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희나의 『이상한 엄마』에 담긴 뉴에이지 세계관에 대한 기독교 세계관적 조명 [글:이수형]

2022-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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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희나의 『이상한 엄마』에 담긴 
뉴에이지 세계관에 대한 기독교 세계관적 조명




기본적으로 그림책은 글을 읽기 이전의 어린이가 사물을 이해하고, 글을 깨우쳐가며, 사회 지식을 익히는데 도움을 준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비평가들은 경계를 초월하려는 크로스오버(crossover) 경향으로 그림책에서 금기를 깨고 있다. 이러한 영향으로 성인독자의 영역인 ‘공포문학(Horror Fiction)’이 등장하고 있다. 

『A Children’s Book of Demons』(Aaron Leighton, 2019)는 아이들에게 악마를 부르는 주술을 소개하는 그림책으로 Amazon에서 팔리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주술을 하는 무당의 자문을 얻어 만든 그림책 『부적』과 부적에서 튀어나온 할머니를 소개로 한 그림책 『깊은 산골 작은 집』(2011)이 출판되었다. 출판사는 이 책을 우리나라 전통문화라고 소개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이러한 내용은 재미로 취급되고, 미화되어 전달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영지주의 세계관이 어린이 문학인 그림책에 깊숙이 침투했음을 알 수 있다. 영지주의는 영어로 그노시스(Gnosis)이며, ‘인식’, ‘지식’이라고 해석된다. 근원은 그리스어 퓌시스(Physis, 자연)에 대한 반대개념으로 자연의 선함을 부정하고 그 악함을 말하는 것이다. 이는 본질적으로 반유대교에서 기인하였으며, 창조세계의 선함을 말하는 유일신론적 입장에 대한 반항과 복수로서 어둠속에 있는 세계를 의미한다. 

그림책, 문학과 미디어는 문화로서 인간의 정신을 양성하는 역할을 한다. 인간은 문화 텍스트에 장기간 노출되어 다양한 유형의 효과와 부작용이 발생한다. 크로스오버 현상에 대해 아이들과 어른이 같이 보는 그림책, 또는 어른도 좋아하는 그림책인 단편적인 시선보다는 다층적 해석이 필요하다. 이는 피상적인 이해를 넘어서 현실에서 분별력을 키워주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본 연구는 문화 텍스트의 다층적 분석을 통해 세계관을 알아보고, 신학적으로 조명해 보고자 한다. 세계 가설로 이루어진 문학은 사회의 은유로 세계 전체를 이해하도록 권장하고(1)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견해와 습관을 형성해 준다. 그림책 역시 독자들에게 세계에 대한 이념, 즉 ‘물질주의’나 ‘쾌락주의’ 같은 것을 은밀히 전달할 수 있다. 따라서 연구문제는 다음과 같다. 

1. 『이상한 엄마』 그림책의 세계관은 어떠한가?
2. 『이상한 엄마』 그림책의 뉴에이지 세계관에 대한 기독교적 조명은 어떠한가?



『이상한 엄마』 그림책의 세계관

 
백희나 그림책의 앞표지에는 주로 한명의 주인공이 나온다. 이 작품에서도 표지그림에는 현실 세계의 사람이 아니고, 가상의 허구 세계인 하늘나라에 사는 인물이 실렸다. 특별한 머리모양과 옷차림, 얼굴을 구름으로 가린 인물이 집에서 나가는 현관 문 앞에 서 있다. 아무리 보아도 엄마의 모습이 아닌 모호한 존재이다. 또한 뒤표지에는 작은 프레임 안에 비가 내리는 어두운 밤의 베란다가 내려다보이고 빨래들이 널려 있어 엄마의 부재를 보여준다. 이야기가 끝나도 문제는 끝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면지는 앞과 뒤가 달라 본문에서 플롯이 진행되었음을 보여준다. 

