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등대』 빛으로 사는 삶
바다의 건축물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해저터널이나 수상 도시와 같은 엄청난 규모의 해양 건축물이 먼저 생각날 수도 있겠지만 사실 그런 것들은 아직은 낯설고 쉽게 접하기 어렵습니다. 오랜 역사 속에서 바다의 작은 일부(바다의 크기에 비해 너무 작은), 아니 어쩌면 커다란 부분(어두운 밤 바다를 비추는 빛의 존재를 생각할 때)을 담당해온 바다의 건축물이 있습니다. 바로 등대입니다. 지상의 건축물은 인류가 태동한 그때부터 움막집, 나무집, 흙집으로 시작하여 도시 문명을 이루면서 크게 발달해 왔습니다. 오랜 역사 속에서 지상 건축물이 변화와 유행을 거듭하는 동안 등대는 기능과 형태의 변화가 거의 없이, 바다의 유일한 건축물로서 묵묵히 그 자리를 지켜왔습니다. 바다를 지키고 있는 등대는 자연의 일부는 아니지만 결코 어색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연과 조화를 이루어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는 독특한 건축물이지요. “영도 등대가 바다의 오래된 이야기를 해준다”는 부산대 건축학과 이동언 교수의 표현처럼, 모든 등대는 바다를 찾는 이들에게 바다와 인간이 함께 살아온 세월을 속삭여 줍니다. 수평선 위로 우뚝 솟은 등대는 바다 풍경과 어우러져 바라보는 이들에게 낭만을 선사해 주기도 합니다. 땅 위에 있는 그 어떤 탑과 구별되는 이 특별함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빛의 집(light house), 등대가 등대일 수 밖에 없는 이유, 그토록 가슴 시리게 바다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해주는 이유를 그림책을 통해 생생하게 느껴보길 바랍니다.
이 책의 저자 소피 블랙올은 뉴욕타임즈나 월스트리트 저널 등의 삽화가로 활동을 하였고, 어린이책 『IVY and Bean』의 일러스트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습니다. 에즈라 잭 키츠 상과 두번의 칼데콧 상을 수상하였고, 그중 하나가 바로 『안녕, 나의 등대』 입니다. 그녀는 책의 뒷 면지에 집필 동기를 설명합니다. 어느 날 벼룩시장에서 등대의 안과 밖을 그린 오래된 그림 한점을 발견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됩니다. 그후 등대에 매료되어 박물관을 찾고, 미국과 캐나다의 수많은 등대에 올라가보면서 등대와 등대 지기에 대한 많은 정보와 사연들을 수집합니다. 특별히 그녀는 등대의 옛 풍경을 표현하기 위해 높은 온도에서 뜨겁게 압착해서 만든 수채화 종이를 사용했고, 그 위에 먹으로 깊이를 더하고, 수채화 물감으로 색감을 입혔습니다. 그녀는 홈페이지에는 일러스트 작업 과정을 담은 영상이 있는데, 동양의 전통적인 방식으로 벼루에 먹을 갈아 사용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섬세한 스케치로 등대의 안팎 모습과 인테리어, 사물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한편, 배경은 그녀만의 패턴 무늬를 사용하는데, 이 둘의 조화가 전혀 어색하지 않고 세련되어 보입니다. 심지어 파도나 어떤 풍경들은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기에 현실과 초현실, 과거와 미래를 오버랩 하는 이미지를 풍깁니다.
겉 싸개 앞면에는 구름 한점 없는 낮에 고래 풍향계를 달고 있는 빨간 지붕의 등대가 넘실대는 파도 속 작은 바위섬에 우뚝 서 있습니다. 등대의 비율에 맞춘 세로로 긴 판형과, 등대의 묘사는 흡사 실제 등대의 입면도처럼 보이게 합니다. 등대의 불빛이 황금색 선으로 표현되고, 그 앞에는 등대지기가 서 있습니다. 전구는 등대지기를 등지고 겹쳐 있어서, 마치 등대지기와 하나처럼 보입니다. 전구는 등대지기의 은유적 상징물로서 빛을 내는 주체가 사실은 등대지기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책의 제목은 등불과 등대지기를 중심으로 둥근 형태로 나열이 되어있고, 글자 마다 빛의 방향으로 금 태의 음영(빛을 나타내는 음영이기에 광영(光影)이라는 표현이 더 걸맞을 수도 있겠다)을 두르고 있습니다. 저자는 표지 제목 뿐 아니라 그림책 곳곳에서 아이코노텍스트의 기법을 활용하여 내용과 그림에 따라 글자 크기와 위치에 변화를 줍니다. 겉을 싸고있는 표지를 벗겨내면 코발트 블루의 깊은 색부터 아래로 갈 수록 옅어지는 하늘에 별이 떠 있는 밤 풍경의 등대가 보입니다. 뒷 표지도 정확하게 등대 내부의 단면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겉 싸개 뒷면은 낮 동안 등대 내부 단면도를, 겉 표지의 뒷면은 밤 바다의 등대 단면도를 담고 있습니다.
