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세계를 담은 그림책 『순천만』과 인상주의 ‘모네’

창조세계의 문화명령
성경은 태초에 창조세계(Creation)를 만드신 하나님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기독 신앙은 창조주 하나님에 의해 지구 생태가 구성되고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를 정의한 기쁜 소식인 복음을 믿는 것이다. 우리는 창조세계의 생태를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부여한 선물이라 여기며, 창조세계를 돌보고 개발하는 소명을 가졌다고 믿는다. 특별히 예술가들의 소명이란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여 주신 문화명령(culture making)으로 다음과 같이 의미가 있다.
“창조란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낸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의미하며, 인간은 하나님이 부여한, 그리고 이전세대가 남긴 어떤 것의 중간에서 다만 새롭게 만드는 것(make)만 가능하다.”
이 태도는 근대(modern period)의 예술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하나님께서 주신 문화명령에 속하는 것으로 이해하며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아름답게 그려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은 경이로운 넓고 푸른 하늘과 웅장한 산등성이, 절벽과 폭포수를 그려내며 창조세계의 절경을 표현하였다. 그 연장선에 있는 그림이 인상주의로 볼 수 있다. 인상주의와 그림책이 서로 창조세계를 표현하려 함이 유사한 특성을 보이는 ‘모네’ 작품과 그림책 『순천만』을 살펴보려 한다.
인상주의(Impressionism) 화가 ‘모네’
[인상주의자들]을 쓴 뒤레(Duret)는 클로드 모네를 “가장 뛰어난 인상주의자”로 평가했다. 모네는 야외에서 나타나는 대기의 변화에 따른 인상을 재빨리 포착하는 능력으로 그 풍경이 화폭에 그대로 나타났으며, 이러한 평가는 오늘날까지도 인정받는다. 모네 그림은 유아의 명화감상 교육에도 자주 선택된다. 명화는 사전적 의미로 ‘질 높은 그림’, ‘누구나 보편적으로 좋아하는 그림’으로 정의된다. 유아의 예술교육 활동에서 명화감상이 주는 효과는 창의성, 정서지능 발달, 상상적 내러티브 구성요소와 구조 수준을 향상시키고 어휘력과 언어표현력까지 긍정적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은 창조세계를 그린 그림표현을 논하는 것은 드물다는 것이다.
세상의 창조는 우리 인간에게 어떤 의미를 부여할 것이다. 아름다운 창조세계의 그림을 만나는 유아는 조건 없이 주어지는 은혜의 산물을 깨닫게 한다. 이 존재론적 사유는 우리에게 자연을 사랑하고 아끼는 돌봄의 심성을 길러 줄 수 있다. 그러나 도심에서 자녀 키우기를 원하는 부모가 많아지면서 유아는 일상에서 자연을 경험하기 어렵게 되었다. 그 대안으로 창조세계 그림이 담긴 그림책이 적극 활용될 수 있다.
천혜의 창조세계 그림책 『순천만』
순천만은 생명의 소용돌이라 불리우며, 우리나라 남해안 중앙에 남북으로 길게 뻗은 항아리 모양의 내만이다. 그리 넓지 않은 지역에 갯벌, 염습지, 갈대밭, 섬, 간척지, 논, 양식장, 옛 염전터 등 생태계의 다양성(ecosystem diversity)을 가지고 있으며, 지구상의 생물이 약 20%가 사는 것으로 파악되는 서식지의 다양성(habitate diversity)까지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순천만』 그림책은 천혜(天惠)의 자연을 주제로 삼았다. 여기서 천혜란 하늘이 베푼 은혜라는 뜻으로 자연의 최적성을 강조한다. 이와 어울리듯 2010년 순천만을 포함한 서남해안 갯벌지역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재목록에 등재되었다. 세계유산(World Heritage)이란 유네스코 세계유산 위원회가 보전되어야 할 세계적인 주요 유산으로 인정함이며 동시에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됨을 의미한다. 세계유산은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 Oustanding Universial Value)’에 중점을 두어 한 나라에 머물지 않는 일반적인 가치가 뚜렷이 나타나야 하며, 문화유산, 자연유산, 복합유산으로 나눈다. 순천만은 자연유산으로 2021년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으며, 지구에서 가장 온전하게 보전되어 있는 세계 5대 연안습지 중 한 곳이다.
