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 함께 나누는 크고 따뜻한 손

2022-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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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 함께 나누는 크고 따뜻한 손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새해에는 떡국을 먹는 풍습이 있습니다. 이북 지역에서는 만두국을 먹고, 중부 지역인 경기도와 강원도에서는 떡만두국을 먹습니다. 지역과 가풍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새해 떡국 혹은 떡만두국을 먹고 나이 한 살을 더 먹습니다. 만두는 손수 빚어 먹는 재미가 있습니다. 그 재미를 위해서는 엄청난 밑 작업이 필요하지요. 엄마가 김장 김치를 총총 썰고 꽉 짜낸 후 갈은 고기와 으깬 두부 등을 넣어 버무려 만두소를 준비해두면, 온 가족이 둘러 앉아 함께 만두를 빚기 시작합니다. 아빠는 큰 손으로 투박스러운 만두를 빚고, 아이들은 작은 손으로 조물조물 자신이 원하는 모양의 만두를 빚습니다. 그 자리에서 쪄서 호호 불며 먹고, 만두국도 끓여 먹습니다. 1월에 함께 나눌 그림책은 엄청나게 손이 큰 할머니의 주도하에 설날 온 동네 동물친구들이 모두 모여 만두를 빚고, 함께 나누어 먹는 이야기입니다.

『손 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는 교과서에도 수록되었고, 매년 초등 필독서로 지정되며, 지금까지도 아이들과 부모와 교사들에게 꾸준히 사랑 받고 있는 국내 작품입니다. 채인선 작가는 1997년에 등단한 후 주목받기 시작하여 1998년에 이 책으로 어린이 문화 대상을 받았습니다. 채인선의 작품은 우리나라 ‘전통적 익살’에 ‘서구적 세련미’의 조화를 보이며, ‘상상’과 ‘사실성’이 자유자재로 넘나든다고 소설가 박완서로부터 찬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 그림책도 설날, 할머니, 만두, 초가집, 아궁이, 가마솥 등 우리나라 전통 문화가 담겨 있으면서 동시에 의인화한 동물들이 집채만한 크기의 만두를 빚는 환타지의 요소가 자연스럽게 가미되어 재미를 더합니다. 『손 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 이야기는 이억배의 일러스트로 완벽하게 표현됩니다. 이억배는 토속적이고 예스러운 이야기를 살아 움직이게 그리는 작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통미 넘치는 선과 색채가 어우러진 이억배 특유의 그림을 통해 할머니의 온화한 미소와 시골집 풍경, 또 신나서 만두를 빚는 동물들의 정겨운 모습이 생동감 있게 살아납니다.


 


표지에는 명조체로 쓰인 제목 아래로 붉은 가디건을 입고 짧은 파마머리를 한 할머니가 거대한 밀가루 반죽을 하고 있습니다. 할머니의 손은 크고 손가락의 마디가 울퉁불퉁 튀어나와 반죽을 치대는 손길이 억세 보입니다. 할머니 주위로 반죽을 돕는 반달곰과 토끼와 멧돼지, 할머니 어깨에서 재잘재잘 말을 거는 다람쥐, 서로 싸우는 두 마리의 새끼 강아지, 반죽 사이를 오가는 뱀, 멀뚱하게 할머니를 응시하는 부엉이가 보입니다. 표제지에는 흰 눈으로 뒤덮인 숲 속에 동물들이 상기된 표정으로 어디론가 뛰어가고 있습니다. 고요하고 추운 겨울 숲의 풍광과는 대조적으로 동물들의 발랄하고 생기 넘치는 표정은 독자로 하여금 앞으로 어떤 신나는 일이 벌어질지 궁금증을 유발 합니다. 그림책의 첫 장면을 열면 아주 손이 큰 할머니가 차곡차곡 쌓인 큰 대야와 바구니들을 머리에 이고, 양팔에도 큰 주걱과 함지박을 가득 끼고 밝게 미소 지으며 바삐 걸어가고 있습니다. 바구니 하나 하나에 선을 살려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으며, 할머니 얼굴의 주름과 머리결은 세밀한 선으로 표현되어 캐릭터를 살아 움직이게 합니다.

출판된 지 20년이 넘는 그림책이다 보니, 개정판이 나올 때마다 표제지 삽화 그림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이 글은 필자가 소장한 2011년 10월 26일 삼판 22쇄 표제지에 대한 설명입니다.




