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시간』 아름다운 『숲의 시간』 으로 초대합니다

2022-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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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숲의 시간』 으로 초대합니다




숲은 인류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자연의 일부이기도 하지만 숲속을 거니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게 마음의 휴식과 치유를 선물하는 보물 같은 공간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을 숲에서 교육하는 숲유치원이 유행하기도 하고, 매주 산과 수목원을 찾아 등산을 하거나 캠핑을 하기도 합니다. 당연히 그림책의 소재로도 압도적으로 많이 쓰입니다. 사계절 숲의 변화를 아름답게 표현한 서정적인 그림책도 많고 사실적으로 정확하게 알려주는 생태그림책, 정보그림책도 많습니다. 어쩌면 그림책의 소재로 너무 많이 다루었기에 신선한 즐거움을 주기가 어려운 것이 ‘숲’이라는 소재일지도 모릅니다. 

숲속 동물을 소재로 한 최고의 그림책은 베아트릭스 포터의 피터래빗 시리즈가 아닐까 싶습니다. 동물의 특징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의인화하여 표현한 그녀의 그림책은 전 세계 모든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피터래빗 이후로 120여 년이 흐른 오늘날, 독자들을 숲으로 초대하는 또 다른 동물 생쥐가 있습니다. 주인공 생쥐를 따라가다 보면 숲속에 사는 그의 친구들을 모두 만나게 됩니다. 이 그림책의 특징은 동물들의 삶과 그들의 은신처를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것보다도, 동물들을 마치 숲 속에 아담한 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처럼 의인화하여 표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겉에서 보이는 멋진 통나무 집의 문을 열듯 날개를 열면 집 안의 내부가 세밀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아기자기한 그들의 살림과 가구들, 주인장의 취향을 발견할 수 있는 작은 소품들을 구경하는 재미만으로도 눈이 즐거워집니다. 사계절이 흐르는 동안 숲은 어떤 꽃과 나무와 열매를 맺으며 달라지는지, 어떤 동물들이 살아가고 또 다녀가는지를 살피는 것도 유익합니다. 자세한 생태적인 정보는 그림책 뒤에 설명이 되어 있습니다. 

면지는 온통 초록빛 나뭇잎으로 꽉 채워져 눈이 상쾌해집니다. 지금부터 생쥐와 함께 열두 달 숲속 길을 따라서 동물 친구들을 만나러 가보아요. 친절하게도 이 숲속 동물들은 본인들의 집을 완전히 오픈해 줍니다. 수채화 그림이 정교하게 컷팅되어 플랩북 형식으로 표현된 그림책의 퀄리티도 책읽기의 커다란 즐거움을 안겨줍니다.


1월입니다. 온통 새하얀 눈으로 덮인 2층 통나무집에는 생쥐가 삽니다. 살짝 문을 열어보니 철로 된 난로 위 주전자에 따뜻한 물이 끓고 있고 얼핏 보아도 많은 책이 눈에 띕니다. 생쥐는 침대에 누워 은은한 불빛 아래에서 책을 읽고 있네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꿈꾸는 로망이 아닐까 싶습니다.


2월에도 여전히 날씨는 춥지만 생쥐는 따뜻한 옷을 챙겨입고 산책을 하는 중입니다. 회색다람쥐는 커다란 나무 위에 터를 마련했네요. 그녀의 집을 열어보니 맛있는 음식을 요리하고 있고 커다란 식탁 위에는 요리도구와 재료들이 놓여져 있습니다. 현관 쪽으로 갖가지 농기구 소품들이 보입니다. 쌓여 있던 눈은 사라지고 새싹들이 돋기 시작합니다.


3월입니다. 봄이 오면 막 겨울잠에서 깨어난 고슴도치를 도와주러 갑니다. 삼각형 모양 통나무집의 문을 여니 겨우내 잠들어 있었을 그의 난로에 불이 지펴지고 밝은 전구가 반짝입니다. 고슴도치는 뜨개질이 취미인지 뜨개질 바구니와 초록색 소파위에 놓인 털실로 짠 블랭킷이 눈에 띕니다. 4월 어느날 생쥐는 벚꽃이 흐드러진 나무 위에 앉아서 꽃향기를 맡기도 하고 5월에는 뒤쥐와 나무 아래 자리를 펴고 앉아 소풍을 즐기기도 합니다. 6월은 딸기의 달입니다. 일 년 중 아홉 달은 잠을 자는 겨울잠쥐들도 맛있는 딸기잼을 만들고 있습니다. 벌써 여러 통의 딸기가 유리병 안에 예쁘게 담겨 있네요. 


