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위로” 『곰과 작은 새』

우리는 살아가며 크고 작은 슬픔을 경험합니다. 슬픔과 고통의 순간은 아주 어린 아이로부터 성인과 노인에 이르기까지 그 누구에게도 찾아올 수 있습니다. 우리를 슬픔에 빠지게 하는 순간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아마도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질 때 많이 슬플 것입니다. 정든 유치원이나 학교를 졸업할 때, 친한 친구가 멀리 전학 가거나 이사 가야 할 때, 자식을 먼 타지로 유학 보낼 때, 일 때문에 해외로 아빠를 보내야 할 때… 우리는 갑자기 찾아오는 이별 앞에서 마음이 텅 비고 쓰립니다. 일상을 함께하던 사람들이 떠나면 그 빈자리가 크겠지만 오늘 날에는 영상통화도 하고 또 보고싶으면 비행기를 타고 만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연락할 수 없는 곳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다면 어떨까요? 만일 사랑하는 사람을 죽음으로 잃는다면 그 슬픔은 다른 것과 비교할 수 없을 것입니다. 『곰과 작은 새』는 사랑하는 이의 죽음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평범한 삶의 일부인 것처럼 절제되고 담담한 어조와 흑백 컬러로 그리고 있습니다.
글 작가 유모토 가즈미는 도쿄 음악대학에서 작곡을 공부하고, 오페라 대본을 쓰기 시작하여 드라마 작가로 활동했고, 『여름이 준 선물』로 일본 아동문학자협회와 아동문예 신인상을 받았습니다. 미국에서 배첼러 상, 보스턴 글로브 혼 북 상도 수상했습니다. 국내에 소개된 작품은 아이들의 시각에서 삶과 죽음에 대한 고찰을 담고 있는 『여름이 준 선물』, 아빠의 죽음으로 삶의 어려움에 직면한 여섯 살 아이가 엄마와 함께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그리는 『고마워, 엄마』, 사춘기의 성장통을 담은 『봄의 오르간』을 통해 삶의 고통 가운데 성장하는 이야기로 잔잔한 감동을 선사합니다.
그림 작가 사카이 고마코는 섬유 조직과 표면에 무늬와 색상을 입히는 텍스타일 기법을 자주 사용하는 일본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그림책 작가입니다. 우리 나라에는 직접 쓰고 그린 『노란 풍선』, 『눈 내린 날』, 『토끼 인형의 눈물』 등 많은 그림책들이 소개되었습니다. 어린이와 동물들이 작품 속에 많이 등장하고, 부드럽고 따스한 그림을 그리며,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곰과 작은 새』로 제40회 고단샤 출판문화상 그림책상을 받았습니다.
책의 표지는 꼭 박스로 된 재질 같습니다. 사카이 고마코의 텍스타일 기법을 생각해 보면, 박스 위해 검은 물감을 배경으로 먼저 칠한 후 흰색으로 그림을 그린 듯합니다. 박스의 거친 면과 붓으로 칠한 검은 배경, 정확한 선 없는 거친 그림은 어둡고 쓸쓸한 곰의 마음을 그대로 표현합니다. 제목 아래로 곰의 옆모습과 곰의 어깨 위에 작은 새가 보입니다. 면지로 넘기면 책의 분위기와 전혀 다른 인디핑크의 밝은 색감이 이 상황이 어두움만 있는 것은 아님을 암시합니다. 표제지에는 뒤집혀 누워있는 작은 새가 눈을 감고 발을 웅크립니다. 꼬리 깃털 아래쪽으로 실처럼 작은 가닥이 면지의 핑크색으로 보입니다.

서사는 어느 날 아침에서 시작됩니다. 어깨가 축 쳐진 채 울고 있는 곰 발 앞에 표제지의 새가 누워 있습니다. 글 텍스트는 단짝 친구인 작은 새가 죽었다고 말해줍니다. 곰과 작은 새는 서로 소중한 친구입니다. 어느 날 작은 새가 곰의 곁을 떠나자 친구를 잃을 슬픔에 잠겨 곰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죽은 새를 위해 작은 상자를 만들어, 꽃과 함께 새를 넣습니다. 곰은 상자를 가지고 다니며 작은 새와 함께하던 시간을 그리워하고 슬퍼합니다. 믿을 수가 없습니다. 바로 전날 아침에도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며 아침을 먹었는데… 하지만 이제 작은 새는 없습니다.

