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서니 브라운의 <겁쟁이 윌리>의 세계관 분석 [글:강다혜]

2023-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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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브라운의 <겁쟁이 윌리>의 세계관 분석




Ⅰ. 서 론


앤서니 브라운의 『겁쟁이 윌리』에는 브라운이 생각하는 어린이의 내면과 그들이 가지고 있는 스트레스와 심리가 표현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상황에서 어린이가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대한 브라운의 시각이 나타나 있다. 이 그림책의 주인공인 윌리가 자신에게 나타나는 문제를 해석하고 해결하는 방법은 그가 이 세상을 인식하고 살아가는 방법 즉 세계관을 반영한다. 그리고 이러한 윌리의 세계관은 이 책을 읽는 어린 독자들로 하여금 그 안에 깃들인 예술적 표현을 통해 인지적, 정서적, 도덕적 측면에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연구문제 1. 『겁쟁이 윌리』텍스트 자체는 어떠한가?

연구문제 2. 『겁쟁이 윌리』뒤의 세계인 작가의 창작 의도와 배경은 어떠한가? 

연구문제 3. 『겁쟁이 윌리』앞의 세계인 독자의 반응과 평가는 어떠한가? 

연구문제 4. 『겁쟁이 윌리』에 투영된 세계관은 무엇인가?


Ⅱ. 『겁쟁이 윌리』텍스트 자체에 집중하기

 

1. 기초적 읽기: 그림책의 특성을 고려하여 읽기


그림책의 표지에는 윌리가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걸어가는 모습이 그려진다. 윌리는 셔츠에 넥타이까지 매고 그 위에는 조끼를 입고 있다. 그리고 초록색 바지에 무지개색의 양말을 신은 윌리는 구두까지 신고 있는데, 앤서니 브라운은 길을 가다가 벌레를 밟을까 봐 걱정하는 소심한 캐릭터를 그리다 보니 이렇게 옛날 스타일(old fashion)의 옷을 입은 윌리가 탄생했다고 말했다.(1)  윌리는 앞으로 걸어가고 있지만, 그의 눈동자는 마치 뒤쪽을 보는 것처럼 뒤쪽으로 쏠려 있고 입가에는 웃음을 띠고 있다. 

첫 장면에는 표지와 비슷한 모습의 윌리가 묘사되었다. 파리가 바로 자신의 눈 앞에서 날고 있는데도 신경쓰지 않고 길을 가고 있는 윌리를 글 텍스트는 “윌리는 파리 한 마리도 죽이지 못해요.”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 다음 장면에서도 계속 윌리의 성격을 묘사하고 있다. 윌리는 길을 걸을 때면 언제나 작은 벌레라도 밟을까 조심하며 누군가와 부딪히면 자신이 잘못이 아니더라도 “어머, 미안합니다!”라고 말한다. 가끔 동네 불량배들이 윌리를 때릴 때도 윌리는 “어머, 미안합니다!”라고 말했기에 동네 고릴라들은 윌리를 겁쟁이라고 불렀다. 

이어지는 내용은 겁쟁이라고 불리는 것이 싫은 윌리가 한 광고를 보고 자기의 모습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윌리는 광고에 적힌 주소로 돈을 보냈더니, 책 한 권을 받았다. 거기에는 윌리가 해야 할 일이 적혀 있었는데, 이는 본 윌리는 체조를 하고, 달리기를 하고, 특별한 식사를 했으며, 에어로빅 교실에 가서 디스코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그리고 권투도 배우고 근육을 키우는 운동을 한다. 이때 윌리보다 2배는 큰 키와 근육을 가진 고릴라 두 마리 사이에서 두 팔의 근육을 보이기 위해 힘을 주고 있는 윌리는 상대적으로 매우 왜소하고 작게 그려져 있다. 윌리는 역도를 시작했는데, 날이 가고 달이 갈수록 역기가 무거워지듯 몸무게가 무거워지더니 드디어 윌리는 자신이 원하는 모습을 만들어낸다. 윌리가 역기를 들어 올리는 장면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커지는 윌리의 이미지를 네 컷으로 애니메이션처럼 나란히 배열되어 있다. 그 다음 장에는 자신의 달라진 모습을 거울에 비춰보며 한껏 흐뭇한 표정을 한 윌리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이 장면은 거울을 비춰보고 있는 윌리가 아닌 거울에 비친 윌리의 모습을 독자가 볼 수 있게 그려놓았다. 이 장면에서 초록색 프레임의 거울에 비친 윌리는 빨간색 트렁크를 입고 한껏 가슴을 부풀리며 웃고 있는데, 왼쪽 서랍장 위의 흑백사진과 대조된다. 이 사진에는 첫 장면처럼 옛날 스타일의 옷을 입은 윌리가 근심 어린 표정으로 앞을 보며 서 있는데 그 위에는 구름이 한 조각 그려져 있다.(2)