그림책 『순천만』과 인상주의 ‘모네’ 작품의 영상특성 비교
1. 시간을 그리다.
모네는 새벽이나 이른 아침의 안개 낀 짧게 나타나는 빛을 담거나, 한 낮의 쨍한 빛이 비추는 풍경을 그리기도 하고, 저녁 시간의 노을과 어둠을 그리기도 했다. 각 그림은 일반적인 화가의 작업 현장보다 그리는 시간이 무척 짧아진다. 모네가 빠르게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순간에 나타나는 빛에 반영된 색채를 그려야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표현은 붓칠에서 잘 드러난다. 모네는 기존 유화에서 고운 색을 내는 방식으로 색을 섞어 표현하지 않았고 동양화에서 보이는 붓터치를 사용하였다. 이 기법은 1870년에 그린 모네의 작품 그림 1의 [인상 일출]에서 잘 나타난다. 하늘에 번지는 새벽의 빛과 물에 비치는 물결의 빛은 붓칠의 자국으로 나타나며 색 또한 주황의 빛이 파랑의 물결 위에 그대로 그려진다. 모네의 생각은 “자연을 대상으로 하는 모든 회화가 반드시 바로 그 현장에서 마무리되어야 한다.”이며, 이 생각은 새로운 기법의 발전을 가져왔다. 모네의 시간은 색채가 주는 과학이다. 시간이 지연될수록 변화하는 빛에 의해서 창조세계의 색이 달라졌기에 시간은 매우 중요한 그리기 조건이 되었다.
그림 1 [인상 일출]

그림 2 『순천만』 열 번째 펼침면
『순천만』 역시 해가 지는 노을의 순간이나,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순간 등 시간을 나타내고 있다. 모네의 그림이 유화로 시간의 빠른 재현을 위해 동양화 기법의 붓터치를 사용하였고, 『순천만』의 작가 김윤이는 동양화를 전공한 특징이 있다. 즉, 혼합하지 않은 원색을 붓으로 척척 그어 켜켜이 색을 쌓아 화면을 채운 것이다. 그림 2의 『순천만』은 노을이 지는 풍경으로 S자형의 강물, 풀들이 노을에 비쳐 주황으로 빛난다. 보색의 짙은 초록의 산과 짙은 남색의 구름으로 어둠을 표현하여 붉은 하늘을 강조한다. 한국의 붉은 노을은 주홍빛으로 그려 넓고 광활한 하늘에 어둠이 내려 앉은 그 순간의 광경과 시간성을 잘 보여준다. 글은 ‘어두운 산 노을 품에 잠든다’로 시지각으로 느낀 시간을 명확히 규정한다. 모네의 시간 표현과 그림책 『순천만』의 시간 표현은 닮았다.
2. 빛을 그리다.
모네의 모든 작품은 빛에 의해서 나타나는 색과 그림의 조화이다. 심지어 추운 겨울 풍경인 그림 3의 [까치](1869)나 그림 4의 [세느강의 해빙](1880)도 빛이 비친 조화로운 창조세계를 그려다. 모네는 밝은 태양 빛을 담기위해 검정색, 회색, 갈색 계통을 배제하여 사용하였고, 강렬한 태양광선을 담을 때는 대상과 그림자를 모호하게 그리기도 했다. 특히 물에 비친 대상을 표현할 때는 물과 대상을 구분하기란 무척이나 곤란하다. 그 이유는 보라색을 표현해야 할 곳에 빨강색과 파랑색의 작은 터치를 나란히 포개어 놓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색 사용은 말년에 그린 수련시리즈가 최고의 걸작이 되는 것과 이어져 있다. 인상주의자들은 대상의 색(colored object)이 빛의 색(colored light) 아래에서 보이는 것을 탐색하기 위해 아카데미에서 기본적으로 섞어 쓰던 발색에서 벗어나 두 원색을 나란히 밀착해 병치하며 채색하였다. 모네는 보색 관계를 이용하여 병치하는 방법을 시도했고, 그는 슈브르나 헬름홀즈가 색채대비론을 발견하기 이전에 그렸던 것이다.