“아아, 어제 네가 죽을 줄은 꿈에도 몰랐어.
만약 어제 아침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나는 아무것도 필요 없어.”
상자를 들고 나가자, 곰 주변의 친구들은 그걸 왜 가지고 다니냐며, 작은 새는 이제 돌아오지 않으니 마음 아프겠지만 그만 잊으라고 합니다. 하지만 동물 친구들의 말이 곰에게는 들리지 않습니다.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습니다. 곰은 집에 들어가 문을 꼭꼭 걸어 잠근 채 깜깜한 방에 꼼짝 않고 앉아있습니다. 곰은 지칠 대로 지쳤습니다. 곰은 과연 슬픔을 이겨낼 수 있었을까요?

어느 날 아침 곰은 창문을 열고 하늘을 바라봅니다. 하늘에는 하얀 구름이 둥실 떠 다니고, 바람에 풀 향기가 실려 옵니다. 참 좋은 날씨에 곰은 자연스럽게 밖으로 나와 풀 숲과 강가를 거닙니다. 푸른 풀과 빛나는 강물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때 잠을 자고 있는 낯선 들고양이와 옆에 놓인 기다란 상자를 보았습니다. 곰은 그 상자 안에 뭐가 있는지 묻자, 고양이는 곰의 상자를 먼저 보여주면 보여주겠다고 말합니다. 곰이 상자를 열자 고양이는 말합니다
“넌 이 작은새랑 정말 친했구나,
작은새가 죽어서 몹시 외로웠지?”

예상치 못한 말을 들은 곰은 깜짝 놀랐습니다. 그때, 고양이는 자신의 상자 안에 있는 바이올린을 꺼내 곰과 새를 위해 연주합니다. 바이올린 소리와 함께 곰은 머릿속엔 작은 새와 함께한 시간들이 스쳐 지나갑니다. 인디 핑크빛이 포인트가 되어 곰과 작은 새의 추억 속에 색을 입힙니다. 이제 곰은 고양이와 함께 양지 바른 곳에 작은 새를 묻고, 앞으로 울지 않기로 다짐 합니다.
오늘날 죽음을 다루는 대부분의 그림책은 죽음이 단지 삶의 일부분이고 죽음을 통해 우리는 우주로 돌아간다는 ‘자연주의’사상을 배경으로 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죽음이 아무렇지 않을 수 있을까요? 죽음을 경험하는 일은 부자연스러우며, 큰 고통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리는 것은 매우 가슴아픈 일입니다. 이때에 곰처럼 창문을 열고 하늘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영적인 눈을 떠서 하나님 나라를 바라면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을 소망하며 지금의 헤어짐을 견디고 인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영원한 왕이신 하나님은 저 높은 곳에만 계신 것이 아니라 우리 삶과 고통 속으로 친히 찾아오셔서, 친구가 되어주시고 함께 걸어가십니다. 또 우리는 우리의 고통 가운데 함께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고양이와 같이 서로의 고통을 함께 지며 위로와 힘이 됩니다.

고양이는 어떻게 곰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었을까요? 고양이는 곰에게 탬버린을 건넵니다. 그 템버린은 손때가 묻어 꼬질꼬질 했습니다. 템버린의 원래 주인은 누구였을까요? 고양이에게도 함께 지내던 친구가 있었던 것일까요?
우리의 상실의 고통은 고통 가운데 있는 다른 친구에게 더 큰 위로와 힘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함께 울고 함께 웃는 그런 친구가 되어주세요. 홀로 외롭게 살아가는 인생이 아니라 함께 여행을 떠난 곰과 고양이처럼 슬픔과 기쁨을 이웃과 함께 나누는 삶이 되길 소망합니다.


