었더니, “바로 위층 아래층에 이웃이나 친구가 살면 이 그림책처럼 자주 만나고 서로 돕고, 같이 놀면서 살 수 있으니까 너무 좋을 것 같아.”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그림책이 어떤 내용인지 물으니 신이 나서 그림책 내용을 이야기 해줍니다. 


그림책 표지를 보면 두더지가 큰 나무 아파트 현관에서 하늘을 보고 있지요. 나무 그루터기에는 ‘빈방 있습니다!’라는 종이가 붙어 있습니다. 책 장을 넘기면 표제지에 빗자루를 들고 지하에서 1층으로 올라가던 두더지가 그 다음 장에서는 마당을 쓸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두더지는 ‘큰 나무 아파트’ 관리인 두리였습니다. 그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나뭇잎이 현관 앞에 흩어져있는 것을 보고 바로 집에서 빗자루를 들고 나와 현관을 쓸고 있습니다. 이 아파트는 바람과 햇살에 안겨, 들판에 삐죽 솟아 있는 10층짜리 아파트입니다. 이곳에 누가 살고 있을까요? 1층에는 젊은 여우 음악가가 삽니다. 성격이 까다롭지만 아침저녁으로 아름다운 바이올린 연주를 들려주지요. 2층과 3층에는 친구 사이인 토끼 간호사들이 살고 4층에는 원숭이 목수가 삽니다. 5층과 6층은 테라스가 딸린 다람쥐 레스토랑 ‘호두네’이고 7층과 8층은 아직 비어 있지요. 9층에는 올빼미 할아버지가, 10층에는 하늘다람쥐가 오래전부터 살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빈 방을 보고 싶다며 어치(1)가 찾아옵니다. 이 어치는 신중히 고민을 하다가 넓은 7층에서 살기로 결정하지요. 어치가 이사하는 날 두리와 원숭이는 이삿짐 나르는 것을 도와줍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치에게 각시가 생기지요. 큰 나무 아파트에 사는 동물들은 마당에서 성대한 파티를 열었습니다. 어치 각시에게는 꽃다발을 안겨주고 여우는 바이올린을 연주해주며 다람쥐들은 케이크와 차를 준비해주었지요. 


그런데 또 얼마 뒤 어치의 각시가 알을 4개나 낳았습니다. 또 큰 나무 아파트 식구들은 모두들 기뻐하며 축하하러 가지요. 조그마한 알 4개가 지푸라기가 요람에 가만히 놓여 있는 모습을 보며 어치 부부를 축하하는 모습이 따뜻한 색감으로 정겹게 표현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뱀이 어치 부부의 알을 노리고 찾아와 8층의 빈방에 살겠다고 합니다. 두리와 다람쥐는 순간 기지를 발휘해 벽에 물을 뿌려 이 방은 비가 많이 샌다고 설명하지요. 다행히 뱀은 화를 내며 돌아갔고 어치의 아기들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어치의 알들이 깨어났습니다. 아침부터 아기들이 재잘거리는 소리가 큰 나무 아파트에 가득하지만 까다로운 여우조차 투덜대지 않지요. 오히려 5층 레스토랑 ‘호두네’에 모여 엄마 아빠가 되어 정신이 없는 어치 부부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즐거워합니다.


