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너도』“언젠가 먼 훗날, 엄마가 딸에게”

2022-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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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너도』 “언젠가 먼 훗날, 엄마가 딸에게”




우리나라는 5월 8일이 어버이 날이지만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는 5월 둘째 주 일요일을 “Mother’s Day” 즉, “어머니 날”로 지킵니다(1).  필자가 미국에서 유학생활 하는 동안 매년 이 시즌이 될 때마다 미국인들이 Mother’s Day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며 기념하는지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5월 둘째 주 일요일 저녁이면 레스토랑마다 예약이 잡혀 있고, 가족들은 어머니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모입니다. 아주 작은 아이로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어머니를 위한 편지와 선물을 정성껏 준비합니다. 백화점 마다 어머니들을 위한 선물 품목이 전시되고, TV마다 광고를 합니다. 이 날 만큼은 어머니를 향한 존경과 사랑을 마음껏 표현합니다. 

특히 자녀를 키워보면 어머니가 더 많이 생각납니다. ‘내 어머니도 이렇게 나를 사랑하고 기르셨구나…’ 나이가 들수록 더욱 그 사랑이 진한 향기로 사무친 그리움이 됩니다. 딸에게 엄마는, 엄마에게 딸은 어떤 존재일까요? 장차 또 한 가정의 엄마가 될 딸의 엄마를 향한, 또 그러한 딸을 키우는 엄마의 서로를 향한 마음… 나이가 들어 떠올리면 눈물짓게 하는 그 사랑, 이 세상 모든 엄마와 딸을 위한 책이 있습니다. 화려한 수사법이 없어도 담담하게 절제된 어조와 그림으로 엄마와 딸의 모습을 담아내는 그림책 『언젠가 너도』 입니다. 

앨리슨 맥기는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문예창작을 가르치고, 또 청소년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고, 연령대와 형식을 가리지 않고 그림책, 수필, 청소년 소설, 성인 소설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입니다. 뉴욕타임즈가 선정한 베스트셀러 작가로 평론가와 독자 모두에게 사랑 받고 있습니다. 그녀의 작품 가운데는 특별히 부모와 자녀의 관계를 다루며 누구보다 따뜻하고 감동적으로 그려내는 그림책, 소설이 많습니다. 아들에게 주는 이야기 『너를 보면』, 세상 앞에 선 아이들에게 주는 이야기 『수많은 날들』, 신생아를 품에 안고 세상을 보여주며 이야기하는 『World So Wide』. 정말 아름다운 작품들입니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작가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앨리슨 맥기의 글은 마치 아이를 향한 편지 형식의 육아 일기 같습니다. 행마다 절제된 언어가 아이의 빠른 성장 속도 만큼이나 시간을 뛰어넘어 이어집니다. 그래서인지 이 글에 피터 레이놀즈의 일러스트는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우러집니다. 문득 문득 생각이 떠오르듯, 딸에 대한 여러 기억과 상상이 빠르게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듯, 흰 여백 안에 아무렇게나 슬슬 그은 듯한 흩날리는 선과 흐릿한 수채 물감으로 표현된 그림들은 이 책을 읽는 엄마들의 머릿속에 다양한 기억과 감정을 빠른 속도로 흘러가게 합니다. 그림과 글을 빠르게 눈에 담고 나면 모든 장면이 가슴에 폭풍처럼 남아 한참을 움직이지 못하고, 책을 손에 쥐고 머무르게 합니다. 

책의 겉표지는 “사랑하는 딸에게, 언젠가 너도”라는 제목과 함께 아기를 하늘 높이 들어 올리고 있는 엄마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딸을 바라보는 엄마의 시선과 엄마를 바라보는 아기의 시선이 마주칩니다. 표제지는 넓은 들판이 펼쳐진 언덕 위에 한 아이가 온 몸을 펼치고 누워 있습니다. 멀리 탁 트인 시야 뒤로 잔잔한 바다가 펼쳐져 있고, 그 위로 뭉개 구름이 떠 있습니다. 그리고 역동적인 구름의 선처럼 곡선의 필기체로 “언젠가 너도”라는 제목이 붉게 쓰여져 있습니다. 제목 옆으로 날아가는 새들 만큼이나 아이의 표정은 자유로워 보입니다. 작가는 딸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일까요? 원서 제목인 『Someday』는 그 언젠가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 독자로 하여금 궁금증으로 책장을 넘기게 만듭니다. 


아기를 낳아본 엄마라면 첫 장면부터 심장이 멈출 것 같은 묘한 감정에 가슴이 요동침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약 50센티미터 키의 막 태어난 신생아가 한 팔 안에 안겨 있습니다. 손 싸개를 벗기고, 말 할 수 없이 작은 아기의 손가락에 엄마의 검지를 가져다 대면 아기는 힘을 다해 엄마 손가락을 꼭 쥡니다. 


"어느 날 네 손가락을 세어 보던 날 그만 손가락 하나하나에 입맞추고 말았단다."


핑크색 옷을 입은 것으로 보아 딸이 분명합니다. 침대에서 베개에 몸을 기대어 아기를 손에 안은 출산한지 얼마 안된 산모가 보입니다. 온 몸은 부서질 것 같이 힘들고 식은 땀이 줄줄 흘러내리지만, 여리고 여린 생명이 온전히 자신 만을 의지하고 있음을 봅니다. 아기를 바라보는 부드러운 시선에 이 세상에 무엇보다 가장 강한 ‘엄마’라는 비장함과 책임감이 느껴집니다. 옆 테이블에는 보라색 꽃이 꽃병에 꽂혀 있습니다.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시간은 빠르게 흐릅니다. 아이의 모습을 볼 때마다 언제 이렇게 큰 건지 아쉽기만 한 엄마의 마음이 그대로 투영됩니다. 