| 박혜련 | 더샘물학교 Southwestern Baptist Theological Seminary에서 교육 석사 학위를 마치고, 현재 더샘물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고, 성서유니온 ‘큐티아이’ 집필진, ‘기독교문화연구소 숨’에서 강사로 활동중이며, 극동방송 마더와이즈 ‘그림책 속 이야기’ 출연 중이다. 그림책 읽기를 통해 세대와 세대 간에 아름다움과 미덕이 전수 되길 꿈꾸며 그림책을 연구하고 있다. |
“진정한 위로” 『곰과 작은 새』
우리는 살아가며 크고 작은 슬픔을 경험합니다. 슬픔과 고통의 순간은 아주 어린 아이로부터 성인과 노인에 이르기까지 그 누구에게도 찾아올 수 있습니다. 우리를 슬픔에 빠지게 하는 순간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아마도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질 때 많이 슬플 것입니다. 정든 유치원이나 학교를 졸업할 때, 친한 친구가 멀리 전학 가거나 이사 가야 할 때, 자식을 먼 타지로 유학 보낼 때, 일 때문에 해외로 아빠를 보내야 할 때… 우리는 갑자기 찾아오는 이별 앞에서 마음이 텅 비고 쓰립니다. 일상을 함께하던 사람들이 떠나면 그 빈자리가 크겠지만 오늘 날에는 영상통화도 하고 또 보고싶으면 비행기를 타고 만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연락할 수 없는 곳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다면 어떨까요? 만일 사랑하는 사람을 죽음으로 잃는다면 그 슬픔은 다른 것과 비교할 수 없을 것입니다. 『곰과 작은 새』는 사랑하는 이의 죽음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평범한 삶의 일부인 것처럼 절제되고 담담한 어조와 흑백 컬러로 그리고 있습니다.
글 작가 유모토 가즈미는 도쿄 음악대학에서 작곡을 공부하고, 오페라 대본을 쓰기 시작하여 드라마 작가로 활동했고, 『여름이 준 선물』로 일본 아동문학자협회와 아동문예 신인상을 받았습니다. 미국에서 배첼러 상, 보스턴 글로브 혼 북 상도 수상했습니다. 국내에 소개된 작품은 아이들의 시각에서 삶과 죽음에 대한 고찰을 담고 있는 『여름이 준 선물』, 아빠의 죽음으로 삶의 어려움에 직면한 여섯 살 아이가 엄마와 함께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그리는 『고마워, 엄마』, 사춘기의 성장통을 담은 『봄의 오르간』을 통해 삶의 고통 가운데 성장하는 이야기로 잔잔한 감동을 선사합니다.
그림 작가 사카이 고마코는 섬유 조직과 표면에 무늬와 색상을 입히는 텍스타일 기법을 자주 사용하는 일본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그림책 작가입니다. 우리 나라에는 직접 쓰고 그린 『노란 풍선』, 『눈 내린 날』, 『토끼 인형의 눈물』 등 많은 그림책들이 소개되었습니다. 어린이와 동물들이 작품 속에 많이 등장하고, 부드럽고 따스한 그림을 그리며,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곰과 작은 새』로 제40회 고단샤 출판문화상 그림책상을 받았습니다.
책의 표지는 꼭 박스로 된 재질 같습니다. 사카이 고마코의 텍스타일 기법을 생각해 보면, 박스 위해 검은 물감을 배경으로 먼저 칠한 후 흰색으로 그림을 그린 듯합니다. 박스의 거친 면과 붓으로 칠한 검은 배경, 정확한 선 없는 거친 그림은 어둡고 쓸쓸한 곰의 마음을 그대로 표현합니다. 제목 아래로 곰의 옆모습과 곰의 어깨 위에 작은 새가 보입니다. 면지로 넘기면 책의 분위기와 전혀 다른 인디핑크의 밝은 색감이 이 상황이 어두움만 있는 것은 아님을 암시합니다. 표제지에는 뒤집혀 누워있는 작은 새가 눈을 감고 발을 웅크립니다. 꼬리 깃털 아래쪽으로 실처럼 작은 가닥이 면지의 핑크색으로 보입니다.
서사는 어느 날 아침에서 시작됩니다. 어깨가 축 쳐진 채 울고 있는 곰 발 앞에 표제지의 새가 누워 있습니다. 글 텍스트는 단짝 친구인 작은 새가 죽었다고 말해줍니다. 곰과 작은 새는 서로 소중한 친구입니다. 어느 날 작은 새가 곰의 곁을 떠나자 친구를 잃을 슬픔에 잠겨 곰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죽은 새를 위해 작은 상자를 만들어, 꽃과 함께 새를 넣습니다. 곰은 상자를 가지고 다니며 작은 새와 함께하던 시간을 그리워하고 슬퍼합니다. 믿을 수가 없습니다. 바로 전날 아침에도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며 아침을 먹었는데… 하지만 이제 작은 새는 없습니다.
