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서평


“약속으로 가득 찬 날” 『무지개가 뜨려면』

2024-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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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으로 가득 찬 날” 『무지개가 뜨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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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가 뜨려면 『Rain Before Rainbows』 자세히 보기

 

2024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모두가 갑진년(甲辰年) 푸른 용의 해에 힘찬 도약을 꿈꾸며 새해를 시작했을 것입니다. 묵을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송구영신(送舊迎新)은 매일 똑같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도 새로운 기대를 품게 합니다. 인생에서 마주하는 터널과 같은 어려움의 시기를 견디고 있거나, 험난한 폭풍이 한바탕 몰아치고 지나간 흔적 속에 있거나, 편안함이 지속되다 못해 삶의 매너리즘에 무료함 가운데 있는 분들, 함께 그림책을 읽으며 지나온 삶을 되돌아 보고 앞으로의 새해를 소망 가운데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무지개가 뜨려면』은 스므리티 프라사담홀스가 글을 썼고, 데이비드 리치필드가 그림을 그렸습니다. 글 작가 스므리티 홀스는 독자들에게 호평을 받은 아동문학 작가이며 전 세계 30개 이상의 언어로 출판되었습니다. 그녀의 저서로는 베스트셀러 1위  『언제나 너를 사랑해 I Love You Night and Day』, 『내 마음 좀 들어 볼래? I'm Sticking with You』, 『코끼리가 부엌에 나타났다! Elephant in My Kitchen』 등이 있습니다. 그녀의 작품은 서사가 빠르게 진행되어 재미있으며 서정적이고 부드러며 희망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녀의 책은 항상 마음과 희망으로 가득 차 있으며 우리 모두의 어린아이에게 이야기합니다. 우리나라에는 북스타드(BookStart)로 알려져 있는 영국의 북트러스트(BookTrust)에서 2020년 9월부터 2021년 3월까지 상주작가로  활동하며 영국에서 어린이책 세계에 작가의 독특한 관점을 제공했습니다. 그녀는 아이들이 집에서 학습하고 우정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인생에 대해 생각하는 등 코로나 펜데믹 시기에 새로운 경험을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돕는 데 집중했습니다. 책을 통해 삶을 변화시키고, 마음을 재건하여 힘겨운 상황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정서적 언어를 제공하며 희망의 메시지를 나누었습니다.

영국의 그림작가 데이비드 리치필드는 어릴 때 부터 형제들을 위해 스타워즈와 인디아나존스를 섞어 그림으로 그리기 시작하여 런던 남부에 있는 Camberwell College of Art & Design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하고, 잡지, 책, 신문, 티셔츠 등의 삽화를 그려왔습니다. 그의 첫 그림책 『곰과 피아노』(2015년)는 워터스톤즈와 셰필드 아동 도서상을 수상했고, 25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었습니다. 그의 그림은 수채화 물감, 아크릴 혼합, 특정 표현 사진 등을 사용하여 그림에 적합한 색과 질감을 표현합니다.  『무지개가 뜨려면』 역시 리치필드만의 화려하고 밝고 눈부신 색채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희망의 메시지로 가득한 『무지개가 뜨려면』은 코로나로 인해 힘들어하는 어린이와 가족들을 위해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과 파트너십을 통해 출판하기 전에 무료 전자책으로 제공되었습니다.

그림책의 표지는 어둑해 진 숲 속 한 가운데에 무지개의 빛을 받고 있는 빨간 옷을 입은 소녀와 여우가 등장합니다. 하늘을 응시하고 있는 둘의 표정에는 미소가 살짝 비칩니다. 책의 제목은 상단에 위치하며, 금색의 반짝이는 재질로 되어 있습니다. 뒤 표지는 숲 너머의 호수에 눈이 부신 태양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면지는 구름 낀 하늘에 비가 뿌려지는 장면인데, 검은 먹구름이 있고, 가운데로 갈수록 구름은 빛을 머금어 밝습니다. 표제지는 먹구름에 비가 쏟아지고 있으며, 뒤쪽으로 성이 불타고 있습니다. 그 성을 뒤로 하며 빨간 망토를 입은 소녀와 여우가 빗길을 떠나는 장면에서 시작됩니다.

