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리드 린드그랜(Astrid Lindgren Memorial Award) 수상작 그림책의 세계관 분석 [글:이수형]

2022-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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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스트리드 린드그랜(Astrid Lindgren Memorial Award) 
수상작 그림책의 세계관 분석 



우수한 그림책에 수여하는 상을 아동문학상이라고 하는 이유는 그림책의 주된 독자가 어린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권위 있는 아동문학상을 수상한 그림책은 일반인들이 자녀나 학생을 위해 그림책을 선택하는 우선적인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2020년 우리나라 그림책 작가 백희나는 고액(한화 6억 5천만 원)의 상금을 주는 Astrid Lindgren Memorial Award(이하 ALMA 표기)를 수상하여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ALMA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는 실정이며, 학술연구정보 서비스(RISS)의 검색에도 그에 대한 연구물은 찾기 어렵습니다. 

본 연구에서는 ALMA의 선정 기준이 문화막시즘(Cultural Marxism)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논지를 펼치려고 합니다. 문화막시즘이란 전통 막시즘 이론가들이 실패한 전복의 이념을 문화에 심어, 사회적 약자인 아동과 여성이 혁명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이론입니다.(1) 문화막시즘은 1차 세계대전이 실패한 이후 막시즘 이론가 Antonio Gramsci의 ‘옥중 노트’로부터 발전된 이론입니다. 그는 노동 계급이 일으켜야 할 혁명이 실행되지 못한 원인을 기독교가 만들어낸 가족 중심 전통 가치에서 찾았습니다. 이를 해체하기 위해서 시민사회, 학교, 언론, 교회 및 대중문화 등 사회 문화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기관을 통해 긴 시간 동안 비판 및 재교육을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문화막시즘이 지배적인 지역은 1차 세계대전의 여파가 큰 유럽과 미국 등입니다. 헝가리 혁명에 참가한 Lukács György는 문화, 문자, 영화, 기호, 콘텐츠 등 문화적 텍스트를 특정한 역사적 환경에서 읽고, 그 배경을 조명하기 위해 텍스트의 해석을 이용했습니다. 역사적 환경이란 생산 방식, 계급, 갈등 구조에 마르크스의 자본 분석 이론을 사용한 것입니다. 그것은 문화 텍스트에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계층을 구분하여 비판하는 문화막시즘 전략입니다. 이 비판이론(critical theory)은 문화 연구를 통해 백인 남성은 우월하고 지배적이며. 여성과 아동은 약자로 분류되어 약자가 강자에게 대항할 것을 촉구합니다.  

비판이론의 문화 연구 모델들은 막시즘 이론가들의 1930년대 프랑크푸르트 대학의 사회문화 연구소에서부터 시작하여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신마르크스주의와 페미니즘, 정신분석학, 인본주의, 구조주의, 다문화 및 포스트모던 등이며, 아방가르드 운동으로 표현주의, 초현실주의, 다다를 포함합니다. 포스트모던은 비규정성, 해체주의, 하이브리드를 아우릅니다. 더 나아가 문화 다원성, 성혁명, 생태주의를 포함한 글로벌 포스트모던까지 나아갑니다. 

1차 세계대전의 실패로 생겨난 문화막시즘은 전쟁의 영향을 받은 지중해 유럽국가와 영국, 미국뿐 아니라 북유럽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 물결은 북유럽에 있는 스웨덴의 아동문학상 ALMA의 심사와 수상 그림책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추론할 수 있습니다. 본 연구는 ALMA 수상 그림책의 세계관을 분석하고, 문화막시즘의 이론들과 대조를 통해 어린이 문학으로서 그림책의 본질을 회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연구문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Astrid Lindgren Memorial Award의 제정 배경과 목표는 무엇인가?

 2. Astrid Lindgren Memorial Award 수상 그림책의 심사평과 세계관은 어떠한가? 



Astrid Lindgren Memorial Award의 제정 배경과 목표 


ALMA는 스웨덴 정부가 2002년에 아스트리드 린드그렌(1907~2002)의 사후, 작가를 기억하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매년 아동 및 청소년 문학에 탁월한 공헌을 한 개인이나 조직 중에 한두 개를 선정하는데, 2021년까지 그림책 작가 8명이 이 상을 수상하였습니다.