면지 자체는 양쪽 끝으로 붉은 겉표지가 보이면서 진짜 노트인 것 같은 효과를 줍니다. 노트의 죄측 상단에 ‘등대 업무 일지’라는 글이 적혀있고, 자수 용 실과 꼬리 부분이 수 놓아진 광목 원단이 있습니다. 등대를 배경으로 찍은 결혼 사진과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 만연필도 놓여 있습니다. 표제지에는 등대와 둘레의 바다 풍광이 조감도처럼 펼쳐지며, 멀리 보급선도 함께 보여주고 있습니다. 겉표지와 표제지까지만 들어가도 많은 볼거리들이 등장하며, 그려진 사물 하나하나가 후에 펼쳐질 그림 텍스트 속 숨은 그림 찾기로 어떻게 등장할지, 또 서사를 이끌어가는데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합니다.
바다 끝자락에 있는 바위섬의 가장 높은 곳에는 등대가 서 있습니다. 등대는 오랜 세월을 견디며 어두운 밤 바다의 배들이 길을 잃지 않도록 안내합니다. 등대는 해가 질 때부터 새벽까지 불을 밝히며 이야기 합니다. “여기예요! 여기예요! 여기 등대가 있어요!”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굳게 서 있는 등대의 모습과 시시각각 변화를 거듭하는 바다의 역동적인 무늬는 대조적으로 표현됩니다. 어느 날 이곳 등대에 새 등대지기가 왔습니다. 그는 렌즈를 닦고, 연료 통에 석유를 채우고, 램프 돌리는 태엽도 감아 두며, 매일 하나하나 정성껏 등대지기 일을 합니다. 밤이면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빨간 업무 일지에 기록하고는 사랑하는 아내를 그리워 하는 마음으로 편지를 써서 병에 담아 파도에 띄워 보냅니다. 한가로운 낮에는 낚시로 생선을 잡아 요리도 해먹고, 심심할 때는 바다를 보며 바늘로 뭔가를 수 놓습니다. 겉표지의 앞면이 등대의 모습, 뒷면이 등대 내부의 모습을 보여준 것처럼 그림책도 등대 외부의 풍경과 내부의 등대지기의 삶을 교차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바다 풍경은 펼친 면 전체에 걸쳐 날씨의 변화에 따라 오색찬란 빛깔로 표현되고 있으며, 뒷장을 펼치면 이번엔 등대를 평면으로 자른 듯한 원형 프레임 속에 등대지기의 생활을 담습니다. 그래서 밖이 이런 날에 속 안은 어떨지 궁금함으로 페이지를 넘기게 됩니다.
