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과 과학으로 표현한 시적인 봄, 『봄의 방정식』

<봄의 방정식> 자세히 보기
줄거리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계절의 변화는 과학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과학만으로는 봄을 온전히 설명할 수 없다. 그래서 이 책은 봄을 +, -와 같은 연산 부호를 사용하여 과학적이면서도 시적으로 표현한다. ‘과학’이 꽃이 왜 피고 어떻게 피는지 가르쳐주는 것이라면, ‘시’는 꽃 피는 모습을 보고 불꽃놀이를 떠올리는 것이다. 즉, 과학과 수학과 시가 만나서 ‘눈사람-추위=물웅덩이’, 또는 ‘암컷 비버+수컷 비버=새끼 비버’라는 아름다운 봄의 방정식이 탄생된다. 변화하고 생동하며 온갖 감각이 아름답게 피어나는 봄을 과학으로뿐만 아니라 ‘시’로도 만나볼 수 있는 그림책이다.
책의 특징
이 그림책은 표지 제목부터가 남다르다. 남색으로 쓰인 ‘봄의 방정식’ 글자 안에는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의 연두색 연산 부호가 숨어 있다. 사실 이 책의 원제는 ‘Snowman-Cold=Puddle(눈사람-추위=웅덩이)’로 번역본 그림책의 부제인 ‘호수+따뜻한 기온=하늘의 솜사탕’과 같은 형식이 원제에 더 가깝다. 이 그림책에서 봄을 방정식으로 표현한 것이 사실이기는 하지만, ‘방정식’이라는 개념이 유아에게는 생소할 것 같아 원제의 번역이 조금은 아쉽다.
‘방정식’이란 수학에서 쓰이는 단어로 ‘어떤 문자가 특정한 값을 취할 때에만 성립하는 등식’을 말한다. 즉, 연산 부호를 써서 등식이 성립하게 하는 것이다. 이 그림책은 연산 부호를 사용해 봄을 다양하게 표현한다. 다만 연산 부호들 사이에 숫자가 아닌 단어가 들어 있다. 그래서 작가는 이 그림책을 한마디로 이렇게 표현한다. ‘과학+시=우아!’라고 말이다. 분명 계절의 변화, 과학의 원리를 알려주고 있지만 수학 등식을 사용해 단어들을 절묘하게 조합함으로써 시적으로 표현하기에 책장을 넘길 때마다 그야말로 ‘우아!’하고 감탄하게 된다. 예를 들어, 초봄이 되면 날씨가 점점 따뜻해지면서 겨울잠을 자던 동물들도 깨어난다. 이러한 사실을 등식으로 표현하면 ‘따듯함+빛=자명종’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과학과 시, 수학이 아름답게 어우러져 과학적인 것도 아름답고 재치 있게 표현될 수 있음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이 이 그림책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일 것이다.
한편, 그림책에 쓰인 단어들이 오감을 풍성하게 일깨운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개울+얼음이 녹다=쏴쏴!’의 방정식에서는 얼음물이 녹아 세차게 흐르는 물소리가 들리는 듯하고, ‘단풍나무x양동이+끓이기=입이 쩍!’을 읽을 때면 입에 침이 고이는 듯하다. 또, 여러 개의 ‘거위’ 단어를 화살촉 모양으로 늘어놓아 거위 떼가 북쪽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나타내는가 하면, ‘키 작은 나무x활짝 핀 꽃=향수’를 읽을 때면 이미 달콤한 꽃향내가 코끝에 걸려있는 것만 같다. 이처럼 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을 살아나게 하는 생생한 단어들은 독자의 생활 속 경험과 연결되어 ‘봄’을 더 가깝고 친근하게 느끼도록 만든다.