ALMA의 공식 조례에 따르면, 선정 기준은 첫째,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혁명적 일생과 닮은 작가이어야 하며, 둘째, 사회와 가정, 성인이 폭력적임을 강조하며 아동 권리를 주장하고, 정치인에게 쓴소리를 하며 셋째, 아동 발달에 있어 문화적 자극이 중요함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즉, 문화막시즘이 약자의 전복(subversion)을 주장하듯 ALMA도 성인은 모두 폭력적임을 전제하며, 아동은 약자로서 그 권리에 따라 주제나 형식에 제약을 두지 않는 문화를 즐겨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ALMA의 제정 배경을 알아보기 위해 아동문학 작가인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을 잠깐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녀는 스웨덴의 유산이라고 할 만큼 여러 문화 형태로 그녀를 만날 수 있습니다. 그녀의 장례식에 수많은 군중들이 거리로 나왔으며, 스웨덴 정부는 ALMA를 제정하였고, 스웨덴 국립도서관은 그녀의 기록보관소를 만들어 UNESCO 세계기록유산에도 등재시켰습니다. 특이한 점은 그녀의 자국에서의 인기는 주로 정치와 관련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녀는 18세에 나이 많은 상사와의 불륜 관계로 인해 아들을 낳고, 시간이 지난 후에 어린이 문학 작가로서 세상에 알려집니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영문 전기를 출판한 Andersen(2)은 편집장 Olenius와 Hartung 등과 함께 아동문학을 통해 사회를 자유화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Russell(3)은 “Arisophanes(고대 그리스의 대표적인 희극작가)의 올드 코미디와 같이 삐삐 롱스타킹은 법체계, 교육 체계, 사회 계급 구조, 그리고 심지어 육아에 대한 전통적인 개념까지 효과적으로 공격하는 혁명적인 텍스트이다”라고 평합니다. 삐삐는 어른을 화나게 하는 요소들, 즉, 강인한 체력, 엄청난 재력, 독립적인 아이, 어른의 감독과 자원의 제약이 없는 아이로서 어른을 표적으로 하는 유머로 사회를 전복시키고자 합니다. 삐삐 롱스타킹의 존재는 아동문학의 이데올로기적 접근의 본질을 잘 보여줍니다. 즉, 어린이와 어른의 관계는 사랑과 친밀함의 그것이 아니라 권력의 대립으로 대치되고 어린이 문학은 문화 혁명의 도구로 변질되어 갔습니다.

ALMA의 제정 목표는 ‘광범위한 이야기에 대한 모든 아동의 권리 every child’s right to great stories’입니다. 권리에 대한 주장은 과장된 요구에 사용될 수 있습니다. 20세기 많은 사회 저항 운동은 권리 담론으로 시작했고, 정치적입니다. ‘권리 절대주의’는 어떤 집단이 사람들이 특정 권리를 갖게 되면서 더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 오류가 없는 것으로 간주되어 피해를 보는 양상이 생겨납니다. 즉, 권리는 규범에 따라 합법적 청구권을 소유하게 됩니다.

ALMA는 아동에게 합법적으로 광범위한 이야기를 소유하게 합니다. 이야기는 한 나라의 문화에서 생성되고 미디어에 의해 소비됩니다. 미국과 같이 미디어의 생산량이 많은 나라에서도 수용자로서의 아이들에는 미디어를 즐길 수 있는 법적 제한이 존재합니다. 즉, 폭력성, 성적 표현, 범죄 모방성, 마약과 자살 같은 행동이 담긴 영상은 상영시간과 시청 연령이 제한됩니다. 그러나 ALMA 수상 작가들은 공공연히 ‘아동용’을 무시하고 작업했음을 밝히고 있으며 ALMA의 작품 평가에서도 혁명적 내용 및 아동을 고려하지 않은 주제를 우선으로 하는 것임을 감안할 때 ALMA가 주장하는 읽을 권리란 합법적 청구권이 아닌 소유적 개인주의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Astrid Lidgren Memorial Award 수상 그림책의 심사평과 세계관 


1. 모리스 샌닥 (Maurice Sendak, 1928-2012)


최초의 ALMA를 수상한 작가는 2003년 미국의 모리스 샌닥입니다. ALMA는 모리스 샌닥이 Max의 공격성을 유려한 그림으로 표현하여, 그림책 전체 풍경을 미학적, 심리학적으로 바꾼 현대 그림책의 시작을 알렸다고 합니다.