그림 3 [까치]

그림 4 [세느강의 해빙]

그림 5 『순천만』 열 한번째 펼침면
그림책 『순천만』의 모든 장면은 빛이 있는 시간이다. 흐린 겨울도 반짝이는 눈이 덮인 창조세계를 표현했고, 안개가 자욱한 날도 하얗게 빛을 받아 반짝이는 안개로 그려졌다. 어둠은 한 장면을 담았는데, 여름에 비바람이 부는 풍광이다. 즉, 밤의 어둠이 아니라 먹구름이 낀 날의 어두운 하늘이며 이조차 짙은 초록을 중첩하여 깊은 색으로 표현했다. 다른 장면에서도 어두운 풍경을 표현할 때 회색이나 검은색 보다는 보라색, 초록색, 갈색을 중첩하여 사용하였으며 어두운 부분도 전체 지면 대비 적은 면적을 가진다. 파란 하늘과 짙고 옅은 주황의 갈대는 보색의 조화를 이루며 눈에 띄는 병치를 보여준다. 그림 5의 어둡고 흐린 겨울의 날씨조차도 보랏빛 하늘과 눈 덮인 S지형의 강을 리듬감 있게 그렸으며, ‘겨울 땅 눈과 함께 빛난다.’라는 글처럼 빛이 반영된 눈의 반짝임을 담고자 했다. 결론적으로 『순천만』의 빛은 모네의 그림 속에서 만나는 창조세계의 빛과 같다.
3. 소리∙움직임을 그리다.
모네 작품인 [생라자르 역](1877)의 그림 6은 마치 연극무대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공학자 외젠 플라샤가 설계한 철골 구조는 햇빛과 공기를 여과 없이 받아들여, 동시대 건축가들의 가장 진보적인 실현을 거둔 곳이기도 하다. 모네의 극적인 구도가 담긴 8점의 그림 속 기차는 요란한 증기를 내뿜으며 점점 역을 향해 달려 들어온다. 몇 편의 작품을 이어서 보았을 때 확실한 움직임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연작이 아니어도 역 구내의 ‘소음’과 ‘왁작거림’이 들린다는 평론은 줄을 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일본에서는 그림 7인 모네의 [장미 색깔의 보트](1890) 작품을 감상한 10세 이하의 어린이 20명이 저마다 감상을 이야기하였다. “바람이 불고 있어요.”라며 흔들리는 나뭇가지를 가리키기도 하고, “물속에 풀이 움직이는 느낌이예요.”라고 말을 했다. 물속의 풀이 흔들리는 것 같으면 손을 들어보자는 교사의 제안에 아이들은 전부 손을 들었다.
그림 6 [생라자르역]
그림 7 [장미 색깔의 보트]
『순천만』 그림책에 동물의 존재는 그려있지 않다. 그러나 독자는 움직임을 발견한다.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 쉼 없이 변하는 하늘의 구름을 본다. 비 오는 날의 빗소리와 강물소리, 갈대가 부딪혀 나는 요란한 바스락 소리를 듣는다. 움직이는 동물이 존재하지 않아도 된다. 그림책의 그림은 웅장한 창조세계의 생명, 그 모든 것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글은 이러한 감정을 부추긴다. ‘가을 빛 잎새들 웅성웅성 퍼져간다.’와 ‘봄 볕 아지랑이 아른아른 피어오른다.’는 소리와 움직임을 느끼게 한다. 그밖에도, ‘새로나온 갈대 성큼성큼 올라온다.’, ‘구름 그림자 햇살 사이로 움직인다.’, ‘출렁이는 갈대바람 구름까지 흩날린다.’ 등으로 표현된 글은 풀과 구름, 아지랑이 등 생태의 움직임을 언급하며 확연히 그림으로 생동감을 느낄 수 있게 한다.
4. 연속적인 프레임의 연작을 그리다.
