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에 나타난 반려동물과 인간의 관계 [글:김진실]

2022-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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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책에 나타난 반려동물과 인간의 관계



우리 사회에서 반려동물은 단순히 소유하고 애호하는 대상이 아니라, 가족의 구성원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림책에서는 반려동물이 어떻게 그려지고 있을까요? 본 연구에서 살펴본 세부적인 연구 문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어떠한 반려동물이 등장할까요? 
2) 인간 등장인물(아동과 성인)은 어떠한 이미지로 그려지고 있을까요? 
3) 반려동물은 인간에게 어떠한 유익을 제공하고 있을까요? 
4) 반려동물과 인간의 관계는 어떻게 묘사되고 있을까요? 
5) 아동과 성인이 반려동물과 맺는 관계에는 어떠한 차이가 있을까요?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연구문제에 답하기 위해 국내에서 출판 및 번역된 창작 그림책 64종을 분석하였습니다. 이중 『슬픈 강아지, 새드』는 아동과 성인 두 연령대가 동일한 비율로 등장하여 등장인물별로 각각 분석하였으며 그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그림책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반려동물

반려동물의 종은 강아지와 고양이, 그리고 쥐(햄스터)순으로 나타납니다. 『특별한 가을』에서 소년은 강아지와 두 손을 맞대고 서로의 눈을 맞추며 친밀감을 표현합니다. 

그림 1.  『특별한 가을』(윤순정, 2021)


한편 생명에 대한 높은 감수성을 가진 아동등장인물은 작은 생명체인 물고기, 거북이, 새와도 교류하고 있습니다. 『기다릴게 용감하게』에서 소녀 사라는 입을 맞춘 손가락으로 거북이 트루먼의 등딱지를 어루만지며 용감해지기를 응원합니다. 

그림 2. 『기다릴게 용감하게』 (Jean Reidy・Lucy Cummins 2019)


동물을 그림책의 주인공으로 설정하면 성(性)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는 장점 탓인지 반려동물의 성은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또한 반려동물은 말을 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이 나타나지만, 말을 하는 경우에는 주로 독백의 형태로 나타납니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반려동물은 표정을 통해 내면의 심리를 표현합니다.


2. 인간 등장인물

그림책에 나타난 인간(아동과 성인)의 이미지를 살펴보겠습니다. 반려동물과 활발한 교류를 보여주는 연령대는 아동입니다. 그 뒤를 이어 노인이 많이 등장합니다. 또한 어떤 인물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아동에서 성인으로 성장하기도 합니다. 『안녕, 초코』에서는 작은 강아지와 어린 남자 아이가 등장합니다. 소년과 초코는 금세 친구가 되어 멋지고 용감한 일들을 함께 합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소년의 몸도 마음도 조금씩 커져갑니다. 청소년기를 지나 성인이 된 소년의 마음속에 초코는 최고의 친구로 기억됩니다. 

  

그림 3. 『안녕, 초코』(최재웅, 강성일 글, 이보람 그림, 2021)


아동 등장인물의 경우 부모와 자녀로 이루어진 3인 가구 형태가 가장 많이 나타나며, 종종 조부모와 편부모로 구성된 가구도 나타납니다. 그러나 성인 주인공이 등장하는 작품에서는 3인가구가 나타나지 않는 반면, 1인가구가 주로 나타납니다. 아동에게 반려동물은 친구 혹은 가족의 빈자리를 채워주고, 홀로 살아가는 성인에게는 외로움을 극복해 주는 존재로 나타납니다. 『외딴 마을 외딴 집에』에 그려진 할아버지는 쥐와 함께 집 마당에 나란히 앉아 꽃이 출렁출렁 흔들리는 밝은 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그림 4. 『외딴 마을 외딴 집에』(이상교, 김세현, 2021)


그림책에서 반려동물과 인간은 주로 비언어적으로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인간은 동물에게 언어로 대화를 시도하며 반려동물은 주로 얼굴표정을 통해 반응하는 식으로 그려집니다. 『시큰둥이 고양이』에서 소년은 고양이의 관심을 끌기 위해 침대, 스크래쳐, 화장실과 해물맛 사료를 준비해주지만 실패합니다. 다음 날에도 장난감으로 놀래 켜주고, 깃털로 간지럼을 태워보고 농담을 들려주지만 고양이의 표정은 시큰둥합니다. 

