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와 『떡국의 마음』

2023-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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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와 『떡국의 마음』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으면서 사람들은 정스러운 마음을 담아 덕담을 주고받는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한때 나는 이 ‘복’에 대해 상당히 진지하게 고민을 했던 적이 있었는데 바로 ‘복권’에 마음이 빼앗겼을 때다. 재정에 대해 염려를 하던 때, “너를 위해 준비했어.” 라며 누군가 내게 로또 한 장을 건넸다. 나는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로또가 되면 어떡하지? 돈이 생기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할까? 십일조를 해야 하겠지? 그런데 하나님께서 기뻐하실까? 그래도 좋은 일에 쓰면 되지 않을까?’ 등 로또 한 장이 내 마음을 마구 흔들어 대며 합리화할 구실을 찾고 있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이것이 과연 그리스도인으로서 마땅한가, 그렇지 않은가?’에 대해 확실한 답을 찾고 싶었다. 처음에 ‘로또’라는 글자만 놓고 봤을 때는 마음이 시원하게 해결되지 않았다. 그런데 로또 용지에 적힌 다른 글자 ‘복권’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지, 이건 복권이지. 복이 담긴 문서, 증표. 그렇다면 ‘복’을 이 종이에 맡기는 것이 그리스도인으로서 합당한가? 복은 어디로부터 오는 거지?’ 생각이 여기까지 다다르자 복권이 내게 우상이 되고 있음을 깨달았다.

로또 용지가 전하는 복은 수고하지 않고도 얻게 되는 큰 재물이다. 큰 재물이 주어지는 것이 그리스도인들이 바라는 근본적인 복은 아니다. 게다가 복의 원천이 어디인가? 나는 복권에 의지하는 삶을 살 것인가? 그 뒤로 나는 복권에 대해서는 마음에서 단호하게 잘라 내기로 결심했다. 나에게 자주 로또를 선물하던 이에게는 이렇게 말해 두었다. “내가 하나님께 약속한 것이 있어서 난 이제 복권을 받지 않기로 했어.”

복 받기를 마다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있을까? 우리는 자신의 복을 빌기도 하고 서로의 복을 빌어 주기도 한다. 특히 자녀가 복 받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깊고 뜨겁다. 천미진 글, 강은옥 그림의 <떡국의 마음>은 설날을 대표하는 전통 음식인 ‘떡국’에 담겨 있는 바로 이러한 축복의 마음, 덕담의 의미와 함께 떡국을 소개하는 그림책이다. 물론 이 그림책에 담겨 있는 떡국의 의미는 온전히 작가 개인의 해석일 수도 있어 이 책을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책’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떡국의 재료와 떡국을 만드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담겨 있어 떡국의 요리과정과 함께 그 의미를 음미하며 읽어볼 만한 그림책임에는 분명하다. 

앞표지를 보면 민트 색 바탕 위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떡국 한 그릇이 두 손에 고이 담겨 있다. 조심조심 두 손으로 받쳐든 모습에서 떡국 한 그릇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 느껴진다. <떡국의 마음>의 부제는 ‘설날 덕담 한 그릇’이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덕담’은 ‘남이 잘되기를 비는 말. 주로 새해에 많이 나누는 말.’이라고 쓰여 있다. 유의어가 축언이므로 축복의 말이라고 생각해도 좋겠다. 