어느 날, 저 멀리 보급선이 음식과 석유를 싣고 등대가 있는 섬으로 왔습니다. 보급선은 그리운 아내도 데려다 주었습니다. 등대지기 부부에게 머지않아 귀여운 아기도 태어났답니다. 그렇게 등대지기의 가족들은 등대 안에서 등을 밝히며 함께 행복하게 살아 갑니다. 때론 뱃길을 지나던 배가 풍랑에 난파 될 때 등대지기는 하던 일을 멈추고 죽어가는 선원들을 구출해 냅니다. 그럴 때를 제외하고는 사람들은 등대지기는 보지 못합니다. 단지 등대에서 비추는 빛을 따라 밤 바다를 안전하게 항해할 뿐이지요. 늘 그 자리에 등대가 있기에, 사람들은 밤마다 어두운 뱃길을 비추는 빛의 존재를 당연하게 여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 뒤에는 한 사람 등대지기의 보이지 않는 성실한 삶이 있습니다. 같은 자리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감당하는 등대지기의 모습은 등대와 참 많이 닮아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해안경비대원들이 와서 등대에 전구로 빛을 내는 새 기계를 달았습니다. 더이상 등대지기가 석유로 불을 밝힐 필요가 없어 지자 등대지기의 가족은 짐을 꾸려 갈매기들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등대를 떠납니다. 하지만 등대지기의 가족에게 있어 등대는 너무 소중합니다. 아무도 보지 못하는 등대 속에서 빛을 내던 하루하루는 등대지기에게 있어서 삶 자체였기 때문입니다. 등대지기 가족은 등대가 저 멀리 보이는 바닷가에 집을 짓고 살며 등대를 바라봅니다. 자신의 손으로 기름을 붓고 불을 켜지 않으면 칠흑 같이 어둠 뿐인 그곳에서 빛으로 살았던 시간이 아련한 그림으로 다가오나 봅니다. 펼친 면이 담고있는 등대 뒤로 노을 지는 석양의 고운 빛깔과 등대에서 나오는 노란 불빛은 바다 건너 빨간 지붕 집에 인사를 건넵니다. “여기예요! 여기예요! 여기 등대가 있어요!” 등대지기의 작은 집에서 나오는 불빛이 등대를 향해 화답 합니다. “안녕, 나의 등대야”
- 안녕 나의 등대(Hello Lighthouse)
- 글그림 소피 블래콜(Sophie Blackall)
- 번역 정회성
- 페이지 50 쪽
- 출판사 비룡소
- 발행일 2019-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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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혜련 | 원천침례교회 교육국 Southwestern Baptist Theological Seminary에서 교육 석사 학위를 마치고, 현재 원천침례교회 교육국에서 엄마와 아기를 섬기고 있다. 성서유니온 ‘큐티아이’ 집필진, ‘문화연구소 숨’에서 엄마 교육 강사로 활동중이며, 극동방송 라디오 마더와이즈 가정식탁 ‘그림책 속 이야기’ 출연중이다. 가정에서 그림책 읽기를 통해 아이와 부모의 관계를 세우고, 세대와 세대간에 참된 아름다움과 미덕이 전수 되길 꿈꾸며 그림책을 연구하고 있다. |
『안녕, 나의 등대』 빛으로 사는 삶
바다의 건축물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해저터널이나 수상 도시와 같은 엄청난 규모의 해양 건축물이 먼저 생각날 수도 있겠지만 사실 그런 것들은 아직은 낯설고 쉽게 접하기 어렵습니다. 오랜 역사 속에서 바다의 작은 일부(바다의 크기에 비해 너무 작은), 아니 어쩌면 커다란 부분(어두운 밤 바다를 비추는 빛의 존재를 생각할 때)을 담당해온 바다의 건축물이 있습니다. 바로 등대입니다. 지상의 건축물은 인류가 태동한 그때부터 움막집, 나무집, 흙집으로 시작하여 도시 문명을 이루면서 크게 발달해 왔습니다. 오랜 역사 속에서 지상 건축물이 변화와 유행을 거듭하는 동안 등대는 기능과 형태의 변화가 거의 없이, 바다의 유일한 건축물로서 묵묵히 그 자리를 지켜왔습니다. 바다를 지키고 있는 등대는 자연의 일부는 아니지만 결코 어색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연과 조화를 이루어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는 독특한 건축물이지요. “영도 등대가 바다의 오래된 이야기를 해준다”는 부산대 건축학과 이동언 교수의 표현처럼, 모든 등대는 바다를 찾는 이들에게 바다와 인간이 함께 살아온 세월을 속삭여 줍니다. 수평선 위로 우뚝 솟은 등대는 바다 풍경과 어우러져 바라보는 이들에게 낭만을 선사해 주기도 합니다. 땅 위에 있는 그 어떤 탑과 구별되는 이 특별함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빛의 집(light house), 등대가 등대일 수 밖에 없는 이유, 그토록 가슴 시리게 바다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해주는 이유를 그림책을 통해 생생하게 느껴보길 바랍니다.
