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의 그림읽기


초현실주의 그림 숀탠의 신세계질서

2025-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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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현실주의 그림 숀탠의 신세계질서



   숀탠(Shaun Tan, 1974-)의 그림책은 어린이가 읽기에 다소 어려운 글과 그림을 지녔음에도 다수의 연구물과 학업 매체로 선호되고 있다. 이민자의 삶을 촘촘히 묘사한 그래픽 노블의 『도착 (Arrival)』이나 어두운 도시에 희망을 찾는 『빨간나무 (Red Tree)』는 비교적 선명한 주제를 보인다. 『도착』이 출판된 2008년의 시기는 다수의 나라가 단일 민족의 정체성이 뚜렷하였고, 세계화(globalization)가 장려되는 초기로 다문화가 등장하던 시기였다. 그림책은 면지에서부터 세계의 여러 민족에 속하는 60인의 얼굴이 증명사진처럼 모여있다. 『빨간나무』는 어두운 배경과 눈물 흘리는 큰 괴물이 전체 지면을 차지하고, 억눌린 어린 소녀와 사람들 모습이 어린이 도서로서 적합한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다만 심리학으로 그림책을 활용하는 부류는 소녀의 방에서 자라난 빨간나무 한그루가 희망을 상징한다는 긍정적 해석을 하였다. 더 난해한 그림책은 『잃어버린 것 (The Lost Thing)』이다. 철 구조물이 가득한 곳에서 살아가는 작은 인간들, 철과 생물이 결합 된 움직이는 존재는 생물인지 괴물인지조차 구분이 안 된다. 속 표제지에서 설명하기를 그림책은 통상 유아가 보지만 다양함을 담고자 이 책이 만들어졌고 ‘초등학생용’이라고 한다. 이 책은 2000년에 출판되었으며 당시 그림책은 유아의 전유물이었다. 숀탠은 초현실주의(surrealism) 그림을 시도하여 유아용 그림책 영역을 붕괴하기 시작한 작가 중 하나였다.


1. 초현실주의

   초현실주의는 앙드레 브르통(André Breton 1896-1966)이 1924년 『초현실주의 선언』을 출간하고, <초현실주의 중앙연구소>를 개설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초현실주의란 “순수한 심령의 자동주의를 통한, 구두(口頭) 또는 쓰기 아니면 진정한 사고활동에 의한 표현을 목적으로 한다. 아무런 이성의 통제가 없는 가운데, 그리고 모든 미적 또는 도덕적 선입견에서 벗어나 사고를 구술한다.”라고 미술사학자 카트린 클링죄어 르루아(Cathrin Kingsöhr-Leroy)는 설명한다.(1) 쉽게 설명하면 초현실주의는 초자연적인 비이성 꿈의 세계를 표현한 것이며, 예술가들의 물질주의적 부르주아 사회에 대한 깊은 불신을 타파하고자 혁명적인 반(反)예술을 펼치는 것이다. 꿈의 세계는 프로이트에 영향을 받았으며, 혁명적인 반예술은 아나키스트의 다다이스트들의 영향을 받았다. 초현실주의자들은 1925년 혁명 투쟁에 참여하기 위해 공산당에 가입한다.(2) 그러나 브르통은 1930년 『초현실주의 제 2선언』을 출간하고 공산당의 지령을 수행하기보다 작품활동으로 저항을 이룬다. 초현실주의 운동은 문학가와 미술가들이 함께 했으며, 작품을 통해 초현실주의 언어와 화풍을 확대했다.

   초현실주의는 프로이트와 마르크스의 결합으로 볼 수 있다.(3) 따라서 모든 기성의 미학적, 도덕적 기준을 타파하고 현실의 한계를 넘어선 상상력의 자유를 가지며, 그 이론은 자동기술, 꿈의 해석, 내면 탐구, 언어의 유희 등 실험적 탐구와 예술의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을 인식하고 타파하는 것을 목표로 진정한 예술을 혁명적인 사회 활동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초현실주의는 예술에 이념을 담았다고 볼 수 있다. 비평가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 역시 마르크스가 염원하는 역사(진리)의 전복을 위한 구제비평(Rettende Kritik)을 하였다. 이 개념은 자본주의 현대에서 파괴될 이성의 ‘파국’과 작품을 분석하고 해석함을 넘어 잠재적 의미를 찾아 ‘구원’하는 비평행위를 의미한다.(4)  벤야민은 대표적인 초현실주의 화가 파울 클레(Paul Klee)의 <새로운 천사 (Angelus Novus, 1920)>를 다음과 같이 비평했다.

