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을 향유하는 기쁨” 『호두까기 인형』

2022-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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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향유하는 기쁨” 『호두까기 인형』




한 해의 끝에는 12월이 있습니다. 열심히 살아 온 시간에 대해 보상과 위로를 받기라도 하듯, 년말이 되면 선물을 나누고 파티를 즐기며 가족, 친구, 이웃, 동료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바쁘게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어느덧 추위도 잊는 것 같습니다. 이 시즌이 더 큰 위로가 되는 이유는, 온 세상을 창조하신 하나님께서 우리를 향한 말로 다 할 수 없는 크신 사랑으로 우리를 위해 친히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신 성탄절이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예수님이 아기로 오신 첫 번째 크리스마스가 이천 년이 지난 지금도 온 세상의 큰 기쁨의 잔치로 다가옵니다.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우리는 많은 활동을 합니다. 그중 우리를 더욱 설레고 즐겁게 하는 것은 곳곳에서 들려오는 캐롤 소리와 반짝이는 트리장식과 조명입니다. 그런데 만일 관현악단의 풍성한 사운드와 알록달록 화려한 의상과 무대, 또 우아하고 아름다운 춤이 있는 공연장에 앉아 있다면 그 순간이 얼마나 황홀할까요? 

『호두까기 인형』은 해마다 열리는 발레공연으로 유명하지요. 도대체 어떤 매력이 있길래 만들어 진지 이백년이 넘도록 매 년 12월이 되면 세계 곳곳에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을까요? 차이콥프스키는 독일의 작가인 E.T.A. 호프만의 원작 『호두까기 인형과 생쥐 대왕』을 모델로 발레 음악을 만들었습니다. 『호두까기 인형』 공연에서 오케스트라를 동반한 무대에서 음악에 맞춰 발레리나들이 춤을 춥니다. 또한 이 곡은 모음곡으로서 종종 연주되기 때문에 누구든 익숙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막이 바뀔 때마다 전혀 다른 음악에 맞춰 여러 나라의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의 춤은 보는이로 하여금 현실 세계와 환상의 나라를 넘나들게 합니다. 성인들도 동심의 세계로 푹 빠져들게 할 만큼 감동적인 공연이지요. 이렇듯 예술은 큰 힘이 있습니다. 

『나니아 연대기』의 C.S 루이스와 『반지의 제왕』의 J.R.R 톨킨과 동시대에 영국에서 활동한 뛰어난 여성 소설가이자 희곡 작가인 도로시 세이어즈((Dorothy L. Sayers)는 그녀의 책 『창조자의 정신』에서 하나님의 삼위일체가 인간 창조자인 예술가의 정신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놀라운 방식으로 보여 줍니다. 하나님의 형상을 가진 사람은 하나님을 닮아 창조적 활동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음악, 소설, 무대, 춤 등은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의 행위이며, 예술가와 관객이 함께 소통하며 향유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작품은 이토록 풍부한 예술의 가치를 전혀 손상시키지 않을 정도로 창의적인 기법으로 원작을 각색하여 표현한 그림책, 영국의 작가 앨리슨 제이의 『호두까기 인형』입니다. 그녀의 작품은 <퍼블리셔 위클리>와 미국의 전문 서평지인 <커커스 리뷰> 등의 매체로부터 ‘아름답고 창조적이며 매혹적’이라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앨리슨의 『호두까기 인형』에 매료된 미야자키 하야오의 초청에 의해 도쿄의 지브리 박물관에 전시되기도 했습니다. 앨리슨은 자신의 작품이 오래된 그림과 같이 보이게 하기 위해 그녀만의 독특한 스타일의 기법을 사용합니다. 두꺼운 카트리지 종이에 알키드 수지 도료(alkyd paint)를 사용하여 딱딱한 광택의 효과를 주며, 마치 오랜 도자기 표면에 미세한 금이 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합니다. 그래서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의 프레스코 미술처럼 고풍스러운 매력을 선사합니다. 