소녀와 여우는 어두운 숲길로 들어섭니다. 깊고 어두운 밤이지만 산 뒤로 동이 틀 것 같은 새벽을 표현하고 있으며 글텍스트는 ‘새벽이 오기 전에 어두웠던 밤’이라고 표현합니다. ‘밤’은 실제로 밤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소녀와 여우가 떠나온 성이 불타는 현실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불타는 성을 떠났다고 하여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어쩌면 헤쳐 나가야 할 앞으로의 일들이 더 많이 펼쳐져 있겠지요. 어둠을 뚫고 나아가지만 눈앞엔 넘어야 할 높은 산이 겹겹이 펼쳐져 있습니다. 소녀와 여우는 서로를 의지하여 쏟아지는 별 앞에 숲에서 눈을 붙입니다.


“희망 가득한 꿈이 있기에 앞으로 나아갈 수 있지.”


정말 짧은 한마디의 글 텍스트에 그림작가는 어둠 속이지만 신비롭게 밝은 다채로운 색의 마술을 펼쳐 내어 감동이 더해집니다. 두려움이 엄습할 때도 있습니다. 천둥과 번개와 비바람과 성난 파도가 덮치려고 합니다. 하지만 소녀와 여우는 그런 순간도 함께하며 묵묵히 견뎌냅니다. 이렇듯 작가는 우리가 인생에서 만나는 크고 작은 어려움을 어두운 밤, 넘어야 할 산, 폭풍우와 파도 등의자연 현상 속에서 걸어가는 소녀와 여우의 모습을 빗대어 이야기합니다.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 있었던 이유는 둘이 함께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함께하는 친구가 있다는 사실은 그 어떤 어려움과 두려움도 넉넉히 감당하게 합니다. 작가는 또 다른 이유에 대해 소개합니다.


“그렇지만 따라갈 발자국과 지혜의 말이 있어.

길을 잃으면 지도가 우리를 안내해 주는 것처럼 말이야”


작가가 말하는 ‘지혜의 말’이라는 무엇일까요? 지혜의 말이 어떻게 지도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우리를 도와줄 용감하고 착한 친구들과 꽉 붙잡을 밧줄도 있지.”


여우와 소녀 둘만 시작했던 여정에 수많은 친구들이 함께합니다. 모두 함께 밝은 빛을 향해 나아갑니다. 그리고 그 길 끝에는 뒷표지에서 나왔던 눈이 부시도록 크고 아름다운 태양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모두 환희에 찬 표정으로 태양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저는 학급 그림책하브루타 시간에 제자들과 이 그림책을 읽자 자연스럽게 서로 왜 친구들이 많아졌을 지에 대해 대화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신기하게도 어떤 아이가 “다윗도 사울을 패해 도망자 였을 때 점점 친구들이 늘어났었잖아요”라고 했습니다. 가장 어려운 순간, 가장 힘든 순간을 지날 때 이지만 그 가운데서 서로 돕고 힘이 되는 무리들이 모이고, 함께 헤쳐가는 가운데 우정이 깊게 성장하는 모습이 실제 다윗의 아둘람 공동체 속에도 나타나 있는 것 같았습니다.


태양 아래로 “우리는 마침내 보물을 찾을거야.”라고 합니다. 그들이 찾던 보물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다음 장에 보물의 의미를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곧바로 이어지는 장면에서 소녀는 눈이 부진 언덕에서 씨를 뿌리고 있습니다. 그림은 네 개로 분할되어 있고, 각각 세로로 긴 분할 칸에는 씨가 싹을 틔우고 줄기가 자라고 무성하게 열매를 맺는 장면이 있습니다. 보물은 바로 씨앗을 심는 일, 즉 우리에게 주어진 일상에 맡겨진 일을 묵묵히 해 나가는 것이 아닐까요? 폭풍우와 비바람으로 무너진 일상의 터를 다시금 회복하여 우리에게 선물로 주어진 하루하루를 씨를 뿌리고 가꾸듯 성실하게 살아가는 삶입니다.