그 후 길을 가던 윌리가 밀리를 괴롭히는 불량배들이랑 마주친다. 윌리를 보고 불량배들은 그냥 도망쳐버린다. 이어지는 장면은 불량배들을 달아나게 한 윌리에게 밀리가 감사의 키스를 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 다음은 자랑스러워하는 윌리가 “난 겁쟁이가 아니야! 영웅이지.”라고 말하며 걸어가다 앞에 있는 가로등을 보지 못하고 부딪히는 장면이다. 마지막 장면은 가로등을 손으로 집은 채 “어머, 미안합니다!”라고 말하는 윌리의 모습으로 끝난다. 


2. 검증적 읽기: 작품의 장르 파악하기


이 그림책은 등장인물이 의인화 되어 있기 때문에 ‘판타지 그림책’이라고 할 수 있다. 현은자와 김세희(2005)는 일반적으로 판타지는 환상의 세계를 그리고 있으나 현실에 뿌리를 박고 있으며 독자에게 새로운 시각으로 현실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측면에서 사실적(realistic)일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그림책에서 의인화된 동물의 성격적 특성은 종종 현실의 인물과 비슷하며 시공간적인 배경도 우리에게 친숙하다. 앤서니 브라운의 작품에는 유인원이 주요 등장인물로 자주 등장하는데, 한 아이가 그에게 고릴라를 많이 그린 이유에 대해서 묻자 그는 다음과 같이 답한다. 첫째는 그가 보기에 고릴라가 근사한 동물이기 때문이며, 둘째는 고릴라가 사람과 무척 비슷하기 때문이고, 셋째는 고릴라를 보면 자신의 아버지가 생각이 나기 때문이며, 넷째는 고릴라가 인간의 다른 측면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그는 이 네 번째 이유가 자신이 그림책에서 표현하는 세상의 초현실적인 면과 맥이 닿아 있다고 말하며, 고릴라가 사람처럼 보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렇지 않은 것이 유인원과 인간의 구분을 모호하게 하려는 의도이며 이는 다른 구분도 모호하게 하는 효과를 얻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또한 유인원 등장인물이라는 보편성 덕분에 굳이 같은 나이나 시대, 민족이 아니어도 모든 어린이가 자신을 주인공과 동일시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3. 분석적 읽기: 주인공을 통해 텍스트의 주장 살피기


현은자, 김주아, 국경아(2018)는 존 클라센의 <모자 삼부작>을 분석적으로 읽기 위해, 라이킨(Ryken)이 제안한 방법을 보완하여 텍스트가 드러내는 삶에 관한 비전을 파악하였다. 이는 주인공에게 초점을 맞추어 텍스트가 주장하는 세계관을 밝히는 것인데, 본 연구는 주인공인 윌리에 맞춰 이 질문으로 분석적 읽기를 해보고자 한다. 


1) 주인공 윌리의 정체와 동기는 무엇이며 어떠한 행동을 하였나?

