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놀이터』 바우솔

2022-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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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같이 무겁고 단단한 사랑  『코끼리 놀이터』 




그림을 그린 주리 작가는 기존의 시에 아름답고 감성적인 그림을 덧입혀서 새로운 시그림책으로 탄생시키는데 탁월한 그림작가입니다. 밝은 회색 표지에 병아리들이 아장아장 귀엽게 놀고 있습니다. 가운데 큼지막하게 위치한 그림책 제목도 병아리와 똑같은 밝은 노란색입니다. 면지에는 병아리 한 마리가 왼쪽 구석에서 미끄럼을 타며 내려오고 있습니다.  『코끼리 놀이터』 라는 제목을 보면서 코끼리와 병아리가 연결이 되지 않았었는데, 놀러 나온 병아리들을 위해 기꺼이 바위 놀이터가 되어 준 코끼리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제 좀 쉴까? 커다란 코끼리가 나무 그늘 아래 풀밭에 몸을 누입니다.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노란 병아리들이 종종종 산책을 나옵니다. 낟알을 콕콕 쪼아 먹는 모습과 흙을 파헤치며 흙놀이하는 아기 병아리들의 모습이 천진난만합니다. 어렸을 때 병아리 한 번 쯤 키워보신 적 있으신가요? 학교 앞 병아리 파는 아저씨가 오신 날은 어김없이 병아리 한 마리를 안고 집에 갔었던 기억이 납니다. 병아리가 죽어서 울었던 기억도 많습니다. 작은 병아리가 어찌나 귀엽던지요. 병아리의 천진한 모습이 그림으로도 너무나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병아리 한마리가 외칩니다. “어, 저기 바위가 있다!” “우리 바위 위에 올라가 놀자!” 그러나 그 바위는 잠이 든 코끼리 입니다. 병아리들은 코끼리 코를 타고 종종 줄을 지어 올라갑니다. 드디어 코끼리 정상에 오른 병아리들은 폴짝폴짝 발을 구르며 미끄럼을 탑니다. 그뿐만 아니라 찍찍 오줌을 싸고 똥을 쌉니다. 잠에서 깬 코끼리는 너무나 간지러워 냇물에 풍덩 들어가 샤워를 하고 싶었지만 꾹 참습니다. 병아리들은 실컷 놀다 지쳐 잠이 듭니다. 병아리들이 깜짝 놀랄까봐 코끼리는 꼼짝 못하고 그대로 누워 있습니다.


코끼리는 꼼짝 못 하고 누워 있어야 했어요.
바위가 일어나면 병아리들이 깜짝 놀라니까요.
바위가 일어나면 병아리들이 다치니까요.


코끼리 팔과 다리 접힌 부분에 쏙쏙 들어가 쿨쿨 잠든 모습을 보니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잠이 든 아이만큼 사랑스러운 모습도 이 세상에 없는 것 같습니다. 드디어 잠자던 병아리들이 깨어나 코끼리 코를 타고 내려옵니다. 코끼리는 병아리들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대로 움직이지 않고 기다립니다. 일어서려던 코끼리는 발에 쥐가 났습니다. 코끼리는 저녁 노을을 바라보며 중얼거립니다. “힘들었지만 행복한 하루였어. 그런데 귀여운 병아리들이 내일 또 올까?” 


코끼리는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중얼거렸어요.
"힘들었지만 행복한 하루였어."
"그런데 귀여운 병아리들이 내일 또 올까?"


아무리 커다란 코끼리여도 서있는 모습, 잠든 모습을 보면 어른 코끼리인지, 어린 코끼리인지 구별이 됩니다. 아기 병아리에게 따뜻한 배려와 사랑을 베풀었던 코끼리는 본인도 어린 코끼리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어리고 연약한 병아리들을 위해 기꺼이 희생을 감수합니다. 앞 뒤 분간 못하는 병아리들은 어떤 사랑을 받았는지 아무것도 모른 채 내일도 종종종 바위를 찾아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병아리들의 모습이 바로 우리들의 모습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나님의 크신 사랑에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또 미쳐 깨닫지 못하지만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갚을 수 없는 사랑을 받으며 지금까지 지내왔을 것입니다. 이제는 걸음마 하던 시절을 지나 두 발로 단단히 서는 코끼리가 되었으니 바위같이 묵직하고 단단한 사랑을 전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코끼리 놀이터 
  • 그림작가 주리
  • 글작가 서석영
  • 페이지 40 쪽
  • 출판사 풀과바람(바우솔)
  • 발행일 2022-01-28




임해영 | 그림책박물관 운영

일러스트레이터들을 위한 산그림 (picturebook-illust.com)을 운영하고 있으며, 다음세대에게 아름다운 그림책을 전하기 위하여 그림책을 역사적으로 정리하는 그림책박물관 (picturebook-museum.com)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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