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신간 그림책
『작은 조각 페체티노』로 보는 건강한 자존감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주변을 탐색하는 어린이는 자연스럽게 주변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나’는 어떤 사람인지 개념을 형성해 나갑니다. 그 과정에서 친구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과 자신 의 모습을 비교하며 자신이 상대적으로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에 대해 알게 되고, 자연스럽게 우 월감, 열등감 등을 느낍니다. 비록 그 감정이 어떤 것인지 스스로 인지하거나 설명하기 어려울지 라도 어린이는 날마다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다양한 감정을 느끼며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 가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과 이를 통해 형성되는 자신에 대한 인식은 어린 이가 잘 자라는 데에 모두 필요합니다. 그러나 더 나아가 중요한 것은 이 과정을 통해 어린이가 자기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자아존중감을 잘 기르도록 하는 것이라는 점에는 모두가 동의할 것 입니다. 자기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다른 사람도 소중히 여기고, 적극적인 태도로 삶을 살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어린이가 가져야 하는 자아존중감의 출발은 어디일까요? 이는 자신의 존재의 근원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에서 출발합니다. 나를 창조하신 하나님에 대한 깊은 자각, 죄인인 나를 구원 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에 대한 감사, 이로 인해 하나님의 자녀가 된 자신에 대한 인식이 없 다면 ‘나는 나’이기 때문에, ‘나는 나로서 소중하다’는 자기 인식과 자아 존중은 모래 위에 세운 집과 같습니다. 자신의 존재에 대한 근원적 해답이 없기 때문에, 당장은 그럴싸해 보여도 결국 헛되고 헛된 것이 되고 맙니다. 따라서 나를 만드시고 구원하신 하나님에 대해 어린이에게 이야 기해 주는 것이 어린이의 건강한 자존감 형성의 첫걸음입니다.
여기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나서는 작은 조각이 있습니다. 페체티노입니 다. 페체티노는 이탈리아어로 작은 조각을 뜻합니다. 첫장을 넘기면 페체티노가 사는 세상이 나 옵니다. 무채색의 돌과 땅 모양으로 된 페체티노가 사는 세상은 다채롭고 풍요로운 땅의 모습과 는 거리가 있어 보이지요? 그리고 이 세상 위에 작은 조각 페체티노가 홀로 서 있습니다. 어쩐지 페체티노가 외로워 보입니다. 페체티노는 자신은 누군가의 작은 조각일 뿐이라고 믿으며 그 ‘누 군가’를 찾아 나섭니다. 그리고 여러 친구들을 만나지요. 페체티노는 친구들에게 자신이 그들의 작은 조각이냐고 묻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친구들의 대답은 비슷합니다.
“나한테 한 조각이 모자란다면, 내가 어떻게 (이런 모습일 수) 있겠니?”
화려한 모습의 친구들 옆에 어쩐지 초라해 보이는 페체티노. 친구들의 말과 페체티노의 사이에 서 미(美)적, 언어적 대비감이 더욱 극적으로 느껴집니다. 그러나 페체티노는 부족함 없이 멋져 보이는 친구들의 일부가 아니었습니다. 페체티노는 ‘쿵쾅 섬’에 가 보라는 지혜로운 이의 말에 따라 거친 바다를 건너 조약돌로 가득한 쿵쾅섬으로 향합니 다. 이미 지쳐 있던 페체티노는 넘어져서 구르다 산산조각이 납니다. 그리고 깨닫습니다. 자기 자신도 작은 조각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 작은 조각이라는 뜻의 페체티노는 그 자체로 수많은 작은 조각으로 이루어진 작은 조각이었던 것입니다. 오롯한 개인으로서의 자기 자신을 알게 된 페체티노의 행복한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작은 조각 페체티노의 모습은 색종이 조각 같기도, 자투리 천 같기도 합니다. 형형색색 화려한 모습을 자랑하는 친구들도 색종이 조각과 자투리 천을 이어 붙여 만든듯합니다. 어린이의 호기심 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한 매력적인 모습입니다. 저는 이러한 페체티노와 친구들을 보면서 ‘책 속 세계에서 페체티노와 친구들은 누가 만들었지?’하는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배경이 되는 들의 모 습과는 친구들의 모양에서 이질감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페체티노와 친구들은 책 속 세상에서 우 연히 발생한 것이라고는 보기 힘듭니다. 누군가 페체티노를 만들고 그림책 속 세상에 존재하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가는 페체티노는 거친 바다를 건너고 마침내 스스로 부서집니다.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개인에 대한 작가의 철학적인 통 찰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리고 자기 자신이 철저히 부서졌을 때, 페체티노는 자신이 누 구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작은 조각 페체티노는 스스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다른 이들에 비해 초라해 보이고 작아 보이지만 그 역시 하나님이 만드신 모습입니다. 《작은 조각 페체티노》를 아 이와 함께 읽으며 페체티노의 모습을 통해 나는 어떻게 만들어졌을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를 이야기 나누며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활동을 하며 소중한 우리 아이는 하나님이 만드셨고,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 주셨고, 예수님을 믿는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음을 이야기해 주세요. 작은 조각처럼 보이는 우리도, 엄마도, 아빠도, 우리 아이도 하나님께 서 머리카락까지 다 세고 계십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나는 나다!’에서 더 나아가 나는 하나님의 자녀이다, 그러므로 나는 소중하다, 하나님의 자녀답게 살아야 한다는 거룩하고 바른 자아존중감 을 가지고 거친 바다와 같은 세상을 씩씩하게 항해해 나갈 수 있습니다.
고진슬 | 성균관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보육학 석사과정 초등학교 1학년 새봄, 집에서 재미있게 읽은 책을 가져오라는 선생님의 말에 집에서 어머니와 함께 읽던 <슬기로운 다섯 처녀> 그림책을 학교에 가져가서 소개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유아교육을 전공한 뒤 현장에서 교사로 지내다 유아를 대상으로 유익하고 재미있는 독서논술 활동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
직업을 통해 삶을 선물하는 『바닷가 마을의 제빵사』
영국 서퍽주의 바닷가 마을이 고향인 작가는 마을의 제빵사였던 할아버지를 기억하며 그녀의 첫 번째 그림책을 만들었습니다. 작가의 할아버지는 100년 넘게 어업으로 번성하던 마을에서 어부가 되지 못한 것에 종종 미안해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그토록 아름다운 마음을 간직하셨던 할아버지에게 바치는 손녀의 헌사입니다. 백여 년 전 영국 바닷가 마을의 분위기를 부드러운 모노톤으로 그려 내었는데 할아버지에 대한 깊은 존경과 자부심이 유산처럼 이어져 내면에 새겨졌기에 그녀가 전해주는 소박한 그림과 이야기는 깊은 감동을 주는 힘이 있습니다.
굽이굽이 마을을 지나고 언덕을 지나 마침내 땅과 바다가 만나는 바닷가 마을에 이릅니다. 이 바닷가 마을에는 생선가게도 있고, 대장간, 정육점, 빵집, 모퉁이 카페와 작은 가게 등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라면 꼭 필요한 상점들이 골목을 이루고 있습니다. 바닷가에서는 모두가 열심히 일합니다. 돛 기술자는 돛을 만들고 배 기술자는 배를, 그물 기술자는 그물을, 밧줄 기술자는 밧줄을, 통 기술자는 통을 만들고 스코틀랜드 일꾼들이 물고기를 통에 넣고 소금에 절입니다.
해가 산등성이 너머로 기울어지고 어부들이 바다에서 부지런히 물고기를 잡는 동안 마을은 파도 소리를 자장가 삼아 깊은 잠에 빠져듭니다. 주인공 소년은 잠들기 전에 침대에 걸터 앉아 모든 바닷가 마을 사람들을 위해 거센 파도와 폭풍우를 이겨 내는 어부들을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른이 되면 어부가 될 것이라 막연히 생각합니다. 소년에게 있어 어부는 가장 용감하고 멋진 직업입니다. 소년의 아버지는 어부가 아닙니다. 바닷가 마을의 제빵사인 아버지는 매일 해가 뜨기 전에, 배들이 돌아오기 전에 고소한 빵 냄새로 마을의 하루를 엽니다. 아버지는 모퉁이 카페에 보낼 식빵을 굽고, 굳센 스코틀랜드 일꾼들을 위해 따끈따끈한 번도 한 아름 배달합니다. 그리고 용감한 어부들이 바다에서 먹을 비스킷도 몇 상자씩 팔지요. 소년은 문득 아빠는 왜 멋진 어부가 되지 않고 제빵사가 되었는지 궁금해집니다.
“아빠는 바다에 나가 본 적 있어요?”
“그럼, 아빠가 젊었을 때였지. 한 번 나가 보고, 또 한 번 도전해 봤는데 나한테 안 맞는다는 걸 알았단다. 그래서 제빵사가 되었지. 아들아, 이게 내 꿈이었거든. 식빵과 번이 없다고 상상해 보렴. 그리고 따끈한 수프나 차와 함께 먹을 비스킷이 없다면 밤새 고기를 잡는 어부들은 어떻게 하지? 너무 춥고 배고파서 고기를 잡지 못할 거야. 위험한 바다 한가운데에서 말이야.”
