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그림책


부르심과 응답의 섭리가 담긴 그림책 『이 작은 알은 누가 돌보나?』

2026-09-08
조회수 88


부르심과 응답의 섭리가 담긴 그림책 『이 작은 알은 누가 돌보나?』


000aa41b241df.jpg


  올해 초, 우리 가정은 예상치 못한 여러 어려움을 만나고 있었다. 당연하게 여겨왔던 삶의 기반이 흔들리자, 나는 생계에 대한 걱정과 앞날에 대한 두려움에 휩싸여 갔다. 어떻게든 상황을 해결해 보려고 내 힘으로 발버둥 치다 보니 염려는 다시 원망으로 이어졌다. 내 기도 시간은 마치 하나님께 억울함을 호소하는 시간처럼 되어갔다.

  그러자 하나님은 호세아서의 말씀으로 나를 흔들어 깨우셨다. 


“내가 네게 장가 들어 영원히 살되 

공의와 정의와 은총과 긍휼히 여김으로 네게 장가 들며 

진실함으로 네게 장가 들리니 네가 여호와를 알리라”

(호세아 2:19-20).


  처음에는 “내가 네게 장가 들어”라는 말씀이 세 번이나 반복되는 것이 이상하리만큼 마음에 걸렸다. 나는 당장 이 어려움을 해결해 달라고 기도하고 있었는데, 하나님은 오히려 내가 누구에게 속해 있으며 누구를 의지해야 하는지를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줄거리


  풀잎 끝에 달려있는 작은 나비알을 본 적이 있는가?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눈에 띄지 않을 만큼 너무나 작기 때문이다. 서정아 글, 김순현 그림의 그림책 『이 작은 알은 누가 돌보나?』는 바로 그 ‘작은 알’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어느 가을날 어디선가 ‘엄마’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바로 풀잎 끝에 달린 작은 알의 목소리다. 그러나 작은 알의 엄마는 오지 않는다. 그 대신 바람이 불어와 “후우~”하고 쓰다듬어 주고, 흔들흔들 풀잎 그네도 태워준다. “엄마예요?” 하고 묻는 작은 알에게 아무 대답 없이 바람이 지나가자, 그다음에는 빗방울이 찾아와 알을 깨끗이 씻겨준다. “엄마예요?” 이번에도 빗방울은 아무 말이 없다. 잠시 후 구름 사이로 햇살이 내려와 작은 알을 포근히 안아 주고, 밤이면 둥근 달이 알을 은은하게 비춰 주지만 이들은 작은 알의 물음에 대답이 없다.


  다음 날 아침, 지나가던 달팽이가 작은 알에게 묻는다. “넌 누구의 알이니?” 작은 알은 달팽이에게 난 엄마가 없다고 말하며 울컥한다. 달팽이는 자신도 그렇다며, 처음엔 무서웠지만 누군가 나를 돌봐준 것 같다고 말해준다. 시원하기도 하고, 촉촉하기도 하고, 따듯하기도 해서 살기에 딱 좋았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 알은 어느덧 껍데기를 깨뜨리고 나와 애벌레가 된다. 애벌레는 풀잎을 먹고 먹으며, 몸집이 커지면 껍질을 벗고 또 몸집이 커지면 껍질을 벗기를 반복한다. 그리고 찬 바람이 불던 날, 나뭇가지에 자리를 잡고 번데기가 된다. 작은 알이 번데기가 되어 꼼짝하지 않고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을 때도 해와 달과 별은 하루도 빠짐없이 번데기를 비추어 준다. 그리고 마침내 봄이 되었을 때, 번데기가 흔들흔들 움직이더니 나비가 나왔다! 나비는 나폴나폴 날아 꽃밭에서 꽃꿀을 쪼로롭 먹는다. “이 꿀은 누가 준비해 놓은 걸까?”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나도 그랬어. 시원하기도 하고, 촉촉하기도 하고, 따듯하기도 해서 살기에 딱 좋았어.”


  알이었다가, 애벌레였다가, 번데기였다가, 지금은 나비가 된 이 작고 작은 생명을 돌본 것은 누구일까? 하루도 빠짐없이 낮에는 해가 뜨고, 밤에는 달과 별이 뜨고, 때로는 바람이 불고, 비가 오며 늘 반복되는 일상에 숨겨져 있는 특별한 비밀은 무엇일까?



책의 특징과 ‘지구의 비밀’


  이 그림책은 알에서 나비가 되기까지의 이야기가 책의 2/3를 차지하고, 나머지 1/3에는 작은 알을 돌보아 주었던 자연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지구의 비밀이 담겨 있다.