모네는 연작 시리즈를 통해 대사의 정확한 리얼리티를 표현하려고 하였다. 같은 장면을 시간의 흐름 속에 연속되게 여러 장을 그렸던 것이다. 빛을 쫒던 모네는 사물의 대상이 빛에 의하여 시시각각 변화하는 점을 고민하다가 1890년대에 한 가지 대상을 가지고 여러 경우의 다양한 변화를 표현하는 연작을 그리게 되었다. 처음 자신이 보고 반한 색이 나타나지 않자 모네는 계속 새 캔버스를 가지고 와서 그림을 그렸다. 연속된 프레임에 대한 열정은 1895년 뤼미에르 형제의 역사상 첫 영화를 본 후에 리얼리티에 대한 새로운 충격으로 생겨났다. 이후 1900년 초부터 수련 연작을 그리기 시작했다. 르앙대성당도 연작으로 남겼으며, 건초더미도 그러하다. 모네는 만족한 그림을 얻기 위해 수 없이 같은 곳을 반복해 그렸던 것이다.
그림책 『순천만』 또한 같은 공간을 여러 장의 프레임으로 파노라마처럼 보여주고 있다. 1년이라는 시간을 그림책 한 권에 담아 다소 긴 시간의 길이를 갖는다. 한 장소에서 빛에 의해 여러 장의 그림을 그려낸 것은 모네의 그림과 커다란 공통점이다. 순천만 갯벌의 1년을 플롯으로 주어 긴 호흡의 시간성을 그림책으로 표현한 장편의 서사시이다.

그림 8 [수련 : 구름]
그림 9 [수련 : 일몰]
그림 10 [수련 : 아침]

그림 11 『순천만』 여섯 번째 펼침면

그림 12 『순천만』 열 번째 펼침면

그림 13 『순천만』 일곱 번째 펼침면
5. 외광파(外光派)로 자연을 찾아가 그 색을 그리다.
모네는 “나는 화실을 가져본 적이 없으며, 실내에 틀어박혀 그리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라고 선언했다. 마무리 작업을 실내에서 하기도 했지만 모네의 이러한 선언은 아무리 과장되었다 하더라도 그는 ‘외광파’의 원칙을 적극 내재화하고 있었다. ‘외광파’는 물통과 이젤을 들고 밖으로 나가 현장에서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을 말한다. 모네는 여행을 자주 다니며 이례적인 풍경을 찾았다. 모네는 ‘외광파’ 용킨트와 부댕의 제자로, 외광파의 선구자 역할을 하였다. 그림책 『순천만』의 김윤이 작가 또한 현장에 찾아가서 실제의 모습을 반영하려 노력했다고 한다. 서울과 순천을 오가며 사계를 작품에 담았고, 극적인 날씨가 그림책에 담겼다. 즉, 머릿속 관념에 사로잡힌 재현이 아니라 그 당시 빛과 시간, 날씨가 반영된 실재를 추구한 것이다. 그것은 외부에서 직접 빛에 의해 나타난 창조세계를 담기 위한 열정이 ‘외광파’이기에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이 글은 2024년 구성주의유아교육연구 학술지 제 11권 제 2호에 실린 <어린이 그림책 [순천만] 생태표현의 예술성 분석 -인상주의 '모네'의 영상특성을 중심으로>를 요약한 글입니다. 논문은 이글의 아래에 다운로드 하실 수 있도록 올려놓았습니다.
(1) Crouch, A.(2024) 컬쳐 메이킹: 문화 창조자의 소명을 찾아서 [Culture Making: Recovering Our Creative Calling]. (박지은 역). 서울: IVP. (원본 2008)
(2) Rubin, J.(2001) 인상주의 [Impressionism]. (김석희 역). 서울: 한길아트. (원본 1999)
(3) 국립국어원 (2024) 천혜.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
(4) Gombrich, E. H. (1950/2016) The History of Art. PHAIDON.