먼저 주인공 윌리는 의인화된 침팬지로 소심한 성격 탓에 동네 고릴라들에게 겁쟁이 윌리라고 불린다. 브라운은 윌리가 고릴라들의 세상에 살고 있는 침팬지이며, 고릴라들은 윌리보다 크고 강하고 힘도 세며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누구나 살다 보면 주위 대다수의 사람들보다 열등한 느낌이 드는 상황에 처할 때가 있는데 이러한 느낌은 어린이들에게 더욱 친숙한 상황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어린이들은 어른들이 좌우하는 세상에 살고 있기에 작고 약하며 때로는 무지하고 아무 영향력을 끼치지 못해 형이나 언니, 부모나 선생님에게 휘둘릴 수밖에 없으므로 삶 자체가 위압적인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브라운이 이와 같이 말했다고 해서 주인공인 윌리가 어린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이 그림책에서 윌리는 집 안에 있는 모습이 몇 번 등장하는데 집 안에 부모로 예측되는 인물은 없으며, 운동을 해서 근육을 키웠다는 설정이나 윌리가 불량배들에게서 밀리를 구해주고 키스를 받는 장면 등을 고려할 때 윌리가 어린아이일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힘들다. 그렇기에 윌리는 세상 속에서 다른 이들보다 우월하지 못하여 삶 자체에 위압을 받고, 이차성징이 이루어져 운동으로 몸에 근육을 키울 수 있는 나이의 남성을 표현했다고 말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윌리에게 동기를 유발하는 것은 다른 고릴라들처럼 우월한 신체와 힘을 가져 불량배와 같은 타인의 위압을 이겨내거나 아니면 오히려 그들을 제압하고 싶은 욕구 혹은 욕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윌리는 자신의 신체를 우월하게 하고자 식단을 조절하고 체조, 달리기, 에어로빅, 권투, 근육을 키우는 운동과 역도를 하였다. 


2) 주인공 윌리는 다른 등장인물과 어떠한 관계를 맺는가?

이 그림책에서 윌리는 밀리를 제외한 다른 모든 등장인물과 친밀한 관계를 맺지 않는다. 윌리는 길을 가다가 자신보다 큰 덩치의 고릴라에게 거칠게 부딪힘을 당하며, 3명의 고릴라들에게 목이 졸린 모습으로 붙잡힌다. 에어로빅을 배우러 가서도 함께 에어로빅을 하는 고릴라들이 윌리를 이상한 눈으로 보거나 비웃는다. 그리고 권투를 하러 가서는 상대 고릴라에게 제압을 당해 아예 공격을 하지 못하며, 멋진 근육을 가진 고릴라들 사이에서 자신의 몸이 빈약하여 부끄러워하고, 마지막 장면에서는 사물인 가로등에 부딪힌 후 가로등에 대고 사과를 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3) 주인공 윌리의 행동에 대한 결과는 어떠한가? 

마지막으로 윌리의 행동에 대한 결말을 분석해보면, 결과적으로 윌리는 실패했다고 말할 수 있다. 윌리는 열심히 노력을 하여 자신이 원하는 외모와 신체를 얻었다. 그 모습으로 자신을 괴롭히던 불량배들을 도망가게 하고 밀리에게 호감을 사 키스를 받지만, 가로등에 부딪히자마자 예전 나약했던 당시의 버릇대로 사과를 하고 만다. 브라운도 실제로 윌리는 전혀 변하지 않은 것이라고 못 박았다. 하지만 그는 겉모습이 커지더라도 인성은 남아있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하는데, 윌리가 가로등에 사과하는 마지막 장면은 일부러 아무 시각적 장치도 없이 그려서 윌리가 다시 원래의 크기로 줄어들었는지 그렇지 않은지 명확히 알 수 없도록 모호한 엔딩을 표현했다고 말한다. Browne이 말한 시각적 모호함으로 인해 독자에게 의문점을 남긴다. 이 그림책의 첫 장면에 등장하는 윌리는 앞을 보며 걷는데도 등이 동그랗게 굽은 모습으로 표현되었는데, 마지막 장면에서 가로등을 붙잡고 있는 윌리의 굽은 등은 윌리의 체격이 커진 모습보다는 첫 장면과 더 유사하기 때문이다. 


Ⅲ. 『겁쟁이 윌리』뒤의 세계 조사하기


텍스트 뒤의 세계를 조사하기 위해 브라운이 자신의 아들 조셉 브라운과 함께 쓴 『앤서니 브라운 나의 상상 미술관 Playing the Shape Game』 (2011)을 바탕으로 그에게 영향을 미친 사건과 인물들에 대해 분석하였다. 