아버지는 제빵사로서의 기쁨과 자부심을 아들이 이해할 수 있는 말로 설명해 줍니다. 소년은 어부와 제빵사와 돛, 배, 그물, 통 기술자들이 각자의 역할에서 최선을 다할 때 어업이 번성하고 서로서로의 삶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을 이해하게 됩니다.
배가 안전하게 마을로 돌아오면 항구엔 생기가 돌기 시작합니다. 아침 해가 높이 떠오르면 지친 어부가 빵집에 들립니다. 어부와 아빠는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를 나누고, 말없이 싱싱한 생선을 건네주는 어부의 눈은 고맙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소년은 아빠가 자랑스럽습니다. 아빠가 새벽부터 부지런히 만들어내는 식빵과 번 그리고 비스킷이 없으면 마을 사람들은 지금처럼 살아갈 수 없을 것입니다. 소년은 어른이 되면 아빠처럼 바닷가 마을의 제빵사가 될 거라 다짐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다짐을 합니다.
바닷가 마을에서 모두가 열심히 일해요. 나도 그렇게 할 거고요.
소년은 그렇게 아름답고 선하게 자라서 멋진 제빵사가 되었을 것입니다. 백여 년 전 바닷가 마을 사람들의 삶은 현대인의 일상과 많이 달랐을 것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누군가가 수고하여 전해주는 선물들로 인하여 오늘날도 우리의 하루하루가 풍성하게 채워집니다. 참으로 신기하게도 모든 직업은 필요에 의해 창조되고 사라집니다. 이 세상에 필요 없고 가치 없는 직업은 없습니다. 내가 부지런히 일하고 수고함으로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가치를 선물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큰 보람일 것입니다. 우리의 일이 사회에 꼭 필요한 유익을 주는 일이 되어 하나님께서 부르신 각자의 직업을 통해 아름답고, 선하고, 거짓없고 진실된 사회를 가꾸어 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임해영 | 그림책박물관 운영 일러스트레이터들을 위한 산그림 (picturebook-illust.com)을 운영하고 있으며, 다음세대에게 아름다운 그림책을 전하기 위하여 그림책을 역사적으로 정리하는 그림책박물관 (picturebook-museum.com)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
사랑과 정성을 선물합니다 『특별 주문 케이크』
특별 주문 케이크를 만들어드립니다. 밝은 민트색 칼라의 표지에 레트로 감성이 물씬 풍기는 유리케이스 안으로 하얀 앞치마를 두른 비둘기 할머니께서 한 아름 꽃을 들고 어디론가 향합니다. 예쁜 것 좋아하는 소녀 감성의 중년 아줌마를 마구 들뜨게 하는 표지 그림입니다. 아름다운 색과 그림의 조화를 화면이 아니라 실물 그림책으로 직접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비둘기 할머니의 케이크 만드는 솜씨는 숲속에 소문이 나 있습니다. 케이크를 선물받을 사람에게 꼭 알맞는 맛있고도 멋진 케이크를 만들기 위해 언제나 고민하며 연구를 거듭하시는 존경스러운 비둘기 할머니이십니다.
할머니의 달력을 보면 주문 스케줄로 빼곡합니다. 이번 주가 가장 바쁜 한주입니다. 월요일은 얼마 전 새로 이사 온 생쥐네 막내 생일을 위해 곰 아저씨가 주문한 케이크입니다. 생쥐가 좋아하는 치즈를 듬뿍 넣어 생쥐네 집을 꼭 닮은 케이크가 완성되었습니다. 호숫가를 산책하며 종종 본 생쥐의 집을 기억하며 자세한 스케치를 거듭하여 아름다운 케이크가 완성되었습니다. 케이크와 함께 곰 아저씨의 편지가 눈길을 끕니다. 너무 글씨가 작아 돋보기라도 써야 할 듯하지만 글씨는 또박또박 읽기 좋게 적혀 있습니다. 곰 아저씨는 예쁜 카드를 통해 시끄럽다고 화를 냈던 것을 사과합니다. 케이크를 맛있게 먹던 생쥐들은 결심을 하지요. 곰 아저씨 집 앞에서는 조금 조용히 놀기로요. 이렇게 아름다운 케이크와 함께 도착한 사과의 편지를 받으면 누구든지 마음이 저절로 녹아질 것 같습니다.
화요일엔 토끼 소년이 사랑하는 토끼 소녀에게 고백을 하기 위해 주문한 케이크를 만듭니다. 토기 소년은 딸기와 토끼풀로 장식된 분홍색 아름다운 케이크를 토끼 소녀의 문 앞에 두었습니다. 누군가의 사랑 고백 편지를 엿보는 느낌으로 편지를 읽어보게 됩니다. 이렇게 손 편지를 써본적이 얼마나 오래되었는지요. 그림 한켠에 놓인 편지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아날로그 감성이 살아나는 것 같습니다. 돌아오는 결혼 기념일은 손편지로 마음을 전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수요일엔 달팽이 친구들을 위해 목요일엔 다람쥐와 족제비 부부의 결혼 1주년을 위해 케이크를 만듭니다. 비둘기 할머니는 밤마다 사연을 생각하며 어떤 재료로 어떤 모양의 케이크를 만들지 생각하고 또 생각합니다. 티포트와 찻잔 그리고 아기자기한 예쁜 소품들을 감상하는 재미가 넘치는 그림책입니다. 케이크를 만드는 레시피도 살짝 공개하며 다음 장에 완성되어 오픈될 케이크에 대한 기대감으로 설렙니다. 그리고 마침내 다음 장을 넘겼을 때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놀랍고 기발한 예쁜 케이크를 보며 눈과 마음이 즐거워집니다.
금요일엔 고양이 남매의 어버이날 케이크를 만듭니다. 주문 내용이 ‘엄청 맛있고 엄청 멋있는 케이크’이네요. 과연 어떤 케이크가 완성될까요? 짜잔~~~ 고양이는 뭐니뭐니해도 생선이지요. 생선 머리가 올려진 케이크와 작은 생선을 통째로 넣은 젤리는 고양이에게 최고의 케이크일 것입니다. 토요일에는 레트리버 할아버지가 오랜 친구의 병문안을 위해 주문한 케이크입니다. 맛있으면서도 몸에 좋은 재료를 위해 창고를 뒤져 최고의 재료를 찾아냅니다. 고기를 다져서 둥글게 빚어 굽고, 북어 가루를 섞은 고구마 크림을 듬뿍 발라 당근과 시금치를 넣은 쿠키로 케이크를 감싸고 완두 콩을 달콤하게 졸여 얹습니다. 연어로 장미꽃 모양으로 돌돌 말고, 콩 크림을 입힌 뼈다귀를 올려 장식을 합니다. 정말 멋진 레시피입니다.
일요일은 휴식을 취합니다. 여러분의 최고의 휴식은 무엇인가요? 비둘기 할머니는 느긋하게 호숫가를 산책하고 좋아하는 이야기책을 읽으며 보내는 것이랍니다. 그런데 저녁 무렵 여유 있는 시간을 포기하시고 또 반죽을 시작하시네요. 외로운 친구를 저녁식사에 초대합니다. 비둘기 할머니와 올빼미 할머니는 밤이 깊도록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많은 시간을 아이들과 함께 보내며 이웃을 초대하기도 하고 초대받기도 하며 지냈는데 삶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코로나 기간 동안 새벽배송을 하며 장을 보다보니 장바구니 들고 쇼핑을 하는 것도 매우 고달픈 일이 되어 버렸고, 밀키트로 음식을 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물리적인 환경보다 마음의 문제인 것을 느끼게 됩니다. 이 그림책을 읽고나니 몸이 조금 수고스럽더라도 소박한 밥이라도 정성을 다하고 싶은 마음이 일어납니다. 조금 더 부엌과 친밀해지고 오랜만에 밀가루 반죽도 해보고 싶어집니다. 선물 받을 한 사람을 생각하며 정성껏 케이크를 만드시는 할머니의 마음과 솜씨에 감동을 받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에서 이와 같은 사랑과 여유를 전해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임해영 | 그림책박물관 운영 일러스트레이터들을 위한 산그림 (picturebook-illust.com)을 운영하고 있으며, 다음세대에게 아름다운 그림책을 전하기 위하여 그림책을 역사적으로 정리하는 그림책박물관 (picturebook-museum.com)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
두려움에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희망차고 아름다운 이야기
판화와 콜라주 기법으로 아름다운 그림과 이야기를 선보이며 전 세계 그림책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독일 작가 브리타 태켄트럽의 그림책 <엘라와 파도>를 소개합니다. 작년 4월에 출간되자마자 8월에 우리나라에 번역된 작품입니다. 그녀는 1993년부터 30여 년간 100여권의 그림책을 작업하며 조용히 자기만의 세계로 전 세계 독자들을 초대합니다. 2016년 볼로냐 라가치상을 수상한 이후 큰 사랑을 받으며 국내에 번역된 그림책만 39권입니다. 다른 작가의 글에 그림을 그리기도 하지만 대부분 글과 그림을 함께 작업하는데, 소외된 이웃에 대한 따뜻한 사랑과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와 가치를 밝고 건강한 감성으로 풀어내어 잔잔하면서도 깊은 감동을 줍니다. 그림책에 담긴 미학과 미덕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어지는 시대에 그녀의 작품은 시간이 흐를수록 빛을 발하는 것 같습니다. 그림의 표현도 탁월하고 유니크한 면이 있습니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집중하기 위해 인물과 배경을 단순화 하거나 과감히 생략하는 형태를 갖지만 겹겹이 레이어를 쌓은 듯한 깊이감 있고 세밀하게 표현된 색감은 들여다볼수록 아름답고 매력적입니다.