  먼저 바람은 공기가 움직이는 것으로, 뜨거운 햇볕을 반사시키기도 하고 빗방울이 천천히 내려오게도 하며, 우주에서 떨어지는 돌들도 태운다. 무엇보다도 지구의 공기는 산소와 질소 등이 꼭 필요한 만큼만 모여 있어 지구에 생명체가 살 수 있다. 지금보다 산소가 더 많거나, 질소가 더 적으면 생명은 살아갈 수가 없다. 이토록 섬세하게 지구의 공기가 구성된 것은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특별하다!


  비도 마찬가지다. 비는 지구의 생명체들에게 ‘물’을 제공하고, 이 물은 동물과 식물의 몸속에 들어가 영양분을 전달하며, 쓰고 남은 찌꺼기를 다시 배출해 준다. 지구의 낮과 밤의 온도 차이가 크지 않은 것도 지구 곳곳에 물이 있기 때문이고, 사람 몸의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 역시 몸속에 물이 있기 때문이다. 만일 물이 지금과 달리 100℃보다 낮은 온도에서 끓으면 너무 많은 물이 기체가 되어 하늘이 온통 구름으로 뒤덮일 것이고, 만일 물이 얼면서 지금처럼 위로 뜨지 않는다면 겨울에 물고기들이 위험해질 것이다. 이런 물은 지구에만 있다!


  그 밖에도 태양과 달이 딱 지금의 크기로 지구와 이만큼 떨어져 있는 것은 우연이라고 보기엔 너무 특별하다. 태양과 달이 지금보다 조금만 더 크거나 지구와 가깝다면, 혹은 태양과 달이 지금보다 조금만 더 작거나 지구와 멀다면 지구에는 생명체가 살 수 없기 때문이다.


  태양계의 어떤 행성을 살펴보아도 지구와 같은 행성이 없다. 금성의 온도는 464℃이고, 화성의 공기는 95%가 이산화탄소로 되어 있다. 목성에는 행성 표면에 엄청난 폭풍과 회오리바람이 불고, 땅이 없다. 지구 외의 다른 행성에서는 아직까지 생명체가 발견되지 않았다.


  지구는 특별하다. 아침이면 해가 뜨고, 밤이면 달과 별이 뜨는 것, 때때로 바람이 불고 비가 오는 것, 당연하고 평범하다 여겨왔던 매일의 일상이 실은 우주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특별한 기적이라고 작가는 힘주어 말한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에서 멈추면 안 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질문해 보자. 이 놀라운 질서는 누가 디자인하였는가? 이 세계를 지으시고 지금도 붙들고 계시는 분은 누구이신가?



응답하시는 하나님, 부르시는 하나님, 그리고 우리의 응답


  작은 알이 “엄마!”하고 부를 때 그 목소리에 응답하며 작은 알을 돌보아 준 것은 누구일까? 작은 알의 얼굴을 쓰다듬어 준 바람일까? 혹은 작은 알을 씻겨준 빗방울일까? 아니다. 작은 알을 포근하게 안아 준 햇살도, 한밤중 작은 알을 은은히 비추어 준 둥근 달도 아니다. 그렇다면 이들이 작은 알의 물음에 직접 대답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대답 없이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했을 뿐이다.


  앞서 호세아 2:19-20절 말씀을 나누었다. 그런데 그 말씀 바로 뒤에 이런 말씀이 나온다. 


“여호와께서 이르시되 그 날에 내가 응답하리라 

나는 하늘에 응답하고 하늘은 땅에 응답하고 

땅은 곡식과 포도주와 기름에 응답하고 

또 이것들은 이스르엘에 응답하리라.”

(개역개정 호세아 2:21-22)


  작은 알의 ‘엄마!’라는 외침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의 부름에 응답하시는 하나님을 떠올리게 된다. 작은 알을 살게 한 것은 바람이나 비, 해와 달 그 자체가 아니었다. 이 모든 자연을 지으시고 각자의 자리에서 생명을 살리는 일에 참여하게 하시는 창조주, 그분이 우리에게 응답하시고 다시 우리를 각자의 자리로 부르신다.


  창조주이신 하나님을 인정하지 못할 때 우리는 이러한 하나님의 ‘돌봄의 섭리’를 보지 못한 채 해와 달을 찬양하거나 하늘과 나무에 의지하게 된다. 그러나 창조주 하나님을 알고 인정하는 우리는 해와 달이 아니라, 그 너머에서 이 모든 것을 지으시고 다스리시는 크신 하나님을 바라보아야 한다. 더욱 감동이 되는 것은 눈에 잘 띄지도 않는 아주 작은 알의 외침에도 하나님이 응답하시고 돌보신다는 것이다. 가늠조차 되지 않는 거대한 우주 속의 작은 지구, 그 지구 위의 작은 땅 대한민국, 그 안에서 살아가는 작고 작은 우리들, 그러한 우리의 생각과 고민과 질문과 기도에 하나님은 지금도 응답하고 계신다, 일하고 계신다. 때론 아무 대답도 들리지 않는 것 같은 그때에도 우리는 날마다 해와 달이 뜨고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는 것을 바라보며 이 모든 것 가운데 일하시는 하나님, 우리를 돌보시는 하나님, 살아계신 하나님을 찬양할 수 있다.