| 이수형 | 안산대학교. 경민대학교 겸임교수 그림책과 미술로 자신을 돌아보는 예술치유전문센터에서 센터장을 지냈고, 성균관대학교 아동청소년학과 박사 학위가 있습니다. 어린이를 위한 환경에서 그림책과 예술의 역할을 학문적으로 탐구하고자 세계관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현재, 안산대학교 언어치료아동보육과, 경민대학교 아동심리보육과에서 겸임교수로 강의하고 있습니다. 저서는 [아동과 우리사회] (2016), [Art Psychology : 직장인 마음을 읽다] (2019), [신앙이 자라는 그림책 읽기] (2024)이 있으며, 현재 '그림책세계관연구소' 이사이며, '한국기독교유아교육학회' 이사입니다. |
창조세계를 담은 그림책 『순천만』과 인상주의 ‘모네’
창조세계의 문화명령
성경은 태초에 창조세계(Creation)를 만드신 하나님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기독 신앙은 창조주 하나님에 의해 지구 생태가 구성되고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를 정의한 기쁜 소식인 복음을 믿는 것이다. 우리는 창조세계의 생태를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부여한 선물이라 여기며, 창조세계를 돌보고 개발하는 소명을 가졌다고 믿는다. 특별히 예술가들의 소명이란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여 주신 문화명령(culture making)으로 다음과 같이 의미가 있다.
“창조란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낸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의미하며, 인간은 하나님이 부여한, 그리고 이전세대가 남긴 어떤 것의 중간에서 다만 새롭게 만드는 것(make)만 가능하다.”
이 태도는 근대(modern period)의 예술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하나님께서 주신 문화명령에 속하는 것으로 이해하며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아름답게 그려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은 경이로운 넓고 푸른 하늘과 웅장한 산등성이, 절벽과 폭포수를 그려내며 창조세계의 절경을 표현하였다. 그 연장선에 있는 그림이 인상주의로 볼 수 있다. 인상주의와 그림책이 서로 창조세계를 표현하려 함이 유사한 특성을 보이는 ‘모네’ 작품과 그림책 『순천만』을 살펴보려 한다.
인상주의(Impressionism) 화가 ‘모네’
[인상주의자들]을 쓴 뒤레(Duret)는 클로드 모네를 “가장 뛰어난 인상주의자”로 평가했다. 모네는 야외에서 나타나는 대기의 변화에 따른 인상을 재빨리 포착하는 능력으로 그 풍경이 화폭에 그대로 나타났으며, 이러한 평가는 오늘날까지도 인정받는다. 모네 그림은 유아의 명화감상 교육에도 자주 선택된다. 명화는 사전적 의미로 ‘질 높은 그림’, ‘누구나 보편적으로 좋아하는 그림’으로 정의된다. 유아의 예술교육 활동에서 명화감상이 주는 효과는 창의성, 정서지능 발달, 상상적 내러티브 구성요소와 구조 수준을 향상시키고 어휘력과 언어표현력까지 긍정적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은 창조세계를 그린 그림표현을 논하는 것은 드물다는 것이다.
세상의 창조는 우리 인간에게 어떤 의미를 부여할 것이다. 아름다운 창조세계의 그림을 만나는 유아는 조건 없이 주어지는 은혜의 산물을 깨닫게 한다. 이 존재론적 사유는 우리에게 자연을 사랑하고 아끼는 돌봄의 심성을 길러 줄 수 있다. 그러나 도심에서 자녀 키우기를 원하는 부모가 많아지면서 유아는 일상에서 자연을 경험하기 어렵게 되었다. 그 대안으로 창조세계 그림이 담긴 그림책이 적극 활용될 수 있다.
천혜의 창조세계 그림책 『순천만』
순천만은 생명의 소용돌이라 불리우며, 우리나라 남해안 중앙에 남북으로 길게 뻗은 항아리 모양의 내만이다. 그리 넓지 않은 지역에 갯벌, 염습지, 갈대밭, 섬, 간척지, 논, 양식장, 옛 염전터 등 생태계의 다양성(ecosystem diversity)을 가지고 있으며, 지구상의 생물이 약 20%가 사는 것으로 파악되는 서식지의 다양성(habitate diversity)까지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순천만』 그림책은 천혜(天惠)의 자연을 주제로 삼았다. 여기서 천혜란 하늘이 베푼 은혜라는 뜻으로 자연의 최적성을 강조한다. 이와 어울리듯 2010년 순천만을 포함한 서남해안 갯벌지역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재목록에 등재되었다. 세계유산(World Heritage)이란 유네스코 세계유산 위원회가 보전되어야 할 세계적인 주요 유산으로 인정함이며 동시에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됨을 의미한다. 세계유산은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 Oustanding Universial Value)’에 중점을 두어 한 나라에 머물지 않는 일반적인 가치가 뚜렷이 나타나야 하며, 문화유산, 자연유산, 복합유산으로 나눈다. 순천만은 자연유산으로 2021년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으며, 지구에서 가장 온전하게 보전되어 있는 세계 5대 연안습지 중 한 곳이다.