『이상한 엄마』 의 등장인물은 아픈 아이 호호와 직장을 다니는 엄마, 하늘에서 온 이상한 엄마인 선녀 셋이다. 일반적으로 등장인물은 프로타고니스(protagonist)와 안타고니스트(antagonist)로 나눈다. 중심인물은 첫 번째(proto)와 갈등(agon)에 인칭 어미(ist)로 이루어졌다. 즉, 갈등을 주도하는 인물로서 강력한 의지로 관객을 매료시키는 주인공이다. 어린이 문학에서는 주로 어린이가 어려움을 극복하는 선한 인물이 되어 프로타고니스로 설정된다. 이와 반대로 악행의 기본적인 구조를 띠는 안타고니스트의 어원을 보면 반대(anti)와 투쟁(agon)에 인칭 어미(ist)로 구성되어 있다. 안타고니스트는 악한 행동으로 주인공을 위협하는 인물로 플롯의 전개에 서스펜스를 증가하는 인물로서 존재했다. 

하지만 포스트모더니즘의 해체이론으로 인물의 선악은 혼용되었고, 영화에서는 안타고니스트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영화 속 조커와 한니발과 같은 악한 인물이 프로타고니스트 자리로 올라선 것은 전복(subversion)의 상징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어두운 사회문제를 부각시켜 우리 사회에는 문제가 많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림책 『이상한 엄마』에서 선녀는 영화 속 조커와 같이 하얀 얼굴에 빨간 입술을 그리고 있다. 이는 도교의 신선 사상과 불교의 혼합으로 민간신앙에 섞여 무당들에 의해 받아들여진 신격의 인물이다. 중국의 화장법 연구(2)에서도 붉은 색은 귀신을 쫓는 관점으로, 귀신의 통로인 입에 적색 칠로 잡귀의 근접을 막았다고 한다.  



<그림 1> 『이상한 엄마』 백희나 (2016)  


<그림 2> 영화 [베트맨] (1989)       


<그림 3> 영화 [조커] (2019)


안타고니스트의 전복은 지면 분할에서도 나타난다. 총 열 다섯 화면에서 일곱 화면에만 등장하는 호호는 무기력하고, 대사도 거의 없으며, 엄마는 시작과 말미에 여섯 개의 화면에만 등장한다. 표지에 나타난 선녀는 총 10화면에 등장하여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이상한 엄마』 이야기의 배경은 어린이 문학의 구조와 다르다. Stott(3)는 현대 어린이 문학의 환상에 대한 구조를 첫째, 환상은 현실의 1차 세계에서 시작하여, 둘째, 잠재적이고 물리적으로 위협적인 세계에서 어린이들의 모험, 소원성취, 삶에 취약한 자신이 문제를 해결하는 ‘상상의 2차 세계’를 경험하며, 셋째, 마침내 어린이들은 만족감을 가지고 안전한 집(1차 세계)으로 돌아온다고 보았다. 그러나 그림책 『이상한 엄마』의 환상 구조는 이러한 구조에서 벗어나 인간이 일상을 보내는 집안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는 성인의 공포문학(Horror Fiction)에서 주로 사용되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작가 백희나는 미국의 캘리포니아 예술대학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했다. 대학 홈페이지(4)에 따르면, 이 대학은 Walt Disney와 Roy O Disney, Nelbert Chouinard에 의해 설립되었고, 70개 이상의 종합 학위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새로운 유형의 포스트모더니즘을 지향하는 아티스트를 위해 최적화되어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또한, “역사적으로 Disney의 유토피아적 개념을 가진 열렬한 반문화적(conutercultural) 버전의 이념을 가지고 있다”라고 밝히고 있다. 

백희나에 대한 평판이 높아지기 시작한 결정적인 계기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문학상(ALMA)의 수상이라고 볼 수 있다. ALMA의 수상작들은 크로스오버의 특징을 보이고 있으며, 그림책에 ‘아동용’이라는 제한을 없애고 작업했음을 강조하고 있다. 자녀와 부모의 갈등을 다루거나, 죽음, 성과 같은 주제들의 기괴한 표현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 창작자의 자유라고 주장하며, 이것은 인본주의라고 포장한다. 