온통 하늘색으로 물든 표지는 노란색 돛을 단 작은 돛단배를 등에 싣고 가는 커다란 고래 한 마리가 꽉 채우고 있습니다. 고래는 정다운 표정으로 자기 등을 의지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아이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 아이는 자기의 배가 고래 등에 의지해 나아가고 있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하얀 새가 밝혀주는 불빛을 향해 손을 뻗치며 씩씩하게 나아가고 있습니다. 표지를 넘기면 돛단배의 노란색이 면지를 가득 채우고, 한 장을 더 넘기면 속표지처럼 다시 한번 제목과 돛단배가 등장합니다. 이번에는 아이가 배의 가장 앞에 서서 당당히 허리를 펴고 새를 따라갑니다. 바다 물결은 잔잔하고 해가 떴는지 반짝이고 있습니다. 또 한 장을 넘기니 이제야 진짜 표제지가 나옵니다. 이번에는 새가 보이지 않습니다. 돛단배에 가만히 앉아 바닥만 바라보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위태로워 보입니다. 하얀 새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왼쪽 면에 불빛을 밝히며 아이를 따라가고 있습니다.
바다의 가장 깊고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서 엘라는 어둠에 둘러싸여 홀로 작은 배를 타고 있습니다. 바람은 그쳤고, 바다는 고요합니다. 목적지를 잃은 돛은 내려져 있고 엘라는 갈 바를 알지 못하고 무심히 바다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물 밑에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나를 지나가야 한단다. 엘라.”
“어떻게? 나를 어디로 데려가려는 거야?”
“네가 스스로 알아 내렴”
어둡고 차가운 망망대해 거대한 바다에 홀로 떠있던 엘라는 일어서서 돛을 붙잡습니다. 그리고 돛을 펼칩니다. 이때 저 멀리 어디선가 작고 하얀 새 한 마리가 노란 불빛을 밝히며 다가옵니다. 걱정과 두려움으로 가득했던 엘라에게 불빛 하나를 건네주며 “내가 함께 할게. 넌 용기를 내기만 하면 돼"라고 말하며 앞서 날아갑니다. 바람이 쌩쌩, 작은 배에 불었습니다. 천둥 번개도 칩니다. 엘라는 산만한 파도 위로 아래로 떠밀렸습니다.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곳으로 나아갑니다. 온통 어둡기만 한 바다 위로 작은 돌고래들이 그 외로운 길을 함께 해줍니다. 엘라가 힘겹게 파도에 맞설 때 돌고래들은 파도 타는 법을 보여주며 이렇게 말합니다.
“파도를 막을 수는 없지만,
파도 타는 법을 배울 수는 있어.
이렇게 넘는 거야.
한 번에 하나씩.”
엘라가 돌고래에게 배운 지혜대로 파도를 하나씩 넘고 있을 때, 바다 깊은 곳에서부터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나를 지나갈 수 없을걸. 나는 거대하고 끝없이 캄캄하니까.” 깊은 바닷속에서 무언가 떠오르는 것이 보이자 엘라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습니다. 모든 것을 체념한 듯 아무 힘이 없어 보이는 엘라의 모습이 안쓰럽기만 합니다. 형체를 알 수 없이 몽글몽글 떠오르는 것이 무엇일까요? 그것은 수백 마리의 찬란한 빛을 품은 해파리들이었습니다. 해파리들이 바다 밑에서 환한 빛을 비추며 이렇게 말합니다.
“포기하지 마, 엘라. 우리가 길을 밝혀 줄게.”
형체도 실체도 없는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밀려올 때, 내 인생의 파도를 함께 넘어주는 그 빛. 그 빛을 당신은 가지고 있나요? 눈물이 나올 만큼 아름답고 소망 가득한 노래가 들리시나요? 엘라는 바로 그 빛을 품고 있었습니다. 엘라가 해파리들의 응원을 힘입어 나아가고 있을 때 커다란 고래가 나타나 이렇게 말합니다.
파도의 크기는 두려움의 크기와 같아.
지금은 너무 벅차 보이는 일도
지나고 나면 훨씬 작게 느껴질 거야.”
표지에서 보았던 장면이 펼쳐집니다. 고래는 든든한 등에 잠시 작은 돛단배를 태워 줍니다. 그리고 담담히 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바다는 어둡고 무서울 수도 있지만,
새로운 곳으로 이끌어 줄 수도 있어.
나는 오랫동안 바다에서 헤엄쳐서 알지.
네가 혼자가 아니라는 걸 말이야.
기다려 보면 알게 될 거야…”
구름이 걷히기 시작하고 고래는 언제 떠났는지 엘라 혼자 바다를 헤쳐 나아갑니다. 이제는 혼자서도 파도를 탈 수 있게 되었지요. 엘라는 일어서서 처음으로 앞을 바라봅니다. 처음 속표지에서 보았던 바로 그 당당한 엘라의 모습입니다. 어둡기만 하던 바다가 조금씩 푸른빛으로 물들어 갑니다. 그 다음 장을 펼치자~~ 세상에~~ 탄성이 나오며 잠시 숨을 멈춥니다. 바다는 작은 불빛을 단 돛단배들로 가득합니다. 저마다 암흑 속에서 파도와의 싸움을 이겨낸 수많은 아이들이 자기의 돛단배를 이끌고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한 명 한 명을 품에 안아주고 싶습니다. “잘했어. 수고했어. 너무 대견하다. 자랑스럽다. 우리 아이들~~””
고래는 알고 있었습니다. 엘라는 혼자가 아니었던 것을, 그리고 우리 모두는 같은 길을 가고 있습니다. 하늘은 개고 밝고 커다란 태양이 바다 한가운데 떠오릅니다. 모두 함께 새로운 땅으로 나아갑니다. 이미 도착한 아이들이 맞으러 달려나옵니다. 손에 손을 붙잡고 축하하며 기뻐합니다. 태양이 떠오르고 새 날이 시작합니다. 2023년 한 해를 시작하며 우리 모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새로운 길을 향합니다. 거대한 파도를 만나게 될 수도 있고, 도무지 잠잠해지지 않을 것 같은 폭풍우를 만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파도를 넘는 법을 배웠기에 새로운 파도도 견딜 수 있습니다. 너무 큰 파도가 밀려오나요? 그러나 위기가 기회이고, 고난이 축복임을 믿습니다.
파도가 밀려와도 은혜이고, 잠잠해져도 은혜임을 고백하며 나의 돛단배에 불을 밝히며 주어진 길을 갑니다. 우리를 붙잡는 모든 두려움을 이겨낼 힘을 주시고 지혜를 주실 분은 오직 아버지 하나님이심을 고백하며 눈앞의 파도와 상황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눈을 들어 오직 하나님만 바라보게 하여 주시옵소서.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 주께서 내 원수의 목전에서 내게 상을 차려 주시고 기름을 내 머리에 부으셨으니 내 잔이 넘치나이다. 내 평생에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반드시 나를 따르리니 내가 여호와의 집에 영원히 살리로다. (시편 23편 4~6절)
임해영 | 그림책박물관 운영 일러스트레이터들을 위한 산그림 (picturebook-illust.com)을 운영하고 있으며, 다음세대에게 아름다운 그림책을 전하기 위하여 그림책을 역사적으로 정리하는 그림책박물관 (picturebook-museum.com)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
『아빠와 차곡차곡』 차곡차곡 쌓아가는 오늘 하루
오래된 벽돌 건물을 유난히 좋아하고 건물을 지은 강한 손과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에 대해 공상하기를 좋아하는 작가가 한 가족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아빠 목에 목말을 탄 아이가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려 기뻐하고 있습니다. 아이는 <아빠와 차곡차곡> 무엇을 했을까요? 높다란 붉은 벽돌 건물, 창문이 클로즈업 되며 창문 너머로 단란한 가족의 모습이 보입니다. 시간은 오전 8시 30분, 등교하는 아이에게 엄마는 입술을 내밀어 키스해주고, 아빠는 커피 한 잔 마시며 출근 준비를 합니다. 간소한 살림살이지만 가지런히 놓인 주방도구와 벽을 장식한 액자, 창가의 예쁜 화분을 보니 질서 있게 집을 가꾸는 엄마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이 날도 아빠는 목말을 태워주며 아이의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립니다. 아이에게 아빠는 영웅입니다.