모리스 샌닥의 책 『괴물들이 사는 나라』의 주인공 Max는 엄마가 자신을 거부한 상황에서 혼자 방에 갇히고 상상의 여행을 통해 괴물의 왕이 되어 놀이를 하다가 자신의 방으로 되돌아옵니다. 모리스 샌닥은 심리 상담을 받았으며 평소 자유연상 드로잉에 엄마를 잡아먹는 아이를 그리곤 했습니다. Kloss는 센닥이 Freud가 주장하는 구강기 만족을 하지 못한 피해를 그림책에 담은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깊은 밤 부엌에서』 그림책에 대해 심리학자 Fretz, Kloss, Lanes는 부모의 성적 행위와 즐거움의 소리에 깬 Mickey가 그 소외감으로 엄마의 모유를 상징하는 우유를 찾아 주방에서 유영하는 내용을 담았다고 해석합니다. 모리스 샌닥은 주방에서 유영하는 Mickey를 벌거벗은 채로 소년의 몸을 그렸고, George MacDonald의 삽화에서 정면의 몸을 노출한 왕족 여자아이도 그렸다고 합니다. 심리학자 Kloss(4)는 모리스 샌닥이 아동의 성적 취향을 일찍이 인정한 최초의 삽화가라고 소개합니다. 그림책의 카타르시스에서 성적 판타지 충족을 언급한 Fretz, Kloss, Lanes(5)의 주장을 근거로 할 때 모리스 샌닥의 작품은 정신분석 이론에 기초한 성해방 세계관을 함축하고 있다고 평할 수 있습니다.   

<그림 1> 『깊은 밤 부엌에서』 모리스 샌닥 (1970)



2. 아라이 료지 (Ryôji Arai, 1956-현재)


2005년 ALMA를 수상한 일본의 아라이 료지(1956-현재)는 무대예술가로도 활동하는 예술가입니다. 그의 그림책을 ALMA는 도시, 숲, 바다 등의 다양한 풍경을 그려낸 화보라고 평하기도 하였습니다. 수상 평가에 쓰인 언어를 보면, 녹색 음영의 숲, 환상의 풍경, 향기로운 꽃, 반짝이는 호수, 연인의 멀지 않은 두 개의 집, 숲의 고요함, 아침, 저녁, 밤, 여름, 가을, 봄 등 자연 예찬 일색입니다.

생태주의는 도덕 공동체의 범위를 모든 생물로까지 확대하며 인간을 자연의 일부로서 동물과 동등한 존재로서 여깁니다. 또한, 생태사회주의는 마르크스 인간론을 바탕으로 하여 인간이 자연과 같은 미약한 생명임을 강조합니다.(6)  아라이 료지의 『아침에 창문을 열면』, 『오늘은 하늘에 둥근 달』, 『버스를 타고』등 다수의 그림책이 자연의 위대함을 찬양하며 인간은 그 안에서 미미한 존재에 불과합니다.  


<그림 2> 『아침에 창문을 열면』 아라이 료지 (2011)

<그림 3> 『오늘은 하늘에 둥근달』 아라이 료지 (2017)



3. 키티 크라우더 (Kitty Crowther, 1970-현재)


2010년 ALMA는 벨기에 그림책 작가 키티 크라우더(1970-현재)에게 상을 수여했습니다. 그녀는 청각장애로 5살 때부터 언어를 쓸 수 있었기에 그림과 이미지를 좋아하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ALMA의 심사위원은 그녀의 작품들에는 깊은 휴머니즘(인본주의 세계관)이 관통하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그러나 그녀의 작품은 인간의 실존적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보여주지 못합니다. 『메두사 엄마』 그림책 속의 엄마는 긴 머리에 딸을 숨기고 세상과 단절되어 살아갑니다. 그러나 엄마는 딸이 학교에 가는 시점에 머리를 짧게 자름으로써 세상과 화해하는 듯 보이지만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마무리됩니다. 그러나 ALMA는 키티 크라우더의 그림책이 “가족 간의 갈등, 개인의 부족함, 외로움과 죽음 등의 어려운 주제를 묘사하며 도전한다.”, “키티 크라우더의 독특한 유머가 담긴 우울함은 좋은 예시이다.”, “외로움은 반복되는 주제이다.”라고 비평합니다. 


