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로의 즐거운 초대 <ㄱㄴㄷ 그림책> (2부)

2023-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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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로의 즐거운 초대 <ㄱㄴㄷ 그림책> (2부)




“우리 아이가 아직 한글을 읽을 줄 몰라서 고민이예요.”

며칠 전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웃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넌지시 말을 건넸다. 갈림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터라 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였지만 공부방에 보내고 있다는 아이 엄마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보다 많은 엄마들의 고민이 아이의 한글교육에 있다는 걸 새삼 느낄 수 있었다.

30년 이상 초등교육을 연구하며 특별히 초등학교 현장에서 한글교육을 실천하고 계시는 한 교장선생님은 한글교육을 단순히 ‘문자교육’이라고만 생각하는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한글교육은 소리언어에서부터 문자언어, 문해력까지 이어지는 과정이며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유치원에서는 다양한 소리를 경험하게 해 주거나 말놀이 동시나 동요를 활용해서 글자를 재미있게 만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권한다.

“한글은 문자만이 아니라 ‘소리언어’도 포함돼야 합니다. 듣고 말하는 언어를 충분히 해야만 문자언어로 이행이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한글을 초등 1학년 때부터 가르치는 것은 여태 껏 들었거나 말했던 거를 문자로 바꾸는 한글 교육인 거예요. 취학 전까지 소리 언어와 관련된 한글 교육을 안 하고 있다가 취학 후에 갑자기 문자로 바꾸려고 하면 듣거나 말해본 경험이 부족했던 유아들은 문자언어로 바꿀 재산이 없는 거예요. 취학 전 시기인 0세부터 만5세까지는 다양한 소리를 들려주어 유아들 이 소리 언어들을 축적해 나갈 수 있도록 해 줘야 합니다.”

<그림책 베이직>- 정보그림책 섹션 3월호에서는 지난 2월호에 이어 ㄱㄴㄷ 그림책을 소개하여 한글교육과 관련하여 여러 고민을 하고 있는 선생님과 부모님께 작게나마 도움을 드리고자 한다.

지난 호에서는 1) 글자정보제공에 충실한 ㄱㄴㄷ 그림책, 2) 이야기가 있는 ㄱㄴㄷ 그림책, 3) 놀이를 의도하는 ㄱㄴㄷ 그림책 유형의 사례를 소개하였다. 이러한 그림책들은 가장 기본적인 유형의 ㄱㄴㄷ 그림책이면서 특히 2번, 3번 유형의 ㄱㄴㄷ 그림책은 한글을 특별히 문자로 인식하고 접근하기 보다는 자연스러운 이야기 속에서 혹은 몸을 움직여 모양을 흉내내는 놀이로서 접근한 그림책들이다.

반면 이번 호에서는 1) 그래픽의 성격이 두드러지는 그림책, 2) 한글 창제원리를 알려주는 그림책, 3) 쉬운 그림책을 소개하여 놀이로서 또는 통문자로서 접근하는 방식으로부터 점차 한글을 시각적으로 인식하고 자음과 모음을 인식할 수 있는 음운론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으로 나아가 보도록 하겠다. 


1) 그래픽의 성격이 두드러지는 그림책

그래픽의 성격이 두드러지는 그림책은 글이라는 매체와 그림이라는 매체가 결합되어 의미를 만들어낸다는 그림책의 정의를 생각하였을 때, 그림 자체가 지니는 매력이 풍부하고 특히 한글이 갖는 시각적인 정보 전달에 충실한 ㄱㄴㄷ 그림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유형의 그림책의 예로 <고양이는 다 된다 ㄱㄴㄷ>, <움직이는 ㄱㄴㄷ>, <도시 가나다>를 소개해 보겠다.


천미진 글, 이정희 그림의 <고양이는 다 된다 ㄱㄴㄷ>(발견, 2019)은 유연하고 우아한 몸동작이 매력적인 고양이의 모습을 통해 ㄱ~ㅎ까지 14개의 자음을 그림으로 보여준다. 그림책의 제목처럼 정말로 고양이는 다 된다. 그림책의 펼침면마다 왼쪽 면에는 자음 하나가 중앙에 크게 정자로 쓰여 있고, 자음 위에는 ‘고양이는 다 된다.’라는 문장이, 자음 아래에는 ‘고양이는 OO 도 된다.’라는 문장이 쓰여 있다. 모든 펼침면마다 이러한 구조가 반복되어 나타난다. 고양이는 대체로 자기 몸동작만으로 글자를 표현하지만 필요할 때는 작은 새나 다른 고양이, 나뭇가지, 모자 등이 글자를 완성하기 위해 활용되기도 한다. 그림책 뒤 표지에는 ‘한글은 재미있고 우아하고 아름답다’라고 쓰여 있는데 이 그림책이 한글을 바라보는 관점을 압축적으로 나타내는 문장이라고 생각된다. 특히 한국화 기법으로 그려진 그림은 붓글씨를 연상케 하는 한글의 정자체와 잘 어우러진다.