겉표지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확대한 것으로, 그 안에 스노우볼이 걸려있습니다. 양 옆으로 붉은 옷을 입은 호두까기 인형과 요정이 트리와 보색을 이루며 성탄절 색상의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스노우볼 안에는 클라라(1)와 왕자로 변한 호두까기 인형이 썰매를 타고 눈길을 달리고 있습니다. 면지는 금이 간 도자기 위로 적당한 간격을 둔 사탕, 쵸콜릿, 쿠키, 케잌 등의 디저트가 그려져 있습니다. 『호두까기 인형』 발레의 2막 과자의 나라에서 등장하는 각 나라의 춤들은 디저트(스페인은 쵸콜릿, 아라비아 커피, 충국 차, 러시아 지팡이 사탕)를 뜻한다고 합니다. 그림책 면지를 통해 과자나라의 디저트도 빼놓지 않고 소개했나 봅니다. 


표제지는 양쪽 면에 걸쳐 맑고 환한 밤하늘 아래로 눈으로 뒤덮인 풍경이 고요하게 펼쳐집니다. 드문 문 집들이 보이고, 눈길 위를 검은 복장의 한 사람이 걸어가고 있습니다. 서사는 크리스마스 전날 밤, 흰 눈이 소복이 쌓이고, 크리스마스 파티를 위해 굽는 생강과자 냄새가 가득한 저택 안에서 시작합니다. 빨간 드레스를 입은 클라라는 창문 앞에서 드로셀마이어 삼촌을 기다립니다. 삼촌이 들어오자 아이들은 저마다 선물을 받고 있습니다. 동글동글한 그림들 모두 도자기 인형처럼 보입니다. 이어지는 다음 장에서는 성탄절 이브 파티가 한창입니다. 아이들은 삼촌에게 받은 장난감을 가지고 신나게 놀고 있습니다. 클라라는 자신이 받은 호두까기 인형이 마음에 드는지 품에 꼭 껴안습니다. 그러던 중 오빠 프리츠가 억지로 호두를 인형 입에 쑤셔 넣다가 턱을 부러트리고 맙니다. 클라라는 슬픈 마음으로 트리 아래에서 인형을 안고 있다가 잠이 듭니다. 


그러다 눈을 뜹니다. 눈 앞에서 인형들과 크리스마스 트리가 점점 커지는 것도 모자라 이내 사람만큼 큰 생쥐 군대가 나와 싸움을 걸었지요. 호두까기 인형과 클라라, 인형 친구들은 생쥐군대에 맞서 싸웁니다. 원작 소설은 자극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부분들도 부드러운 일러스트로 순화하여 표현됩니다. 접전 끝에 생쥐를 물리치자 호두까기 인형은 마법에서 풀려 왕자가 되고, 클라라의 파자마는 어느새 예쁜 드레스로 변합니다. 그렇게 왕자와 클라라는 썰매를 타고 사탕 나라에 도착합니다. 사탕으로 만든 커다란 대문, 가로등처럼 늘어서 있는 솜사탕과 사탕, 아이스크림. 둘레에 젤리빈과 캔디로 만들어진 길은 아름다운 사탕 성으로 둘을 이끕니다. 한바탕 무도회를 즐기는 장면 속에 차이코프스키의 웅장한 관현악의 선율이 들리는 것 같습니다. 모든 장면이 부드럽고 따뜻하며 밝고 명랑합니다. 다음날 아침 클라라는 침대에서 일어납니다. 신기하게도 호두까기 인형의 턱은 말끔히 고쳐져 있습니다. 

그림책을 쭉 읽어가다 보면 과연 무엇이 현실이고 환타지인지 구별하기가 어렵습니다. C.S 루이스는 『사자와 마녀와 옷장』에서 옷장문을 열고 들어가는 나니아 나라 속으로 당시 사람들은 초대했습니다. 그 위대한 상상력의 세계가 세계전쟁으로 황폐해진 사람들의 마음에 소망을 주었다고 합니다. 추운 겨울 우리는 즐겁게 이 시즌을 즐기는 것 같지만 풍요롭고 화려한 불빛 뒤로 남모르는 허무감에 슬픔과 눈물로 잠이 들 때가 있지 않습니까? 어린 아이, 청소년, 성인, 누구든 이런 남모르는 시간이 분명히 있겠지요. 클라라가 망가진 인형을 안고 슬픈 밤을 보내다가 신기하고 즐거운 여행을 떠나는 모험 이야기가 자기만의 호두까기 인형이 망가져 괴로워하는 모든 이들의 마음에 위로가 되면 좋겠습니다.