본문에서는 하나의 펼친 면마다 요리 순서대로 재료가 하나씩 등장하는데 글과 그림 둘 다 제 역할에 충실하다. 글은 각 음식 재료에 담긴 마음의 의미를 전하면서도 매 장면에서 그 재료에 잘 어울리는 의태어나 의성어를 제시한다. 그림은 각 음식 재료 혹은 요리가 되어가는 모습을 클로즈업해서 보여주어 간결하고 명확하게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그림책은 주우우욱! 늘어지는 긴 가래떡에서부터 시작된다. 떡국의 주 재료이기도 한 가래떡의 ‘가래’는 ‘갈래’의 뜻을 갖고 있다. 즉 큰 떡덩어리를 여러 개의 갈래로 나누어 길게 뽑아낸 떡 이라는 뜻이다. 다른 떡이 아닌 길게 뽑은 가래떡에 담긴 마음은 ‘네가 오래오래 탈 없이 건강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썩둑썩둑 떡을 둥글게 써는 마음은 둥근 태양처럼 ‘너의 새해가 빛나기를 바라는 마음’, 보그르르르 시간을 들여 뽀얀 육수를 내는 마음은 ‘네가 만나는 세상이 따뜻하고 푸근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톡! 하고 달걀을 깨는 마음은 ‘너의 꿈이 더 자유롭기를 바라는 마음’이고, 휘리리릭! 달걀 젓는 마음은 ‘네가 세상과 조화롭게 어우러지기를 바라는 마음’, 치이이이 얇고 고운 지단 조심조심 부치는 마음은 ‘너를 곁에서 지켜보는 언제나 조심스러운 나의 마음’이다. 재료의 특징이나 모양 뿐만 아니라 그 재료를 가지고 요리하는 방법에서도 축복의 마음을 찾아볼 수 있다. 쪽쪽쪽 푹 익은 소고기 잘게 찢어 준비하는 마음은 ‘네가 항상 귀하게 대접받기를 바라는 마음’, 송송송송 초록빛 싱싱한 파를 더하는 마음은 ‘네가 늘 푸릇푸릇 생기롭기를 바라는 마음’, 보글보글 새하얀 쌀떡 끓이는 마음은 ‘너의 앞날이 밝고 깨끗하기를 바라는 마음’, 따끈한 떡국 듬뿍 담아내는 마음은 ‘네가 넉넉한 마음으로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제 마지막 고명만 남았는데, 고소한 김 조각 함께 올리는 마음은 ‘너의 삶이 작은 부분까지도 고소하게 재미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렇듯 설날 아침 떡국 한 그릇의 마음은 ‘너의 복을 비는 정성과 기도가 담긴 마음’으로, 작가는 맛있게 먹고 새해 복 듬뿍 받으라는 말로 글을 맺는다. 먹음직스러운 떡국 한그릇과 수저가 가지런히 독자 앞에 놓여 있어 이 장면을 읽노라면 정말로 따끈한 떡국 한 그릇이 눈 앞에 있는 것만 같고 나를 이렇게나 많이 생각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 퍽 감동이 되어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른 것처럼 속이 든든하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 책은 꼭 뒤표지까지 살펴보아야 한다. 떡국에 담긴 마음을 알아서인지 누군가 떡국을 맛있게 먹고 그릇을 깨끗하게 싹 비웠기 때문이다. 그릇에 가득 담겨 있던 떡과 국물과 지단, 소고기, 파와 김 조각을 남김 없이 먹었으니 각각의 재료에 담긴 축복의 마음이 이제 정말 우리에게 이루어질 것만 같다. 아, 자세히 보니 그릇 바닥에 둥근 떡 하나가 달라붙어 있다. 누구나 경험해봤을 법한 풍경이라 더 친근하고 사실감 있게 다가온다.

앞에서 했던 복권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보자. 내게 복권을 선물했던 이도 내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내가 재정에 대한 염려 없이 풍족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복권을 주었을 것이다. 그런데 과연 복권의 복과 성경의 복은 무엇이 다른가?

먼저 복의 근원이 다르다. 

창세기를 읽어보면 ‘복’은 하나님께서 사람에게 주시는 것임이 너무나 분명하게 쓰여 있다. 먼저 창조주 하나님께서는 생물을 창조하신 후에 그들에게 복을 주시며 생육하고 번성하여 충만하라고 하시고 특히 사람에게는 이에 더하여 땅을 정복하고,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고 말씀하신다. 또, 사람 중에서도 노아에게, 아브라함과 사라에게, 이삭 등에게 복을 주신다. 복을 주시는 주어의 자리에 ‘하나님’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반면 복권을 비롯한 세상의 수많은 우상은 하나님의 자리를 지운다. 복채를 내거나 부적을 사서 돈을 내고 복을 살 수 있는 것처럼 여기게 하거나, 혹은 복권과 같은 우상 자체에 의지해서 나의 평안이나 불안이 그로 인해 좌우되도록 만든다.

또, 복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다르다.

구약에서는 복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구체적으로 나온다. 하나님은 모세를 통해 ‘네가 네 하나님 여호와의 말씀을 청종하면 이 모든 복이 네게 임하며 네게 이르리니’ 라고 말씀하신다. 하나님은 아주 어려운 시험을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한 상위 몇 프로에게만 복을 주려고 하신 것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복을 너무나 주고 싶으셔서 요즘 말로 하면 복을 주는 데 ‘진심’이신 듯한 하나님의 마음을 신명기 28장 말씀에서 조금 짐작해볼 수 있다. ‘하나님 여호와의 말씀을 청종하면’ 우리는 복을 성읍에서도 받고 들에서도 받고, 들어와도 받고 나가도 받으며,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 복을 주겠다고 하신다. 그러나 복권과 같은 세상의 우상은 복을 받기가 무척 어렵다고 한다. 벼락을 맞을 확률보다 더 희박하다고도 하고, 또 어떤 논리에 의해서가 아니라 우연히 그렇게 된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복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가 다르다. 