그림 5. 『시큰둥이 고양이』 (Sophie Blackall, 2021)



3. 반려동물이 인간에게 주는 효과

반려동물이 인간에게 주는 가장 대표적인 것은 아동과 성인 모두에게 정서적인 지지를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인간은 반려동물을 친구 혹은 가족으로 여기고, 반려동물을 통해 외로움과 우울감을 극복하기도 합니다. 『복실이는 내 친구』에서 소미는 섬집 아기를 부르다 엄마의 빈자리를 느껴 눈물을 흘립니다. 강아지 복실이는 이를 알아차리고 소미를 위로합니다. 소미는 복실이를 끌어안으며 엄마가 있는 애들이 부럽다며 엄마를 향한 그리움을 복실이에게 털어놓습니다. 

그림 6. 『복실이는 내 친구』(여주비, 2021)


아동은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많은 정보를 얻게 됩니다. 반려동물을 키우기 위한 사전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책임감을 갖게 됩니다. 『나의 첫 반려동물 비밀 물고기』에서 소녀는 엄마 몰래 물고기를 가져와 키우지만, 충분한 사전 정보가 없어 세 마리 중 두 마리가 죽게 됩니다. 엄마는 죽은 물고기를 서랍에 넣어둔 소녀에게 얼굴을 붉히며 나무라며 소녀는 남은 물고기만큼은 잘 키우기로 약속하고 물고기 백과를 꺼내 물고기의 먹이와, 수족관을 꾸미는 방법 등을 알아봅니다. 

그림 7. 『나의 첫 반려동물 비밀 물고기』(김성은, 조윤주, 2018)


성인은 노화됨에 따라 축소되는 관계망을 반려동물을 통해 넓혀가는 등 사회적인 효과를 경험하기도 합니다. 이들에게 반려동물은 그의 주인과 타인과의 교류를 촉매하는 역할을 합니다. 『어느 날, 고양이가 왔다』에서 볼로섬 거리 11번지에 사는 머레이 할머니는 마을 이웃들과 어떠한 교류도 없이 홀로 지냅니다. 할머니의 집에 어느 날 고양이가 찾아간 후 할머니의 집은 마을에서 사람들이 가장 북적이는 공간이 됩니다. 

그림 8. 『어느 날, 고양이가 왔다』 (Katie Harnett,2016) 


생명이 있는 누구에게나 죽음은 찾아오므로 그림책에서도 반려동물의 죽음이 종종 그려지곤 합니다. 아동은 성인보다 반려동물의 죽음을 더 많이 경험하며 반려동물의 죽음을 부정하며 슬퍼하지만 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애도의 시간을 통해 성숙해 집니다. 『이젠 안녕』 속 해리는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지만 반겨주던 강아지 호퍼가 보이지 않습니다. 해리의 아빠는 미안해하며 호퍼의 죽음을 알리지만 해리는 이를 강하게 부정하며 소리칩니다. 아빠는 호퍼를 땅에 묻기 전에 호퍼에게 작별인사를 하라고 제안하지만 해리는 더욱 크게 싫다고 소리칩니다. 그 후 해리는 몇 번 꿈속에서 호퍼를 만나 놀지만 점점 약해져 가는 호퍼를 보게 됩니다. 그제서야 해리는 호퍼의 죽음을 인정한 듯, 호퍼와 머리를 맞대고 누워 작별 인사를 건넵니다. 


그림 9. 『이젠 안녕』(Margaret Wild, Freya Blackwood, 2009)


4. 반려동물과 인간의 관계

인간과 반려동물의 관계는 다음의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집니다.  

첫째, 장난감 모형입니다. 장난감 모형은 64종 중 성인이 등장하는 그림책 2종에서 나타납니다. 장난감 모형에서 인간은 애완동물을 애정을 주면서 즐기는 물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애완동물은 쓰고 버려도 되는 존재이며 일부러 죽여도 죄가 되지 않는다고 여기는 사고방식을 보여줍니다. 반려동물과 성인의 관계에서는 안락사를 고민하거나 유기하는 장난감 모형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슬픈 강아지, 새드』에서 크립스 노부부는 원치 않는 작은 강아지를 선물 받아 키우고 있습니다. 노부부는 강아지에게 밥을 주고, 목욕도 시켜주지만 끝내 이름을 지어 주지는 않습니다. 너무 슬픈 마음에 작은 강아지는 자신을 ‘새드’라고 부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드는 자신만을 남겨 두고 떠나는 노부부를 보게 됩니다. 