브라운은 르네 마그리트(René Magritte)와 살바트로 달리(Salvador Dali)의 초현실주의와 사무엘 베케트(Samuel Beckett),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의 실존주의라고 할 수 있다. 계영혜(1963)는 20세기 이후 인간은 도피할 수 없는 죽음의 문제로부터 절망에 빠지지 않을 수 없게 되었는데, 이를 자각하거나 밝혀내기 위해 실존주의가 대두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실존주의자에게 죽음은 가장 극복하기 힘든 사실인데, 그렇기에 카뮈(Camus)는 인간은 항상 부조리에 직면해서 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Sire, 2007). 브라운도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극도로 실존적이 되어 프란시스 베이컨의 작품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는 곧 죽음과 질병, 병적인 상태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졌다고 회상한다. 한편, 현대인의 실존 상황에 대한 통찰력과 주제의식으로 현대의 실존주의 작가이며 모럴리스트라고 불리는 존 파울스(John Fowles, 1926-2005)의 작품을 연구한 황혜리(2020)는 자신의 소설에 ‘변이를 수반한 유전’과 ‘생존경쟁’을 통한 ‘자연선택’의 개념을 이 세상에 탄생시킨 다윈(Darwin)의 진화론을 채택하여 등장인물의 실체를 규명하였다고 말한다. 이는 존 파울스의 작품에서 등장인물이 실존적 진화에 이르기도 하며, 진화의 유전인자를 보유하고 있는지에 관한 문제와 환경변화에 적응하며 살아남는 양상으로 표현되었다. 앤서니 브라운 역시 실존적 사고로 인해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빠져들었고, 인간 행동은 결국 원초적 본능에 의한 결정이라는 생각으로 사람과 동물 행동의 유사성을 그린 대형 유화 4장과 책 한 권을 그려 졸업작품을 출품하였다. 이후 브라운이 그림책 작가로 활동하며 처음으로 만든 작품은 『거울속으로』 (2006)이다. 그는 이 책의 여러 장면이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라고 말하며 그 책은 자신이 이전에 고안했던 초현실적인 이미지의 단순한 전달체였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러한 초현실주의적 표현도 결국은 실존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예술의 형태이다. 지아롱(2020)은 초현실주의, 다다이즘은 물론이고 자코메티(Giacometti), 베이컨, 중국의 방리균(方力钧), 장샤오강(张晓刚)과 같은 예술가의 예술적 실천은 모두 실존주의 흔적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며 실존주의와 트라우마는 예술가의 실천이나 관념, 창작 장르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결론적으로 초현실주의는 실존주의에 영향을 받은 예술의 형태이며, 실존주의는 그 기저에 사람과 동물을 동일하게 보는 다윈의 진화론적 사상이 깔려 있다(현숙경, 2022).


Ⅳ. 『겁쟁이 윌리』앞의 세계 조사하기


본 연구는 인터넷 독자서평을 조사하였다. 국내 인터넷 서점 3곳을 조사한 결과 이 책에 대한 독자평과 리뷰가 제일 많은 Y사의 회원리뷰 5개와 한 줄 평 55개를 조사하고, 포털사이트 N사에서 이 그림책의 제목을 검색하여 블로그와 카페에 이 작품에 대해 평가한 리뷰 38개, 총 98개의 리뷰를 조사하였다. 


1. 작가에 대한 신뢰적 반응


많은 독자서평들은 앤서니 브라운 자체에 대한 신뢰로 이 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였다. 


“앤서니 브라운 책은 무조건 믿고 사요.” 

“앤서니 브라운의 책을 모두 좋아해서 이 책도 구매했어요.”

“앤서니 브라운 책은 엄마인 제가 더 좋아하는지라 주문했습니다.” (3)


2. 작품에 대한 긍정적 평가


두 번째는 이 책의 내용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였다. 그런데 이 평가에는 주인공 윌리가 운동을 하고 자신의 몸을 키우는 등의 외적인 변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이지, 마지막 장면에 대한 해석을 다루지는 않았다. 단지 윌리가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 것 자체에 의미를 두고 이것이 이 책을 읽는 어린 독자에게 본이 되어 아이들을 긍정적으로 성장시킬 것이라는 기대가 들어있었다. 


“엄마가 감동 받은 책이에요~ 아이도 윌리가 꾸준히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고는 매우 좋아합니다.”