그림책 『순천만』과 인상주의 ‘모네’ 작품의 영상특성 비교
1. 시간을 그리다.
모네는 새벽이나 이른 아침의 안개 낀 짧게 나타나는 빛을 담거나, 한 낮의 쨍한 빛이 비추는 풍경을 그리기도 하고, 저녁 시간의 노을과 어둠을 그리기도 했다. 각 그림은 일반적인 화가의 작업 현장보다 그리는 시간이 무척 짧아진다. 모네가 빠르게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순간에 나타나는 빛에 반영된 색채를 그려야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표현은 붓칠에서 잘 드러난다. 모네는 기존 유화에서 고운 색을 내는 방식으로 색을 섞어 표현하지 않았고 동양화에서 보이는 붓터치를 사용하였다. 이 기법은 1870년에 그린 모네의 작품 그림 1의 [인상 일출]에서 잘 나타난다. 하늘에 번지는 새벽의 빛과 물에 비치는 물결의 빛은 붓칠의 자국으로 나타나며 색 또한 주황의 빛이 파랑의 물결 위에 그대로 그려진다. 모네의 생각은 “자연을 대상으로 하는 모든 회화가 반드시 바로 그 현장에서 마무리되어야 한다.”이며, 이 생각은 새로운 기법의 발전을 가져왔다. 모네의 시간은 색채가 주는 과학이다. 시간이 지연될수록 변화하는 빛에 의해서 창조세계의 색이 달라졌기에 시간은 매우 중요한 그리기 조건이 되었다.
그림 2 『순천만』 열 번째 펼침면
『순천만』 역시 해가 지는 노을의 순간이나,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순간 등 시간을 나타내고 있다. 모네의 그림이 유화로 시간의 빠른 재현을 위해 동양화 기법의 붓터치를 사용하였고, 『순천만』의 작가 김윤이는 동양화를 전공한 특징이 있다. 즉, 혼합하지 않은 원색을 붓으로 척척 그어 켜켜이 색을 쌓아 화면을 채운 것이다. 그림 2의 『순천만』은 노을이 지는 풍경으로 S자형의 강물, 풀들이 노을에 비쳐 주황으로 빛난다. 보색의 짙은 초록의 산과 짙은 남색의 구름으로 어둠을 표현하여 붉은 하늘을 강조한다. 한국의 붉은 노을은 주홍빛으로 그려 넓고 광활한 하늘에 어둠이 내려 앉은 그 순간의 광경과 시간성을 잘 보여준다. 글은 ‘어두운 산 노을 품에 잠든다’로 시지각으로 느낀 시간을 명확히 규정한다. 모네의 시간 표현과 그림책 『순천만』의 시간 표현은 닮았다.
2. 빛을 그리다.
모네의 모든 작품은 빛에 의해서 나타나는 색과 그림의 조화이다. 심지어 추운 겨울 풍경인 그림 3의 [까치](1869)나 그림 4의 [세느강의 해빙](1880)도 빛이 비친 조화로운 창조세계를 그려다. 모네는 밝은 태양 빛을 담기위해 검정색, 회색, 갈색 계통을 배제하여 사용하였고, 강렬한 태양광선을 담을 때는 대상과 그림자를 모호하게 그리기도 했다. 특히 물에 비친 대상을 표현할 때는 물과 대상을 구분하기란 무척이나 곤란하다. 그 이유는 보라색을 표현해야 할 곳에 빨강색과 파랑색의 작은 터치를 나란히 포개어 놓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색 사용은 말년에 그린 수련시리즈가 최고의 걸작이 되는 것과 이어져 있다. 인상주의자들은 대상의 색(colored object)이 빛의 색(colored light) 아래에서 보이는 것을 탐색하기 위해 아카데미에서 기본적으로 섞어 쓰던 발색에서 벗어나 두 원색을 나란히 밀착해 병치하며 채색하였다. 모네는 보색 관계를 이용하여 병치하는 방법을 시도했고, 그는 슈브르나 헬름홀즈가 색채대비론을 발견하기 이전에 그렸던 것이다.