"그림의 천사는 자기가 줄곧 보던 것들로부터 떠나려는 것 같다. 눈을 크게 뜨고 있고, 입은 벌어져 있으며, 날개는 펼쳐져 있다. 역사의 천사도 이런 모습일 것이다. 그의 얼굴은 과거를 향하고 있다. 그는 온갖 난파된 잔해를 쌓아 올리며, 그의 발 앞에 내던져진 대참사를 목격한다. 천사는 거기 머물며 죽은 자들을 깨우고 파괴된 것들을 복구하고 싶다. 폭풍으로 날개를 접지도 못한 채, 그저 미래를 향해 날아가면서 쌓이는 과거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우리가 진보라고 일컫는 것은 바로 이런 폭풍을 두고 하는 말이다.”(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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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 클레 (Paul Klee) <새로운 천사 (Angelus Novus, 1920)>


   벤야민의 대중과 기술 발전에 대한 해방적 관심은 사회질서를 혁명적으로 이루어야 한다는 정치적 관점과 서로 맞물려 있다. 초현실주의 작품 속 천사는 현실에서 맞이하는 ‘파국’으로 하나님의 복음을 전하는 날개 달린 역사 속의 천사가 아니다. 불안에 떨며 날개를 퍼덕이는 그림 속 천사는 현대의 불안, 새로운 미래, 파국을 바라볼 수 밖에 없는 현대인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 벤야민이 바라본 ‘구원’은 폭풍처럼 모든 것을 휩쓸고 지나가 새로움을 설립하는 미래의 진보라는 것이다. 즉, 초현실주의 그림의 불안정은 막스의 혁명과 같으며, 기독교 신앙의 진리(Truth)를 전하는 많은 가치에 허상을 씌운다.

    초현실주의 화풍은 독특하고 새로운 기법을 시도한다. 프로이트의 영향을 받아 ‘자유연상’기법에 기초한 글쓰기와 드로잉이 사용되었고, ‘자동기술법’으로 누구의 간섭없이 빠르게 말로 쏟아낸 독백을 사용하기도 한다. 초현실주의 회화 기법은 비규정의 성격을 가진다. 막스 에른스트(Max Ernst)는 제멋대로 결합하여 극적인 효과를 자아내는 
콜라쥬를 사용해 비이성을 일상생활로 표현한다. 또는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놀이로 울퉁불퉁한 오브제에 종이나 천을 대고 연필이나 마른 붓으로 문질러 오브제의 결을 드러내는 프로타쥬를 사용하여 예기치 못한 효과를 자아냈다. 다른 초현실주의자들은 더 나아가 여성 조각상을 빈 방 천장에 매달거나, 파괴적인 작품을 통해 살상용 전쟁을 떠올린다. 비현실성과 영지주의까지 담고 있으며, 생물과 무생물의 조합으로 하이브리드를 구현하여 완전히 변형되는 생물체를 담고 있다.(6) 무생물에 대한 신비주의는 르네 마그리트(René Magritte)나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에서 나타났으며 초현실주의자들은 고의적으로 현실을 외면하는 그림을 그렸다. 악몽과 살인, 공포영화로 이어지는 카니발 또한 초현실주의 안에 자리했다. 특히 눈동자(전시안)에 집중하여 공포와 혜안의 상징으로 복종을 요구한다. 그 중심에는 ‘전복’, 부르주아 가치체계에 아이러니한 의문을 불러일으키는 활동으로 사회정치적 영향을 미치는 의도가 있다. 이것은 두 형식을 보이는데, 하나는 ‘도덕성’ 차원에 작동하는 정도이고, 다른 하나는 혁명의 길, 마르크스주의로 단호히 나가는 것이다.


