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식지 파괴에 관한 생태 그림책 읽기, 『돌아갈 수 있을까?』

2023-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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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식지 파괴에 관한 생태 그림책 읽기, 『돌아갈 수 있을까?』



“그림책 베이직”의 <정보 그림책> 세션에서는
2023년 하반기 동안 ‘우수환경도서’로 선정된 그림책을 중심으로 하여,
우리의 생태 및 환경에 관한 그림책을 살펴보는 글을 연재하고자 한다.


<돌아갈 수 있을까?> 자세히 보기


여러분은 ‘북극곰’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혹시 빙하 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 북극곰이 떠오르지는 않는가? 오늘날 북극곰은 생태위기의 가장 큰 희생자라는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 사이언스 지의 한 논문에서는 북극곰 보호단체 공동 연구팀이 북극곰 서식지 15곳을 조사한 결과, 지구 온난화로 인해 북극의 바다 얼음이 줄어들고 북극곰이 먹이를 먹지 못해 굶는 날이 길어지고 있다고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북극곰의 개체 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확언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한다.[1] 특히 북극곰의 이미지가 과장되게 비극적인 이미지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에 따르면, 2017년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유튜브 채널에는 비쩍 마른 북극곰이 느리게 움직이는 모습이 슬픈 음악을 배경으로 “기후 변화는 이런 것입니다.”라는 자막과 함께 업로드되었다(496쪽). 그러나 훗날 영상 촬영자 중 한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고 전해진다. “개별 동물의 죽음과 기후 변화 사이의 연관성은 거의 불분명하다. …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자막을 너무 과하게 붙였다.”(500쪽)

북극곰의 이미지는 아동문학 안에서도 최근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헨더슨(Henderson, 2019)은 1982년~2019년에 출판된 북극곰에 관한 아동문학 작품 (64편의 픽션과 7편의 논픽션)을 살펴보았다. 일반적으로는 ‘가족과 우정’을 다룬 이야기와 ‘곰 아들(Bear Son)’(전설에 기반한 이야기의 변형) 이야기, ‘인간과 곰의 협력’에 대한 이야기가 일관되게 자주 나타났는데 시대별로 특징적인 차이가 보였다. 1990년대에는 곰으로 대표되는 야생과 인간으로 대표되는 문명의 대결구도가 자주 나타났고, 2000년대에는 북극곰에 대한 생물학 및 서식지에 대한 교육적인 주제가 자주 다루어졌으며, 특히 2009년 이후 눈에 띄게 증가한 주제는 환경적인 관심과 기후 변화에 관한 것이라고 한다.

환경 오염으로 인해 동물의 서식지가 줄어들고 그로 인해 이 땅의 동물들에게 위기가 닥쳤다는 것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이다. 그러나 그 문제를 제기하고 원인을 탐색하고 문제 해결 방법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지나치게 감정적인 호소를 하거나 부정확한 정보를 전하는 것은 아닌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유아들을 주요 독자로 하고 있는 그림책 중에서 동식물의 서식지 파괴에 대한 주제를 다룬 그림책들은 어떠할까? 이번 호에서는 2022년 유아용 우수환경도서로 선정된 그림책 <돌아갈 수 있을까?>를 살펴보기로 하겠다.

그림책의 표지를 보면 제목 글자는 녹아내리는 듯한 얼음 속에 갇혀 있다. 이 얼음의 모양은 말풍선 같기도 하고 물음표 같기도 해서 얼음 밑, 빙하 위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극지방 동물들이 묻는 말처럼 보인다. 표지를 넘기면 북극과 남극에 사는 동물들이 모두 펭귄 마을에 모여 있다는 문장이 나온다. 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걸까? 표제지를 보니, 제목 아래에 그려진 펭귄들이 빙하들을 테이프로 붙이고 있다. 아마도 녹아내리는 빙하에 대한 위기 의식과 펭귄의 대처를 보여주는 것일 게다.