이 책의 저자 소피 블랙올은 뉴욕타임즈나 월스트리트 저널 등의 삽화가로 활동을 하였고, 어린이책 『IVY and Bean』의 일러스트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습니다. 에즈라 잭 키츠 상과 두번의 칼데콧 상을 수상하였고, 그중 하나가 바로 『안녕, 나의 등대』 입니다. 그녀는 책의 뒷 면지에 집필 동기를 설명합니다. 어느 날 벼룩시장에서 등대의 안과 밖을 그린 오래된 그림 한점을 발견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됩니다. 그후 등대에 매료되어 박물관을 찾고, 미국과 캐나다의 수많은 등대에 올라가보면서 등대와 등대 지기에 대한 많은 정보와 사연들을 수집합니다. 특별히 그녀는 등대의 옛 풍경을 표현하기 위해 높은 온도에서 뜨겁게 압착해서 만든 수채화 종이를 사용했고, 그 위에 먹으로 깊이를 더하고, 수채화 물감으로 색감을 입혔습니다. 그녀는 홈페이지에는 일러스트 작업 과정을 담은 영상이 있는데, 동양의 전통적인 방식으로 벼루에 먹을 갈아 사용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섬세한 스케치로 등대의 안팎 모습과 인테리어, 사물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한편, 배경은 그녀만의 패턴 무늬를 사용하는데, 이 둘의 조화가 전혀 어색하지 않고 세련되어 보입니다. 심지어 파도나 어떤 풍경들은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기에 현실과 초현실, 과거와 미래를 오버랩 하는 이미지를 풍깁니다.
겉 싸개 앞면에는 구름 한점 없는 낮에 고래 풍향계를 달고 있는 빨간 지붕의 등대가 넘실대는 파도 속 작은 바위섬에 우뚝 서 있습니다. 등대의 비율에 맞춘 세로로 긴 판형과, 등대의 묘사는 흡사 실제 등대의 입면도처럼 보이게 합니다. 등대의 불빛이 황금색 선으로 표현되고, 그 앞에는 등대지기가 서 있습니다. 전구는 등대지기를 등지고 겹쳐 있어서, 마치 등대지기와 하나처럼 보입니다. 전구는 등대지기의 은유적 상징물로서 빛을 내는 주체가 사실은 등대지기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책의 제목은 등불과 등대지기를 중심으로 둥근 형태로 나열이 되어있고, 글자 마다 빛의 방향으로 금 태의 음영(빛을 나타내는 음영이기에 광영(光影)이라는 표현이 더 걸맞을 수도 있겠다)을 두르고 있습니다. 저자는 표지 제목 뿐 아니라 그림책 곳곳에서 아이코노텍스트의 기법을 활용하여 내용과 그림에 따라 글자 크기와 위치에 변화를 줍니다. 겉을 싸고있는 표지를 벗겨내면 코발트 블루의 깊은 색부터 아래로 갈 수록 옅어지는 하늘에 별이 떠 있는 밤 풍경의 등대가 보입니다. 뒷 표지도 정확하게 등대 내부의 단면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겉 싸개 뒷면은 낮 동안 등대 내부 단면도를, 겉 표지의 뒷면은 밤 바다의 등대 단면도를 담고 있습니다.
면지 자체는 양쪽 끝으로 붉은 겉표지가 보이면서 진짜 노트인 것 같은 효과를 줍니다. 노트의 죄측 상단에 ‘등대 업무 일지’라는 글이 적혀있고, 자수 용 실과 꼬리 부분이 수 놓아진 광목 원단이 있습니다. 등대를 배경으로 찍은 결혼 사진과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 만연필도 놓여 있습니다. 표제지에는 등대와 둘레의 바다 풍광이 조감도처럼 펼쳐지며, 멀리 보급선도 함께 보여주고 있습니다. 겉표지와 표제지까지만 들어가도 많은 볼거리들이 등장하며, 그려진 사물 하나하나가 후에 펼쳐질 그림 텍스트 속 숨은 그림 찾기로 어떻게 등장할지, 또 서사를 이끌어가는데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합니다.