우리 아빠는 힘이 세요.
벽돌 쌓는 일을 하시거든요.
아빠 팔은 돌처럼 단단해요.
아빠는 도시를 짓는답니다.
아빠는 일터에서 벽돌을 하나씩 하나씩 차곡차곡, 아이는 학교에서 책을 한 권씩 한 권씩 차근차근 쌓아갑니다. 아이가 그린 그림을 보면 자기 이름이 ‘루이'인 것과 어떤 꿈을 꾸는지 알 수 있습니다. 강아지를 키우며, 엄마가 좋아하는 꽃을 키울 수 있는 정원이 있는 ‘우리 집’을 꿈꾸고 있습니다.
오늘 밤 나는 여기서 자요.
내가 꿈꿨던 바로 그 집에서요.
얼른 봄이 오면 좋겠어요.
여기서 엄마와 함께 꽃을 심을 거예요.
언제나처럼 하나씩 하나씩, 차곡차곡 말이죠.
네가 자기의 일에 성실한 사람을 보았느냐
이러한 사람은 왕 앞에 설 것이요
천한 자 앞에 서지 아니하리라 (잠 22:29)
- 아빠와 차곡차곡 (Brick by Brick )
- 그림작가 하이디 우드워드 셰필드( Heidi Woodward Sheffield )
- 글작가 하이디 우드워드 셰필드
- 번역 이현아
- 페이지 32 쪽
- 출판사 책연어린이
- 발행일 2022-07-11
임해영 | 그림책박물관 운영 일러스트레이터들을 위한 산그림 (picturebook-illust.com)을 운영하고 있으며, 다음세대에게 아름다운 그림책을 전하기 위하여 그림책을 역사적으로 정리하는 그림책박물관 (picturebook-museum.com)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
세상의 모든 형제를 응원합니다 !!
어린 남자아이가 종이를 오려 멋진 황금색 왕관을 만들어 쓰고 왕처럼 망토를 두르고 오른손에는 검을 들고 당당하게 나아갑니다. 어디로 향하는가 싶더니 아기 침대에 누워 잠들어 있는 동생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장면으로 이어집니다. 형은 아기 동생을 바라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칩니다. 어서 빨리 자라 둘이 함께 모험을 떠나는 꿈을 말이지요. 하지만 동생은 하루 종일 우유만 먹고 잠만 자고 있네요. 엄마는 동생이 더 클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작은 동생은 언제쯤 자라서 함께 세상 속으로 함께 모험을 떠날 수 있을까요? 형은 잠든 동생을 바라보며 이야기합니다
""네가 자라면, 함께 자전거를 타고 정글을 달릴 거야. 나무 위 뱀들도 보게 되겠지......"
시적인 글도 아름답지만 세상을 향해 탐험을 시작하는 두 형제의 모습이 판타지 속 풍경 안에서 섬세하게 펼쳐지는 그림이 환상적입니다. 형은 용감하게 앞으로 나아가고, 약간 서툴러서 귀여운 동생은 뒤에서 함께 합니다. 자전거를 타고 정글을 달리기도 하고, 동굴을 탐험하기도 하고, 조금 더 자라면 바닷가에 나뭇가지를 엮어 제법 그럴싸한 성을 짓고 적을 무찌르기도 합니다. 수많은 별이 반짝이는 밤 하늘 아래 둘이 힘을 합쳐 만든 나무 성 지붕 위에 침대를 만들고, 별빛 아래에서 형은 동생과 함께 망토를 뒤집어쓰고 나란히 앉아 용과 검이 나오는 이야기책을 읽어 줍니다.
그리고 동생이 그보다 더 자라면 함께 나무 배를 타고 넓은 바다로 모험을 떠납니다. 노를 한 쪽씩 나눠 쥐고 힘차게 바다 건너 고래가 커다랗게 물을 뿜고 빙하가 둥둥 떠있는 곳까지 멀리멀리 나아갑니다. 하얀 눈 위에 천막을 치고 모닥불을 피우며 두 형제는 밤새도록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다음 날에는 나무배를 타고 깊은 바다를 건너 수평선을 향해 멀리, 아주 멀리, 새로운 땅을 찾아 모험을 떠납니다. 폭풍이 몰려오는 검은 바다와 거친 파도를 만나 위기가 닥쳐오는 순간에도 우리는 서로를 지켜 줄 거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니 물에 빠진 사람은 당연히 동생일 거라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물에 빠진 형에게 손을 뻗어주는 동생의 모습이 보입니다. “내 손 잡아! 어서 잡아!” 감동적인 순간입니다.
모험을 시작했던 작고 어린 동생은 어느새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든든한 동반자로 성장해 있습니다. 가족의 소중함과 형제애의 위대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멋지고 위대한 일입니다. 두 형제는 인생을 살면서 그림책 못지않은 환상적인 여행과 롤러코스터와 같은 모험을 함께 하게 될 것입니다. 의견이 맞지 않아 티격태격하기도 하고, 서로 다른 성격을 이해하기 위해 적지 않은 감정의 파도를 겪기도 할 것입니다. 그러나 어떤 역경과 위기 속에서도 형제는 서로를 지지하고 믿어주며 같이 성장하고 의지할 수 있는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형제입니다. 다시 현실로 돌아오면 동생은 여전히 누워 있습니다. 하지만 형은 동생이 클 때까지 기다려 줄 수 있습니다. 형은 동생을 품에 안고 속삭이듯 이야기합니다.
"네가 자라면 말이야......"
형제를 키우는 부모님들은 두 형제의 모습이 더욱 애틋할 것 같습니다. 아들이 둘인 필자 역시 이 그림책을 읽으며 어떤 순간에도 서로의 손을 붙잡아 줄 두 아들의 모습을 소망하게 됩니다. 또 성인이 된 독자는 어느새 멀어진 형이나 동생이 생각날 수도 있습니다. 동생이 세 명이나 있는 저는 든든한 언니, 누나가 되어 주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동생에게는 퍼주고 양보해도 하나도 아깝지 않은 넉넉한 품이 있는 언니, 누나, 형이 되어주면 좋겠습니다. 어떤 순간에도 형에 대한 존경과 믿음과 신뢰를 잃지 않는 동생이 되어주면 좋겠습니다.
시적인 글도 아름답지만 세상의 탐험을 시작하는 두 형제의 모습들이 판타지 속 풍경 안에서 섬세하고 환상적으로 펼쳐집니다. 형은 용감하게 앞으로 나아가고, 약간 서툴러서 귀여운 동생은 뒤에서 함께 합니다. 자전거를 타고 정글을 달리고, 동굴을 탐험하고, 조금 더 자라면 바닷가에 함께 성을 쌓고 적을 무찌르기도 합니다. 수많은 별이 반짝이는 밤 하늘 아래 둘이 힘을 합쳐 만든 나무 침대 위에 나란히 앉아 용과 검이 나오는 이야기책을 읽습니다. 그리고 동생이 그보다 더 자라면 함께 나무 배를 타고 넓은 바다로 모험을 떠납니다. 노를 한 짝씩 나눠 쥐고 힘차게 바다 건너 고래가 커다랗게 물을 뿜고 빙하가 둥둥 뜬 곳까지 나아갑니다.
하얀 눈 위에 천막을 치고 모닥불을 피우며 두 형제는 밤새도록 이야기 꽃을 피웁니다. 검은 바다와 거친 파도를 만나 위기가 닥쳐오는 순간, 당연히 물에 빠진 사람은 동생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물에 빠진 형에게 손을 뻗어주는 동생의 모습이 보입니다. 감동적인 순간입니다. 모험을 함께 시작했던 작고 어린 동생은 형과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든든한 동반자로 성장해 있습니다. 가족의 소중함과 형제애의 위대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멋진 일입니다. 두 형제는 인생을 살면서 그림책 못지 않는 환상적인 여행과 롤러코스터와 같은 인생 모험을 함께 하게 될 것입니다. 성격이 다르고 의견이 맞지 않아 티격태격하기도 하겠지만 어떤 위험이 다가오고 위기가 닥쳐도 형제는 서로를 믿습니다. 같이 성장하고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형제입니다. 다시 현실로 돌아오면 동생은 여전히 누워 있습니다. 하지만 형은 동생이 클 때까지 기다려 줄 수 있습니다. 형은 동생을 품에 안고 속삭이듯 이야기합니다.
"네가 더 자라면 말이야 ......"
형제를 키우는 부모님들이나 특히 둘째 마저 아들이라고 실망하고 계시는 어머니들이 계시다면 이 책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아들들에게 가장 큰 선물을 선사하신 것을 너무나 축하드립니다.