2. 『여름의 규칙』 숀탠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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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숀탠의 『여름의 규칙』은 2014년에만 CBCA(호주 어린이책위원회) 그림책 부문 ‘올해의 책’, 보스톤 글로브-혼 도서상, 호주 북 디자인 어워드 ‘베스트 디자인 그림책’ 상을 수상했다. 출판사는 명확한 주제의식과 교훈적인 메시지와 거리가 먼 작품이라고 소개하고 있으며, 두 등장인물의 ‘관계’ 그 자체를 주목하도록 구성되었다고 설명한다. 기괴한 여러 이미지가 가득 들어있으며 아이들은 그 그림을 통해 상상하고 의미를 만들 수 있음을 강조한다. 그러나 Arts Centre Melbourne에서 실시한 인터뷰 ‘Shaun Tan: Author Talk’(2019)(7)에서 연령 권장을 정신 건강 관련 주제를 다루기에 11세 이상에게 적합하다고 권고한다. 그와 그의 그림책이 어린이에게 적합할지 궁금해진다. 그림책의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자.


  표지와 면지

   표지의 그림은 익숙한 매체를 사용했다. 우리에게 친근한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연상시키는 유화의 질감을 느낄 수 있다. 그림은 가을 누런 풀밭을 표현하고 있으나 낯선 인물들이 보인다. 붉은색 철의 질감으로 만들어진 반원을 어린아이가 마치 헬멧처럼 얼굴에 뒤집어쓰고 있다. 무거운지 두 손으로 받치고 있는데, 반원 안에는 인간의 눈동자 하나가 가득 들어있다. 눈동자 하나의 이미지는 호루스의 눈이라 하여 ‘전시안’으로 우리에게 알려져 있다. 호루스는 이집트의 파라오와 왕권을 수호하는 상징이며, 태양신이라 한다. 숀텐의 그림책에는 전시안이 자주 등장한다. 그 뒤로 냉소적으로 아이를 바라보는 소년이 있다. 소년의 옆에 파란색 철로 만들어진 공룡 또는 새를 닮은 구조물(로봇)이 두발로 걸어가듯 한다. 파란색은 하나의 동체인데, 붉은색은 눈알 든 얼굴만 멀쩡하고 다른 부품들이 제각각 널부러져 있다.

   면지는 소년이 총알 모양의 비행기에 올라타 날아가고, 땅 위에 아이가 가방을 들고 소년을 부르듯 뛰어가고 있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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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장은 무채색의 도시 풍경이 가득하다. 시멘트 작은 건물들이 좌우 일렬로 나란히 지어져 있으며 가운데 차도는 텅 비었고, 소년과 아이가 서서 대화를 나눈다. 메마른 도시와 짙은 회색 건물, 나무와 풀 한 포기 없는 길에는 전기줄이 길게 이어진 전봇대만 있다. 소년도 아이도 높은 태양빛에 검게만 보인다. 형으로 보이는 소년이 아이를 향해 다리를 구부리고 한 손을 들어 속삭이고 있다. 마치 비밀 작전을 짜는 것 같다.

   2장은 누런지면에 낙서가 조금있고 글은 “내가 지난여름 배운게 있어”라고 씌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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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장은 “절대 빨간 양말 한 짝을 빨랫줄에 남겨 두지 말 것”이라는 글이 오른쪽에 있고, 왼편에 낡은 철로 된 집의 마당이 보인다. 마당에는 벽에 웅크리고 꼭 끌어안은 소년과 아이의 그림이 작게 있고, 얇은 벽 너머에 붉은 토끼가 거대하게 그려져 차도를 지나가고 있다. 눈도 털도 온통 붉은 색을 가진 토끼이다. 마당에는 빨랫줄이 있고 빨간 양말 한 짝이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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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장에는 글이 먼저 보인다. “절대 마지막 남은 올리브를 먹지 말 것.” 왼편의 그림에는 검은 슈트를 차려입은 두 아이와 역시 검은 슈트를 차려입은 커다란 부엉이 또는 올빼미를 담은 새의 무리가 아이들을 둘러싸고 있다. 아이가 손을 뻗어 빈 접시들 사이에 하나 남은 올리브를 잡으려 하고, 소년이 그 아이를 잡아끌며 안된다고 소리치는 것 같다. 부엉이나 올빼미는 모두 Owl로 미네르바 신 또는 그리스 아테나의 신으로 여기며 기독교와 다른 종교적 의미가 있다.(8) 그러한 연유로 부엉이들은 모두가 한쪽 눈만을 커다랗게 보이는 전시안 무리로 그려져 있다. 저 멀리 불타는 배경은 두개의 기둥들이 보이고 그 가운데 동그란 형태는 문 또는 제단 같다.