필자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오랜 해외생활을 마치고 귀국하였습니다. 올해는 위드코로나 시대로 일상의 상당히 많은 영역들이 이전으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천천히 가고, 가족 중심으로 지내던 해외에서의 시간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한국 생활에 적응하며 하루하루 숨가쁘게 달려왔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모두가 다 같이 이렇게 바쁘게 살아갑니다. 이 세상의 모든 부귀 영화를 누렸던 솔로몬이 말한 전도서는 우리로 하여금 목표를 향해 달려가다 문득 엄습하는 허무감과 무의미를 있는 그대로 직시하게 합니다. 이런 감정은 어떤 일을 하다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때 찾아올 수 있습니다. 또 반면에 애써서 노력해 성공한 후에도 내가 중요하게 여긴 그 일이 정말 가치 있는지 돌아보면서 허무감에 휩싸이기도 합니다. 그때 전도서는 창조주께서는 우리에게 주신 몫을 누리라고 합니다(2).  

인류의 전 역사가 그토록 고대했던 예수님의 탄생을 기뻐하며, 성탄 시즌을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누리며, 한 해 동안 굳어진 우리의 몸과 마음을 서로서로 다독여 주면 어떨까요? 가족과 함께 예술을 누리십시오. 작가의 따스한 마음을 가득 담아 녹여낸 아름다운 그림책을 아이들과 함께 감상하고, 또 두 손 잡고 발레 공연도 보러가고, 크리스마스 트리도 꾸미고, 선물도 나누고, 성탄 카드도 만들고, 우리 가족만의 캐롤 음악회도 열어보는 것이죠. 또 다시 오실 예수님을 소망 가운데 기다리며 온 가족이 함께 둘러 앉아 어드밴트 카렌더(Advent Calendar)(3)를 해보는 것입니다. 어느새 가족 안의 소원해진 관계가 세워지고, 함께 웃으며 한 해의 마지막을 보내게 될 것입니다. 



[1]  호프만 원작은 주인공의 이름이 ‘마리’ 이지만, 다른 여러 버전에서 ‘클라라’ 라는 이름으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2]  사람이 하나님께서 그에게 주신 바 그 일평생에 먹고 마시며 해 아래에서 하는 모든 수고 중에서 낙을 보는 것이 선하고 아름다움을 내가 보았나니 그것이 그의 몫이로다 또한 어떤 사람에게든지 하나님이 재물과 부요를 그에게 주사 능히 누리게 하시며 제 몫을 받아 수고함으로 즐거워하게 하신 것은 하나님의 선물이라 그는 자기의 생명의 날을 깊이 생각하지 아니하리니 이는 하나님이 그의 마음에 기뻐하는 것으로 응답하심이니라(전도서 5:18-20)
[3]  Advent Calendar. 기독교에서 성탄절 전의 4주간의 기간을 이르는 말로, 어드벤트 캘린더는 이 기간에 나오는 달력이다. 천주교에서는 대림시기, 개신교에서는 교단에 따라 대강절, 강림절, 대림절 등의 명칭이 있다. 서양에서는 성탄절이 있는 달인 12월이 되면 작은 선물이 날짜마다 들어있는 어드벤트 캘린더를 발매한다. 보통 1일부터 25일까지 날짜에 맞는 칸을 열면 랜덤하게 작은 선물이 들어있는 방식으로 구성되어서 매일매일 새로운 선물을 받으며 성탄절을 기다리는 재미가 있는 제품이다.(출처: 나무위키)


박혜련  | 더샘물학교

Southwestern Baptist Theological Seminary에서 교육 석사 학위를 마치고, 현재 더샘물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고, 성서유니온 ‘큐티아이’ 집필진, ‘기독교문화연구소 숨’에서 강사로 활동중이며, 극동방송 마더와이즈 ‘그림책 속 이야기’ 출연 중이다. 그림책 읽기를 통해 세대와 세대 간에 아름다움과 미덕이 전수 되길 꿈꾸며 그림책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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