그러나 백희나의 작품은 뉴에이지(New Age) 세계관을 투영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뉴에이지(New Age)란, 새로운 세대라는 개념으로 무신론과 물질주의가 만연한 20세기 말에, 기존의 사회, 문화, 종교에서 더 이상의 가치를 발견하지 못하고 영적 공허를 느낀 사람들이 만들어낸 것으로, 신문화 운동이다. 뉴에이지는 의식에 영향을 주는 영화, 음악, 문학 등 문화로서 넓게 확산되고 있다. 뉴에이지는 매우 혼합적이고 절충적이므로 그 특성을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려우나, Sire는 뉴에이지를 크게 오컬티즘(고대의 애니미즘, 원시종교, 이방종교)과 작게는 자신을 신으로 여기는 행태(주술사, 점성술사, 명상가)로 보았다. 뉴에이지의 기원은 고대로 불 수 있으며 기독교를 믿지 않던 문화권에서 신봉하는 수 없이 많은 신들을  인정한다. 타로카드를 통해 점을 치거나, 별자리 운세를 보고, 사주를 따지는 것, 전생을 믿고, 명상을 하면 열반에 오른다는 생각으로 개인이 도를 닦아 신이 되려는 것 등도 뉴에이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세대라는 뜻으로 불리는 까닭에 뉴에이지를 멋진 것으로 여기는 풍조가 이 시대에 팽배하다.(5) 



『이상한 엄마』 그림책에 투영된 뉴에이지 세계관에 대한 기독교적 조명


Todorov는 환상문학을 체계적으로 고찰한 연구가로서 호평을 받았다. 그는 러시아 형식주의에 영향을 받았고, Freud의 정신분석과 연계하여 해석했다. 결국 그의 문학관에서 기독교적 관점은 배제되었고, 환상이 기이함과 혼용되는 현상에 일조했다.(6) 판타지를 장르 분석이 아닌 사회 분석으로 바라본 Jackson은 억압되고 은폐된 욕망의 표출로서 현재의 질서를 전복(subversion)시키는 문학이라고 하였다. 그는 18세기 이전에는 악이 매우 분명한 방식으로 표현되었으나, 고딕소설(Gothic fiction)이 등장한 18세기 이후로 악이 평범해졌다고 한다. 급기야 20세기에 들어서는 악을 정의내리기 어려워졌다.(7) 뉴에이지 역시 이런 포스트모더니즘 상대주의 사상을 담고 있다. 악으로 표상되던 영지주의가 마치 판타지의 정설인 듯 어린이 그림책에 나타나서 선과 악의 개념을 상대화시킨다. 

Tolkien은 판타지, 요정 이야기, 여러 ‘로맨스’ 문학이 기본적으로 어린이가 아니라 성인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고, Lewis도 이에 동의했다.(8) 그러나 Tolkien은 자신이 아이들에게 산타클로스로 가정하고 편지를 보내기 시작하여 점점 상상의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이는 훗날 『반지의 제왕』 속의 중간지역을 설계하는 근본이 되며, 아이들에게 적합한 판타지가 탄생했다.(9) Tolkien은 분리된 공간인 환상을 2차 세계로 설정하였고, 현실의 1차 세계와 다른 차원으로 보았다. 환상 세계는 자연의 법칙을 어기고, 마법이 일어나는 세계로서 현실이 완벽히 분리되는 곳이다.  

