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그림책에 나타난 아동의 놀이 [글:신미성]

2022-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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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그림책에 나타난 아동의 놀이



아동에게 있어 놀이는 ‘삶’ 그 자체라 할 수 있을 만큼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닌 활동이다. 아동의 놀이는 아동문학에서도 자주 다루어지는 주제이며, 아동의 놀이가 그려진 그림책 속에는 아동의 놀이하는 모습과 놀이하는 아동의 심리, 그리고 놀이를 통해 발달을 이루는 아동의 모습이 잘 드러나 있다.

본 연구에서는 아동의 놀이가 그림책에 어떻게 그려지는지 심층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아동의 놀이가 나타난 국내와 번역 창작 그림책 172종을 선정하여, 아동의 놀이 유발 요인, 놀이 대상, 놀이 장소, 놀이 유형, 놀이상황에서의 성인의 역할, 놀이 종결 요인을 양적으로 분석하였다. 연구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1. 놀이 유발 요인

아동의 놀이 유발 요인으로는 ‘물리적 요인’이 과반수 이상의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표 1> 놀이 유발 요인 분석 결과 (N=172)  

구분빈도 (회)백분율 (%)
물리적 요인11964.7
인적 요인4222.8
개인적 요인2312.5
합계184100

* 도서별 중복 체크를 허용한 수치임

<표 2> 놀이를 유발시키는 물리적 요인 분석 결과 (N=119)

물리적 요인빈도 (종)백분율 (%)
놀고 싶은 놀이 소재가 생긴 경우7361.3
놀고 싶은 놀이 공간이 생긴 경우4638.7
합계119100



놀이 유발 요인으로는 물리적 요인이 가장 많았으며 물리적 요인은 놀이소재와 놀이 공간으로 나뉘었다. '놀이 소재’는 아동이 생활하는 일상 환경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크고 작은 생활용품들과 장난감, 자연물까지 다양하게 나타났다. 『우리는 벌거숭이 화가』(문승연, 이수지, 2005)에서는 동생이 우연히 가져온 작은 물감 하나로 인해 남매만의 재미있는 놀이가 시작되었고, 『한 줌의 모래』(시빌 들라크루아, 2018)에서는 바다로 휴가를 갔을 때 신었던 신발 속에 들어있는 모래로 인해 동생과의 다양한 상상 놀이가 시작되었다. 그 외에도 감귤, 동물 잠옷, 이불, 침대, 복사기, 나뭇잎, 꽃, 딸꾹질, 꿈 등 소소하면서도 예상치 못한 소재들로 인해 아동의 놀이가 시작되는 모습이 그려졌다.

아동들이 ‘놀이하고 싶은 공간’은 자신이 평소 가고 싶어 했던 공간이었거나 성인이 데려다준 새로운 공간, 우연히 접하게 된 공간 등으로 나타났으며, 대부분 자연 공간으로 그려졌다.


그림 1. 한 줌의 모래(시빌 들라크루아, 2018)

 

 

2. 놀이 공간

아동의 놀이 공간을 분석한 결과 실내가 실외보다 압도적으로 많이 나타났으며 실내 공간도 대부분 집 안으로 그려졌다.


<표 3> 놀이 공간 분석 결과 (N=172)

구분빈도 (종)백분율 (%)
실내10058.1
실외6739
실내.외31.7
알 수 없음21.2
합계172100



<표 4> 실내 놀이 공간 분석 결과 (N=100)

실내 공간빈도 (종)백분율 (%)
집안9292
공공장소88
합계100100



박현주의 『비밀이야』(2016)에는 오직 방 안에서만 상상 놀이를 하는 두 남매가 등장한다. 또한 집안 모든 곳을 자유롭게 이동하며 놀이하는 아동, 욕실 또는 거실에서 놀이하는 아동 등 작품 속 아동들은 집 안의 다양한 공간에서 자신만의 특별한 놀이를 하는 존재로 그려졌다.