상자를 들고 나가자, 곰 주변의 친구들은 그걸 왜 가지고 다니냐며, 작은 새는 이제 돌아오지 않으니 마음 아프겠지만 그만 잊으라고 합니다. 하지만 동물 친구들의 말이 곰에게는 들리지 않습니다.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습니다. 곰은 집에 들어가 문을 꼭꼭 걸어 잠근 채 깜깜한 방에 꼼짝 않고 앉아있습니다. 곰은 지칠 대로 지쳤습니다. 곰은 과연 슬픔을 이겨낼 수 있었을까요?
어느 날 아침 곰은 창문을 열고 하늘을 바라봅니다. 하늘에는 하얀 구름이 둥실 떠 다니고, 바람에 풀 향기가 실려 옵니다. 참 좋은 날씨에 곰은 자연스럽게 밖으로 나와 풀 숲과 강가를 거닙니다. 푸른 풀과 빛나는 강물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때 잠을 자고 있는 낯선 들고양이와 옆에 놓인 기다란 상자를 보았습니다. 곰은 그 상자 안에 뭐가 있는지 묻자, 고양이는 곰의 상자를 먼저 보여주면 보여주겠다고 말합니다. 곰이 상자를 열자 고양이는 말합니다
예상치 못한 말을 들은 곰은 깜짝 놀랐습니다. 그때, 고양이는 자신의 상자 안에 있는 바이올린을 꺼내 곰과 새를 위해 연주합니다. 바이올린 소리와 함께 곰은 머릿속엔 작은 새와 함께한 시간들이 스쳐 지나갑니다. 인디 핑크빛이 포인트가 되어 곰과 작은 새의 추억 속에 색을 입힙니다. 이제 곰은 고양이와 함께 양지 바른 곳에 작은 새를 묻고, 앞으로 울지 않기로 다짐 합니다.
오늘날 죽음을 다루는 대부분의 그림책은 죽음이 단지 삶의 일부분이고 죽음을 통해 우리는 우주로 돌아간다는 ‘자연주의’사상을 배경으로 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죽음이 아무렇지 않을 수 있을까요? 죽음을 경험하는 일은 부자연스러우며, 큰 고통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리는 것은 매우 가슴아픈 일입니다. 이때에 곰처럼 창문을 열고 하늘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영적인 눈을 떠서 하나님 나라를 바라면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을 소망하며 지금의 헤어짐을 견디고 인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영원한 왕이신 하나님은 저 높은 곳에만 계신 것이 아니라 우리 삶과 고통 속으로 친히 찾아오셔서, 친구가 되어주시고 함께 걸어가십니다. 또 우리는 우리의 고통 가운데 함께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고양이와 같이 서로의 고통을 함께 지며 위로와 힘이 됩니다.
고양이는 어떻게 곰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었을까요? 고양이는 곰에게 탬버린을 건넵니다. 그 템버린은 손때가 묻어 꼬질꼬질 했습니다. 템버린의 원래 주인은 누구였을까요? 고양이에게도 함께 지내던 친구가 있었던 것일까요?
우리의 상실의 고통은 고통 가운데 있는 다른 친구에게 더 큰 위로와 힘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함께 울고 함께 웃는 그런 친구가 되어주세요. 홀로 외롭게 살아가는 인생이 아니라 함께 여행을 떠난 곰과 고양이처럼 슬픔과 기쁨을 이웃과 함께 나누는 삶이 되길 소망합니다.
박혜련 | 더샘물학교
Southwestern Baptist Theological Seminary에서 교육 석사 학위를 마치고, 현재 더샘물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고, 성서유니온 ‘큐티아이’ 집필진, ‘기독교문화연구소 숨’에서 강사로 활동중이며, 극동방송 마더와이즈 ‘그림책 속 이야기’ 출연 중이다. 그림책 읽기를 통해 세대와 세대 간에 아름다움과 미덕이 전수 되길 꿈꾸며 그림책을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