임해영 | 그림책박물관 운영 일러스트레이터들을 위한 산그림 (picturebook-illust.com)을 운영하고 있으며, 다음세대에게 아름다운 그림책을 전하기 위하여 그림책을 역사적으로 정리하는 그림책박물관 (picturebook-museum.com)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
오늘도 용기를 내어봅니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편지였는지 한 소녀가 아파트 입구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돌아서서 편지 겉봉투를 소중히 들여다 보고 있습니다. 발신자를 보고 또 보며 흥분과 기대하는 마음이 햇살에 흩날리는 나뭇잎 사이사이로 전해지는 듯 합니다. 겨울 방학이 한 번 지나갔을 뿐인데 친했던 친구와 멀어졌습니다. 그런데 그 이유가 너무나 어이없습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겨울 방학이 지나고 친구와 마주쳤는데
어쩐지 어색해서 눈을 피하고 말았어.
정말 그뿐이었어.
한번 놓친 인사는 시간이 갈수록 하기 어려웠어.
그렇게 우리는 인사하지 않는 사이가 되고 말았어.
두 아이의 어색한 순간 포착을 얼마나 잘 표현하였는지 한 장의 그림으로 많은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친구와 어이없이 멀어지게 된 이와 똑같은 경험이 저에게도 있습니다. 작가에게도 이런 경험이 있었던 것이 분명합니다. 마치 저의 추억 속에 있던 시간을 끌어 올린 것처럼 그때의 알 수 없는 슬프고 안타까웠던 감정이 기억속에 피어 오릅니다. 그래서 어떻게 극복했을까? 안타까운 어른의 심정으로 돌아와 페이지를 넘깁니다.
친구가 내게 먼저 말 걸어 주기를 기다렸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
봄꽃이 환하게 필 때까지도 말이야.
커다란 창가에 앉아 어떻게 하지 못하는 사이에 시간은 자꾸만 흘러 갑니다. 홀로 걷는 빗길은 슬프지만 독자로 하여금 아름다운 용기의 시간을 응원하게 됩니다. 마침내 주인공 아이는 편지를 쓰기 시작합니다. 간절히 마음을 전하는 편지를 우체통에 넣고 모든 것을 신께 맡긴 듯이 강아지와 산책을 합니다. 친구는 답장을 줄까? 매일 기다리고 또 기다립니다. 어느 날 드디어 작고 귀여운 편지가 도착합니다. 봉투에 분명히 친구의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먼저 편지 보내 줘서 고마워.
나도 사실은 너와 인사하고 싶었거든.
이 편지를 읽고 나면
다시 반갑게 인사하자.
우리 엄마가 넌 참 용감한 아이라고 했어.
편지를 읽고 난 후 편지에 적힌 ‘용감한 아이’라는 말이 자꾸 머릿속을 맵돕니다. 기분이 좋아서 종일 웃음이 새어 나옵니다. 진심의 칭찬을 들었을 때 우리는 얼마나 하루종일 웃음이 새어 나오는 지요. 아이의 마음을 작가는 나무에 깃드는 빛으로, 향기로, 바람으로 너무나 아름답게 표현합니다. 드디어 두 친구가 만났습니다. 어쩐지 어색하지 않기를… 조금 더 용기를 내기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페이지를 넘깁니다. 두 아이는 용기내어 서로에게 다가갑니다. 둘이 함께 자전거 타고 달려 나가는 뒷모습을 보며 한 학기동안 불쑥 성장했을 두 마음이 고맙고, 앞으로 더 많이 생길 수 있는 오해의 고비고비를 지금처럼 성숙하게 이겨 나가기를 바래봅니다.
스쳐 지나갔을 추억을 소환하여 잔잔한 감동으로 전해주는 작가의 능력에 감동하며 물개박수를 치고 싶습니다. 아름다운 수채화를 자꾸만 들여다 봅니다. 어떻게 이렇게 그릴 수 있을까? 보고 또 보고 싶은 그림입니다. 초기작 『허락 없는 외출』부터 그림이 눈길을 끌었지만 어린이가 읽는 그림책으로서 난해함이 느껴졌는데 『어둠을 치우는 사람들』과 『잊었던 용기』를 통해 작가가 세상에 전하고자 하는 따뜻한 위로와 응원의 마음을 알게 되니 그림을 보며 감동했던 그 이상의 존경심이 생깁니다.
임해영 | 그림책박물관 운영 일러스트레이터들을 위한 산그림 (picturebook-illust.com)을 운영하고 있으며, 다음세대에게 아름다운 그림책을 전하기 위하여 그림책을 역사적으로 정리하는 그림책박물관 (picturebook-museum.com)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
바위같이 무겁고 단단한 사랑 『코끼리 놀이터』
그림을 그린 주리 작가는 기존의 시에 아름답고 감성적인 그림을 덧입혀서 새로운 시그림책으로 탄생시키는데 탁월한 그림작가입니다. 밝은 회색 표지에 병아리들이 아장아장 귀엽게 놀고 있습니다. 가운데 큼지막하게 위치한 그림책 제목도 병아리와 똑같은 밝은 노란색입니다. 면지에는 병아리 한 마리가 왼쪽 구석에서 미끄럼을 타며 내려오고 있습니다. 『코끼리 놀이터』 라는 제목을 보면서 코끼리와 병아리가 연결이 되지 않았었는데, 놀러 나온 병아리들을 위해 기꺼이 바위 놀이터가 되어 준 코끼리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제 좀 쉴까? 커다란 코끼리가 나무 그늘 아래 풀밭에 몸을 누입니다.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노란 병아리들이 종종종 산책을 나옵니다. 낟알을 콕콕 쪼아 먹는 모습과 흙을 파헤치며 흙놀이하는 아기 병아리들의 모습이 천진난만합니다. 어렸을 때 병아리 한 번 쯤 키워보신 적 있으신가요? 학교 앞 병아리 파는 아저씨가 오신 날은 어김없이 병아리 한 마리를 안고 집에 갔었던 기억이 납니다. 병아리가 죽어서 울었던 기억도 많습니다. 작은 병아리가 어찌나 귀엽던지요. 병아리의 천진한 모습이 그림으로도 너무나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병아리 한마리가 외칩니다. “어, 저기 바위가 있다!” “우리 바위 위에 올라가 놀자!” 그러나 그 바위는 잠이 든 코끼리 입니다. 병아리들은 코끼리 코를 타고 종종 줄을 지어 올라갑니다. 드디어 코끼리 정상에 오른 병아리들은 폴짝폴짝 발을 구르며 미끄럼을 탑니다. 그뿐만 아니라 찍찍 오줌을 싸고 똥을 쌉니다. 잠에서 깬 코끼리는 너무나 간지러워 냇물에 풍덩 들어가 샤워를 하고 싶었지만 꾹 참습니다. 병아리들은 실컷 놀다 지쳐 잠이 듭니다. 병아리들이 깜짝 놀랄까봐 코끼리는 꼼짝 못하고 그대로 누워 있습니다.
코끼리는 꼼짝 못 하고 누워 있어야 했어요.
바위가 일어나면 병아리들이 깜짝 놀라니까요.
바위가 일어나면 병아리들이 다치니까요.
코끼리 팔과 다리 접힌 부분에 쏙쏙 들어가 쿨쿨 잠든 모습을 보니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잠이 든 아이만큼 사랑스러운 모습도 이 세상에 없는 것 같습니다. 드디어 잠자던 병아리들이 깨어나 코끼리 코를 타고 내려옵니다. 코끼리는 병아리들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대로 움직이지 않고 기다립니다. 일어서려던 코끼리는 발에 쥐가 났습니다. 코끼리는 저녁 노을을 바라보며 중얼거립니다. “힘들었지만 행복한 하루였어. 그런데 귀여운 병아리들이 내일 또 올까?”
코끼리는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중얼거렸어요.
"힘들었지만 행복한 하루였어."
"그런데 귀여운 병아리들이 내일 또 올까?"
아무리 커다란 코끼리여도 서있는 모습, 잠든 모습을 보면 어른 코끼리인지, 어린 코끼리인지 구별이 됩니다. 아기 병아리에게 따뜻한 배려와 사랑을 베풀었던 코끼리는 본인도 어린 코끼리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어리고 연약한 병아리들을 위해 기꺼이 희생을 감수합니다. 앞 뒤 분간 못하는 병아리들은 어떤 사랑을 받았는지 아무것도 모른 채 내일도 종종종 바위를 찾아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병아리들의 모습이 바로 우리들의 모습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나님의 크신 사랑에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또 미쳐 깨닫지 못하지만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갚을 수 없는 사랑을 받으며 지금까지 지내왔을 것입니다. 이제는 걸음마 하던 시절을 지나 두 발로 단단히 서는 코끼리가 되었으니 바위같이 묵직하고 단단한 사랑을 전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코끼리 놀이터
- 그림작가 주리
- 글작가 서석영
- 페이지 40 쪽
- 출판사 풀과바람(바우솔)
- 발행일 2022-01-28
임해영 | 그림책박물관 운영 일러스트레이터들을 위한 산그림 (picturebook-illust.com)을 운영하고 있으며, 다음세대에게 아름다운 그림책을 전하기 위하여 그림책을 역사적으로 정리하는 그림책박물관 (picturebook-museum.com)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
별처럼 빛나는 꿈 『고래새우 말고 대왕고래』
그림책 제목에서 언급된 고래새우와 대왕고래가 매우 생소하고, 그래픽적인 이미지를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큰 기대감없이 책을 펼쳤습니다. 하지만 금세 그림책 속으로 푹 빠지며 재미와 교훈의 이야기 흐름이 자연스러워 작가가 누구인지 검색을 해보게 됩니다. 글작가는 대학에서 아동복지학을 전공하고 어린이를 위한 글을 꾸준히 쓰고 있습니다. 그림작가는 2017년 『셀카가 뭐길래!』라는 현대인의 필수품인 핸드폰을 소재로 한 인상적인 그림책을 쓰고 그렸습니다. 두 젊은 작가가 협력하여 만든 『고래새우 말고 대왕고래』 을 이 달의 추천그림책으로 소개드립니다.
