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의 그림읽기


그림의 경고 – Psychedelic Art

2026-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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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경고 – Psychedelic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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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경고 - Psychedelic Art 


그림은 수 세기를 거쳐 정신을 표현하고, 인간은 그에 자극을 받았다. 진리를 찾는 정신은 경계와 색이 분명하고, 하고자 하는 의견이 선명하다. 그러나 혼탁한 정신은 공포의 그림, 훼손의 그림, 알 수 없는 정체의 그림으로 그 악함을 숨기지 않기에 이르렀다. 악한 정신의 자극일지, 악한 그림의 의도적 자극일지 알 수는 없지만 그림책에도 혼탁한 표현이 나타나고 있다. 인간의 자극에 대한 탐닉은 어디까지인가?

대표적으로 뉴에이지에서 드러난 사이키델릭 아트(Psychedelic Art)가 있다. 뉴에이지는 1960년대 히피 문화와 함께 등장하여 환각제를 복용하며 자신이 신이 되려는 것을 포함한다. 이 환각적 체험을 시각적으로 재현한 예술로서 사이키델릭 아트는 혼탁한 정신의 이미지화로 볼 수 있다. 그림의 특징은 다채로운 색채와 유기적 곡선, 자극적이고 몽환적인 무늬가 나타난다.

미술계에서 사이키델릭 아트의 정의는 ‘psycho’과 ‘delicious’의 합성어로 환각제 복용에 의한 환시와 환청을 재현하려는 ‘환각미술’으로도 불리운다. 사이코psycho는 ‘정신’이라는 의미의 접두어이나 최근들어 사이코패스psychopath의 줄임말로 자주사용된다. 반사회적 인격 장애나 정신병을 가진 사람을 뜻하는 사이코로 흔히 사용한다. 델리셔스delicious는 아주 좋은 맛이나 냄새를 가지는 의미로 맛있다고 표현할 때 쓰는 단어로 알려졌지만, 굉장히 맛난다는 뜻이기에 잘 사용하지 않는다. 즉, 정신병이 있는 사람에게 과도하게 맛있는 환각제를 의미하는 것이다. 미술계에서는 사이키델릭 아트를 환각제의 일종인 ‘LSD 아트’라고도 부른다. 마약의 하나인 LSD를 복용하고 느껴지는 환시와 환청 등의 체험을 통해 그리기를 권장한다.

1960년대 히피의 문화였던 사이키델릭 아트가 미디어의 성행으로 쉽게 만들 수 있는 이미지가 되었다. 발광하는 빛들과 색이 질서 없이 흩어져 자극하는 이미지는 생성형 AI로 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버튼 하나로 환각의 세계를 보여주는 미디어 세상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은 그것의 정체도 모른 채 젖어서 살아가고 있다.


독버섯의 자유 : 그림책 <MYKO 미코, 버섯의 모든 것> 


이 책은 2024년 볼로냐 라가치상 논픽션 부분 대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다. 표지는 너무나 차분한 갈색의 종이 또는 흙을 연상시키는 색이며 흐믈거리는 영문 글자는 혼자서 서 있기 힘든 상태로 보여진다. 저자는 이르지 드보르자크(글), 다니엘라 올레이니코바(그림)으로 슬로바키아에서 출판했다. 글쓴이 이르지는 1970년 구 체코슬로바키아에서 태어나 식물학을 전공했다. 당시 체코슬로바키아는 공산주의 체제였고, 1989년 벨벳 혁명 이후 민주화가 이루어졌다. 이르지는 출판, 저널리즘, 창작 등을 하며 책을 출판하고 있다. 사이키델릭 아트의 특징을 가진 그림을 그린 다니엘라는 드로잉과 판화를 전시하는 예술가이며 어린이와 성인을 위한 20여 권의 책에 그림을 그렸다. 다니엘라는 이르지와 함께한 첫 번째 책 <고슴도치>로 2017년에 브라티슬라바 일러스트레이션 비엔날레에서 골든애플상을 수상했다.

페이지를 넘기면 저자가 버섯이라 소개를 하면서 어떤 내용이 담겨있는지 설명한다. 머리말을 달고 있는 편지형식의 글은 독자와 균류에게 인사말로 시작한다. 본격적으로 이 책은 전 세계 버섯들이 크게 진화한 모습을 보여주며, 버섯의 삶에 중요한 모든 주제를 다룬다며 정치(즉, 식물이나 발이 여럿인 동물들과의 교류와 갈등)에서부터 신화, 역사, 문화, 스포츠, 그리고 사회적 사건 등에 이르기까지 담고 있다. 그리고 지구와 우주 전체에서 버섯들이 걸어온 길고 찬란한 역사 속에서 새로운 시대가 열렸음을 선언한다. 다른 선언문처럼 독립을 선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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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장에는 이 책의 제목에 대한 설명이 있다. 책의 제목 <미코, 버섯의 모든 것>에 나오는 미코(MYKO, 체코어)는 곰팡이, 혹은 버섯을 뜻하는 라틴어 접두사 미코(myco)에서 비롯했다. 오른쪽 그림은 19세기 일본 문화에 대한 유럽의 열광을 반영한 듯 보이는 선과 색이 느껴지는 정신없는 그림이 그려있다. 유럽의 그림이라기 보기 어렵지만, 복잡한 객체의 모임은 일본의 것이라 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형광빛의 주황과 보색의 청록은 시선을 잡아끌며 주황을 보완하는 노란색이 어색한 부분을 채운다. 그림은 도대체 무엇을 그린 것인가 짐작하기 어렵다. 다만 ‘버섯이 버섯에게’라는 글자만 보일뿐이다.