저희 가족은 합천이라는 작은 지방도시에서도 읍에서 한참 벗어난 곳에 삽니다. 저희 면에 초등학교가 3곳이 있었는데, 각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수가 계속 줄어 3년 전에 세 학교를 통폐합했지요. 그런데도 전교생의 인원이 100명이 되지 않는답니다. 한 학년의 아이들은 평균 10명이고 졸업할 때까지 절대 반이 바뀌는 일이 없지요. 학년마다 반이 딱 1개씩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각자 사는 곳이 많이 떨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스쿨버스조차 못 올라가는 곳에 사는 아이들은 개인 택시를 계약해서 등 하교를 합니다. 그렇다 보니 저희 집 아이들은 친구는 학교를 가야 만날 수 있답니다. 저는 어릴 때 수도권 내의 도시에 있는 아파트 단지에 살았는데, 그 아파트에는 제 또래의 아이들이 정말 많이 살았습니다. 그래서 놀이터는 항상 북적거렸고, 아침에 학교를 갈 때는 현관문을 닫자마자 친구들을 만나 함께 이야기하며 등교를 했지요. 그런데 저희 집 아이들은 친구네 집에 놀러가려면 승용차를 타고 20분은 가야 합니다. 그 정도 거리면 그나마 가까운 곳에 사는 친구입니다. 그렇기에 마음대로 친구와 약속을 잡고 놀지 못합니다. 그래서 지난 몇 년 코로나로 등교가 멈췄을 때는 친구들을 만날 수 없었습니다. 그런 저희 아이들에게 도시의 아파트는 제 또래의 친구들이 가까이 살아서 너무 좋은 곳입니다. 언제든지 집 앞 놀이터만 나가면 친구들이 있고, 몇 걸음만 걸으면 같은 단지나 옆 단지에 친구가 살고 있으니 너무 좋겠다는 것이지요. 그러니 이 책을 덮고 우리 아이들이 처음 한 말은 “아파트에 살아서 좋겠다.”였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책꽂이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아침을 먹으며 읽던 저희 아이들에게 왜 이 책이 좋은지 물어봤습니다. 이와이 도시오의 『100층짜리 집』 시리즈를 좋아하는 둘째는 이 책도 층마다 각기 다른 동물들이 사는데 그 동물들이 서로 어울려서 사는 모습이 너무 좋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저희 집 마당에 큰 나무 하나를 가리키며 “저 나무에도 이 나무처럼 동물들 아파트잖아.”라고 말합니다. 사실 얼마 전 집 마당에서 두더지 굴을 발견했습니다. 이를 본 어른들은 잔디밭이 망가졌다며 걱정했는데, 아이들은 두더지가 저희 집에 살고 있다는 사실에 흥분했지요. 두더지를 실제로 보고 싶어 두더지 굴에 모여 나와보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답니다. 그래서 저희 아이들은 저희 집 마당의 큰 나무를 종종 기웃 거립니다. 그 나무에 위쪽에는 작년 가을에 어느 새들이 만들어 놓은 새 둥지가 아직 그대로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곤충들이 이미 그 곳에 살고 있는데 이제 두더지까지 살고 있으니, 그 나무는 이 책에 나온 큰 나무처럼 아파트가 되었다는 것이지요. 그러면서 아파트가 된 그 나무를 그림으로 그리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첫째는 동생들과 조금 다른 생각을 전합니다. 몇 년 전 사회 시간에 ‘도시’지역의 특성과 장단점 등을 배웠는데 이 책 주민들은 ‘층간 소음’ 같은 거는 신경 쓰지 않고 사이좋게 잘 지내는 모습이 좋았다고 합니다. 처음에 그 문제로 책을 찾다가 이 그림책을 발견한 저는 첫째의 말이 반갑습니다. 그래서 좀 더 아이의 생각을 물어보았습니다. 자신은 도시에 대해 배울 때, 도시는 이웃들이 가까이 사는데 서로 친하지 않고 잘 알고 지내지 않는다는 것이 좀 이해가 안 갔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사람이 너무 많이 살기 때문에 서로 다 알지는 못하겠다”라고 납득 했답니다. 그런데 아파트나 빌라처럼 다세대 주택은 층간 소음의 문제가 심각해서 서로 싸우고 화내며 급기야는 무서운 범죄까지도 일어난다는 것을 배웠답니다. 당시 담임 선생님께서 아파트에 사셨는데,  “정말 조심조심 다녀도 다른 집에서 다 들려. 그래서 어쩔 수가 없어.”라고 하셨답니다. 저희 동네의 아이들은 대부분 층간 소음과는 거리가 먼 주택에서 생활합니다. 저희 집만 해도 동네에서 다소 떨어진 곳에 지어진 단독주택에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 밤 중에도 피아노나 바이올린 등 시끄러운 악기를 마음껏 연주하며, 큰 소리로 노래 부르고 신나게 뛰어놀며 삽니다. 그렇기에 당시 수업시간이 ‘다세대 주택의 층간 소음’ 문제로 토론을 해야 했는데, 대부분의 아이들이 층간 소음을 경험하지 못한 아이들이라 관련 영상만 많이 보았다고 합니다. 그 뒤 아이들이 내놓은 대안은 ‘그래도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고 살아야 한다’였습니다. 

층간 소음도 잘 알지 못하는 당시 초등학교 3~4학년 아이들이 내 놓은 대안은 정말 ‘몰라서 하는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그림책과 이러한 아이들의 대답은 우리에게 무언가 시사점을 주는 것 같습니다. 최근 아파트에 사는 지인과 통화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분은 앞 집에 코로나 자가격리 키트가 택배로 놓여 있는 것을 보고 엘리베이터에 타는 것도 두려웠던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기독교인이었던 제 지인은 이웃을 전도하고 싶어 계속 기도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살았는데, 순간 이웃을 두려워하고 경계하려고 했던 자기 자신에게 너무 실망스러워 많이 자책했다는 것입니다. 저희 동네도 이와 비슷합니다. 너무 작은 동네라 확진자가 발생하면 두어 시간 후 그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있습니다. 시골은 옆 집 숟가락 개수도 서로 다 안다고 하지요. 서로의 가족 및 사회관계도 다 알고 있기에 어떤 일이 발생하면 너무나 쉽게 소문이 납니다. 서로가 서로를 경계하며 생활하는 모습에 다들 안타까우면서도, 확진 된 이웃을 섣불리 도와주지 못하는 상황에 정 많은 시골사람들도 힘든 시간을 보냈답니다. 