   서사의 전개는 개연성이 없으면서도 두 등장인물이 중심에 있기에 단편적인 이야기가 줄지어 하나의 이야기를 전달할 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만든다. 이어지는 이야기 역시 글은 “절대 ~~ 하지말 것”을 지시하고, 그림 속 아이는 지시를 지키지 못하고, 소년이 아이를 지켜준다.


   5장부터 15장의 글은 다음과 같다.

   ‘절대 병을 떨어뜨리지 말 것’
   ‘절대 밤새 뒷문을 열어 두지 말 것’
   ‘절대 달팽이를 밟지 말 것.’
   ‘절대 퍼레이드에 늦지 말 것’
   ‘절대 완벽한 계획을 망치지 말 것’
   ‘절대 심판에게 대들지 말 것’
   ‘절대 모르는 사람에게 열쇠를 주지 말 것’
   ‘절대 비밀번호를 잊지 말 것’
   ‘절대 까닭을 묻지 말 것’
   ‘절대 싸움에 지지 말 것’
   ‘절대 미안하다 말하기를 기다리지 말 것’

 

   13장까지는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고 개별 상황의 그림이었다. 답답하든, 실수가 많든 적든 소년은 아이가 멀리 떨어지지 않도록 도왔다. 그런데. 13장의 ‘절대 까닭을 묻지 말 것’이라는 그림에서 소년과 아이는 주먹다짐을 하면서 싸운다. 둘을 둘러싼 주변에는 지금껏 나온 기괴한 등장인물들이 둘의 싸움을 쳐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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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장은 아이가 줄에 묶여 소년에게 끌려왔다. 검은 새는 왕관을 소년에게 건네고 뒤에는 불을 내뿜는 네모난 통이 마치 레일 위에서 어디론가 가는 듯 보인다. 숀탠의 홈페이지(9)는 이 장면이 핵심적인 이야기로, 형의 형편과 마음이 약해진 순간에 동생을 수상한 상인(검은새)에게 팔아넘기는 것이라 설명한다. 숀탠이 수년간 스케치북에 써온 이야기라고 한다. 숀탠은 실제로 남동생이 하나 있다. 이후 15장에서 아이는 검은 통 안에 갇혀 어디론가 떠나가고, 통 밖에는 자물쇠가 굳게 닫혀있다. 아이가 있는 내부는 불타는 듯 보이지만, 아이가 타는 것이 아닌 그 안의 열기로 보인다. 주변에는 검은 새무리들이 함께 날아간다. 숀탠은 아마도 둘이 현실이 아닌 검은새가 주도하는 세상 뒤편에 있을 것이라 설명한다.

   16장. 17장. 18장 모두 글이 없이 검은 통이 도심을 가로질러 듬성 듬성 공장지대를 지나 어둠속으로 들어가며 이윽고 아무것도 없는 지대를 지난다. 통을 따르는 많은 새들의 무리가 보인다. 19장의 글은 ‘언제나 금속 절단기를 갖고 다닐 것’이라하며, 처음으로 ‘절대 ~ 하지 말 것’이라는 부정적인 언급이 아닌 문장이다. 그림은 검은 통안에 아이가 보이고 멀리 검은 새들이 날아다니는 와중에 자전거를 탄 소년이 절단기를 높이 들고 아이를 따라 잡는다.