그림 2. 비밀이야(박선주, 2016)



<표 5> 실외 놀이 공간 분석 결과 (N=67)

실외 공간빈도 (종)백분율 (%)
자연3247.8
동네. 길. 골목1319.4
공공장소1217.9
집 앞 마당1014.9
합계67100


실외 공간에서의 놀이가 그려진 작품에서는 자연 속에서 놀이하는 모습이 가장 많았다. 『나는 용감한 잭 임금님』(피터 벤틀리, 헬린옥슨버리, 2011)에는 숲속에서 자신들만의 성을 만들어 상상 놀이를 하는 세 형제가 등장한다. ‘자연’의 경우 매우 다양한 장소들이 그려졌는데, 그 중 숲속과 바다에서의 놀이가 가장 많이 나타났다.

전체 분석 대상에서 실외 공간보다 실내 공간에서의 놀이가 더 많이 묘사되었지만, 실외 공간은 더 다양한 장소들을 포함하고 있었다. 또한 실외 공간에서의 놀이 모습이 그려진 작품에서는 대부분 신체를 활발하게 움직이는 놀이를 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림 3. 나는 용감한 잭 임금님 (피터 벤틀리, 헬린 옥슨버리, 2011)


 

3. 놀이 대상


<표 6> 놀이 대상 분석 결과 (N=172)

구분빈도 (회)백분율 (%)
없음 (혼자 놀이)10656.1
또래친구(들)2915.3
형제. 자매2714.3
엄마94.8
반려동물84.2
아빠52.6
부모 외의 성인42.1
부모10.5
합계189100

* 도서별 중복 체크를 허용한 수치임


아동의 놀이 대상을 분석한 결과, 놀이 대상 없이 혼자 놀이하는 아동이 과반수를 차지할 정도로 많았다. 루시 스콧의 『난 심심하지 않아』(2017)에는 하루일과를 보내는 내내 끝도 없이 바쁘게 놀이하는 사랑스러운 여자아이가 등장한다. 이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서만 놀이하는 아동의 모습이 그려져 있는가 하면, 이수지의 『동물원』(2004)에서는 누군가와 함께 있으면서도 혼자 자신만의 상상놀이를 하는 모습도 그려졌다.

아동의 놀이 대상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부모 양측 모두와 함께 놀이하는 모습은 단 1종의 작품에서만 나타났으며, 반려동물과의 놀이 모습이 아빠 또는 아동 주변의 성인과의 놀이 모습보다 더 많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림 4. 난 심심하지 않아(루시 스콧, 2017)

 

 

4. 놀이 유형


<표 7> 놀이 유형 분석 결과 (N=172)

구분빈도 (회)백분율 (%)
가장놀이13253.2
사회적 놀이5923.8
신체운동 놀이3614.5
사물놀이187.3
언어놀이31.2
합계248100

* 도서별 중복 체크를 허용한 수치임


아동의 놀이 유형 중에는 가장놀이(pretend play)가 가장 많이 그려졌으며, 아동은 다양한 환경과 상황 속에서 상상놀이에 쉽게 몰입하였다. 특히 성인의 모습을 모방하거나 평범한 생활을 회상하며 놀이하는 일상성이 강한 상상놀이보다 『괴물들이 사는 나라』(모리스 샌닥, 2000)에 등장하는 아동들처럼 일상에서 벗어난, 높은 수준의 상상놀이를 하는 모습이 더욱 많이 나타났다. 『파란 분수』(최경식, 2016)의 아동은 물이 나오지 않는 분수대를 한참을 바라보다가 우지끈 땅이 흔들리며 나타난 거대한 고래를 만나고, 그 고래를 타고 어두운 밤하늘을 날아 푸른 바닷속을 자유롭게 탐험한다. 이처럼 아동들은 상상을 이용한 놀이를 통해 즐거운 감정과 경이로움을 경험하고, 또는 자신의 욕구를 해소하기도 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정화하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그림 5. 파란 분수(최경식, 2016)