그림책의 글만큼 매력적인 그림을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림 작가인 미카 아처 특유의 콜라주 형식은 겨울에서 봄으로 변화해 가는 계절을 섬세하고 실감 나게 표현한다. 뾰족하게 오리고 가로줄을 그려 표현한 마른 갈대 줄기들, 크래프트지를 손으로 찢어 부들부들한 질감을 살린 억새들에서는 늦겨울 마른 바람에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이 책에 글을 쓴 로라 퍼디 살라스는 과학자와 시인이 대등하게 서로 다른 시각에서 세상을 탐구하고 지식과 경이로움을 발견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독자들에게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관심을 갖고 살펴보기를 권한다. 그림책에 제시된 마지막 방정식은 ‘나+세상=?’라는 문제다. 결국 이 그림책은 누구나 풀 수 있고, 매일 새롭게 풀 수 있는 이 마지막 방정식처럼, 나와 세상을 탐구하도록 격려하는 그림책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 소개
글을 쓴 로라 퍼디 살라스는 전직 영어 교사로, 현재는 어린이책 작가이자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책 읽는 것을 좋아했지만 특히 두 딸과 그림책을 읽으며 그림책에 반했고 시와 논픽션은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장르라고 한다. 국내에 번역된 작가의 그림책으로는 『잎은 재주꾼』, 『물은 무엇이든 될 수 있어요』가 있다. 작가의 홈페이지에는 작가의 작품에 대한 소개뿐만 아니라 다양한 교육자료 등이 제공되고 있다. https://laurasalas.com
그림을 그린 미카 아처는 유화, 수채화, 펜과 잉크, 콜라주 등을 사용하여 다양한 소재를 종이와 디지털로 겹쳐서 작품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작가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유치원 교사로서 아이들을 키우고 가르치면서 그림책을 사랑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림책이 교육에 매우 중요한 도구임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에즈라 잭 키츠 상을 받은 『다니엘이 시를 만난 날』과 후속작인 『다니엘의 멋진 날』, 『다니엘, 별일 없니?』를 직접 쓰고 그렸다. 작가는 그림책 『나 진짜 궁금해!』로 2022년 칼데콧 아너상을 받았다. 작가의 홈페이지에 더 많은 정보와 이야기가 담겨 있다. https://www.michaarcher.com
더 읽어볼 만한 책
『셈셈이 + 나』 요안나 비에야크 (글/그림), 북극곰, 20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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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학의 다양한 개념을 강아지 셈셈이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기발한 그림책이다. 우리집 강아지 셈셈이는 수학을 좋아한다. 셈셈이의 생김새는 여러 도형으로 그려낼 수 있고, 셈셈이의 기분은 원의 높낮이로 표현할 수 있다. 또, 셈셈이가 좋아하는 것이나 특징은 규칙과 집합, 사칙연산의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은 ‘수학’으로 이어져 있지만 셈셈이와 나의 우정은 절대 수학으로 풀 수 없다. |
 | 김현경 | 경인교육대학교 유아교육과 강사 성균관대학교 아동청소년학과에서 아동미디어교육 전공으로 박사 졸업하였습니다. 영국 캠브릿지 대학교 교육학과 the PLACE 연구소에서 Visiting Scholar를 지냈으며,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 한국위원회(KBBY)에서 사무국장을 지내기도 했습니다. 현재 경인교육대학교 유아교육과 강사로 있으며,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과 미디어에 담긴 세계관 연구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
수학과 과학으로 표현한 시적인 봄, 『봄의 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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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계절의 변화는 과학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과학만으로는 봄을 온전히 설명할 수 없다. 그래서 이 책은 봄을 +, -와 같은 연산 부호를 사용하여 과학적이면서도 시적으로 표현한다. ‘과학’이 꽃이 왜 피고 어떻게 피는지 가르쳐주는 것이라면, ‘시’는 꽃 피는 모습을 보고 불꽃놀이를 떠올리는 것이다. 즉, 과학과 수학과 시가 만나서 ‘눈사람-추위=물웅덩이’, 또는 ‘암컷 비버+수컷 비버=새끼 비버’라는 아름다운 봄의 방정식이 탄생된다. 변화하고 생동하며 온갖 감각이 아름답게 피어나는 봄을 과학으로뿐만 아니라 ‘시’로도 만나볼 수 있는 그림책이다.
책의 특징
이 그림책은 표지 제목부터가 남다르다. 남색으로 쓰인 ‘봄의 방정식’ 글자 안에는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의 연두색 연산 부호가 숨어 있다. 사실 이 책의 원제는 ‘Snowman-Cold=Puddle(눈사람-추위=웅덩이)’로 번역본 그림책의 부제인 ‘호수+따뜻한 기온=하늘의 솜사탕’과 같은 형식이 원제에 더 가깝다. 이 그림책에서 봄을 방정식으로 표현한 것이 사실이기는 하지만, ‘방정식’이라는 개념이 유아에게는 생소할 것 같아 원제의 번역이 조금은 아쉽다.
‘방정식’이란 수학에서 쓰이는 단어로 ‘어떤 문자가 특정한 값을 취할 때에만 성립하는 등식’을 말한다. 즉, 연산 부호를 써서 등식이 성립하게 하는 것이다. 이 그림책은 연산 부호를 사용해 봄을 다양하게 표현한다. 다만 연산 부호들 사이에 숫자가 아닌 단어가 들어 있다. 그래서 작가는 이 그림책을 한마디로 이렇게 표현한다. ‘과학+시=우아!’라고 말이다. 분명 계절의 변화, 과학의 원리를 알려주고 있지만 수학 등식을 사용해 단어들을 절묘하게 조합함으로써 시적으로 표현하기에 책장을 넘길 때마다 그야말로 ‘우아!’하고 감탄하게 된다. 예를 들어, 초봄이 되면 날씨가 점점 따뜻해지면서 겨울잠을 자던 동물들도 깨어난다. 이러한 사실을 등식으로 표현하면 ‘따듯함+빛=자명종’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과학과 시, 수학이 아름답게 어우러져 과학적인 것도 아름답고 재치 있게 표현될 수 있음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이 이 그림책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일 것이다.