이수지 작가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움직이는 ㄱㄴㄷ>(길벗어린이, 2006)은 각 자음자가 들어가는 동사 단어를 제시하고 그 의미를 자음자를 주인공으로 하여 그림으로 표현한 그림책이다. 많은 ㄱㄴㄷ 그림책에서 각 자음자가 어떤 단어와 연결시킬 때 대체로 ‘명사’를 활용한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작가의 발상이 독특하고 새롭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림책의 앞면지와 뒤면지에는 자음자가 화면에 꽉 차게 그려져 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중앙을 기준으로 해서 왼쪽면과 오른쪽면이 거울처럼 반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본문이 시작되기 전, 표제지에서도 움직이는 ㄱㄴㄷ 이라는 제목의 ㄱ, ㄴ, ㄷ이 한 줄로 정렬되어 있지 않고 말 그대로 여기 저기에 따로 떨어져 있어서 글자들이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모든 페이지에서 펼침면의 왼쪽면에는 자음자와 그에 해당하는 동사 단어가 중앙에 제시되고, 오른쪽면에는 동사 단어의 의미대로 글자가 무언가를 하고 있는 모습이 그림으로 그려져 있다. 예를 들어, ㄱ의 동사 단어는 ‘가두다’로서 그림에는 글자 ㄱ이 새장 속에 갇혀 있다. 또, ㄴ의 동사 단어는 ‘녹다’이다. 이 장면에서는 글자 ㄴ이 정말로 녹고 있다! 특별히 이 그림책의 그림은 최대한 장식을 배제하고 글자와 단어의 뜻은 간결하고 담백하게 표현된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ㅋ의 ‘크다’를 표현하기 위해 ㅋ을 화면에 꽉 차게 그리고, ㅅ의 ‘사라지다’를 표현하기 위해 ㅅ은 아예 화면에 나타나지 않고 흰 바탕색만 보인다.





윤정미 글, 그림의 <도시 가나다>(향출판사, 2022)는 도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각 장면의 그림에서 가~하까지 글자를 찾아보는 형식으로 되어 있는 그림책이다. 앞면지를 보면 어떤 사람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길을 가고 있는데, 하늘색 철조망 앞을 지나간다. 격자무늬를 여러 개 형성하는 그 철조망은 다음 장인 표제지까지 이어지는데, 길을 가던 사람은 발걸음을 멈추고 철조망을 바라보고 서 있다. 철조망에는 ‘가나다라마바사’의 각 글자가 격자 무늬에 맞추어 그려져 있는데 정말로 글자가 걸려 있는 것인지, 아니면 격자무늬 사이로 길을 가던 사람이 글자를 찾아 상상하고 있는 것인지 확실하지 않다. 이처럼 이 그림책은 독자를 도시 곳곳으로 이끌며 그림 속에서 즉 도시 속에서 ‘가나다~’ 글자를 찾아보게끔 유도한다. 

  (앞면지)   

(표제지)

(본문 첫 장면)


본문을 보면 각 펼침면마다 문장이 있고, 문장 속에는 동그라미로 처리된 비어 있는 글자가 있다. 바로 그 글자를 본문의 그림에서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본문 첫 펼침면을 보면 ‘O로등이 잠들면 도시가 기지개를 켜요’라는 문장이 제시된다. O안에 들어갈 글자는 ‘가’일 것이다. 그럼 독자들은 그림 속에서 마치 ‘ㄱ’ 글자 모양처럼 서 있는 가로등에 눈길이 갈 것이다. 또, 그림을 좀더 멀리서 전체적으로 바라보면 사람들이 오가는 다리가 연두빛으로 보일 것이다. 그 연두빛을 눈으로 그려보면 커다란 ‘가’의 글자 모양이 보일 것이다. 이처럼 이 그림책은 도시의 곳곳을 원경에서 그려내고 사람을 비교적 작게 그리고 있는데 도시 풍경 속에서 크고 작은 글자를 숨은 그림 찾기 하듯 찾아볼 수 있다. 