큰 제목 밑에 부제목으로 ‘조의 요절복통 대왕고래 출항기’ 라고 적혀 있습니다. 면지에는 주인공처럼 보이는 젊은 청년 ‘조’가 언덕 바위에 올라 마을 건너 저 멀리를 응시하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에서 마을은 별로 중요한 대상이 아닌 게 분명합니다. 집들은 모두 단순하게 도식화되어 표현되어 있을 뿐이고, 조는 마을에는 눈길도 주지 않습니다. 조가 바라보는 곳은 어디일까요? 표제지에 힌트가 있습니다. 망망한 바다가 펼쳐져 있고, 갈매기 두 마리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조가 바라보는 곳은 바로 마을 너머의 바다였습니다.
조에게는 꿈이 있어요.
세상에서 가장 커다란 고래를 잡는 꿈이에요.
마을 사람들은 조의 꿈을 비웃었어요.
“혼자서 고래를 잡겠다니 말도 안 돼!”
하지만 조는 굳게 다짐했어요.
‘반드시 고래를 잡고 말 테야!’
조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그것도 세상에서 가장 큰 대왕고래를 잡는 꿈이지요. 꿈이 없는 젊은이란 상상만으로도 안타깝고 슬픈 일입니다. 반면에 꿈이 있는 젊은이란 생각만해도 가슴이 뛰고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가는 기쁨입니다. ‘조에게는 꿈이 있어요.’ 참 좋은 일입니다. 여러분에게도 꿈이 있나요?
세상에서 가장 커다란 고래를 잡으려면
누구보다 힘이 세야 해요.
조는 하루도 빠짐없이 운동을 했어요.
조는 꿈을 이루기 위해 가장 기본적인 일을 시작합니다. 바로 매일 매일 운동을 하는 것입니다. 막연한 기대감으로 계획없이 하루를 보내지 않습니다. ‘가장 BASIC 한 것을 매일 꾸준히 쌓아가는 것’ 이것이 바로 꿈을 이루는 가장 지혜로운 전략이라는 것을 이 어린 조는 어떻게 알았을까요? 조는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땀을 흘리며 달리기를 하고 아령을 들고 물구나무를 서고 스트레칭을 합니다.
그 다음단계는 무엇일까요? 세상에서 가장 커다란 고래를 잡으려면 튼튼하고 커다란 배와 낚싯대가 필요한 것을 깨닫습니다. 그래서 튼튼한 체력으로 열심히 배를 만듭니다. 비웃는 마을 사람들을 뒤로 하고 매일 성실하게 배를 만들어 갑니다. 대왕 고래를 잡으려면 특별한 미끼가 필요합니다. 바로 미끌미끌 고소한 ‘기름지렁이’지요. 이 ‘기름지렁이’는 무엇일까요? 조는 갖가지 지렁이를 채취해가며 연구를 한 끝에 아주 깊숙한 땅 속에서 산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포기할 조가 아니지요. 꼬박 이틀 밤을 새우고, 밥도 굶어 가며 땅을 파 내려간 지 일주일째 되는 날, 드디어 기름지렁이를 찾아냈습니다. 대왕 고래를 잡을 준비가 끝났습니다.
드디어 바다 한 가운데로 배를 타고 나아갑니다. 이제 별똥별이 떨어지기만 기다리면 됩니다. 대왕 고래를 잡으려면 별똥별이 떨어지는 순간 낚싯대를 던져야 한답니다. 조는 졸린 눈을 부릅뜨고 밤하늘만 쳐다봅니다. 놓칠 수 없는 순간입니다. 바로 그때, 반짝이는 별똥별 하나가 까만 밤하늘을 가로 지릅니다. 조는 힘차게 낚싯대를 던집니다. 잔잔하던 바닷물이 마구 요동치기 시작하더니 낚싯대가 갈고리처럼 휘어 버립니다. 엄청난 무언가가 걸린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배가 한 번 휘청하더니 떠오른 것은 대왕고래가 아니라 고래새우였습니다.
내 몸보다 더 큰 고래새우를 붙잡고 조는 크게 실망합니다. 그때 작은 배를 타고 지나가던 할아버지께서 “젊은이, 아주 멋진 걸 잡았군 그래” 말로만 듣던 고래새우라며 신기해하셨습니다. 할아버지께서 조가 사용한 미끼는 대왕고래가 좋아하는 기름지렁이가 아니라 고래새우가 좋아하는 꿈틀지렁이였음을, 또 조가 별똥별이라고 착각한 것은 바로 갈매기 똥이 달빛을 받아 반짝였던 것이라고 가르쳐 주십니다. 조는 기름지렁이와 꿈틀지렁이를 구별하지 못한 것과 별똥별과 갈매기 똥을 착각한 자신이 한심했습니다. 그러나 할아버지께서는 땅속을 일주일이나 파 내려간 끈기를 칭찬해주시고, 갈매기똥의 작은 반짝임을 알아본 눈썰미를 칭찬해주셨습니다. 조는 자신의 실수를 칭찬하는 할아버지가 이상했습니다. 할아버지는 조가 직접 만든 튼튼한 배를 보시며 감탄하셨습니다. 조는 머리를 긁적일 뿐이었습니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습니다. 조는 자신의 어이없는 실수에 너무나 낙담했지만 할아버지는 그의 실수에 주목하지 않습니다. 성실하게 인내하며 노력했던 조의 태도를 오히려 칭찬해주십니다. 우리는 결과에만 집중하고 과정과 동기를 놓칠 때가 많습니다. 조의 성실함과 할아버지의 지혜를 배울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할아버지께서 바다에서 잡은 것들을 놓아주고 계십니다. 조는 깜짝 놀라 물었습니다.
“내 꿈은 나만의 아름다운 바다를 만드는 걸세”
할아버지의 배에는 그동안 보았던 물고기들을 그린 그림들로 가득했습니다. “물고기를 잡아야만 꿈을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라네, 자넨 꿈이 뭔가” 조가 대답합니다. “전 세상에서 가장 큰 고래를 잡는 게 꿈입니다.” “꿈은 잡는 게 아니라 만들어 가는 걸세. 나는 매일매일 꿈을 만들어 가는 중이네, 자네도 자네만의 아름다운 꿈을 만들어 보게.” 할아버지는 조에게 싱긋 웃어 보이고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할아버지와의 만남 후에 조는 또 다른 꿈을 꾸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배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그림책의 마지막 장면입니다. 새로 만든 배에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합니다. 조의 새로운 꿈은 무엇일까요?
조에게는 꿈이 있어요.
세상 사람들과 함께 고래를 만나는 꿈이에요.
꿈이 있다는 것, 꿈을 꾼다는 것은 정말 좋은 일입니다. 우리의 일상 가운데 성실과 열정이 차곡차곡 쌓여 갈때 꿈은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라 믿습니다. 하지만 그 꿈이 무언가를 소유하는 것, 잡는 것, 성취하는 것에 머무른다면 꿈을 이룬 후에 진정한 만족과 평화를 얻을 수 있을까요? 조는 할아버지와의 만남을 통해 한 걸음 더 성숙해집니다. 나의 갈망에 머무르지 않고 나의 헌신을 통해 이웃에게 유익이 되고, 사랑을 전하는 새로운 꿈을 꾸는 사람이 됩니다. 별처럼 빛나는 꿈을 꾸길 원합니다. 연약한 생명을 살리고, 이웃을 진리와 사랑으로 섬기고, 어려운 이웃을 돌보고 나누는 복된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랍니다.
- 고래새우 말고 대왕고래
- 그림작가 임윤미
- 글작가 이정은
- 페이지 46 쪽
- 출판사 파란자전거
- 발행일 2022-01-20
임해영 | 그림책박물관 운영 일러스트레이터들을 위한 산그림 (picturebook-illust.com)을 운영하고 있으며, 다음세대에게 아름다운 그림책을 전하기 위하여 그림책을 역사적으로 정리하는 그림책박물관 (picturebook-museum.com)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
우리 아빠 이야기 들려줄까?
그래, 할아버지 이야기 말이야.