“마음이 약해 파리 한 마리 잡지 못하는 윌리가 겁쟁이로 살지않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용감한 영웅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담고 있어요. 아들도 겁쟁이가 되지 않기 위해 윌리를 따라 달리고 체조하고 권투하고 역도까지 같이해봅니다ㅋ 이젠 강해졌다고 말하는 아니ㅋ 윌리를 빌려 아들에게 설명해주니 이해를 잘 하더라구요. 힘없는 친구는 돕는거라고ㅎㅎ 그냥 너네 잘했음 하는 엄마마음 ㅋㅋㅋ” 

“윌리는 마음이 약해서 파리 한 마리 잡지 못하고, 심지어 누가 때려도 ‘어머 미안합니다!’하고 먼저 사과를 하는 마음 약한 친구입니다. 동네 고릴라들이 윌리를 항상 놀리죠...하지만 윌리는 많은 노력을 하지요... 달리고, 체조하고, 권투, 역도를 시작해서 윌리는 더 이상 겁쟁이로 살지 않습니다. 초라하고 왜소하고 소심한 윌리가 용감한 영웅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참 즐겁습니다. 세상 모든 겁쟁이 윌리들을 응원합니다!” (4)


아래의 글은 이 책의 마지막 장면에 대해서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그보다는 윌리가 운동을 해서 겉모습이 변한 것에 더 초점을 맞춘 양육자가 적은 리뷰이다.   

“전봇대에 부딪힌 장면을 보며 아이들은 너무나 즐거워하네요. ‘윌리는 정말 아프겠다.’했더니 ‘튼튼이는 앞을 잘 보고 다녀야지.’, ‘엄마도 가끔 딴 생각하다 꽝! 부딪친 적 있어. 무척 아프던데,’ 사랑이는 ‘저도 부딪혀 봤는데 진짜 아팠어요.’ 하네요. 윌리의 당당해진 모습을 보면서 두 아이들에게 어떤 장면이 떠오르냐고 했더니, 튼튼이는 밀리가 윌리에게 뽀뽀하는 장면이라고 하고요. 사랑이는 윌리가 역도하는 모습이라고 하네요. ‘겁쟁이 윌리’가 어떻게 되었냐고 했더니, 사랑이는 ‘운동을 많이 해서 아주 큰 고릴라 사람이 되었어요.’하고요, 튼튼이는 ‘바나나를 엄청 먹어서 커졌어요.’하네요. 겁쟁이 윌리의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잘 먹고 운동하고, 소심한 마음이 당당한 마음으로 바뀌는 모습처럼 우리 아이들이 튼튼한 몸과 마음을 단련하고, 힘없는 친구들을 도우며 밝은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네요.”(5)


한편 앤서니 브라운이 아이들의 심리와 마음을 잘 알아준다고 말하며 이 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반응도 있었다. 이렇게 평가한 독자는 이 책의 마지막 장면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반응한다. 


“겁쟁이라 놀림받는 게 싫었던 윌리가 크고 힘센 윌리가 되기 위해 스스로를 단련하여 당당해진 모습에 뭉클했더랬다....윌리에게 나를 투사했고 윌리가 스스로 성장시키는 모습에 감동일 수밖에 없었다....마지막 부분에서 작가는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을까 궁금했다. 천성은 변하지 않는다 정도로 이해했다. (중략) 실패해도 괜찮아,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넌 마음까지 큰 사람으로 성장할거야. 윌리야 너를 응원해!” (6)

“Willy the Wimp(『겁쟁이 윌리』원서명)는 자신의 연약함에 좌절하고 따돌림이나 괴롭힘도 눈물로 삼키는 세상의 수많은 아이들에게 거울과 같은 책이 되어 줄 듯합니다. 윌리에게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고 스스로 강인해져 가는 윌리를 보며 나도 할 수 있다는 믿음과 자신감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7)


3. 작품 이해의 어려움을 토로함


마지막은 이 책의 엔딩이 이해되지 않아 의아해하는 반응이 있었다. 이러한 반응들은 극히 소수였으며, 본 연구자가 조사한 독자 평가 98건 중 2건에만 나타났다. 그러나 여기에는 이 책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보다는 단순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정도로만 반응하였다. 