<그림 4, 5> 『메두사 엄마』 키티 크라우더 (2014)



4. 숀 탠 (Shaun Tan, 1974-현재)


2011년에는 오스트레일리아 그림책 및 그래픽 노블 작가인 숀 탠(1974-현재)이 ALMA를 수상했습니다. 숀 탠은 『잃어버린 것』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들을 지속적으로 나열합니다. 그래픽 노블인 『도착』은 이민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포스트모더니즘의 특징인 장르 혼합, 상충, 비규정성, 다양성, 탈 정전화, 메타픽션, 경계를 허무는 포스트모던 특징을 보입니다.

ALMA는 그가 그림책에서 보여주는 포스트모더니즘을 높이 평가하며, 세밀한 그림의 마법 같은 서사와 깊은 인본주의를 결합했다고 평가합니다. 숀 탠의 작품의 특성으로서 교차문화(transcultural)연구나, 식민지(postcolonial) 문제 연구 등과 같은 글로벌리즘은 연구자들의 관심을 끌기도 합니다. 글로벌 포스트모던은 전 지구적 맥락에서 포스트모던적 탈 중심화, 계몽주의 비판, 분열과 혼종(hybrid)의 수용이라는 논의를 이끌기도 하며,(7) 대학에서 다문화 및 식민지 연구에 사용되기도 합니다. 
  

<그림 6> 『잃어버린 것』 숀 텐 (2002)


<그림 7> 『도착』 숀 텐 (2006) 


  

5. 마리솔 미센타 (Marisol Misenta, 1972-현재)


2013년 ALMA를 수상한 아르헨티나 작가 마리솔 미센타(1972-현재)는 이솔이라는 예명으로 활동 중입니다. 이솔은 그림책을 만들고 싶은 이들에게 “자신이 정말로 흥미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말하려 노력하세요”라고 충고합니다. 이솔은 일반적인 전통적 신념이나 표준에 의한 이야기가 아닌, 어린이의 관점을 통해 그림책을 만든다고 합니다. 1996년 멕시코 그림책 공모전에 제출한 첫 대본 『내가 강아지가 아니라고요?』는 이미지가 기괴하여 우승하지 못했지만 메이저 출판사 소속의 한 심사위원은 이미지를 조금만 바꾸면 책을 출판해 주겠다는 제안을 하였습니다. ALMA에 의하면, 출판사는 “눈이 정신병적이며, 미소가 과하다”이라며 조금의 수정을 요구했으나 이솔이 그에 부응할 수 없는 이론적 근거를 다섯 페이지에 걸쳐 밝힌 결과 결국 그림책이 출판될 수 있었습니다. 그녀에 따르면 아이들은 어른들과 세상의 부조리함을 인식하고 있으며 그 부조리함을 그녀는 잔인하지만 유머로 풀어갑니다. 이솔의 그림책 『El Glovo』에는 풍선으로 변신한 엄마가 화를 내며 입을 크게 벌리는 장면이 기이하고, 『Beautiful Grisela』는 공주에게 구혼하는 남자들의 목을 베어 얼굴을 수집하는 Grisela의 이야기는 그의 초현실주의적 세계관을 드러냅니다. 