작가가 친정아빠의 이야기를 아이에게 들려주며 그림책이 시작됩니다. 이 이야기는 지금은 사라져 버린 수많은 간판들을 그리시며 한 시대를 당당히 살아내셨던 간판장이 신포간판 주인아저씨의 이야기이며, 우리 모든 아버지들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아빠의 작업실을 놀이터 삼아 늘 아빠와 함께 하던 어린 순정이가 20여년째 그림책을 그려오는 어엿한 중견작가가 되어 그림책으로 아버지의 인생을 전하고 있습니다. 하늘나라에 계신 아버지는 딸이 얼마나 사랑스럽고 대견할까요? 작가에게 고운 마음과 그림 실력을 남겨 주신 『아빠의 작업실』을 빼꼼히 들여다 봅니다.
학교를 마치고 책가방을 맨 체 아빠의 작업실로 달려가는 귀여운 여자아이가 보입니다. 노란빛 미닫이 문이 열린 틈으로 작업실 안 풍경이 살짝 비치고 미술재료들이 선반에 놓여져 있습니다. 작업실 지붕위에는 초록색 붉은색 덩쿨 장미가 흘러 내려오고 벽에는 주황색 공중전화가 눈에 띕니다.
아빠의 작업실 안에는 어릴적 우리 동네 어디선가 분명히 본듯한 수많은 종류의 간판들이 제각기 다른 서체와 디자인을 뽐내며 세워져 있습니다. 어린 순정이는 그저 신기하기만 합니다. 아빠의 작업대 위에는 모양자, 콤파스, 물감, 연필, 각종 크기의 붓, 여러가지 신기한 도구들로 가득했습니다. 영화 포스터, 광고 전단, 간판, 동네 식당의 메뉴판까지… 아빠는 요즘 시대의 디자이너와 화가의 경계를 넘나들며 작업을 하셨습니다. 오고 가는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아빠의 작품들을 볼때마다 작가는 얼마나 자랑스러웠을까요?
이 그림책의 하이라이트는 아빠와 커다란 작업대에 앉아 새우랑을 먹으며 아빠의 작업을 흉내 내보는 장면입니다. 작가는 고백합니다. ‘그때부터였을 겁니다. 나도 아빠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이.’ 늘 얼룩진 작업복 차림이셨던 아빠는 말씀하셨지요. “다른 걸 예쁘게 칠하다 보면 내 옷에는 얼룩이 묻을 수밖에 없단다.”
아빠의 작품들로 가득한 골목을 아빠 손을 붙잡고 걷습니다. 아빠의 거칠지만 따뜻한 손. 그 손으로 만든 것들이 이제는 모두 사라져 버리고 낡은 사진첩에만 조금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작가의 손으로 만들어진 그림책을 통해 그 아빠의 작업실이 생생하게 이 세상에 남겨지게 될 것입니다.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작가는 ‘만약 우리 아빠가 살아계시다면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계실까?’ 궁금해 합니다. 그리고는 곧 답을 찾아 내지요. ‘아마도 내 작업실에서 놀고 계실거야’라구요. 어쩌면 아버지도 작가와 함께 그림책을 그리고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그림책을 읽는 어린 독자에게는 부모세대 너머의 할아버지 세대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시간과 세월, 역사라는 인식을 하기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엄마 아빠를 통해 할아버지,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나의 정체성의 뿌리를 마음에 새기게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추억을 남겨주신 아빠의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남기지 않을 수 없었겠구나 싶은 생각이 저절로 들면서 저의 아빠가 떠오릅니다. 아빠의 인생도 한 시대 뜨겁게 불사르시고 이제는 추억 속 사진 속에만 남아 계십니다. 그림책을 읽는 모든 어른 독자들은 저처럼 나의 아버지를 소환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고맙게도 윤순정 작가는 아빠와 함께 했던 시간의 필름을 다시 돌리며 우리에게 누군가의 아버지가 아닌 존경하는 대한민국 모든 아버지들을 기억하고 추억하게 해주었습니다. 지금 우리 자녀들이 누리는 행복을 위해 평생을 헌신하셨던 아버지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올려드립니다. 더불어 우리를 기억할 자녀 세대를 위해 우리가 남겨줄 수 있는 것들을 더욱 아름답고 소중하게 전달하고 싶다는 묵직한 책임감도 함께 생깁니다.
- 아빠의 작업실
- 그림작가 윤순정
- 글작가 윤순정
- 페이지 34 쪽
- 출판사 이야기꽃
- 발행일 2021-11-22
임해영 | 그림책박물관 운영 일러스트레이터들을 위한 산그림 (picturebook-illust.com)을 운영하고 있으며, 다음세대에게 아름다운 그림책을 전하기 위하여 그림책을 역사적으로 정리하는 그림책박물관 (picturebook-museum.com)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
2015년도에 번역되어 출간되었던 유리 슐레비츠의 『겨울 저녁』이 『겨울 해 질 녘』으로 개정되어 출간되었습니다. 원제목이 ‘DUSK(황혼, 땅꺼미)’ 라니 더 알맞은 한글제목을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겨울 해 질 녘(DUSK)』을 감상하다보니 저절로 『새벽(DAWN)』이 생각납니다.
20여년 전 유리 슐레비츠의 그림책 『새벽』을 보며 느꼈던 흥분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할아버지와 손자가 호숫가 나무 아래 잠을 청합니다. 서늘하고 습한 대지 위로 담요 하나 의지하여 잠을 청한다는 것은 과연 어떤 느낌일까요? 삐걱거리는 노를 저어 호수 한 가운데까지 나아가는 그 새벽의 풍경은 마침내 산 위로 눈부시게 비치며 솟아오르는 태양을 맞이하며 마무리됩니다. 자연을 향한 경외감과 언어와 그림의 표현력은 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만드는 마술 같았습니다. 그림책이 마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깨달았습니다.
바로 그 『새벽』의 마지막 장면이었던, 호수와 산 위로 떠오르던 태양은 『겨울 해 질 녘』의 도시를 온통 붉게 물들이며 노을져가는 석양과 묘하게 겹쳐집니다. 표지를 살펴보면 저무는 석양의 노란빛이 강물과 건물 위로 강하게 반사되며 보랏빛 건물들의 그림자와 대조를 이루며 해질 녘의 분위기를 물씬 풍깁니다. 산책하는 노인과 소년과 개의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 역시 곧 해가 지고 저녁이 될 것을 감지하게 해줍니다.
제목에서 이미 겨울임을 알려주고 있지만 길가에 쌓여 있는 눈의 흔적이 한 겨울임을 알 수 있습니다. 석양이 남기는 마지막 빛으로 인해 약간의 따스함이 남아 보이지만 금새 추워질텐데 이들이 얼른 집에 가서 따뜻한 난롯가에 몸을 녹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하지만 내 생각과 다르게 이들에게 추위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아 보입니다. 할아버지와 아이의 산책길을 따라가 볼까요?
한 아이가 개를 데리고 수염 할아버지와 함께 산책을 나오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산책’이라는 단어만으로도 벌써 마음이 살랑살랑 부드러워집니다. 산책은 몸의 건강을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마음과 정신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합니다. 따스한 날의 산책도 좋지만 겨울날 두꺼운 외투와 모자와 장갑과 목도리로 무장하고 나서는 한 겨울 산책은 우리 몸과 영혼을 더욱 풍요롭게 해줄 것 같습니다. 더구나 할아버지와의 산책이라니 더 깊은 의미로 다가옵니다.
유대인인 유리 슐레비츠는 할아버지와의 교감이 특별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자손 대대로 이어지는 유대인들의 특별한 가정교육은 할아버지가 아버지에게, 아버지가 아들에게 대를 이어 지혜와 지식이 전수되기에 할아버지, 아버지, 손자 3대가 세대차이가 없다고 합니다. 할아버지께서 직접 손자 손녀에게 삶의 의미와 지식을 가르치시는 모습은 현대인들이 놓쳐서는 안될 소중한 전통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그림책 속 아이는 할아버지와 온종일 손 붙잡고 정다운 대화를 나누며 삶의 지혜과 즐거움과 목적을 배웠을 것입니다.
겨울이에요.
낮이 짧아졌습니다.
밤은 길어졌고요.
짧고 단순한 문장이 이렇게도 깊은 울림을 주는 것이 바로 유리 슐레비츠의 힘인것 같습니다. 언제나 변함없이, 어느 곳에서나 똑같이, 세상이 작동하고 있음에 경외감과 안도감이 동시에 밀려듭니다. 웅크리기 쉬운 겨울이지만 짧아진 낮시간 끝자락에 지팡이 들고 산책을 나선 할아버지와 손자의 모습이 건강하고 아름답습니다. 강가에 이를 무렵 표지에서 보았던 그 노을지는 석양을 볼 수 있습니다.
셋이 나란히 도시로 돌아갈 때쯤에는 서둘러 걷는 사람들로 거리가 북적이기 시작합니다. 거리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해지는 시간을 만끽하며 활기차게 갈길을 재촉합니다. 건물들이 점점 흐릿해지고 하늘도 어둑해집니다. 햇빛이 사라지면서 도시는 불을 켜기 시작합니다. 하나가 켜지고 또 하나가 켜지고, 줄지어 가로등이 빛을 밝힙니다.