 

“음.. 마지막에 윌리의 대사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윌리가 자신감을 찾았는데... 음...왜 마지막 대사가...또도지에게 설명을 못함. 또도지는 윌리가 이제는 완전히 겁쟁이는 아닌, 그래도 아주 약간은 겁이 있는 것 같다고 얘기함.” (8)

“마지막 결과를 보고 엥? 이게 뭐야하고 놀랐던 기억이 나는데요. 작가인 앤서니 브라운은 이 동화책을 통해 무엇을 말하려는 것일까요? 앤서니 브라운은 윌리에 대해서 걱정 많고 약한 듯 하지만 결국은 자신만의 길을 찾아내는 캐릭터라고 말하고 있답니다.” (9)


Ⅴ. 『겁쟁이 윌리』텍스트의 세계관 분석하기


『겁쟁이 윌리』의 그림책 텍스트 자체에 내포된 세계관과 이 책의 저자인 앤서니 브라운에게 영향을 세계관을 살핀 결과, 이 그림책에는 투영된 세계관의 기저에는 인간과 유인원이 동일한 조상을 가졌다고 주장하는 다윈의 진화론이 깔려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다윈은 1859년 『종의 기원(The Origin of Species) 』을 발표하였는데, ‘신’의 존재를 배제하고 생명 현상을 가장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는 이론에 온 세계의 지성이 환호했다(정소영, 이연임, 2020). 다윈의 진화론은 모든 동식물은 수백만 년에 걸친 과정을 통해 발전한 것으로 유전학적 변화와 환경상의 변화의 상호 작용으로 인해 단순한 생물 형태가 서서히 복잡한 생물체로 바뀔 수 있다고 주장하며 이것이 ‘인간의 기원에 대해 새로운 함의를 준다’라고 말함으로 인간의 정의를 흔들어 놓았다(최재천, 장대익, 정과리, 홍성욱, 최재봉, 2009). 진화론적 세계관은 인간 개개인은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태어난 존재가 아니라, 자연 선택에 의해 우연히 발생한 존재이며, 치열한 생존경쟁 환경에서 잘 적응하지 못하는 존재는 결국 소멸한다고 말한다(정소영, 이연임, 2020). 그 결과 진화는 필연적이지만 각 종이 진화하는 경로는 우연성을 띠게 되어 모든 생명체는 특정한 환경에서 경쟁의 조건하에 우연히 진화한 것이기에 생존에 유리한 변이가 살아남을 수 있다(황혜리, 2020). 다윈은 이를 바탕으로 ‘자연선택’, ‘생존경쟁’, ‘적자생존’, ‘누적적 변이’, ‘무목적성’ 등의 개념을 발표했고, 이는 과학, 사회, 윤리, 심리학, 법학 등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치며 발달해 나갔다(최재천 외, 2009). 

앤서니 브라운은 자신의 자서전에서 수 차례 ‘사람은 동물이며, 근본적으로 사람은 유인원’이라는 자신의 생각을 피력한다. 


“내 글의 등장인물이 되는 유인원은 외양을 제외하면 사람과 똑같다. 사람처럼 행동하고, 사람처럼 말을 하고, 사람처럼 옷을 입는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람처럼 가장한 동물일 뿐임을 알 수 있다. 나는 우리 사람들도 근본적으로는 유인원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전적 구성이 거의 비슷하고, 욕망과 본능도 비슷하며, 심지어는 생김새도 그다지 다르지 않다. 인간과 동물 사이의 경계는 우리가 믿고 싶어 하는 것만큼 멀리 있거나 뚜렷하지 않다. 내 책에서 유인원을 인간화하는 것은 부분적으로 그 구분을 모호하게 하려는 의도에서이다

“내가 <동물원 Zoo>(1992/2002)에서 강조한 점 중 하나는 동물과 사람 사사의 밀접한 관계였다. 어떤 측면에서 <동물원>은 미술대학에서의 마지막 프로젝트였던 <사람은 동물이다>를 재생한 셈이었다.”

“(그림책 <달라질거야 Change>에 대한 해석 후) 이때 조셉과 마주 보는 고릴라에 대해 아동심리학자 게리 번은 ‘나의 궁극적인 고릴라 아버지’로 해석한 적이 있다 (중략) 내가 오랫동안 생각해 온 아버지와 고릴라 간의 연관성은 게리 번의 해석을 뒷받침해준다. 하지만 이 일러스트레이션은 내가 때때로 거대한 유인원을 신격화했던 것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조셉을 보고 있는 거대한 눈에는 확실히 성스러운 무엇인가가 있다.”