그런데 이 그림책 작가들은 2권과 3권에서도 큰 나무 아파트만큼 살기 좋은 집은 없다고 일관되게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2).  왜냐하면 바람이 살랑 불고 따스한 햇살을 머금은 곳에 지어진 아파트의 위치도 좋지만, 서로 배려하고 무슨 일이 생기면 모두 나서서 일을 해결하는 주민들이 살기 때문이지요. 그곳에 사는 동물들은 가장 큰 행복이 다른 이들과 더불어 사는 기쁨임을 알고 있기에 서로를 배려합니다. 독자는 책 마지막 장 작가의 말을 통해 그들의 생각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책의 작가들은 사회를 밝게 만드는 것은 대가를 바라지 않는 따뜻한 마음이며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애쓰는 마음이야 말로 우리의 마음을 행복하게 한다고 전합니다. 좋은 환경은 한 사람 한 사람 마음에 달려있기 때문이지요.

따스한 햇빛은 나무의 잎을 푸르게 하고 꽃을 피우며 하나님이 정해주신 이치와 순리대로 세상을 아름답게 가꾸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사회도 이렇게 함께 사는 아름다움을 나타냈으면 좋겠습니다. 이웃과 소통 없이 혼자 사는 삶이란 결국 외롭고 쓸쓸하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지요. 사람은 함께 모여 있어야 아름다움을 실현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이들과 이 그림책을 읽으며 함께 사는 즐거움과 이를 위해 우리가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생각해는 시간이 가져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1) 참새목 까마귀과의 조류

(2) 2권은 비어있는 8층에 새로운 이웃인 수영 코치 개구리가 이사 오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처음에는 9층과 7층에 자신의 연적과도 같은 새들이 산다는 말을 듣고 이사 오기를 거부하지만, 집을 둘러보다 실수로 다친 자신에게 토끼 간호사들이 치료해주고, 여우가 바이올린 연주로 심신을 위로하고, 7층의 어치 새끼들이 문병 와서 자신을 즐겁게 해주는 것을 경험하고 생각을바꾸지요. 이사 오겠다고 결심한 개구리에게 목수인 원숭이는 개구리가 살 수 있는 환경으로 8층은 새로 꾸며줍니다. 개구리는 이 곳에서 다른 이들과 더불어 사는 기쁨을 깨닫게 됩니다. 3권은 큰 나무 아파트에 겨울이 왔지만 추운 겨울을 다정한 이웃들과 함께 이겨내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집 밖으로 나오기 힘들만큼 추운 겨울이지만 큰 나무 아파트 식구들은 서로에 대한 배려의 마음으로 따뜻한 겨울을 보냅니다. 관리인 두리는 어치 새끼들을 위해 눈사람을 만들어주고, 원숭이는 눈길을 걸어 출근해야 하는 토끼 간호사들을 위해 스키를 만들어 주지요. 5층 다람쥐는 추위를 녹일 수 있는 따뜻한 스프를 이웃들에게 건냅니다.



  • 10층 큰 나무 아파트 
  • 그림작가 스에자키 시게키
  • 글작가 부시카 에츠코 
  • 번역 김정화
  • 페이지 36 쪽
  • 출판사 미래엔아이세움
  • 발행일 2018-08-05

  • 10층 큰 나무 아파트로 이사 가요 
  • 그림작가 스에자키 시게키
  • 글작가 부시카 에츠코 
  • 번역 김정화
  • 페이지 36 쪽
  • 출판사 미래엔아이세움
  • 발행일 2019-01-25

  • 10층 큰 나무 아파트에 겨울이 왔어요
  • 그림작가 스에자키 시게키
  • 글작가 부시카 에츠코 
  • 번역 김정화
  • 페이지 36 쪽
  • 출판사 미래엔아이세움
  • 발행일 2020-01-16


강다혜 성균관대학원 아동청소년학과 박사과정 수료

시와 글을 쓰며 책을 좋아하던 저는 국문학을 전공하길 원했습니다. 그래서 총신대 유아교육학과에 입학하였을 때 한편으로는 좌절했지만,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하나님이 내가 제일 잘 하는 곳으로 나를 이끄셨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대학 4년을 보내면서 제가 깨달은 것은 역시 하나님이 나보다 나를 더 잘 아신다는 것이었습니다. 유아교육의 분야 중에서도 유아문학이 또 그 중에서 그림책이 저에게 가장 즐거웠고 또 적성에 맞았기 때문입니다. 그 후로 성균관대학교 아동청소년학과에 입학해 현은자 교수님 밑에서 박사과정을 마쳤습니다. 지금은 4명의 자녀와 함께 공기 좋고 초목이 푸르른 경상남도 합천에서 끝나지 않는 집안일과 육아로 정신없이 살고 있습니다. 앞으로 그림책 속 세계관을 연구하여 다음 세대에 진심으로 추천해줄 수 있는 좋은 그림책을 발견하고 소개하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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