아이와 여우는 떠나온 숲과는 비할 수 없이 작고 연약하지만, 숲 속에 나무로 작은 텐트를 만들었습니다. 주위에는 숲속 동물이 함께합니다.


“무지개가 뜨려면 비가 와야 해. 햇살이 비추려면 구름이 걷어야 해. 새벽이 오려면 어두운 밤을 지나야 해. 새날은 그렇게 시작돼.”


인생은 항상 밝은 새벽과 찬란한 무지개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어두움과 폭풍우도 우리의 삶의 부분이지요. 그런데 분명한 것은 어둠과 비바람이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약속으로 가득 찬 날, 빛으로 충만한 날, 아침이 다가오고 있어. 눈부신 아침이”


작가가 말하는 약속이란 무엇일까요? 어둠이 지나 가고 눈부신 아침이 올 것이라는 것은 약속이라고 합니다. 아름다운 동산에 소녀와 친구들이 춤을 추고 그 위로 무지개가 찬란하게 떠 있습니다. 약속은 자연의 법칙이나 원인과 결과로 설명되는 용어가 아닙니다. 인격과 인격 사이에서 맺어지는 것이지요. 소녀의 인생 길에 아침이 오고 무지개가 뜬다는 것도 그냥 지나가다 보니 해 뜰 날도 있다는 식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그 길을 인도하고 끝까지 지키시며 마침내 눈부신 햇살을 비춰 주시는 하나님을 연상케 합니다. 어려움을 헤쳐 나갈 때 작가는 ‘지혜의 말’이 있다고 했습니다. 즉 내 스스로의 힘으로 길을 찾는 것이 아니라 지도와 같이 길을 인도하고 알려주는 지혜의 말이 있다는 것이지요. 작가의 창작 의도를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판권면에 보면 아주 작은 글씨지만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혀 있습니다.


“저녁에는 울음이 깃들일지라도 아침에는 기쁨이 오리로다.” 성경의 시편 30편 5절


이 시의 표제를 보면, 저자가 ‘다윗’이라 합니다. 굴곡진 인생을 살았던 다윗의 깨달음이 지혜의 말씀으로 다가옵니다. 작가는 하나님의 지혜의 말씀을 약속으로 붙들고 코로나 펜데믹에서 어둠속을 지나갈 이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그림책을 창작한 것입니다. 우리는 코로나의 시기를 지나왔지만 사람에게 있는 고난과 고통의 문제는 각자 다른 모양으로 찾아옵니다. 우리에게 펼쳐진 2024년에도 항상 좋은 일만 생기진 않을 것입니다. 험한 골짜기를 지날 때에도, 평탄한 길을 걸을 때에도 묵묵히 가던 길을 걸어가고 싶습니다. 고난과 고통속에 비가 한창 내릴 때는 무지개를 보기 어렵지만, 좋은 친구들과 함께 지혜의 말을 따라 끝까지 용기를 잃지 않고 가다 보면, 비는 그치고 햇살이 가득한 아침을 맞이할 것입니다. 우리의 몫은 보물처럼 주어진 소중한 일상가운데 씨를 뿌리며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살아가는 일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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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련  | 더샘물학교

Southwestern Baptist Theological Seminary에서 교육 석사 학위를 마치고, 현재 더샘물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고, ‘기독교문화연구소 숨’에서 다음 세대를 위한 문화 연구와 부모교육 강사로 활동중이다. 또한 그림책 읽기를 통해 세대와 세대 간에 아름다움과 미덕이 전수 되길 꿈꾸며 그림책을 연구하며 그림책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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