한편, 다윈은 『종의 기원』을 발표하고 12년 후인 1871년에 『인간의 유래와 성선택(The Descent of Man, and Selection in Relation to Sex) 』이라는 책을 발간하여 크게 두 가지 핵심 쟁점을 다루었다. 첫째는 생물의 역사에서의 성선택의 역할이고, 둘째는 인간이 특별하게 창조된 것이 아니며, 단지 유인원과 같은 조상에서 유래되었다는 가설이다(Darwin, 1871/2009). 『겁쟁이 윌리』에서 윌리의 노력은 자신의 외모를 멋지게 만드는 것이고 이는 이성 침팬지 밀리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게 된다. 다윈은 자연선택이 설명해주지 못하는 동물들의 특성, 예를 들면 공작 수컷의 화려한 깃털처럼 생존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쪽으로 진화를 하는 것을 보고 ‘성선택’이라는 개념으로 결론을 내리며 성선택이야말로 진화가 성립되기 위한 필수 요건의 하나라고 말한다(Dawin, 1871/2009). 이러한 성선택은 수컷들 간의 경쟁을 유발시키고 암컷이 특정 수컷을 짝짓기 상대로 선택하는 것으로 진화의 원동력이 된다. 미술대학 시절에 미술을 커뮤니케이션의 형태로 다루어야 한다는 것을 배운 브라운은 인간과 동물 행동 사이의 연관성을 함축하는 내용이 담긴 <사람은 동물이다>라는 제목의 대형 유화 4장과 책 한 권을 출품한다. 특히 마이크를 들고 노래를 하는 남성에게 매달린 한 여성의 그림 밑에 ‘새들의 노래는 성별과 종을 알려 주며 장거리에 있는 이성을 유학하는 역할을 한다’라고 쓴 설명글은 그가 다윈의 진화론 및 성선택설과 일맥상통하는 세계관을 가졌음을 방증한다. 

[그림 3] 사람은 동물이다, Anthony Browne 1967- 미술대학 졸업 작품

 

 

Ⅵ. 논의 및 결론


본 연구는 벤후저(Vanhoozer, 2009)의 문화해석방법론을 활용하여 앤서니 브라운의 『겁쟁이 윌리』를 분석한 결과, 그의 실존주의적 사상과 초현실적 표현의 기저에는 다윈의 진화론적 세계관이 깔려 있다는 것을 밝혔다는 의의를 지닌다. 다윈의 진화론적 세계관은 자연선택설에 의한 생존경쟁으로 외모와 능력을 중시하여 인간의 가치와 교육을 도구주의적으로 만드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방조하였다는 이유로 현대 사회에 지적을 받고 있다. 또한 이는 결국 삶의 부조리를 극복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안으로 허무주의로 이끌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을 아동에게 읽고 교육하는 성인은 그림책의 복잡한 코드로 인해 이러한 세계관을 발견하지 못하고, 작가의 명성과 평가로 인해 무조건 이 책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또한 이를 인터넷에 서평으로 올려 다른 성인 독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본 연구의 텍스트 앞 세계의 분석은 독자의 반응과 평가를 알아보기 위해 인터넷의 서평만을 분석하였기에 한계를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본 연구자는 성인 독자의 도서 선택과 평론에 윤리적 책무가 있음을 시사하며, 성인 독자들의 읽기 역량에 관한 심층 분석에 대한 후속 연구를 제안하고자 한다.  



강다혜, 현은자(2022) Anthony Browne의 <겁쟁이 윌리>에 나타난 세계관 분석. 어린이문학교육연구. 제23권, 제4호. 1-28. 




