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을 통해 삶을 선물하는 『바닷가 마을의 제빵사』
영국 서퍽주의 바닷가 마을이 고향인 작가는 마을의 제빵사였던 할아버지를 기억하며 그녀의 첫 번째 그림책을 만들었습니다. 작가의 할아버지는 100년 넘게 어업으로 번성하던 마을에서 어부가 되지 못한 것에 종종 미안해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그토록 아름다운 마음을 간직하셨던 할아버지에게 바치는 손녀의 헌사입니다. 백여 년 전 영국 바닷가 마을의 분위기를 부드러운 모노톤으로 그려 내었는데 할아버지에 대한 깊은 존경과 자부심이 유산처럼 이어져 내면에 새겨졌기에 그녀가 전해주는 소박한 그림과 이야기는 깊은 감동을 주는 힘이 있습니다.
굽이굽이 마을을 지나고 언덕을 지나 마침내 땅과 바다가 만나는 바닷가 마을에 이릅니다. 이 바닷가 마을에는 생선가게도 있고, 대장간, 정육점, 빵집, 모퉁이 카페와 작은 가게 등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라면 꼭 필요한 상점들이 골목을 이루고 있습니다. 바닷가에서는 모두가 열심히 일합니다. 돛 기술자는 돛을 만들고 배 기술자는 배를, 그물 기술자는 그물을, 밧줄 기술자는 밧줄을, 통 기술자는 통을 만들고 스코틀랜드 일꾼들이 물고기를 통에 넣고 소금에 절입니다.
해가 산등성이 너머로 기울어지고 어부들이 바다에서 부지런히 물고기를 잡는 동안 마을은 파도 소리를 자장가 삼아 깊은 잠에 빠져듭니다. 주인공 소년은 잠들기 전에 침대에 걸터 앉아 모든 바닷가 마을 사람들을 위해 거센 파도와 폭풍우를 이겨 내는 어부들을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른이 되면 어부가 될 것이라 막연히 생각합니다. 소년에게 있어 어부는 가장 용감하고 멋진 직업입니다. 소년의 아버지는 어부가 아닙니다. 바닷가 마을의 제빵사인 아버지는 매일 해가 뜨기 전에, 배들이 돌아오기 전에 고소한 빵 냄새로 마을의 하루를 엽니다. 아버지는 모퉁이 카페에 보낼 식빵을 굽고, 굳센 스코틀랜드 일꾼들을 위해 따끈따끈한 번도 한 아름 배달합니다. 그리고 용감한 어부들이 바다에서 먹을 비스킷도 몇 상자씩 팔지요. 소년은 문득 아빠는 왜 멋진 어부가 되지 않고 제빵사가 되었는지 궁금해집니다.
“아빠는 바다에 나가 본 적 있어요?”
“그럼, 아빠가 젊었을 때였지. 한 번 나가 보고, 또 한 번 도전해 봤는데 나한테 안 맞는다는 걸 알았단다. 그래서 제빵사가 되었지. 아들아, 이게 내 꿈이었거든. 식빵과 번이 없다고 상상해 보렴. 그리고 따끈한 수프나 차와 함께 먹을 비스킷이 없다면 밤새 고기를 잡는 어부들은 어떻게 하지? 너무 춥고 배고파서 고기를 잡지 못할 거야. 위험한 바다 한가운데에서 말이야.”
아버지는 제빵사로서의 기쁨과 자부심을 아들이 이해할 수 있는 말로 설명해 줍니다. 소년은 어부와 제빵사와 돛, 배, 그물, 통 기술자들이 각자의 역할에서 최선을 다할 때 어업이 번성하고 서로서로의 삶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을 이해하게 됩니다.
배가 안전하게 마을로 돌아오면 항구엔 생기가 돌기 시작합니다. 아침 해가 높이 떠오르면 지친 어부가 빵집에 들립니다. 어부와 아빠는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를 나누고, 말없이 싱싱한 생선을 건네주는 어부의 눈은 고맙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소년은 아빠가 자랑스럽습니다. 아빠가 새벽부터 부지런히 만들어내는 식빵과 번 그리고 비스킷이 없으면 마을 사람들은 지금처럼 살아갈 수 없을 것입니다. 소년은 어른이 되면 아빠처럼 바닷가 마을의 제빵사가 될 거라 다짐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다짐을 합니다.
바닷가 마을에서 모두가 열심히 일해요. 나도 그렇게 할 거고요.