<그림 8, 9> 『내가 강아지가 아니라고요?』 마리솔 미센타 (1997)



6. 바르브로 린드그렌 (Barbro Lindgren, 1937-현재)


2014년에는 스웨덴의 바르브로 린드그렌(1937-현재)에게 ALMA가 주어졌습니다. 그의 초기 작품으로는 아기 캐릭터가 나오는 The Wild Baby나 Max 시리즈 그림책을 들 수 있습니다. 아기 인물 Wild Baby나 Max는 평범한 아기이지만, 장난이 심하며 총을 들고 엄마를 겨누기도 하는 반면, 엄마는 아기를 걱정하는 무기력한 인물로 그려집니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스웨덴을 벗어난 동양과 영미권에서는 인지도가 낮은 편입니다. 아동과 양육에 대한 생각이 스웨덴 문화와는 차이 나는 우리나라에서는 바르브로 린드그렌 그림책 번역본이 총 5권이며, 스웨덴 비평가들이 높이 평가하는 Wild Baby나 Max 시리즈는 번역되지 않았습니다. ALMA의 심사평은 바르브로 린드그렌이 사실주의와 초현실주의 사이에 위치한 작품을 쓴다고 합니다. 사실적인 감정묘사와 분위기를 전달하는 글은 현실에 있을 법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초현실을 담고 있습니다.  


<그림 10, 11> 『Wild Baby Get a Puppy』 바르브로 린드그렌 (1988)



7. 볼프 에를브루흐 (Wolf Erlbruch, 1948-현재)


2017년에 독일의 볼프 애를브루흐(1948-현재)가 ALMA를 수상했습니다. 출판사 광고 그림을 그린 삽화가였던 볼프 에를브루흐가 그림책 작가로 자리매김한 계기는, Holzwarth가 쓴 글에 그가 그림을 그린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를 출판한 이후입니다. 이 책은 큰 인기를 얻어 30개 언어로 번역되어 출판되었고, 연극으로도 공연되었습니다.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한 볼프 에를브루흐는 글을 쓰는 것에 큰 부담을 느꼈고 주제 선택에서 자유를 추구하게 됩니다. 그는 “아이들에게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자신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라고 ALMA 홈페이지에서 주장합니다. 볼프 에를브루흐는 그림책이 무엇을 가르치지 않고, 자신이 답을 찾는 실존적 질문을 제시하려고 한다고 언급하였는데, 이에 대해 ALMA 심사 평가는 인본주의 이상에 뿌리를 둔 실존적 질문이라고 평하였습니다.

『L'ogresse en pleurs』 그림책은 아이를 삼키고 싶어 하는 여자의 이야기로, 제목은 ‘식인종’으로 번역됩니다. 이 책은 부모-자녀의 어려운 관계를 문제시하며, 공생과 자유, 사랑과 상실에 대한 두려움을 주어 악몽같이 잊기 힘든 책이라고 ALMA는 평가합니다. Künnemann(8)는 이 그림책보다 충격적인 그림책은 없으며, 볼프 에를브루흐가 처음부터 그림책의 장르를 파괴하고 금기를 깨어 카니발니즘을 실현했다고 말합니다. 볼프 에를브루흐는 모든 연령대의 독자가 보는 삶의 중요한 문제, 즉 사람 형상의 죽음 캐릭터가 죽은 오리를 애도하거나, 아이를 삼키기 위해 필사적인 여성을 그림책에 다루어 양육이 힘들다는 것을 보이며 세상을 인본주의 세계관으로 보도록 독려합니다. 

<그림 12> 『L'ogresse en pleurs』 볼프 애를브루흐 (1996)  


<그림 13> 『내가 함께 있을께』 볼프 애를브루흐 (2007)



8. 백희나 (Heena Baek, 1971-현재)


2020년 ALMA를 수상한 작가는 대한민국의 백희나(1971-현재)입니다. 『구름빵』은 평범한 가족의 이야기로서 큰 성공을 거둡니다. 그러나 백희나는 출판사와 『구름빵』 저작권의 오랜 소송에 최종 패소하여 상심을 겪었고, 작가는 대학의 인터넷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그로 인해 염세주의 세계관을 갖게 되었다고  토로합니다. 이즈음에 출판된 『이상한 엄마』의 주인공은 직업을 가진 엄마를 도와 아픈 아들을 돌봐주는데 그의 외양은 귀신의 그것과 흡사하여 교보문고 크로버 리뷰에 무섭다는 서평이 다수 올라가기도 했습니다.  『이상한 손님』에는 하늘에서 온 도깨비, 달걀귀신이 등장하며 외롭고 두려운 아이들과 놀아줍니다. 이들이 떠났을 때 아이들은 멍한 표정으로 낙심하여 그들을 그리워합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 ALMA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으며 작품의 평가는 주로 예술성에 치중되어 있습니다.