  19장에는 ‘언제나 집에 가는 길을 알아 둘 것’이라 씌여있고, 두 소년은 자전거를 타고 철구조물의 잔해들, 공군 비행기와 폭탄, 공룡닮은 뼈, 뽀죡한 설치물 들이 널부러진 곳을 지나간다. 20장 ‘절대 여름의 마지막 날을 놓치지 말 것’이란 글과, 높은 사다리 끝에 올라선 소년과 아이가 오르기를 돕고 있다. 21장은 이전과 달리 화려한 과일과 케잌, 꽃들이 르네상스 시대 유화로 그린 정물화같이 그려져 있다. 마치 축제를 벌이듯 작은 아이는 나팔을 소년은 북을 치며 행진한다. 그러나 이들은 거대한 음식과 달리 개미만큼 작다. 22장은 모든 여행이 끝난 듯 ‘이게 다야’하고 씌여 있다. 마치 텔레비전을 보았던 듯 소파에 둘이 앉아 가운데 놓인 볼에 간식을 먹는다. 아이는 영화 한 편이 끝났는지 리모컨을 들고 채널을 돌린다. 23장은 마지막 장면이다. 황량한 눈 쌓인 벌판에 떨어진 황금 왕관이 있고, 그 것을 바라보는 검은새가 눈에 띄인다. 검은새는 왕관과 아이를 바꾼 거래를 배신한 소년에게 분노하는 소리를 내는 듯 입을 벌리고 있다.


    뒷표지에는 “절대 규칙을 어기지 마. 특히 그 규칙을 이해하지 못하면 더욱.”이라고 써있다.


   숀탠 홈페이지에는 『여름의 규칙』의 여러 장면을 상세히 소개한다. 글에 대한 해석도 간간히 있지만, 마지막 장면에 대한 설명은 없다. 규칙(rules)에 대한 개념은 질서를 유지하는 허용된 행동규범을 의미하여, 규칙을 설정하는 것은 권력자의 질서(order)이다. 즉, 숀탠의 마지막 문장은 영문으로 ‘Never break the rules. Especially if you don’t understand them.’이다. 쉽게 말하면 규칙을 이해하지 못하면 어기지 말라는 것으로 권력 구조의 역설을 정확히 지적하는 문장이다. 겉으론 복종의 언어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권력의 질서를 이해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는 불안을 내포한다. 즉 ‘이해하지 못한 규칙(rules)’은 곧 ‘보이지 않는 질서(order)’를 의미하는 것이다. 질서의 틀은 구조 – 체계로서 정치, 철학, 우주론에서 언급되는 상위 개념이다.

   숀텐 그림책은 복잡하고 어려운 그림들, 예를 들면 빨간 토끼와 퍼레이드 같은 여러 단편을 해석하느라 애쓰기보다는 소년과 아이가 그렇게 세상을 즐기고 살아가다 닥치는 어려움 앞에 전개되는 그림들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숀탠도 이 부분이 중요하다고 언급했었다. 등장한 두 아이는 어리기 때문에 세상에 대하여 미숙하고 규칙을 지키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그림책에서 “절대 ~ 하지 말 것”이라고 반복해 금기가 나오는 중에 둘은 싸우고, 강자(소년)는 약자(아이)를 감시자(검은새)에게 팔아넘긴다. 규칙(rules)이 어려운 자는 조직의 구조적 틀(order)을 이해하지 못하고, 권력의 희생양이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행히 소년은 아이를 구출하지만, 그림책은 세계(정치)의 구조적 틀과 그에 속한 규범을 잘 모르는 불안감을 다루었다. 앞선 여러 복잡한 그림들이 그러한 심리를 내포한다고 볼 수 있다.