거리에는 갖가지 조명이 개성을 뽐내고, 창문을 통해서도 밝은 불빛이 새어 나옵니다. 메노라(촛대)의 촛불과 트리에 밝혀진 색색의 작은 불빛들을 보니 크리스마스 시즌임을 알 수 있습니다. 거리의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둘러서서 악기연주를 듣습니다. 크고 화려한 건물일수록 더욱 아름답게 크리스마스 장식품이 쇼윈도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화려한 상점들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붙잡고, 거리의 사람들은 선물 한 보따리씩 안고 지나갑니다.
많은 가게들 중에서 특별히 할아버지께서 들리신 곳이 Children’s Books 이네요. 너무 반가워서 그림 속 책장을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봅니다. 밤이 깊어질수록 도시는 새로운 빛을 발합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은 행복으로 가득합니다. 『새벽』 마지막 장면이 할아버지와 손자가 호수 위에서 산 위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마무리 되듯이, 『겨울 해 질 녘』의 마지막 장면은 도시가 온통 알록 달록 환하게 빛을 뿜어내며 마무리 됩니다. 아이가 외칩니다. “대낮처럼 환해요!”
도시의 아름다움과 순수함이 노을지는 풍경과 어우러지며 밤이 깊어질수록 자연의 빛은 사라지지만 서서히 도시는 새로운 빛의 향연으로 채워집니다. 유리 슐레비츠의 섬세함이 묻어나오는 각종 가게의 진열대와 이웃 집 창문을 통해 엿볼 수 있는,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정함이 전해집니다. 거리를 걷는 활기찬 사람들의 표정과 몸가짐을 통해 도시의 품격이 전해집니다. 음악이 연주되고 있는 거리를 산책하며 알록달록 전구들이 밝힌 다양한 가게들과 책방들 사이로 이토록 충만한 크리스마스 축제를 보낼 수 있는 도시는 어디일까 생각해봅니다. 밤이 아름다웠던 체코의 프라하도 생각나고 매일 밤 석양을 보며 감동했던 하와이도 생각납니다.
상상속의 그림책처럼 완벽할 수 없는 우리의 삶이지만 해지는 노을에 길어지는 그림자를 바라보며 산책을 나서고 싶어집니다. 내가 사는 동네를 산책하며 가게와 이웃을 축복하고 싶습니다. 한 겨울 크리스마스가 특별히 더 아름다워지는 거리와 골목이 되기를 바라며 이 거리를 아름답게, 내가 사는 도시를 아름답게, 삶이 아름다운 향기가 되도록 가꾸어가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도시가 산책하기에 아름다운 도시라면 참 좋겠습니다.
- 겨울 해 질 녘(Dusk)
- 그림작가 유리 슐레비츠(Uri Shulevitz)
- 글작가 유리 슐레비츠
- 번역 이상희
- 페이지 36 쪽
- 출판사 시공주니어
- 발행일 2021-12-20
임해영 | 그림책박물관 운영 일러스트레이터들을 위한 산그림 (picturebook-illust.com)을 운영하고 있으며, 다음세대에게 아름다운 그림책을 전하기 위하여 그림책을 역사적으로 정리하는 그림책박물관 (picturebook-museum.com)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 |
눈부신 빛의 풍경을 파스텔톤의 아름다운 색과 질감으로 표현했습니다. 이토록 아름다운 세상을 볼 수 없다면 어떨까요?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의 주인공 아빠와 딸은 시각장애인입니다. 딸은 조금은 볼 수 있고, 아빠는 전혀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아빠는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넓고 흥미로운 세상을 봅니다. 아빠에게 딸은 길잡이별이 되고, 딸에게 아빠는 수호천사가 되어 날마다 아빠 손을 붙잡고 학교에 갑니다. 집에서 학교에 가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지만, 이 부녀의 등굣길은 신나는 놀이이자 모험입니다. 두 사람은 손을 꼭 잡고 빛과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숲을 지나고, 동물들 이름을 알아맞히고, 징검다리를 한 발 한 발 밟으며 안개가 자욱한 강을 건넙니다.
딸은 눈이 하나도 보이지 않아도 길을 걷다 옆을 스쳐 간 사람의 슬픔을 알아채고, 다가오는 이웃에게 인사하고, 바다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아빠가 너무나도 놀랍고 자랑스럽습니다. 그리고 세상 누구보다도 훨씬 더 많은 걸 보고 언제나 든든하게 자신을 지켜 주는 아빠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내지요. 드디어 학교에 다다라 아빠 손을 놓아야 할때면 딸은 울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꾹 참지요. 혼자 돌아서는 아빠의 모습은 슬퍼보이지만 다섯 시간 뒤면 다시 웃을 수 있습니다.
자녀에게 아버지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줄 수 있는 것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그 마음입니다. 사랑과 신뢰는 하루 아침에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조금씩 쌓여 갑니다. 이와 같은 사랑과 신뢰가 견고해질때 우리 아이들은 세상을 용기있고 아름답게 마주할 수 있습니다. 언젠가 아버지의 손을 놓고 날아 오르는 그 날까지… 우리 아이들의 손을 단단히 붙잡아 주고 몸과 마음을 지켜주는 흰 지팡이와 같은 부모가 되었으면 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수호천사가 되어주시는 아버지들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 우리 아빠는 흰지팡이 수호천사
- 그림작가 마리아 히론
- 글작가 곤살로 모우레
- 번역 라미파
- 페이지 40 쪽
- 출판사 한울림어린이
- 발행일 2021-10-15
임해영 | 그림책박물관 운영 일러스트레이터들을 위한 산그림 (picturebook-illust.com)을 운영하고 있으며, 다음세대에게 아름다운 그림책을 전하기 위하여 그림책을 역사적으로 정리하는 그림책박물관 (picturebook-museum.com)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
크기도 작고 간결한 만화체의 동물캐릭터가 눈길을 끄는 그림책입니다. 힘을 뺀 그림이지만 촌스럽거나 유치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탄탄한 구성력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작가 스미쿠라 토모코는 1968년생으로 일본 나가사키현에서 태어나 네 아이를 키웠습니다. 돌봄복지사로 일하면서 읽어 주기 봉사 활동을 하며, 그림책 아카데미에서 그림책 만들기를 배웠습니다. 아이들이 진심으로 즐길 수 있는, 읽어 주기 쉬운 그림책 만들기에 힘쓰고 있다고 합니다. <안돼, 안돼! 아이스크림>과 <안돼, 안돼! 오이>는 작가의 바람대로 4~5세의 어린 유아들에게 읽어주기 아주 쉬운 그림책입니다. 요즘 그림책의 흐름이 너무 가벼운 재미 또는 동의하기 어려운 작가의 철학으로 안내하는 그림책들이 많다보니 오히려 스미쿠라 토모코의 명료한 주제와 이야기가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단순한 이야기 속에 배려, 나눔, 책임감, 우정, 용기 등 어린이들의 마음을 건강하게 지켜줄 교훈이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하게 녹아 있습니다.
<안돼, 안돼! 아이스크림>은 돼지가 악어에게 자기가 먹던 아이스크림을 잠시 맡깁니다. 돼지를 기다리며 악어의 눈길은 자꾸만 아이스크림에게 갑니다. 시간이 흐르며 아이스크림은 천천히 녹아갑니다. 한입만 먹어도 되지 않을까? 안돼, 안돼! 갈등하는 악어의 모습이 우리 아이들의 모습과 겹치며 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안타까움이 느껴질 때쯤 악어의 입이 점점 벌어지는 그때, 아이스크림이 녹아서 툭 하고 땅에 떨어집니다. 한참만에 돌아온 돼지의 눈이 왕방울처럼 커집니다. 악어가 들고 있는 아이스크림 막대에 보너스 두개를 알리는 별표시가 보이는 것입니다. 돼지는 그 자리에서 악어의 손을 붙잡고 아이스크림 가게로 달립니다. “아주머니! 당첨됐어요. 두개 주세요!” 길가에 앉아 돼지와 악어는 사이좋게 행복하게 아이스크림을 먹습니다.
친구가 맡긴 아이스크림은 녹아가고 있는데 친구는 오지 않고 있다면...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요? 어떻게 행동하도록 가르쳐야 할까요? 수준높은 책임감과 도덕성은 이렇게 작은 이야기를 통해서 어린이들의 마음 속에 하나씩 심겨질 수 있을 것입니다. 도덕의 기준이 자꾸만 내려가고 너의 마음이 이끄는대로 하라고 부추기는 이 시대에 우리 아이들에게 스스로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도덕적 주체자가 되라고 격려해 주는 그림책이 참 반갑습니다.
- 먹으면 안 돼, 안 돼! 아이스크림
- 그림작가 스미쿠라 토모코
- 글작가 스미쿠라 토모코
- 번역 전예원
- 페이지 32 쪽
- 출판사 상상의집
- 발행일 2021-09-09
임해영 | 그림책박물관 운영 일러스트레이터들을 위한 산그림 (picturebook-illust.com)을 운영하고 있으며, 다음세대에게 아름다운 그림책을 전하기 위하여 그림책을 역사적으로 정리하는 그림책박물관 (picturebook-museum.com)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