2) 한글 창제원리를 알려주는 그림책

다음으로 한글의 창제 원리를 바탕으로 하는 그림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꽃이랑 소리로 배우는 훈민정음 ㄱㄴㄷ>과 <동물이랑 소리로 배우는 훈민정음 아야어여>는 노정임 글, 안경자 그림의 그림책 시리즈로 2009년에 책과함께어린이에서 처음 출판되었고, 2011년에 웃는돌고래에서 개정판이 나왔다. 이 그림책 시리즈에 ‘소리로 배우는’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표제지 다음 장에 본문 시작 전 한 지면을 할애하여 이 책을 읽어주는 어른들께 ‘한글 속에는 소리가 들어 있어요’ 라고 글을 올린다. 훈민정음에 나와 있는 한글 창제 원리를 보면 각 낱자가 소리라는 점, 그리고 글자가 있기 전부터 우리말이 있었기에 소리로 설명이 되어 있는 점을 일깨워준다. 그래서 이 책은 ‘큰 소리로 읽어 보아요’라는 말로 시작된다.


본문의 구성을 보면 펼침면의 왼쪽에는 자음자가 상단에 제시되고, 그 자음자의 이름과 소리에 대한 설명이 문장으로 제시된다. 그리고 오른쪽에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들풀과 꽃 이름이 그림과 함께 제시되어 큰 소리로 이름을 불러보게끔 되어 있다.

예를 들어, ‘ㄱ’의 경우에는 왼쪽 면에 자음자의 모양과 함께 ‘기역은 강자의 처음 나는 소리와 같아요’라고 설명되어 있고, 오른쪽 면에는 ‘강아지풀’이라는 풀 이름과 함께 강아지풀의 그림이 제시된다.


흥미로운 것은 자음자를 제시하는 순서이다. 대부분의 그림책은 ㄱ, ㄴ, ㄷ, ㄹ, … 순서로 자음자를 제시하는데 이 그림책에서는 ㄱ 다음에 ㄲ과 ㅋ을 차례대로 제시하여 ㄱ 즉, 어금닛소리 계열의 된소리와 거친 소리 글자를 함께 소리 내어 보도록 한다. 이것은 한글을 ‘소리’로 인식하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고 훈민정음 해례본에서 자음자를 제시하는 방식과도 동일하다.

모든 자음자가 제시된 후에는 앞에서 자음자의 소리를 알려주기 위해 사용된 들풀과 꽃들을 하나의 펼침면에 모두 그리고 이름을 제시하고 있다. 또, 그 다음 장에는 이 책에 쓰인 글의 원본인 <훈민정음>의 일부를 제시하여 이 그림책이 만들어진 원리를 알려준다.

<동물이랑 소리로 배우는 훈민정음 아야어여>는 한글의 초성, 중성, 종성 중에서 가운데 소리인 중성에 대한 그림책이다. 이 역시 <훈민정음 ㄱㄴㄷ> 그림책과 마찬가지로 훈민정음의 창제 원리 즉, 천(·), 지(ㅡ), 인(ㅣ)의 세 가지의 조합으로 한글의 모음자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훈민정음 ㄱㄴㄷ> 그림책이 꽃이랑 소리로 배우는 것이라면, <훈민정음 아야어여> 그림책은 동물이랑 소리로 배우는 것이다. 이 그림책에는 소를 타고 가는 윤서라는 소년이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병풍 앞을 지나며 각 모음자가 들어가는 단어의 동물을 만나는 방식으로 그림책이 진행된다. 모음은 ㅡ, ㅣ, ㅗ, ㅏ의 순서로 제시되는데 앞에서 잠깐 언급되었듯이 이것은 천(·), 지(ㅡ), 인(ㅣ)의 기본 조합을 보여준다. ㅡ는 땅, ㅣ는 사람이고, 지금은 사용되지 않지만 글자 안에 녹아 있는 ·(아래 아)가 땅과 사람의 양옆이나 위아래에 어떻게 조합되느냐에 따라 한글의 모음이 만들어진다. 즉, 땅에 하늘이 결합하여 ㅗ가 만들어지고, 사람에 하늘이 결합하여 ㅏ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그래서 모음 즉 중성이 제시되는 순서 역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아야어여의 순서가 아닌, ㅡ,ㅣ,ㅗ,ㅏ의 순서로 제시되는 것이다. 펼침면의 왼쪽 면과 오른쪽 면의 구성은 <훈민정음 ㄱㄴㄷ> 그림책과 유사하다. 왼쪽 면의 상단에는 모음자가 나타나고, 그 아래에 각 모음자를 소리내는 방법이 한 문장으로 제시된다. 펼침면의 오른쪽 면에는 그 모음자가 들어간 동물의 이름과 그림이 제시되며 동물의 이름을 큰 소리로 불러 보라고 유도한다.