그림 3 [까치]
그림 4 [세느강의 해빙]
그림 5 『순천만』 열 한번째 펼침면
그림책 『순천만』의 모든 장면은 빛이 있는 시간이다. 흐린 겨울도 반짝이는 눈이 덮인 창조세계를 표현했고, 안개가 자욱한 날도 하얗게 빛을 받아 반짝이는 안개로 그려졌다. 어둠은 한 장면을 담았는데, 여름에 비바람이 부는 풍광이다. 즉, 밤의 어둠이 아니라 먹구름이 낀 날의 어두운 하늘이며 이조차 짙은 초록을 중첩하여 깊은 색으로 표현했다. 다른 장면에서도 어두운 풍경을 표현할 때 회색이나 검은색 보다는 보라색, 초록색, 갈색을 중첩하여 사용하였으며 어두운 부분도 전체 지면 대비 적은 면적을 가진다. 파란 하늘과 짙고 옅은 주황의 갈대는 보색의 조화를 이루며 눈에 띄는 병치를 보여준다. 그림 5의 어둡고 흐린 겨울의 날씨조차도 보랏빛 하늘과 눈 덮인 S지형의 강을 리듬감 있게 그렸으며, ‘겨울 땅 눈과 함께 빛난다.’라는 글처럼 빛이 반영된 눈의 반짝임을 담고자 했다. 결론적으로 『순천만』의 빛은 모네의 그림 속에서 만나는 창조세계의 빛과 같다.
3. 소리∙움직임을 그리다.
모네 작품인 [생라자르 역](1877)의 그림 6은 마치 연극무대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공학자 외젠 플라샤가 설계한 철골 구조는 햇빛과 공기를 여과 없이 받아들여, 동시대 건축가들의 가장 진보적인 실현을 거둔 곳이기도 하다. 모네의 극적인 구도가 담긴 8점의 그림 속 기차는 요란한 증기를 내뿜으며 점점 역을 향해 달려 들어온다. 몇 편의 작품을 이어서 보았을 때 확실한 움직임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연작이 아니어도 역 구내의 ‘소음’과 ‘왁작거림’이 들린다는 평론은 줄을 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일본에서는 그림 7인 모네의 [장미 색깔의 보트](1890) 작품을 감상한 10세 이하의 어린이 20명이 저마다 감상을 이야기하였다. “바람이 불고 있어요.”라며 흔들리는 나뭇가지를 가리키기도 하고, “물속에 풀이 움직이는 느낌이예요.”라고 말을 했다. 물속의 풀이 흔들리는 것 같으면 손을 들어보자는 교사의 제안에 아이들은 전부 손을 들었다.
『순천만』 그림책에 동물의 존재는 그려있지 않다. 그러나 독자는 움직임을 발견한다.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 쉼 없이 변하는 하늘의 구름을 본다. 비 오는 날의 빗소리와 강물소리, 갈대가 부딪혀 나는 요란한 바스락 소리를 듣는다. 움직이는 동물이 존재하지 않아도 된다. 그림책의 그림은 웅장한 창조세계의 생명, 그 모든 것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글은 이러한 감정을 부추긴다. ‘가을 빛 잎새들 웅성웅성 퍼져간다.’와 ‘봄 볕 아지랑이 아른아른 피어오른다.’는 소리와 움직임을 느끼게 한다. 그밖에도, ‘새로나온 갈대 성큼성큼 올라온다.’, ‘구름 그림자 햇살 사이로 움직인다.’, ‘출렁이는 갈대바람 구름까지 흩날린다.’ 등으로 표현된 글은 풀과 구름, 아지랑이 등 생태의 움직임을 언급하며 확연히 그림으로 생동감을 느낄 수 있게 한다.
4. 연속적인 프레임의 연작을 그리다.