이야기는 펭귄 한 마리가 “큰일이야! 어떡하지? 큰일이야, 큰일!”이라고 큰 소리로 외치며 달려오는 것으로 시작된다. 북극곰과 물개들은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며 모여든다. 아침부터 소란스러운 소리에 아기 펭귄들이 잠에서 깨어 엄마 펭귄에게 무슨 일인지 묻는다. 엄마 펭귄은 “어쩌면 큰일이 날 수도 있어!”라고 대답한다. 아기 펭귄들은 뜻도 모른 채 어른 펭귄들의 말을 따라하며 얼음 조각들 위를 뛰어다닌다. 여러 동물들이 쩌저적 소리를 내며 갈라지는 얼음 덩어리 위에 모였다. 제일 목소리가 큰 펭귄 아저씨가 “손 놓고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어요.”라고 말하자, 동물들은 “맞아요. 우리 스스로 방법을 찾아야 해요.”라며 소리를 높인다. 동물들은 큰 냉장고로 얼음을 만들거나, 얼음이 녹지 않게 기다란 끈으로 감거나, 큰 테이프로 얼음을 붙여 보자는 등 각자 해결책을 이야기한다. 무슨 일인지를 묻는 아기 펭귄들에게 엄마, 아빠 펭귄들은 우리 모두의 집이 사라질 것 같아서 큰일이라며 한숨을 쉰다. 그때 커다란 대왕고래가 나타나 바다 한가운데에 무지개섬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이사를 가면 어떨까 하고 제안한다. 동물들은 자신도 무지개섬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다며 맞장구를 친다. 동물들이 마음 속으로 그려본 무지개섬은 아주 아름답고 크고 넓어 먹을 것도 많은, 동물들이 바라는 곳이다. 다음 날 동물들은 모두 대왕고래 아주머니의 등에 올라타고 무지개섬으로 출발한다. 그러나 한참을 헤엄친 끝에 발견한 무지개섬은 거대한 쓰레기섬이었다. 이야기는 아기 펭귄 하나가 작은 목소리로 묻는 물음으로 끝난다. 

“엄마, 우리 돌아갈 수 있을까요?”

그림책에서는 남극, 북극 할 것 없이 극지방 동물들이 살아갈 ‘집’이 사라지고 있다는 위기감을 충분히 전달하고 있다. 극지방 동물들은 자신들의 서식지인 얼음이 녹아내리고 있다는 문제를 인식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해결하기 위해 나름대로 방법을 찾으려 애쓴다. 녹아내리는 얼음을 끈으로 묶거나 테이프로 붙여보기도 한다. 비현실적인 방법이지만 그만큼 동물들의 절박함이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동물들은 대왕 고래의 제안을 받아들여 무지개섬을 찾아 떠나지만 그들이 발견한 것은 결국 쓰레기섬이었다.

아마도 그림책 작가는 극지방 동물들의 위기감을 절박하게 그려냄으로써 이 그림책을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오늘날의 기후 위기에 공감하고 책임감 있는 행동을 하기를 바랐을 것이다. 그러나 이 그림책에는 위기감만 가득할 뿐, 미래가 없다. 아기 펭귄의 물음과도 같이 우리 지구가, 우리 환경이 회복될 수 있을지 의문만이 남는다. 여러 연구자들은 그림책이 환경 교육에 좋은 매체가 될 수 있지만 위기 의식만을 과도하게 강조할 경우 어린이들이 오히려 문제를 외면하거나 부정적인 감정에만 휩싸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인간의 무책임한 행동들을 반성하고 성찰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우리가 바꿔나갈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또한 어린이들에게 책임감 있는 어른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닐까? 아기 펭귄의 “엄마, 우리 돌아갈 수 있을까요?”라는 조심스러운 질문이 마치 이 책을 읽고 나서 어린 독자들이 던질 질문일 것 같아 자꾸만 마음 속에 맴돈다. 



[1] 그러나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501쪽)에서는 북극곰의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추세를 제대로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즉, 북극곰의 19개 하위집단 중 2개의 하위집단 개체 수는 늘었고, 4개의 하위집단은 줄었고, 5개의 하위집단은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으며, 8개의 하위집단은 전혀 파악되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다. 이들은 북극곰에 대한 정보가 오류투성이라고 주장한다.



김현경 | 성균관대학원 아동청소년학과 박사과정 수료

성균관대학교 아동청소년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영국 캠브릿지 대학교 교육학과 the PLACE 연구소에서 Visiting Scholar를 지냈습니다.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과 미디어에 담긴 세계관 연구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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