어느 날 아이는 엄마의 손을 꼭 잡고 겁을 내며 길을 건넙니다. 잔뜩 긴장한 아이를 한없이 부드러운 눈이 내려다 봅니다. 엄마는 한손에는 아이를, 한 팔로는 보라색 꽃다발을 품고 있습니다. 시간은 또 흘러 작은 아이가 어린이가 됩니다. 엄마는 곰인형을 끌어 안고 깊이 잠든 아이의 머리를 쓸며 지켜봅니다. 아이가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생각하며 엄마도 꿈을 꿉니다. 


이 장면 이후부터 엄마의 생각은 더 빠르게 진행됩니다. 한 마디 한 마디가 “언젠가 너는”이라는 문구로 시작합니다. 엄마는 언젠가 겪게 될 딸의 인생길을 상상해 봅니다. 호수에 뛰어드는 모습, 어두운 숲을 지나가는 모습, 기쁨으로 두 눈이 반짝이는 모습, 슬픔에 고개를 파 묻은 모습. 그리고 엄마는 언젠가 본가를 뒤로하고 손을 흔들며 떠나는 딸의 뒷모습 지켜보게 될 거라고 이야기 합니다. 딸의 인생길에 대한 엄마의 상상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언젠가 딸이 엄마가 되어 엄마에게 온몸을 맡긴 작은 아이를 업고 있습니다. 그리고 딸은 자신의 딸 아이의 머리를 빗겨주겠지요. 엄마의 상상은 시간을 훌쩍 뛰어 넘어, 머리가 은빛으로 흩날리는 한 노인으로 향합니다. 


"언젠가, 지금으로부터 아주 아주 먼 훗날, 너의 머리가 은빛으로 빛나는 날"


딸은 엄마의 사진이 담긴 액자와 엄마가 좋아하던 보라색 꽃을 담은 화병을 보겠지요. 딸은 엄마를 생각하겠지요. 

그림책을 읽는 독자들은 아마도 육아에 지친 엄마들일 것입니다. 자신만 생각하며 편히 살다가 모든 것을 희생하여 한 생명을 낳고 기르는 일은 보통 일이 아닙니다. 밤새 깨어 우는 아기를 재우느라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다리에 매달려 울어 대는 아기 달래느라 끼니를 놓칠 때도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 시기를 “육아 전쟁”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여성으로 태어나 엄마가 되는 일은 불편하고 힘든 일일 것입니다. 그때 먼 훗날 아이의 모습을 생각 해보면 지금의 육아가 얼마나 소중한 시간으로 다가오는지 모릅니다. 이상하게도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아이들은 금새 커 버리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엄마 모유를 먹고, 엄마 잠을 갉아 먹고 자란 아이도 언젠가 엄마가 되겠지요. 머리가 희어졌을 때 엄마는 아이 곁에 없을 것입니다. 그때 다 늙어 할머니가 된 아이도 엄마를 생각하겠지요. 자녀를 향한 엄마의 사랑, 아마 우리의 자녀도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그의 저서 『이기적 유전자』에서 우리는 유전자를 보존하고 전달하기 위한 생존기계일 뿐이라고 주장 합니다. 모성애 역시 어머니라는 이름의 생존기계가 자식을 돌보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는 것일 뿐이라고 합니다. 생존기계로서 인간이나 동물은 똑같다고 합니다. 사랑이라는 감정도 호르몬의 물질적 작용에 불과하고 모성애 조차 생존을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면, 자식을 위해 자신을 위해 온 몸을 던지는 엄마의 사랑에서 무슨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요? 인간의 정신, 감정, 이성의 기능까지도 물질의 작용으로 보는 유물론적 사상은 결국 많은 여성들로 하여금 자녀를 낳고 기르는 전적 희생을 기피하도록 만들기도 합니다. 오늘날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비혼 비출산 운동에 참여하며 가정과 자녀 출산을 거부하고 있습니까? 자신은 어머니의 그 사랑 속에 태어나 자랐으면서도 정작 어머니가 되길 거부하는 시대가 참으로 가슴 아픕니다. 

몇 년 전 양희은씨가 “엄마가 딸에게”라는 곡을 발표해 여러 젊은 여성 가수들과 함께 마치 엄마와 딸처럼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보았습니다. 양희은씨는 그 곡을 통해 세상의 모든 모녀를 위로하고 싶다고 했고, 실제로 노래를 부르고 듣는 사람 모두에게 큰 감동과 눈물과 위로를 주었죠.  지금도 이 시대의 정신과 정 반대로 사람은 온 몸과 마음으로 모성애에 감동하고 감격합니다. 그래서 지금도 Mother’s Day에 어머니를 향한 향기로운 꽃을 준비해 찾아 뵙는 것이겠지요. 우리가 계속해서 이와 같이 아름다운 것들을 지키고 회복하면 좋겠습니다. 이 그림책을 읽는 모든 독자들이 어머니에게서 자라고, 또 어머니가 되어 자녀를 키우는 참으로 아름다운 일에 참여하고 있으므로 말할 수 없는 보람과 기쁨과 감사를 느끼기를 소망합니다. 



(1) “Father’s Day(아버지 날)”은 6월 셋째 주 일요일에 따로 지킵니다.




박혜련  | 더샘물학교

Southwestern Baptist Theological Seminary에서 교육 석사 학위를 마치고, 현재 더샘물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고, 성서유니온 ‘큐티아이’ 집필진, ‘기독교문화연구소 숨’에서 강사로 활동중이며, 극동방송 마더와이즈 ‘그림책 속 이야기’ 출연 중이다. 그림책 읽기를 통해 세대와 세대 간에 아름다움과 미덕이 전수 되길 꿈꾸며 그림책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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