모네는 연작 시리즈를 통해 대사의 정확한 리얼리티를 표현하려고 하였다. 같은 장면을 시간의 흐름 속에 연속되게 여러 장을 그렸던 것이다. 빛을 쫒던 모네는 사물의 대상이 빛에 의하여 시시각각 변화하는 점을 고민하다가 1890년대에 한 가지 대상을 가지고 여러 경우의 다양한 변화를 표현하는 연작을 그리게 되었다. 처음 자신이 보고 반한 색이 나타나지 않자 모네는 계속 새 캔버스를 가지고 와서 그림을 그렸다. 연속된 프레임에 대한 열정은 1895년 뤼미에르 형제의 역사상 첫 영화를 본 후에 리얼리티에 대한 새로운 충격으로 생겨났다. 이후 1900년 초부터 수련 연작을 그리기 시작했다. 르앙대성당도 연작으로 남겼으며, 건초더미도 그러하다. 모네는 만족한 그림을 얻기 위해 수 없이 같은 곳을 반복해 그렸던 것이다.
그림책 『순천만』 또한 같은 공간을 여러 장의 프레임으로 파노라마처럼 보여주고 있다. 1년이라는 시간을 그림책 한 권에 담아 다소 긴 시간의 길이를 갖는다. 한 장소에서 빛에 의해 여러 장의 그림을 그려낸 것은 모네의 그림과 커다란 공통점이다. 순천만 갯벌의 1년을 플롯으로 주어 긴 호흡의 시간성을 그림책으로 표현한 장편의 서사시이다.
그림 8 [수련 : 구름]
그림 11 『순천만』 여섯 번째 펼침면
그림 12 『순천만』 열 번째 펼침면
그림 13 『순천만』 일곱 번째 펼침면
5. 외광파(外光派)로 자연을 찾아가 그 색을 그리다.
모네는 “나는 화실을 가져본 적이 없으며, 실내에 틀어박혀 그리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라고 선언했다. 마무리 작업을 실내에서 하기도 했지만 모네의 이러한 선언은 아무리 과장되었다 하더라도 그는 ‘외광파’의 원칙을 적극 내재화하고 있었다. ‘외광파’는 물통과 이젤을 들고 밖으로 나가 현장에서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을 말한다. 모네는 여행을 자주 다니며 이례적인 풍경을 찾았다. 모네는 ‘외광파’ 용킨트와 부댕의 제자로, 외광파의 선구자 역할을 하였다. 그림책 『순천만』의 김윤이 작가 또한 현장에 찾아가서 실제의 모습을 반영하려 노력했다고 한다. 서울과 순천을 오가며 사계를 작품에 담았고, 극적인 날씨가 그림책에 담겼다. 즉, 머릿속 관념에 사로잡힌 재현이 아니라 그 당시 빛과 시간, 날씨가 반영된 실재를 추구한 것이다. 그것은 외부에서 직접 빛에 의해 나타난 창조세계를 담기 위한 열정이 ‘외광파’이기에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이 글은 2024년 구성주의유아교육연구 학술지 제 11권 제 2호에 실린 <어린이 그림책 [순천만] 생태표현의 예술성 분석 -인상주의 '모네'의 영상특성을 중심으로>를 요약한 글입니다. 논문은 이글의 아래에 다운로드 하실 수 있도록 올려놓았습니다.
(1) Crouch, A.(2024) 컬쳐 메이킹: 문화 창조자의 소명을 찾아서 [Culture Making: Recovering Our Creative Calling]. (박지은 역). 서울: IVP. (원본 2008)
(2) Rubin, J.(2001) 인상주의 [Impressionism]. (김석희 역). 서울: 한길아트. (원본 1999)
(3) 국립국어원 (2024) 천혜.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
(4) Gombrich, E. H. (1950/2016) The History of Art. PHAIDON.
이수형 | 안산대학교. 경민대학교 겸임교수
그림책과 미술로 자신을 돌아보는 예술치유전문센터에서 센터장을 지냈고, 성균관대학교 아동청소년학과 박사 학위가 있습니다. 어린이를 위한 환경에서 그림책과 예술의 역할을 학문적으로 탐구하고자 세계관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현재, 안산대학교 언어치료아동보육과, 경민대학교 아동심리보육과에서 겸임교수로 강의하고 있습니다. 저서는 [아동과 우리사회] (2016), [Art Psychology : 직장인 마음을 읽다] (2019), [신앙이 자라는 그림책 읽기] (2024)이 있으며, 현재 '그림책세계관연구소' 이사이며, '한국기독교유아교육학회' 이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