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었던 용기』 창비

2022-04-28
조회수 326


오늘도 용기를 내어봅니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편지였는지 한 소녀가 아파트 입구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돌아서서 편지 겉봉투를 소중히 들여다 보고 있습니다. 발신자를 보고 또 보며 흥분과 기대하는 마음이 햇살에 흩날리는 나뭇잎  사이사이로 전해지는 듯 합니다. 겨울 방학이 한 번 지나갔을 뿐인데 친했던 친구와 멀어졌습니다. 그런데 그 이유가 너무나 어이없습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겨울 방학이 지나고 친구와 마주쳤는데
어쩐지 어색해서 눈을 피하고 말았어.

정말 그뿐이었어.
한번 놓친 인사는 시간이 갈수록 하기 어려웠어.
그렇게 우리는 인사하지 않는 사이가 되고 말았어.


두 아이의 어색한 순간 포착을 얼마나 잘 표현하였는지 한 장의 그림으로 많은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친구와 어이없이 멀어지게 된 이와 똑같은 경험이 저에게도 있습니다. 작가에게도 이런 경험이 있었던 것이 분명합니다. 마치 저의 추억 속에 있던 시간을 끌어 올린 것처럼 그때의 알 수 없는 슬프고 안타까웠던 감정이 기억속에 피어 오릅니다. 그래서 어떻게 극복했을까? 안타까운 어른의 심정으로 돌아와 페이지를 넘깁니다. 


친구가 내게 먼저 말 걸어 주기를 기다렸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
봄꽃이 환하게 필 때까지도 말이야.


커다란 창가에 앉아 어떻게 하지 못하는 사이에 시간은 자꾸만 흘러 갑니다. 홀로 걷는 빗길은 슬프지만 독자로 하여금 아름다운 용기의 시간을 응원하게 됩니다. 마침내 주인공 아이는 편지를 쓰기 시작합니다. 간절히 마음을 전하는 편지를 우체통에 넣고 모든 것을 신께 맡긴 듯이 강아지와 산책을 합니다. 친구는 답장을 줄까? 매일 기다리고 또 기다립니다. 어느 날 드디어 작고 귀여운 편지가 도착합니다. 봉투에 분명히 친구의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먼저 편지 보내 줘서 고마워.
나도 사실은 너와 인사하고 싶었거든.
이 편지를 읽고 나면
다시 반갑게 인사하자.
우리 엄마가 넌 참 용감한 아이라고 했어.


편지를 읽고 난 후 편지에 적힌 ‘용감한 아이’라는 말이 자꾸 머릿속을 맵돕니다. 기분이 좋아서 종일 웃음이 새어 나옵니다. 진심의 칭찬을 들었을 때 우리는 얼마나 하루종일 웃음이 새어 나오는 지요. 아이의 마음을 작가는 나무에 깃드는 빛으로, 향기로, 바람으로 너무나 아름답게 표현합니다. 드디어 두 친구가 만났습니다. 어쩐지 어색하지 않기를… 조금 더 용기를 내기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페이지를 넘깁니다. 두 아이는 용기내어 서로에게 다가갑니다. 둘이 함께 자전거 타고 달려 나가는 뒷모습을 보며 한 학기동안 불쑥 성장했을 두 마음이 고맙고, 앞으로 더 많이 생길 수 있는 오해의 고비고비를 지금처럼 성숙하게 이겨 나가기를 바래봅니다. 

스쳐 지나갔을 추억을 소환하여 잔잔한 감동으로 전해주는 작가의 능력에 감동하며 물개박수를 치고 싶습니다. 아름다운 수채화를 자꾸만 들여다 봅니다. 어떻게 이렇게 그릴 수 있을까? 보고 또 보고 싶은 그림입니다. 초기작  『허락 없는 외출』부터 그림이 눈길을 끌었지만 어린이가 읽는 그림책으로서 난해함이 느껴졌는데 『어둠을 치우는 사람들』과 『잊었던 용기』를 통해 작가가 세상에 전하고자 하는 따뜻한 위로와 응원의 마음을 알게 되니 그림을 보며 감동했던 그 이상의 존경심이 생깁니다. 











임해영 | 그림책박물관 운영

일러스트레이터들을 위한 산그림 (picturebook-illust.com)을 운영하고 있으며, 다음세대에게 아름다운 그림책을 전하기 위하여 그림책을 역사적으로 정리하는 그림책박물관 (picturebook-museum.com)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6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