백희나는 미국의 캘리포니아 예술대학을 나왔습니다. 그곳은 1961년 Walt Disney와 Roy O. Disney. Nelbert Chouinard에 의해 설립된 곳으로, “역사적으로 Disney의 유토피아적 개념에 따라 반문화(counter-cultural)의 이념을 가진 학교”임을 홈페이지(9)에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그녀의 그림책 창작 의도와 예술성을 해석하는 단서가 됩니다.

ALMA의 평가는 이외에도 내면의 독백, 한국적 소재, 아버지의 잔소리로 채우는 한 페이지 그림이 된 텍스트(iconotext), 죽은 할머니를 불러내는 사탕, 개가 바라보는 인간세계 등을 예찬합니다. 백희나의 예술적 기법은 탁월하지만 염세적 성향을 보여주며 무서운 선녀, 달걀귀신, 도깨비, 할머니 영혼을 등장시키는 등 영지주의 세계관을 내포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림 14, 15> 『이상한 엄마』 백희나 (2016)


결론적으로 ALMA의 선정 기준과 그 수상작들은 이 시대를 풍미(風靡)하고 있는 문화막시즘 세계관을 투영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현대의 그림책은 예술가에 의해 창작되어 어엿이 현대 문화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사실은 당연한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그림책 비평가들은 어떤 작가의 도서상 수상 여부를 선택 기준으로 삼기보다 작품 자체를 평가할 수 있는 안목을 키워야 할 것입니다. 즉, 만약 아동도서 수상작이라면 수상의 근거가 무엇인지, 그 상의 제정 배경과 목적은 무엇인지와 같은 측면에서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결국 그 작품의 예술적 요소만이 아니라 그 안에 깃들인 예술 정신은 어린이 독자의 인지적, 정서적, 도덕적 측면에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출처 : 이수형. 현은자.  어린이문학교육연구. 제23권. 제2호. pp.203-229.



(1) Bergin. L. S. (2021). Cultural Marxism is Real, Despite What the Left Says. QUADRANT JULY-AUGUST. 90-92.
      Lind. W. (2005). CULTURAL MARXISM : WHO STOLE OUR CULTURE? The conservative Voice. 1-6.
      Lynn. A. (2018). Cultural Marxism. THE HEDGEHOG REVIEW. FALL 149-151.
      정일권. (2020). 문화막시즘의 황혼-21세기 유럽 사회민주주의 시대의 종언. 서울: CLC.15.

(2) Andersen. J. (2017). Astrid Lindgren: The Woman Behind Pippi Longstocking. Publishers Weekly. December 18. p114-115.
(3) Russell. D. (2000). PIppi Longstocking and the Subversive Affirmation of Comedy. Children’s Literature in Education. 31(3). 167-177.
(4) Kloss. R. J. (1989). FANTASY AND FEAR IN THE WORK OF MAURICE SENDAK. Psychoanalytic Review. 76(4). 567-579.
(5) Fretz, S. (1970). Library Journal, 95:4341 Lanes. S. (1980). The Art of Maurice Sendak. New York: Abrams.
(6) Foster. J. B. (2016). 마르크스의 생태학. [Marx’s Ecology]. (김민정, 황정규 역). 서울: 인간사랑. (원본발간일 2000년).
(7) ConellUnversity. (2022). societyhumanities.as.cornell.edu/2006-07-historicizing-global-post-modern
(8) Künnemann, H. (2005). How Much Cruelty Can a Children’s Picturebook Stand? A Journal of International Children’s Literature. 43(1). 14-20.
(9) https://calarts.edu/about/institute/history


이수형  | 성균관대학교 아동청소년학과 박사과정 수료

그림책과 미술로 자신을 돌아보는 예술치유전문센터에서 센터장을 지냈고, 성균관대학교 아동청소년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였습니다. 어린이를 위한 환경에서 그림책과 예술의 역할을 학문적으로 탐구하고자 세계관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현재, PAUA 교수선교사로 캄보디아 라이프 대학에서 아동상담과목을 가르치고 있으며, 한국기독교유아교육학회에서 간사로 섬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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