신약 성경을 보면 예수님께서 천국 복음을 전파하시는 모습이 자주 나온다. 복음이란 복된 소식, 기쁜 소식이다. 무엇이 진짜 복된 소식인가? 돈을 잘 버는 것, 좋은 성적을 받거나 성취를 하는 것, 건강이 회복되는 것, 모두 좋은 소식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보다 더 본질적으로 중요하고 으뜸되는 진짜 복된 소식은 우리가 죄로 인해 영원한 죽음 속에 갇히지 않고, 죽음에서 자유로워져서 영원한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갈 수 있게 된 것, 그것을 위해 하나님이 귀한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이 땅에 보내주신 것,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우리들의 죄 문제를 해결하시고 죽음을 이겨 부활하신 것, 그리고 우리가 거할 처소를 마련해 놓고 다시 오신다는 그 약속이 우리에게 진짜 복이다. 반면 복권과 같은 세상의 우상은 우리 삶의 중요한 본질은 외면한 채 곧 사라질 것들, 시간이 흐르면 시들고 마르게 될 이 세상에 속한 것들을 부여잡으라고 끊임없이 속삭인다. 

우리가 자녀에게 항상 갖고 있는 우리들의 ‘떡국의 마음’은 사실, 우리보다 먼저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마음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새해를 맞이하며 자녀들과 함께 그림책 <떡국의 마음>을 읽으며 떡국에 담긴 축복의 의미를 알아보고, 또 우리 각자가 생각하는 ‘복’에 대하여, 성경적인 의미의 ‘복’에 대하여 함께 이야기 나누어 보면 좋겠다. 무엇보다도 ‘하나님 여호와의 말씀을 청종’하기를 다짐하고, 가족들이 날마다 함께 말씀을 읽으며 복된 삶을 살아가길 다짐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1 네가 네 하나님 여호와의 말씀을 삼가 듣고 내가 오늘 네게 명령하는 그의 모든 명령을 지켜 행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를 세계 모든 민족 위에 뛰어나게 하실 것이라

2 네가 네 하나님 여호와의 말씀을 청종하면 이 모든 복이 네게 임하며 네게 이르리니

3 성읍에서도 복을 받고 들에서도 복을 받을 것이며

4 네 몸의 자녀와 네 토지의 소산과 네 짐승의 새끼와 소와 양의 새끼가 복을 받을 것이며

5 네 광주리와 떡 반죽 그릇이 복을 받을 것이며

6 네가 들어와도 복을 받고 나가도 복을 받을 것이니라

7 여호와께서 너를 대적하기 위해 일어난 적군들을 네 앞에서 패하게 하시리라 그들이 한 길로 너를 치러 들어왔으나 네 앞에서 일곱 길로 도망하리라

8 여호와께서 명령하사 네 창고와 네 손으로 하는 모든 일에 복을 내리시고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주시는 땅에서 네게 복을 주실 것이며

9 여호와께서 네게 맹세하신 대로 너를 세워 자기의 성민이 되게 하시리니 이는 네가 네 하나님 여호와의 명령을 지켜 그 길로 행할 것임이니라

10 땅의 모든 백성이 여호와의 이름이 너를 위하여 불리는 것을 보고 너를 두려워하리라

11 여호와께서 네게 주리라고 네 조상들에게 맹세하신 땅에서 네게 복을 주사 네 몸의 소생과 가축의 새끼와 토지의 소산을 많게 하시며

12 여호와께서 너를 위하여 하늘의 아름다운 보고를 여시사 네 땅에 때를 따라 비를 내리시고 네 손으로 하는 모든 일에 복을 주시리니 네가 많은 민족에게 꾸어줄지라도 너는 꾸지 아니할 것이요

13 여호와께서 너를 머리가 되고 꼬리가 되지 않게 하시며 위에만 있고 아래에 있지 않게 하시리니 오직 너는 내가 오늘 네게 명령하는 네 하나님 여호와의 명령을 듣고 지켜 행하며

14 내가 오늘 너희에게 명령하는 그 말씀을 떠나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아니하고 다른 신을 따라 섬기지 아니하면 이와 같으리라

(신28:1-14)




김현경 | 성균관대학원 아동청소년학과 박사과정 수료

성균관대학교 아동청소년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영국 캠브릿지 대학교 교육학과 the PLACE 연구소에서 Visiting Scholar를 지냈습니다.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과 미디어에 담긴 세계관 연구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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