이야기는 할머니에 대한 소개로 시작합니다. 손이 큰 할머니가 있습니다. 할머니는 무엇을 하든지 정말 많이 하고, 엄청 크게 합니다. 할머니는 해마다 설날이 다가오면 숲 속의 많은 동물들과 나누어 먹기 위해 만두를 빚습니다. 바로 오늘이 만두를 빚는 날입니다. 할머니는 앞치마를 두르고 큰 손을 바쁘게 움직이며 만두 재료를 준비 합니다. 아기 동물들이 할머니 부엌에 와서 구경합니다. 할머니는 묻어둔 장독대에서 김치를 꺼내고, 가마솥 가득 숙주 나물을 삶습니다. 신선한 재료를 아낌없이 듬뿍 담아 만든 만두소를 버무리기 위해 헛간 지붕으로 쓰는 큰 함지박이 필요합니다. 환한 미소를 지으며 커다란 함지박을 가뿐히 이고 오는 할머니 모습에 동물들의 입이 떡 벌어지고, 책을 읽는 독자들도 놀랍니다. 한 장을 더 넘기면 함지박 안에 산처럼 수북하게 쌓인 만두소의 양에 또 놀랍니다. 놀라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할머니의 큰 손이 다시 일을 시작하자 밀가루 반죽은 방문을 넘어 툇마루를 지나 울타리 밖으로 한 없이 밀려나갑니다. 


다음 날 아침 종소리에 숲 속 동물들이 모두 모여 신나게 만두를 빚습니다. 숲 속 동물들이 한주 내내 만들어도 재료가 남자, 남은 것을 다 모아서 세상에서 가장 큰 만두, 최고로 맛있는 하나의 만두를 만듭니다. 커다란 가마솥이 보글보글 끓자 맛있는 냄새가 사방으로 퍼집니다. 만두 냄새에 설날 아침 배고픈 동물들이 모두 달려옵니다. 숲 속 동물들 모두 배불리 먹고도 남을 만두, 한 소쿠리씩 다 싸 주고도 남아서 냉동실에 얼려 두고 일년 내내 먹을 엄청난 만두입니다. 배불리 만두를 먹은 후 모두 할머니 마당에서 신나게 놉니다. 이 모습이 바로 설 명절 다복한 우리 삶의 풍경입니다. 


현대 사회는 대가족 보다는 핵가족 중심이기에 많은 일가친족들이 모여 북적이는 명절을 보내기 어렵습니다. 더욱이 코로나 이후 사회적 거리 두기는 2년 넘도록 명절에 제대로 모일 수 조차 없게 했습니다. 함께 명절 음식을 만들어 먹던 일은 아주 먼 옛날 이야기가 되어버렸습니다. 심지어 개인주의적인 삶을 편하게 여기는 문화 속에 혼자 밥을 먹는 ‘혼밥’이 유행처럼 번지기도 합니다. ‘우리’보다는 ‘내가’ 중요한 시대입니다. 하지만 자유로워 보이는 현대인들은 그 어떤 시대보다 고독과 외로움, 우울증으로 마음의 병을 앓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온정을 느끼게 해주는 손 큰 할머니들이 이 시대에 더욱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함께 나누는 크고 따뜻한 손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입니다. 지금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 큰 손들의 나눔과 섬김의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그러한 소식들은 이 세상이 춥기만 한 곳이 아님을 느끼게 해줍니다. 톨스토이(Lev Nicolayevich Tolstoy)의 말처럼 사람은 사랑으로 살아가는 존재입니다(『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람은 홀로 살아갈 수 없습니다. 우리의 삶은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기에, 함께 할 때 더 아름답습니다.

『손 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 그림책이 보여주고 있는 ‘나눔’과 ‘함께함’의 기쁨이 독자들의 삶 속에 회복되길 소망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북적이며 만두를 빚을 수는 없더라도 곁에 있는 가족과 이웃들과 함께 정을 나누며 따뜻한 2022년 새해를 맞이하길 바랍니다.



  • 손 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
  • 그림작가 이억배
  • 글작가 채인선
  • 페이지 37 쪽
  • 출판사 재미마주
  • 발행일 2001-01-02




박혜련원천침례교회 교육국

Southwestern Baptist Theological Seminary에서 교육 석사 학위를 마치고, 현재 원천침례교회 교육국에서 엄마와 아기를 섬기고 있다. 성서유니온 ‘큐티아이’ 집필진, ‘문화연구소 숨’에서 엄마 교육 강사로 활동중이며, 극동방송 라디오 마더와이즈 가정식탁 ‘그림책 속 이야기’ 출연중이다. 가정에서 그림책 읽기를 통해 아이와 부모의 관계를 세우고, 세대와 세대간에 참된 아름다움과 미덕이 전수 되길 꿈꾸며 그림책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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