 

 

5. 놀이상황에서의 성인의 역할


<표 8> 놀이상황에서의 성인의 등장 여부 분석 결과 (N=172)

구분빈도 (종)백분율 (%)
등장함11969.2
등장하지 않음5330.8
합계172100



전체 연구대상 그림책 중 119종(69.2%)의 작품에 성인이 함께 등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 성인의 역할은 성인이 아동의 놀이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비참여자 역할이었다. 그러한 예로 『종이 아빠』(이지은, 2014)에서는 딸이 자신이 좋아하는 놀이를 아빠에게 함께 하자고 하지만 아빠는 “그래, 그래, 나중에 …….”, “은이야, 아빠 바쁘다고 했지.”라며 무심한 태도를 보인다.

또한 아동의 놀이 시 성인의 역할은 공동놀이자, 방관자, 감독자/교수자, 무대관리자, 놀이지도자 순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서 공동놀이자가 가장 횟수가 많았으며 놀이지도자의 역할은 미미하였다.



그림 6. 종이 아빠(이지은, 2014)

 

6. 놀이 종결 요인

아동의 놀이 종결 요인을 분석하기에 앞서 놀이 종결 여부를 살펴본 결과, 전체 분석대상 172종 중 131종(76.2%)에 놀이 종결 모습이 나타났으며, 아동의 놀이는 개인적 요인으로 인해 종결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표 9> 놀이 종결 요인 분석 결과 (N=131)

구분빈도 (종)백분율 (%)
개인적 요인7658
물리적 요인3426
인적 요인2116
합계131100



<표 10> 놀이를 종결시키는 개인적 요인 분석 결과 (N=76)

구분빈도 (종)백분율 (%)
심리적 요인5775
신체적 요인1925
합계76100



<표 10>처럼 아동의 놀이를 종결시키는 개인적 요인으로는 ‘심리적 요인’이 ‘신체적 요인’보다 3배 높게 나타났다. 특히 놀이에 충분한 만족감을 느낀 후 아동 스스로 놀이를 종결하는 모습이 가장 많이 그려졌다. 마츠오카 다츠히데의 『내가 공룡이었을 때』(2013)의 주인공 아동은 할아버지가 선물해 준 공룡 옷을 입고 놀이터에 나가 공룡 세계로 상상 여행을 떠난다. 아동은 한바탕 신나는 상상 놀이를 한 후 가슴이 두근거릴 만큼 재미있고 신기한 하루였다고 느끼며 스스로 놀이를 끝낸다. 이를 놀이 유발 요인의 분석 결과와 비교해서 정리해 보면, 아동의 흥미를 자극하는 외부적 영향으로 인해 놀이가 시작되고, 충분한 놀이 경험 후 스스로 놀이가 끝내는 패턴이 가장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림 7. 내가 공룡이었을 때(마츠오카 다츠히데, 2013)


이상과 같이 창작 그림책에 나타난 아동의 놀이를 그림책의 내용분석 방법론을 통해 살펴보았다. 본 연구는 각 그림책이 현실을 얼마나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는지의 여부를 평가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그림책의 가치는 현실 모방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림책은 항상 독자에게 무엇인가를 가르치는 기능을 갖고 있다는 측면에서 부모나 교육자는 그림책에 그려진 긍정적인 성인의 역할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출처 : 신미성, 현은자 (2019). 창작 그림책에 나타난 아동의 놀이. 어린이문학교육연구, 20(4), 163-191 




신미성 | 성균관대학원 아동청소년학과 박사과정

대학에서 아동미술을 전공하고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아동청소년학과 아동문학 석사를 졸업했습니다. 논문 <창작 그림책에 나타난 아동의 놀이>로 2019년에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같은 해에 ‘어린이문학교육연구’에도 게재하였습니다. 놀이와 예술,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예술로서의 그림책에 매료되어 그림책 전문가로서의 꿈을 위해 동일전공으로 박사과정에 재학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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