이 책은 96페이지로 이루어진 책으로 잡지라고 소개한다. 즉, 여러 주제를 모은 한 권의 정보책과 같으며, 중간에 여러 기사를 넣어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버섯 독립선언문은 동물과 식물도 아닌 버섯이 독립적인 종으로 존중받고 배려받아야 하기에 동의하는 분들의 서명을 받고 있다. 독립위원회 대표는 녹슨버짐버섯(Serpula Iacrymans), 해그물버섯(Xerocomellus chrysenteron), 효모(Saccharomyces cerevisiae), 양배추병균(Olpidium brassicae), 털곰팡이류(Mucor mucedo)이다. 그런데, 독립 선언은 버섯이 하였고, 이들을 대표하는 것은 사실은 균류이다. 식물과 동물이 아닌 균류의 독립인 것이다.

내용 중에 버섯의 기원, 그들의 신화를 달에서 왔다고 적는다. 허공에서 외로움을 견디다가 지구의 바다에 미친 자신을 보고 친구라고 여겼지만, 아무 대답이 없는 고요에 흘린 눈물이 뚝 뚝 떨어져 최초의 버섯이 되었다는 전설이다. 달에 있는 할머니 조상이 외롭지 않도록 달이 떠오를 때 마다 깊은 숨을 들이 마쉰다는 버섯의 시가 있다. 지구에 떨어진 달의 눈물은 일본 풍 파도 그림을 연상시키는 그림에 반쯤 얼굴을 내밀고 있다. 이 역시 버섯이라기 보다는 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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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과학의 진보, 솔방울에 키우는 버섯 등등 여러 가지 내용으로 책 한 권을 채운다. 뒤로 갈수록 프랑스 혁명을 떠올리는 구호 자유, 평등, 균근이 써있는가 하면, ‘전 세계의 균사 동지들이여, 단결하라!’라는 구호도 있다. 결국에는 ‘인간을 고발합니다!’라는 지면이 나타났다. 인간, 호모 사피엔스가 수천 년간 자신들 곰팡이의 노동으로 부자가 되었다고 주장한다. 빵을 굽는 동안의 효모들의 노동을 이용하면서 제빵사는 보상하지 않았기에 고발한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맥주를 만드는 양조업자, 페니실린과 항생제를 제조하는 제약업자, 약사, 의사들을 고발했다. 더 있다. 와인생산자, 구연산 제조업자, 비타민, 세제, 향수, 염료 생산자들 모두 곰팡이를 이용해 온 수 많은 인간들로 자신들의 지적 재산권을 인정하고 인류가 착취함에 대한 영예로운 보상을 요구하고 경고한다. 그것은 기후 변화 및 지구 온난화, 온실가스 등으로 연결해 환경파괴의 주범을 인간으로 만드는데 활용한다. 결국 몹쓸 인간은 위대한 버섯에게 경배하라는 전체적인 맥락에서 유머러스와 위트가 특징이라고 소개한다.

이 책을 소개하는 기사는 볼로냐 라가치 논픽션 부문 대상을 받은 최고의 지식 그림책이라는 칭찬 일색이다. 그림에 대해서는 단순한 책을 넘어서 예술 작품을 보는 듯한 14개의 별색을 사용해 버섯의 아름다움을 표현했다고 감탄한다. 그러나 선언이나 혁명이라는 모티브 선택에 대해서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며, 그림의 색채와 구성이 사이키델릭 아트에서 왔다는 것도 언급이 없다.

그림책은 아동의 과학서라는 인상과 달리 환각예술을 통해 정치적 발화의 도발서라고 할 수 있다. 버섯을 세밀하게 그려냈다면 구체적인 사실화 그림으로서 ‘버섯 사전’이 되었을 정도로 많은 지식을 담았겠지만, 가벼운 그림은 지식서라는 실체를 깨뜨리고 독버섯만이 연상될 뿐이다. 독이 있는 버섯은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섭취시 구토, 설사, 환각 등의 고통을 동반하며 심하게는 죽음에 이른다. 버섯을 다루면서 사이키델릭 아트와 어울리는 그림을 선택한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어떤 평가는 ‘난잡한 그림이 주는 정보의 혼동’을 지적하기도 했다.