  어느덧 봄과 여름이 지나고 이제 올해도 추수의 때가 되었다. 아홉 달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나는 천천히 하나님의 그 따뜻한 ‘응답’을 조금씩 깨달아 가고 있다. 내가 너무 무거운 책임을 홀로 짊어지지 않기를 바라시는 마음, 주께서 친히 우리 가정을 돌볼 것이므로 걱정과 염려로부터 자유로워지기를 바라시는 마음, 하나님의 돌보심을 통해 우리 가정이 여호와 하나님 우리 주를 알게 하시려는 마음 말이다.

  우리 가족은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표 안에서 하나님과 걸음을 맞추어 걷고 있다. 지금 우리가 걷는 길과 그 속도가 우리의 계획이나 바람과 다를지라도, 갈 바를 알지 못한 채 믿음으로 나아갔던 아브라함을 떠올리며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자리에서 하루하루를 살아야겠다. 아직 내게 부족한 아브라함의 믿음을 하나님께서 더하여 주시기를, 그리고 내가 걷는 매일의 삶이 하나님을 향한 나의 진실한 응답이 되기를 소망한다.


  작은 알 하나도 홀로 두지 않으시는 주님, 더욱이 공중의 새나 들에 핀 꽃보다도 우리를 귀하게 여기시는 주님. 그 주님이 지금도 붙들고 계시는 창조세계 안에서, 우리는 매일 그렇게 특별하게 살아간다.


“너는 내게 부르짖으라 내가 네게 응답하겠고

네가 알지 못하는 크고 은밀한 일을 네게 보이리라.” 

(예레미야서 33:3)



작가 소개


  글을 쓴 서정아 작가는 우주엔 수많은 별과 행성이 있다지만 그중 어디에서도 풀 한 포기 발견할 수가 없는데 놀랍게도 이 작은 행성 지구엔 땅과 바다에 생명체가 가득하다는 점을 떠올리며 ‘누가 우리를 돌보고 있는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서정아 작가는 그림책의 글을 쓰고, 편집을 하고, 기획하고 있다. 쓴 책으로는 『아기 눈송이의 여행』(2017), 『이 땅의 비밀』(2025) 등이 있다.

  그림을 그린 김순현 작가는 생각하고 그리고 쓰는 것을 좋아하는데, 모든 것의 원천은 어릴 적 뛰어 놀던 집 앞의 작은 터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그림책 『치코』(2025)로 2024년 황금도깨비상을 수상했다.



더 읽어볼 만한 책
ca8e7a15296af.png『이 땅의 비밀』 서정아 글, 오상우 그림, 이야기뜰(2025)

산 중턱, 층층이 쌓인 바위 사이에서 물고기 화석이 발견된다. 오래전 옛날 이 땅에 어떤 일들이 있었던 걸까? 주인공 아이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 맨 처음 땅에도 가보고, 원래는 하나였던 커다란 땅이 갈라지며 모든 땅이 물에 잠기고 흔들흔들 나뉘어지는 모습을 목격한다. 아이를 따라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나고 나면, 책의 뒷부분에는 지구과학과 격변적 판구조론에 대한 설명이 질문과 답변 형식으로 자세히 나와 있다.

dabbe8e94383b.png

『참 아름다워』 이시원 글, 그림, 파이디온선교회(2021)

찬송가 <참 아름다워라>를 아름다운 구성과 그림으로 담아낸 그림책이다. 그림책 속에서 아빠가 정원을 가꾸시는 모습은 창조주이자 지금도 창조세계와 우리를 돌보시고 일하시는 하나님의 모습을 비유적으로 잘 보여준다.




00cadaf8021ad.png

김현경 | 경인교육대학교 유아교육과 강사

성균관대학교 아동학과에서 아동문학교육 전공으로 박사 졸업하였습니다. 영국 캠브릿지 대학교 교육학과 the PLACE 연구소에서 Visiting Scholar를 지냈으며,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 한국위원회(KBBY)에서 사무국장을 지내기도 했습니다. 현재 경인교육대학교 유아교육과 강사로 있으며,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과 미디어에 담긴 세계관 연구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1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