7월 중순이 되면 숲속은 가장 더워집니다. 한낮의 뜨거운 햇볕을 피해 고슴도치와 강가에서 시원한 물놀이를 즐깁니다. 문밖에 걸린 해먹과 노, 튜브, 낚시용 뜰채 등 여러 가지 도구들을 보니 고슴도치는 이 여름을 정말 즐기는 것이 분명합니다. 8월에는 오소리의 텃밭 일을 도와 당근과 호박을 수확합니다. 오소리 집안은 마치 식물원 같습니다. 주렁주렁 포도가 탐스럽게 달려 있고 집 주변은 그의 예술적인 텃밭농사 실력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갖가지 채소와 열매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9월부터 낮의 길이가 조금씩 짧아집니다. 생쥐는 토끼와 함께 달콤한 과일과 블랙베리를 따고 있습니다. 겨울을 지낼 잼과 소스를 만들어야 하거든요. 토끼의 부엌은 갖가지 잼들로 풍성합니다. 모든 동물들의 집이 하나같이 단정하게 정리되어 있고 그들의 살림살이는 사랑스럽기만 합니다. 어느덧 10월입니다. 나뭇잎은 단풍으로 물들고 바람에 우수수 떨어지기도 합니다. 높은 나뭇가지에 집을 마련한 붉은 다람쥐와 함께 나뭇잎을 모아서 뿌리기도 하고 발로 차기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다람쥐는 음악을 좋아하는가 봅니다. 다양한 종류의 악기들과 연습 중인 악보가 놓여 있습니다.


11월에는 깜깜하고 쌀쌀한 저녁이 찾아옵니다. 여우의 집은 이동이 가능한 초록빛 카라반이네요. 생쥐와 여우는 모닥불을 피우며 무언가를 꼬치에 끼워 구워 먹으며 따뜻한 차를 즐기고 있습니다. 모닥불이 타닥 타닥 타는 소리를 들으며 한겨울을 즐기던 겨울 캠핑이 생각납니다. 12월 크리스마스가 되면 숲속 친구들은 갖가지 음식을 들고 함께 모입니다. 모이는 장소는 바로 커다란 둥근 천막입니다. 크리스마스트리와 장식으로 정성껏 파티 준비를 했습니다. 다람쥐의 신나는 바이올린 연주에 맞춰 모두 함께 춤을 추고 노래를 부릅니다. 이렇게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생쥐의 열두 달 숲속 길을 따라 한 바퀴 돌고 난 뒤 다시 생쥐의 집 앞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일 년 사계절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또다시 한 해를 시작합니다. 그림작가가 이 책의 그림을 그리기 위해 일 년 넘게 자연 속에서 지내며 동물과 식물을 관찰하며 그림을 그렸다고 합니다. 숲이 얼마나 아름답고 멋진 곳인지 어린이들이 마음껏 상상하고 느낄 수 있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집니다. 

특히 작가가 초대하는 그림책 속으로 퐁당 들어가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숲 속에 그림같은 집이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에게 집은 세상과 구별된 나만의 특별한 공간이며 이 공간 안에서 나의 정체성이 드러나고 나의 삶을 이루어 가고 성장하고 꿈을 꾸고 휴식하는 공간입니다. 그래서 나 자신을 가꾸듯 나의 집을 가꿉니다. 영,혼,육이 연결되어 몸의 건강을 돌보고, 내 영혼을 돌보듯 내가 거하는 공간도 돌보아야 합니다. 작은 방이라도 살뜰하게 돌보며 몸과 마음이 함께 성장하는 삶의 공간을 가꾸는 것이 매우 소중하다는 것을 작가는 이야기해줍니다.