   아동 문학은 새로운 세계 질서(New World Order)의 비전을 담기 위해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를 사용 한다.(10) 아동용에서 암울한 내용은 문학적 흥미를 끌기 위해 디스토피아를 다룬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20세기 초부터 정치인들은 ‘새로운 세계 질서(NWO)’라는 용어를 사용해 희망을 주고자 했다. 그러나 현실은 종교와 인종, 정치적 갈등과 그것을 넘어서는 세계화 진전이 미래를 불안으로 이끌었다. AI와 함께 인간과 결합 된 기계의 하이브리드 등장, 난민과 이민자들의 대륙 이주는 새로운 시대를 이끌고, 중국의 시장 개방은 공산주의가 자유주의 체제의 시장경제를 형성할 것이란 예측 등으로 빠르게 세상은 변화되어 왔다. 그러나 현재 중국은 자유시장 경제체제에서 국력은 성장했지만 그 정치체계는 변함이 없다. 중국은 공산당 일당체제에서 일대일로(一帶一路)를 내세워 육상과 해상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인프라 무역 경로를 구축해 경제적, 정치적 영향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숀텐의 할아버지는 중국인으로 말레이시아로 이주한 뒤 숀탠의 아버지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결혼하여 정착한 후 두 아들을 기른다. 첫째가 숀탠이며, 『여름의 규칙』의 두 아이는 자신의 어릴적 이야기라고 한다. 숀탠은 『도착』의 해설집 『이름 없는 나라에서 온 스케치』에서 에른트스의 초현실주의 화풍을 좋아해 따라 하였다고 한다. 초현실주의 화가들이 자유주의 체제에서 전복적 그림 표현을 선언하며 막스의 공산당 선언 추종자들의 그림을 추구한다고 한 것과 숀텐의 정체성은 연결이 되는 것도 같다. 물론 그의 할아버지가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활동하는 사람인지는 알 수 없다. 그 당시에 말레이시아로 일거리를 찾아 나오는 중국인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자신의 본국에 대한 정체성을 찾고자 이민자 문제를 그렸던 『도착』이나, 전체주의 지령과도 같은 대사 “절대 ~ 하지 말 것”이 16번이나 나오며 디스토피아 배경을 그려내는 것은 작가의 조국(祖國)과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자유민주주의 호주에서 태어나 살면서 거대한 자신의 나라에 대한 의식 또는 무의식의 호기심, 또는 탐구가 자신의 작품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추측해 본다. 숀탠의 그림책 『여름의 규칙』은 중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세계 질서(NWO)의 규칙을 내포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정치적인 도서가 어린이가 보아도 좋을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1) Leroy, K. C. (2008) 초현실주의 [Surrealism] (김영선 역) 마로니에북스 (2004)
(2)  Breton, A. (2011) 초현실주의 선언 [Man Ray, Waking Dream Séance] (황현산 역) 미메시스(1924)
(3)  오생근 (2025) 초현실주의와 문학의 혁명. 문학과지성사.
(4)  Benjamin, W. (2024)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 폭력비판을 위하여. 초현실주의 외. [Über den Begriff der Geschichte. Zur Kritik der Gewalt. Der Sürrealismus] (최성만 역) 도서출판 길 (1972-86)
(5)  중앙일보 (2015) 권근영의 오늘 미술관  https://www.joongang.co.kr/article/17750452
(6)  Leroy, K. C. (2008) 같은 책.
(7)  Arts Centre Melbourne (2019) Shaun Tan: Author Talk  
https://www.artscentremelbourne.com.au/community/content-hub/digital-hub/watch/shaun-tan-author-talk
(8)  Owl of Athena 
https://en.wikipedia.org/wiki/Owl_of_Athena
(9)  SHAUN TAN – books – RULES OF SUMMER 
https://www.shauntan.net/summer-book

(10) Bradford. C., Mallan. K., Stephens. J., & McCallum. R., (2008) New World Orders In Contemporary Children’s Literature – Utopian Transformations. 
Palgrave Macmill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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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형  | 안산대학교. 경민대학교 겸임교수

그림책과 미술로 자신을 돌아보는 예술치유전문센터에서 센터장을 지냈고, 성균관대학교 아동청소년학과 박사 학위가 있습니다. 어린이를 위한 환경에서 그림책과 예술의 역할을 학문적으로 탐구하고자 세계관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현재, 안산대학교 언어치료아동보육과, 경민대학교 아동심리보육과에서 겸임교수로 강의하고 있습니다.  저서는 [아동과 우리사회] (2016), [Art Psychology : 직장인 마음을 읽다] (2019), [신앙이 자라는 그림책 읽기] (2024)이 있으며,  현재 '그림책세계관연구소' 이사이며, '한국기독교유아교육학회' 이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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