소년은 그렇게 아름답고 선하게 자라서 멋진 제빵사가 되었을 것입니다. 백여 년 전 바닷가 마을 사람들의 삶은 현대인의 일상과 많이 달랐을 것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누군가가 수고하여 전해주는 선물들로 인하여 오늘날도 우리의 하루하루가 풍성하게 채워집니다. 참으로 신기하게도 모든 직업은 필요에 의해 창조되고 사라집니다. 이 세상에 필요 없고 가치 없는 직업은 없습니다. 내가 부지런히 일하고 수고함으로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가치를 선물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큰 보람일 것입니다. 우리의 일이 사회에 꼭 필요한 유익을 주는 일이 되어 하나님께서 부르신 각자의 직업을 통해 아름답고, 선하고, 거짓없고 진실된 사회를 가꾸어 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 임해영 | 그림책박물관 운영 일러스트레이터들을 위한 산그림 (picturebook-illust.com)을 운영하고 있으며, 다음세대에게 아름다운 그림책을 전하기 위하여 그림책을 역사적으로 정리하는 그림책박물관 (picturebook-museum.com)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
직업을 통해 삶을 선물하는 『바닷가 마을의 제빵사』
영국 서퍽주의 바닷가 마을이 고향인 작가는 마을의 제빵사였던 할아버지를 기억하며 그녀의 첫 번째 그림책을 만들었습니다. 작가의 할아버지는 100년 넘게 어업으로 번성하던 마을에서 어부가 되지 못한 것에 종종 미안해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그토록 아름다운 마음을 간직하셨던 할아버지에게 바치는 손녀의 헌사입니다. 백여 년 전 영국 바닷가 마을의 분위기를 부드러운 모노톤으로 그려 내었는데 할아버지에 대한 깊은 존경과 자부심이 유산처럼 이어져 내면에 새겨졌기에 그녀가 전해주는 소박한 그림과 이야기는 깊은 감동을 주는 힘이 있습니다.
굽이굽이 마을을 지나고 언덕을 지나 마침내 땅과 바다가 만나는 바닷가 마을에 이릅니다. 이 바닷가 마을에는 생선가게도 있고, 대장간, 정육점, 빵집, 모퉁이 카페와 작은 가게 등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라면 꼭 필요한 상점들이 골목을 이루고 있습니다. 바닷가에서는 모두가 열심히 일합니다. 돛 기술자는 돛을 만들고 배 기술자는 배를, 그물 기술자는 그물을, 밧줄 기술자는 밧줄을, 통 기술자는 통을 만들고 스코틀랜드 일꾼들이 물고기를 통에 넣고 소금에 절입니다.
해가 산등성이 너머로 기울어지고 어부들이 바다에서 부지런히 물고기를 잡는 동안 마을은 파도 소리를 자장가 삼아 깊은 잠에 빠져듭니다. 주인공 소년은 잠들기 전에 침대에 걸터 앉아 모든 바닷가 마을 사람들을 위해 거센 파도와 폭풍우를 이겨 내는 어부들을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른이 되면 어부가 될 것이라 막연히 생각합니다. 소년에게 있어 어부는 가장 용감하고 멋진 직업입니다. 소년의 아버지는 어부가 아닙니다. 바닷가 마을의 제빵사인 아버지는 매일 해가 뜨기 전에, 배들이 돌아오기 전에 고소한 빵 냄새로 마을의 하루를 엽니다. 아버지는 모퉁이 카페에 보낼 식빵을 굽고, 굳센 스코틀랜드 일꾼들을 위해 따끈따끈한 번도 한 아름 배달합니다. 그리고 용감한 어부들이 바다에서 먹을 비스킷도 몇 상자씩 팔지요. 소년은 문득 아빠는 왜 멋진 어부가 되지 않고 제빵사가 되었는지 궁금해집니다.
아버지는 제빵사로서의 기쁨과 자부심을 아들이 이해할 수 있는 말로 설명해 줍니다. 소년은 어부와 제빵사와 돛, 배, 그물, 통 기술자들이 각자의 역할에서 최선을 다할 때 어업이 번성하고 서로서로의 삶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을 이해하게 됩니다.
배가 안전하게 마을로 돌아오면 항구엔 생기가 돌기 시작합니다. 아침 해가 높이 떠오르면 지친 어부가 빵집에 들립니다. 어부와 아빠는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를 나누고, 말없이 싱싱한 생선을 건네주는 어부의 눈은 고맙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소년은 아빠가 자랑스럽습니다. 아빠가 새벽부터 부지런히 만들어내는 식빵과 번 그리고 비스킷이 없으면 마을 사람들은 지금처럼 살아갈 수 없을 것입니다. 소년은 어른이 되면 아빠처럼 바닷가 마을의 제빵사가 될 거라 다짐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다짐을 합니다.
소년은 그렇게 아름답고 선하게 자라서 멋진 제빵사가 되었을 것입니다. 백여 년 전 바닷가 마을 사람들의 삶은 현대인의 일상과 많이 달랐을 것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누군가가 수고하여 전해주는 선물들로 인하여 오늘날도 우리의 하루하루가 풍성하게 채워집니다. 참으로 신기하게도 모든 직업은 필요에 의해 창조되고 사라집니다. 이 세상에 필요 없고 가치 없는 직업은 없습니다. 내가 부지런히 일하고 수고함으로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가치를 선물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큰 보람일 것입니다. 우리의 일이 사회에 꼭 필요한 유익을 주는 일이 되어 하나님께서 부르신 각자의 직업을 통해 아름답고, 선하고, 거짓없고 진실된 사회를 가꾸어 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임해영 | 그림책박물관 운영
일러스트레이터들을 위한 산그림 (picturebook-illust.com)을 운영하고 있으며, 다음세대에게 아름다운 그림책을 전하기 위하여 그림책을 역사적으로 정리하는 그림책박물관 (picturebook-museum.com)을 운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