도시에 사는 청소년들에게 숲에 대한 기억이 어떻게 남아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자녀들에게 선물했던 가장 큰 추억은 바로 ‘숲’ 인 것 같습니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수업을 마치면 아이들과 북한산 둘레길과 구기동 계곡으로 산책 다니고, 특히 삼청공원은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는 놀이터도 있고 도서관 카페도 있어서 거의 매일 두세 시간 놀다 오는 코스였습니다. 그때 뛰어놀았던 기억이 얼마나 강렬했던지 최근에 아빠와 함께 삼청공원에 들렀나 봅니다. 아직 어린 나이지만 두 아이 모두 마음의 고향 같은 그곳에서 과거가 회상되어 가슴이 뛰는 경험을 했다며 애틋한 심정을 표현했습니다. 이야기를 들으며 저도 마음이 설레어 밤늦도록 어릴 적 사진을 찾아보며 추억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토록 숲은 우리에게 깊고 아름다운 추억을 남겨 줍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사람의 손길로 아름다운 숲에 길을 내어 멋진 산책로를 만들고, 아이들의 놀이터를 만들고, 편하게 쉴 수 있도록 벤치와 테이블을 설치하는 등 공원과 숲이 잘 가꾸어진 덕분에 그곳에서 행복했던 것 같습니다. 여전히 잘 돌보아지고 있는지 염려가 되어 물었더니 지금도 잘 가꾸어져 있고, 신기한 놀이 기구가 생겼다며 그림을 그려 설명을 합니다. 심지어 약수터 근처 물고기 잡고 놀던 개울은 더 넓게 정비되어서 물도 많아졌다고 합니다.

숲을 생각하다 보니 최근의 안타까운 소식에 무거운 마음입니다. 경북 울진에서 어마어마한 산불이 발생했는데 원인을 살펴보니 안타깝게도 담배불로 보이는 인간의 실수로 발생한 듯합니다.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지요. 산불은 크게 나무를 비교적 온전하게 남겨두는 지면 화재와 나무 꼭대기까지 타는 수관 화재로 나뉜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산불은 땅을 훑으며 지나가서 지면 잡초만 죽이고 커다란 나무까지 태우며 번지지 않는데 이번에 발생한 울진군의 산불은 나무 꼭대기까지 불이 붙어서 엄청난 대형화재로 이어졌다고 합니다. 산불이 대형화되는 원인은 지면에 두껍게 쌓인 연료 즉 낙엽과 고사목들이 쌓여 한번 불이 나면 광활한 지역을 태우고 사람이나 야생 동물이 달릴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르게 번질 수 있다고 합니다. 

대형 산불을 막기 위해서는 기계적인 수단을 동원하여 연료가 되는 낙엽이 지면에 너무 두껍게 쌓이지 않도록 숲을 단촐하게 만들고 고사목은 제거해야 하고 화재 시 소방관들이 신속하게 투입될 수 있도록 도로 접근성을 강화하여 재앙적인 대화재를 예방하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합니다. <종말론적 환경주의> 저자 패트릭 무어는 대형 산불 원인의 이면에는 산림 생태계 보호라는 녹색운동이 있다고 주장합니다(1). 그의 책에서 ‘기후변화가 산불의 원인이라는 주장은 정치인들과 ‘녹색’ 운동가들의 직무 태만이 만들어 낸 핑계에 해당한다. 그들이 정말로 녹색 지구에 열광한다면, 그들은 산림 생태학 과정들을 수강하고 수백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서부지역의 긴 가뭄의 역사를 연구하는 것이 좋다.’ 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울진 산불과 관련하여 기사를 찾아보았더니 산불 발생 요인으로 범인 추적에 관한 내용이나 주민 보상에 대한 내용 또는 기후 위기가 전 지구적으로 가뭄, 산불, 태풍 등 대규모 재난을 낳고 있다는 맥락의 기사들이 대부분이라 조금 우려가 됩니다. 산불의 발생 원리와 원인을 면밀히 살펴보고 효과적인 산림 관리 방안을 소개하는 전문가들의 과학적이고 현실적인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 같습니다. 너무나도 소중한 자연을 정말 소중히 아끼고 지킬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생태계 보호라는 미명하에 자연에 손도 대지 말고 가만히 두라는 잘못된 녹색운동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돌봄이 있기를 기대합니다. 또 삼청공원처럼 아름답게 관리되는 숲공원들이 많이 생겨서 어린이들이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놀고, 어린이들은 물론 어르신들도 몸과 마음을 휴식할 수 있는 멋진 도서관 카페가 있는 숲이면 더욱 좋겠습니다.


(1)  <환경적 종말주의> 패트릭무어 저 p252~260



  • 숲의 시간 
  • 그림작가 앨리스 멜빈
  • 글작가 윌리엄 스노우
  • 번역 이순영
  • 페이지 40 쪽
  • 출판사 북극곰
  • 발행일 2022-04-03


임해영 | 그림책박물관 운영

일러스트레이터들을 위한 산그림 (picturebook-illust.com)을 운영하고 있으며, 다음세대에게 아름다운 그림책을 전하기 위하여 그림책을 역사적으로 정리하는 그림책박물관 (picturebook-museum.com)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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