Tolkien과 Lewis는 문학에서 선과 악의 개념은 기독교의 가르침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악이 선에 기생하는 존재일 뿐이다. Tolkien은 인간은 하나님의 자녀이므로 하나님 안에 존재하는 눈부시고 영원한 진실의 조각을 담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것은 역경과 고난, 악과 악한 환경 속에서도 선에 의해 악을 이겨내는 믿음의 주인공들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는 이러한 인물을 통해 선파국(eucatuastrophe)의 종결을 갖는 형식에서 기독 신앙인의 모습이 드러난다고 한다. 선파국이란, 분명히 슬픈 결말의 이야기에서 갑작스럽게 행복한 반전이 이루어져 깊이 감명을 받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기적과도 같은 것이다. 선파국은 하나님의 창조-타락-구속의 기독교 세계관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인간은 선한 존재로 창조되었으나, 타락하여 악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십자가에서 흘리신 보혈의 공로와 죽음에서 부활하심을 믿는 자에게는 구속과 영생의 선물이 주어졌다. Tolkien은 선파국이 어린이 문학의 가장 큰 기능이며, 구속을 통한 회복의 기쁨은 뛰어나고 완전한 좋은 동화의 특징이라고 강조한다.(10) Mouw 역시 “Tolkien이 말했듯이, 좋은 어린이 문학은 이야기 내내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행복한 결말로 마무리하면서도 안도감을 주는 것이다.”(11) 라고 말하며 그의 주장을 지지한다. 

뉴에이지 세계관을 투영하는 그림책은 허무한 세상을 강조하고 있으며, 불안과 공포 안에서 머물다 어쩌다 찾아온 이상한 존재의 행운에 잠시 위안을 얻는다. 그러나 문제 해결은 영원히 이루어지지 않고, 세상이 문제라는 의식만을 남긴다. 타락한 인간이 만든 세상, 그 어디에서도 하나님을 알지 못한 채로 살아가는 모습을 담고 있다. 백희나의 『이상한 엄마』 그림책도 예외가 아니다.  


출처 : 이수형. 현은자(2022). 신앙과 학문. 27(5). 105-135.을 요약한 것임


[1] Vanhoozer, K. A. (2009). 문화신학 [Everyday Theology]. (윤석인 역). 서울: 부흥과 개혁사. (원본발간일 2007년).
[2] 임재영. (1994). 중국 고대의 화장문화에 관한 연구. 한성대학교 논문집. 18(1). 463-485.
[3] Stott, J. C. (1977). Midsummer Night’s Dreams: Fantasy and Self-Realization in Children’s Fiction. The Lion and The Unicorn, 1(2), 25-39.
[4] 캘리포니아 예술대학교 홈페이지. https://calarts.edu/about/institute/history
[5] Wilkens, S. & Senford, L. M. (2014). 은밀한 세계관. [Hidden Worldviews]. (안종희 역). 서울: IVP. (원본발간일 2009). 
[6] Todorov, T. (2013). 츠베탕 토도로프 환상문학 서설. [Introduction à la littérature fantastique]. (최애영 역). 서울: 일월서각. (원본발간일 1976년). 
[7] Jackson. R. (2001). 환상성: 전복의 문학. [Fantasy The Literature of Subversion]. (서강여성문학연구회 역) 서울: 문학동네. (원본발간일 1981년)
[8] Duriez, C. (2005). 루이스와 톨킨 우정의 선물. [Lewis and Tolkien The Gift of Friendship]. (홍종락 역). 서울: 홍성사 (원본발간일 2003년). 
[9]  Pearce, J. (2001) 톨킨 – 인간과 신화. [TOLKIEN: MAN AND MYTH]. (김근주·이봉진 역). 서울: ㈜자음과모음. (원본발간일 1998년). 
[10]  Pearce, J. (2001) 톨킨 – 인간과 신화. [TOLKIEN: MAN AND MYTH]. (김근주·이봉진 역). 서울: ㈜자음과모음. (원본발간일 1998년). 
[11] Mouw, J. R. (2021; 171). 왜곡된 진리. [Distorted Truth]. (박일귀 역). 서울: CUP. (원본발간일 1989년). 


이수형  | 성균관대학교 아동청소년학과 박사과정 수료

그림책과 미술로 자신을 돌아보는 예술치유전문센터에서 센터장을 지냈고, 성균관대학교 아동청소년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였습니다. 어린이를 위한 환경에서 그림책과 예술의 역할을 학문적으로 탐구하고자 세계관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현재, PAUA 교수선교사로 캄보디아 라이프 대학에서 아동상담과목을 가르치고 있으며, 한국기독교유아교육학회에서 간사로 섬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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