그림 10. 『슬픈 강아지, 새드』(Sandy Fussell, Tull Suwannakit, 2015)


둘째, 피보호자 모형입니다. 피보호자 모형은 64종 중 주인공이 아동인 경우에 9종, 성인인 경우에는 10종으로 총 19종에서 나타납니다. 피보호자 모형은 애완동물을 도덕적 지위를 갖는 돌봄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입니다. 따라서 인간 보호자는 그들이 건강하게 자라도록 먹을 것과 잠잘 곳 등을 제공해주는 도덕적인 책임을 보여줍니다. 보호자가 의무를 다하지 못할 경우에는 도덕적인 비난을 받기도 합니다. 성인의 경우 반려동물을 돌봄의 대상으로 여기는 피보호자 모형과 반려모형 간에는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19마리 개와 29마리 고양이』에서 마음씨 좋은 아주머니는 버림받은 개와 고양이들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아주머니의 하루 일과는 개와 고양이에게 인사를 건네는 것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차례대로 밥을 챙겨주고 난 후에 아주머니는 밥을 챙겨먹지만, 이 때에도 먹보 녀석들이 넘보기에 후딱 먹어치워야 합니다. 또한 깔끔한 고양이들을 위해 방 청소를 깨끗이 해주어야 합니다. 아주머니는 아주 가끔 개와 고양이들을 혼자 키우느라 지치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고양이들이 얼굴을 비비며 고르릉 소리를 내며 온몸으로 아주머니를 위로해 줍니다. 서서히 어둠이 내리고 밤이 찾아오면 아주머니의 하루도 끝이 납니다. 아주머니는 마당이랑 방이랑 부엌을 돌며 “잘자, 얘들아. 푹 자고 내일 만나자.”라며 밤 인사를 건넵니다. 이처럼 아주머니는 반려동물을 돌봄의 대상으로 여기며 건강하게 자라도록 먹을 것과 잠잘 곳 등을 제공해주는 도덕적인 책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림 11. 『19마리 개와 29마리 고양이』(김순이,김종호, 2006)


셋째, 반려모형입니다. 반려모형은 64종 중 아동 35종, 성인 9종으로 총 44종에서 나타납니다. 반려모형은 애완동물을 소유물도 아니고 피보호자도 아니고 평생 같이 사는 가족의 구성원으로 생각합니다. 그림책에 나타난 반려동물과 인간의 관계에서는 반려모형이 가장 자주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에밀리와 카를로』에서 에밀리와 그녀의 개 카를로의 관계는 평생 같이 사는 유일한 짝꿍의 관계입니다. 그러나 여러 해를 함께 보낸 카를로의 걸음이 점점 느려지자, 에밀리는 카를로가 생을 마칠 시간이 다가왔음을 짐작합니다. 그러나 ‘잘 가’라는 말을 쉽게 하지 못합니다. 에밀리는 카를로가 없는 빈자리를 느끼며 친구에게 ‘이제 난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편지를 보냅니다.  

그림 12. 『에밀리와 카를로』(Marty Rhoders, Catherine Stock, 2012)


결론적으로, 그림책에 그려진 반려동물과 인간의 관계는 반려모형이 가장 자주 등장하였다는 결과를 확인했습니다. 아동과 성인이 반려동물과 맺는 관계유형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공통적으로 두 연령층 모두 동물에게 정서적으로 의지하고 싶은 욕구가 있는 존재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반려동물을 통해서 부족한 인간관계를 채우고자 하는 사회현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한편 아동문학에서 동물 등장인물의 성격과 역할은 각 시대에서 다양하게 표현되어 왔습니다. 현대에서 동물의 사회적 지위는 과거에 비해 높아져 왔고, 그림책에서도 이와 같은 인식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본 연구는 반려동물이 인간의 정서적 반려자로 기능하는 현대에 성인독자들에게는 ‘인간은 어떤 존재이며 누구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존재론적 숙고를 촉구하고, 어린이 독자들에게는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관계 맺음의 덕성을 함양하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출처 : 김진실, 현은자 (2022). 그림책에 나타난 반려동물과 인간의 관계. 한국어린이문학교육학회 춘계 학술대회, 호기심: 어린이, 그림책으로 세상을 알아가다, pp. 87-98. 5월 21일. 온라인 학술대회.






김진실  | 성균관대학교 아동청소년학과 석사과정

대학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성균관대학교 아동청소년학과 석사과정에 재학중입니다. 그림책 속 동물과 어린이 등장인물의 시각을 빌려,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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