한편, 그림책에 쓰인 단어들이 오감을 풍성하게 일깨운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개울+얼음이 녹다=쏴쏴!’의 방정식에서는 얼음물이 녹아 세차게 흐르는 물소리가 들리는 듯하고, ‘단풍나무x양동이+끓이기=입이 쩍!’을 읽을 때면 입에 침이 고이는 듯하다. 또, 여러 개의 ‘거위’ 단어를 화살촉 모양으로 늘어놓아 거위 떼가 북쪽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나타내는가 하면, ‘키 작은 나무x활짝 핀 꽃=향수’를 읽을 때면 이미 달콤한 꽃향내가 코끝에 걸려있는 것만 같다. 이처럼 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을 살아나게 하는 생생한 단어들은 독자의 생활 속 경험과 연결되어 ‘봄’을 더 가깝고 친근하게 느끼도록 만든다.
그림책의 글만큼 매력적인 그림을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림 작가인 미카 아처 특유의 콜라주 형식은 겨울에서 봄으로 변화해 가는 계절을 섬세하고 실감 나게 표현한다. 뾰족하게 오리고 가로줄을 그려 표현한 마른 갈대 줄기들, 크래프트지를 손으로 찢어 부들부들한 질감을 살린 억새들에서는 늦겨울 마른 바람에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이 책에 글을 쓴 로라 퍼디 살라스는 과학자와 시인이 대등하게 서로 다른 시각에서 세상을 탐구하고 지식과 경이로움을 발견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독자들에게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관심을 갖고 살펴보기를 권한다. 그림책에 제시된 마지막 방정식은 ‘나+세상=?’라는 문제다. 결국 이 그림책은 누구나 풀 수 있고, 매일 새롭게 풀 수 있는 이 마지막 방정식처럼, 나와 세상을 탐구하도록 격려하는 그림책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 소개
글을 쓴 로라 퍼디 살라스는 전직 영어 교사로, 현재는 어린이책 작가이자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책 읽는 것을 좋아했지만 특히 두 딸과 그림책을 읽으며 그림책에 반했고 시와 논픽션은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장르라고 한다. 국내에 번역된 작가의 그림책으로는 『잎은 재주꾼』, 『물은 무엇이든 될 수 있어요』가 있다. 작가의 홈페이지에는 작가의 작품에 대한 소개뿐만 아니라 다양한 교육자료 등이 제공되고 있다. https://laurasalas.com
그림을 그린 미카 아처는 유화, 수채화, 펜과 잉크, 콜라주 등을 사용하여 다양한 소재를 종이와 디지털로 겹쳐서 작품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작가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유치원 교사로서 아이들을 키우고 가르치면서 그림책을 사랑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림책이 교육에 매우 중요한 도구임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에즈라 잭 키츠 상을 받은 『다니엘이 시를 만난 날』과 후속작인 『다니엘의 멋진 날』, 『다니엘, 별일 없니?』를 직접 쓰고 그렸다. 작가는 그림책 『나 진짜 궁금해!』로 2022년 칼데콧 아너상을 받았다. 작가의 홈페이지에 더 많은 정보와 이야기가 담겨 있다. https://www.michaarcher.com
더 읽어볼 만한 책
『나 진짜 궁금해』 미카 아처 (글/그림), 나무의말,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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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방정식』에 그림을 그린 미카 아처의 또 다른 그림책인 『나 진짜 궁금해』는 집 안에서 심심해하던 남매가 집 밖으로 산책을 나가며 광대한 자연을 만나는 이야기다. 특히 ‘해는 세상의 전등일까?’, ‘물안개는 강의 이불일까?’와 같은 시적인 질문은 그림의 매력적인 색감 및 질감과 잘 어우러져 자연의 아름다움을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서평 글 : https://www.picturebook-basic.com/135/?q=YToxOntzOjEyOiJrZXl3b3JkX3R5cGUiO3M6MzoiYWxsIjt9&bmode=view&idx=13320786&t=board
『셈셈이 + 나』 요안나 비에야크 (글/그림), 북극곰,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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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다양한 개념을 강아지 셈셈이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기발한 그림책이다. 우리집 강아지 셈셈이는 수학을 좋아한다. 셈셈이의 생김새는 여러 도형으로 그려낼 수 있고, 셈셈이의 기분은 원의 높낮이로 표현할 수 있다. 또, 셈셈이가 좋아하는 것이나 특징은 규칙과 집합, 사칙연산의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은 ‘수학’으로 이어져 있지만 셈셈이와 나의 우정은 절대 수학으로 풀 수 없다.
김현경 | 경인교육대학교 유아교육과 강사
성균관대학교 아동청소년학과에서 아동미디어교육 전공으로 박사 졸업하였습니다. 영국 캠브릿지 대학교 교육학과 the PLACE 연구소에서 Visiting Scholar를 지냈으며,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 한국위원회(KBBY)에서 사무국장을 지내기도 했습니다. 현재 경인교육대학교 유아교육과 강사로 있으며,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과 미디어에 담긴 세계관 연구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