< 참 고 문 헌 >

정소영, 이연임 (2020). 고전이 알려주는 생각의 기원. 서울: 도서출판 렉스.
지아롱 (2020). 실존주의와 트라우마에 대한 현대회화의 경향 연구: 서양·한국·중국 중심으로. 군산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최재천, 장대익, 정과리, 홍성욱, 최재봉 (2009). 21세기 다윈 혁명. 서울: 사이언스북스.
황혜리 (2020). 존 파울스의 진화론적 소설관. 목포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현숙경 (2022). 기독교 세계관으로 보는 세상의 사상적 흐름. 한국기독교유아교육학회(편). 기독교세계관으로 보는 세상의 사상적 흐름과 영유아교육, 학술대회자료집(pp.11-27). 서울: 한국성서대학교.
현은자, 김주아, 국경아 (2018). 존 클라센의 모자 삼부작에 대한 세계관적 접근. 어린이문학교육연구. 19(4), 199-225. 
현은자, 김세희 (2005). 그림책의 이해 1. 서울: 사계절.
Browne, A. (2006). 거울 속으로. [Through the Masic Mirror]. (김현좌 역). 서울: 베틀북. (원본발간일 1976년).
___________ (2015). 겁쟁이 윌리. [Willy the wimp]. (조은수 역). 서울: 웅진주니어. (원본발간일 1984년).
___________ (2002). 동물원. [Zoo]. (장미란 역). 서울: 논장. (원본발간일 1992년).
Browne, A., & Browne. J. (2011). 앤서니 브라운 나의 상상 미술관. [Playing the shape game]. (홍연미 역). 경기: 웅진주니어. (원본발간일 2011년).
Darwin C. R. (2009). 인간의 유래와 성선택 [The Descent of Man, and Selection in Relation to Sex]. 6.78% 원서발췌 (이종호 역). 서울: 지식을만드는지식. (원본발간일 1871년).
Sire, J. W. (2007). 기독교 세계관과 현대 사상. [The universe next door. Forth edition]. (김헌수 역). 서울: IVP. (원본발간일 2004년).
Vanhoozer, K. J. (2009). 문화신학. [Everyday theology: How to read cultural texts and interpret trends]. (윤석인 역). 서울: 부흥과개혁사. (원본발간일 2007년).



(1) 웅진주니어(2016.03.16.) 앤서니 브라운 ‘겁쟁이 윌리’ 출간 30주년 기념 인터뷰 https://www.youtube.com/watch?v=ImRrQ-TUF-Y에서 윌리를 탄생시킨 배경에 대해 이야기한다. 2022년 6월 30일 인출
(2) 이 그림은 2016년에 출판된 『윌리와 구름 한 조각(Willy and the Cloud) 』에서 사용되었다.
(3) 위의 세가지 반응은 모두 인터넷 서점 Y사 『겁쟁이 윌리』한줄평에서 2022년 8월 13일 인출.
(4) 인터넷 서점 Y사 『겁쟁이 윌리』한줄평과 회원리뷰에서 2022년 8월 13일 인출.
(5) 인터넷 서점 Y사 『겁쟁이 윌리』한줄평과 회원리뷰에서 2022년 8월 13일 인출.
(6) 포털사이트 N사 블로그 https://blog.naver.com/dreamj31/222095066889에서 2022년 8월 13일 인출
(7) 포털사이트 N사 블로그 https://blog.naver.com/thebookyoulove/222717648603에서 2022년 8월 13일 인출
(8) 포털사이트 N사 블로그 https://blog.naver.com/cafryblue/222667195117에서 2022년 8월 13일 인출
(9) 포털사이트 N사 블로그 https://blog.naver.com/super1na/222690485078에서 2022년 8월 13일 인출


강다혜 | 성균관대학원 아동청소년학과 박사과정 수료

시와 글을 쓰며 책을 좋아하던 저는 국문학을 전공하길 원했습니다. 그래서 총신대 유아교육학과에 입학하였을 때 한편으로는 좌절했지만,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하나님이 내가 제일 잘 하는 곳으로 나를 이끄셨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대학 4년을 보내면서 제가 깨달은 것은 역시 하나님이 나보다 나를 더 잘 아신다는 것이었습니다. 유아교육의 분야 중에서도 유아문학이 또 그 중에서 그림책이 저에게 가장 즐거웠고 또 적성에 맞았기 때문입니다. 그 후로 성균관대학교 아동청소년학과에 입학해 현은자 교수님 밑에서 박사과정을 마쳤습니다. 지금은 4명의 자녀와 함께 공기 좋고 초목이 푸르른 경상남도 합천에서 끝나지 않는 집안일과 육아로 정신없이 살고 있습니다. 앞으로 그림책 속 세계관을 연구하여 다음 세대에 진심으로 추천해줄 수 있는 좋은 그림책을 발견하고 소개하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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