바다 끝자락에 있는 바위섬의 가장 높은 곳에는 등대가 서 있습니다. 등대는 오랜 세월을 견디며 어두운 밤 바다의 배들이 길을 잃지 않도록 안내합니다. 등대는 해가 질 때부터 새벽까지 불을 밝히며 이야기 합니다. “여기예요! 여기예요! 여기 등대가 있어요!”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굳게 서 있는 등대의 모습과 시시각각 변화를 거듭하는 바다의 역동적인 무늬는 대조적으로 표현됩니다. 어느 날 이곳 등대에 새 등대지기가 왔습니다. 그는 렌즈를 닦고, 연료 통에 석유를 채우고, 램프 돌리는 태엽도 감아 두며, 매일 하나하나 정성껏 등대지기 일을 합니다. 밤이면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빨간 업무 일지에 기록하고는 사랑하는 아내를 그리워 하는 마음으로 편지를 써서 병에 담아 파도에 띄워 보냅니다. 한가로운 낮에는 낚시로 생선을 잡아 요리도 해먹고, 심심할 때는 바다를 보며 바늘로 뭔가를 수 놓습니다. 겉표지의 앞면이 등대의 모습, 뒷면이 등대 내부의 모습을 보여준 것처럼 그림책도 등대 외부의 풍경과 내부의 등대지기의 삶을 교차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바다 풍경은 펼친 면 전체에 걸쳐 날씨의 변화에 따라 오색찬란 빛깔로 표현되고 있으며, 뒷장을 펼치면 이번엔 등대를 평면으로 자른 듯한 원형 프레임 속에 등대지기의 생활을 담습니다. 그래서 밖이 이런 날에 속 안은 어떨지 궁금함으로 페이지를 넘기게 됩니다.
어느 날, 저 멀리 보급선이 음식과 석유를 싣고 등대가 있는 섬으로 왔습니다. 보급선은 그리운 아내도 데려다 주었습니다. 등대지기 부부에게 머지않아 귀여운 아기도 태어났답니다. 그렇게 등대지기의 가족들은 등대 안에서 등을 밝히며 함께 행복하게 살아 갑니다. 때론 뱃길을 지나던 배가 풍랑에 난파 될 때 등대지기는 하던 일을 멈추고 죽어가는 선원들을 구출해 냅니다. 그럴 때를 제외하고는 사람들은 등대지기는 보지 못합니다. 단지 등대에서 비추는 빛을 따라 밤 바다를 안전하게 항해할 뿐이지요. 늘 그 자리에 등대가 있기에, 사람들은 밤마다 어두운 뱃길을 비추는 빛의 존재를 당연하게 여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 뒤에는 한 사람 등대지기의 보이지 않는 성실한 삶이 있습니다. 같은 자리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감당하는 등대지기의 모습은 등대와 참 많이 닮아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해안경비대원들이 와서 등대에 전구로 빛을 내는 새 기계를 달았습니다. 더이상 등대지기가 석유로 불을 밝힐 필요가 없어 지자 등대지기의 가족은 짐을 꾸려 갈매기들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등대를 떠납니다. 하지만 등대지기의 가족에게 있어 등대는 너무 소중합니다. 아무도 보지 못하는 등대 속에서 빛을 내던 하루하루는 등대지기에게 있어서 삶 자체였기 때문입니다. 등대지기 가족은 등대가 저 멀리 보이는 바닷가에 집을 짓고 살며 등대를 바라봅니다. 자신의 손으로 기름을 붓고 불을 켜지 않으면 칠흑 같이 어둠 뿐인 그곳에서 빛으로 살았던 시간이 아련한 그림으로 다가오나 봅니다. 펼친 면이 담고있는 등대 뒤로 노을 지는 석양의 고운 빛깔과 등대에서 나오는 노란 불빛은 바다 건너 빨간 지붕 집에 인사를 건넵니다. “여기예요! 여기예요! 여기 등대가 있어요!” 등대지기의 작은 집에서 나오는 불빛이 등대를 향해 화답 합니다. “안녕, 나의 등대야”
박혜련 | 원천침례교회 교육국
Southwestern Baptist Theological Seminary에서 교육 석사 학위를 마치고, 현재 원천침례교회 교육국에서 엄마와 아기를 섬기고 있다. 성서유니온 ‘큐티아이’ 집필진, ‘문화연구소 숨’에서 엄마 교육 강사로 활동중이며, 극동방송 라디오 마더와이즈 가정식탁 ‘그림책 속 이야기’ 출연중이다. 가정에서 그림책 읽기를 통해 아이와 부모의 관계를 세우고, 세대와 세대간에 참된 아름다움과 미덕이 전수 되길 꿈꾸며 그림책을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