환각이라는 장르


인간은 기본적으로 외로움과 불안의 상태를 가지고 있다. 알랭드 보통은 <불안>(2011)에서 사랑의 결핍이 주는 욕망이 불안의 원천이라 하였고, 해소를 위해 예술 작품을 볼 것은 권한다. 예술은 그만큼 인간의 기본 욕구와 불안을 채워주는 도구적 기능이 있는 것이다. 자극은 잠시나마 감각의 마비를 일으킨다. 도파민의 역설도 시각적 자극에 의한 일시적이고 기계적인 만족의 호르몬 장난일 뿐이다. 그런데 영화, 음악, 미술.. 이런 감각적 자극은 심각한 내성이 생긴다는 단점이 있다. 새롭던 이미지는 금방 관심을 잃어가고 더 새롭고 더 자극적인 이미지와 소리를 찾게 된다. 그것들이 생존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지 않음에도 심각하고 집요하게 새로움을 찾고, 충족되지 못하면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결국 새로운 창작을 제공해야 하는 창작자와 그것을 요구하는 감상자 모두는 외로움과 불안을 가질 뿐이다. 그것도 일시적이 아닌 반복적이고 영구적인 고립이다. 그 자극을 합법화하고 ‘신이 될 수 있다’ 유혹하는 마약은 예술가들에게 지독한 고통을 주면서 창작을 강요한다. 결론적으로 자신을 고통으로 몰아넣는 죄이기에 사이키델릭 아트가 새로운 장르라고 치부하며 가벼이 넘길 수는 없다. 마약의 중독성은 이미 알려져 있으며 새로움이 필요한 감각의 내성과도 유사한 패턴이다. 우리는 예술 장르가 추구하는 근원을 알 필요가 있다. 대부분 왜 그러한 장르가 생겨났는지 관심을 두지 않고, 기법과 색상, 표현방법에 의미를 둔다.

그것이 죄를 추구하는 의도인지 모르거나, 알아도 가볍게 넘길 뿐이다. 다들 하는데! 요즘 그런 것이 죄가 되나? 예쁘거나 멋있으면 그만이지. 새롭고 신선한데! 웃기고 즐거워, 뭔가 매력적이야! 그러는 사이 자신은 분별없이 죄를 짓고 있을 뿐이다.

 

 “죄의 삯은 사망이요..” (로마서 6:23)


성경이 언급한 인간의 죄는 크게 하나님처럼 되려는 자기 주권 선언의 선악과 사건으로 원죄(Original Sin)가 있으며, 행위의 죄로 거짓말, 도둑질, 살인, 간음 등이 있으며 출애굽기 20장에 십계명으로 경고한다. 구조적이고 집단적인 죄로는 불의한 권력과 억압 체제, 우상숭배도 사회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행위들은 드러나는 죄이기에 판단의 근거가 있고 논의가 비교적 쉬울 수도 있지만, 예수님께서는 마음의 상태로 행동 이전에 내면의 왜곡된 망상의 죄를 마태복음 5장에 다루셨다. 음욕의 생각은 간음과 같은 것이고, 미움의 생각은 살인과 같은 것이다.

마약이라는 환각제를 복용하는 것은 법에서 정해진 규칙을 깨는 자유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중독이라는 것으로 인간을 속박한다. 그래서 죄의 삯이 사망이 아니겠는가! 자신을 잃어버리고 환각에 의지하는 상태로서 마음의 죄가 될 수 있다. 요한복음 8장 34절이 이에 대해 잘 설명한다. “죄를 범하는 자마다 죄의 종이라” 약에 중독된 이들은 그 안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그 상태로 살아가기에 죄에 속박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인간은 자극의 자극을 추구하다가 이러한 지경까지 예술이라 하며 자신을 속인다.

정신의 상태는 신앙인에게 가장 중요한 지표이다. 이미 믿음으로서 예수 그리스도께 속한 우리는 죄에 대하여 사함을 받았기에 안정과 행복의 은혜를 느끼며 살아간다. 깨어 기도하고, 매일 성경을 읽고 묵상하는 것은 하나님께 영광인 삶을 살기 위함이다. 죄로부터 자유로워지고 하나님의 성품을 닮아가는 과정이 성화(Sanctification)이며, 평생에 걸친 여정이다. 거룩함을 간직하고 하나님을 만날 그날을 기다리는 것이 신앙인의 행복일 뿐이다.


“하나님의 뜻은 이것이니 너희의 거룩함이라.” (데살로니카전서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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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형  | 안산대학교. 겸임교수

그림책과 미술로 자신을 돌아보는 예술치유전문센터에서 센터장을 지냈고, 성균관대학교 아동청소년학과 박사 학위가 있습니다. 어린이를 위한 환경에서 그림책과 예술의 역할을 학문적으로 탐구하고자 세계관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현재, 안산대학교 언어치료아동보육과, 경민대학교 아동심리보육과에서 겸임교수로 강의하고 있습니다.  저서는 [아동과 우리사회] (2016), [Art Psychology : 직장인 마음을 읽다] (2019), [신앙이 자라는 그림책 읽기] (2024)이 있으며,  현재 '그림책세계관연구소' 이사이며, '한국기독교유아교육학회' 이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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