사슴과 잉어, 독수리와 강아지 등 병풍 속의 동물 그림을 모두 만나고 나면 마지막 모음자인 ㅠ는 이 그림책의 주인공 윤서의 누나가 동생 이름을 부르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또, 으오우요유는 처음 나는 소리의 아래에 쓰고, 이아어야여는 처음 나는 소리의 오른쪽에 쓴다는 것을 알려주는 두 장면을 지나고 나면, 앞에서 만났던 동물들이 그려진 병풍 그림을 한데 모아 보여준다. 또, 훈민정음의 일부를 보여 주어 이 그림책의 진행 방식이 훈민정음을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알려주며, 이 책에 쓰인 그림의 원본 출처를 정확하게 밝히고 있다.

이 그림책 시리즈와 비슷하게 훈민정음의 창제원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ㄱㄴㄷ 그림책이 있다. 바로 전정숙 글, 김지영 그림의 <노는 게 좋은 ㅡ·ㅣ>와 <자음의 탄생> 시리즈(올리 출판사, 2022)이다.



<노는 게 좋은 ㅡ·ㅣ> 그림책은 앞면지와 표제지 사이에 한 펼침면을 두어 훈민정음의 창제 원리 중 모음자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하고 있다. 즉, 모음 기본 글자는 하늘과 땅, 사람을 각각 본떠 만들어서 · 는 하늘을 본떠 둥글게, ㅡ는 땅을 본떠 평평하게, l는 서 있는 사람의 모습을 본떠 곧게 만들었다.



이 그림책에서는 바로 이 ㅡ·l가 각각 땅이, 하늘이, 사람이라고 불리는 인물로 등장한다. 그리고 이들이 함께 놀게 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땅이와 사람이는 서로 너무 달라 친하게 지내지 못했는데 동글동글한 하늘이가 모두와 어울리면서 땅이와 사람이도 함께 놀게 되었고, 옆 동네 친구들인 자음까지 모두 어우러져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우리가 모이면 뭐든지 만들 수 있어.’라고 말한다. 그림책의 마지막 장면에는 훈민정음의 창제 원리를 음양의 조화 원리와 함께 설명하고 있다.

이 그림책의 시리즈인 <자음의 탄생> 역시 훈민정음의 창제 원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특히 자음자 ㄱㄴㅁㅅㅇ이 구강의 발음 기관 모양이나 움직임을 본떠 만든 것을 그대로 그림책에 녹아냈다. 저자는 이러한 내용을 면지와 표제지 사이에 마련한 펼침면에 이해하기 쉽게 글과 그림으로 간단히 설명하고 있다.


이야기는 몽글몽글한 공기 덩어리들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그림책의 배경은 울퉁불퉁한 동굴, 즉 목구멍과 입 안이고, 그림책의 등장인물은 공기 덩어리들이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공기 덩어리들은 울퉁불퉁한 동굴(목구멍과 입 안)을 지나며 멋진 글자로 태어난다.


앞서 <훈민정음 ㄱㄴㄷ> 시리즈는 ㄱㄴㄷ 그림책의 특성을 가지고 있으나 훈민정음 창제 원리를 바탕으로 하여 소리 내며 글자를 익히는 것을 강조하고 글자를 제시하는 순서가 독특하다는 특징이 있다면, <노는 게 좋은 ㅡ·ㅣ>와 <자음의 탄생> 시리즈는 ㄱㄴㄷ 그림책의 특성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훈민정음 창제 원리를 바탕으로 하여 등장인물과 배경을 설정하여 하나의 이야기로 풀어냈다는 특징이 있다고 할 수 있다. 


3) 쉬운 그림책

다음에 소개할 그림책은 자음과 모음이 결합되어 글자가 되고, 글자와 글자가 만나 단어가 되는 것을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도와주는 종류의 책이다.


가장 대표적인 그림책은 육영회에서 출간된 <쉬운 책> 시리즈일 것이다. 쉬운 책은 쉽고 간단한 내용으로 되어 있는 얇은 책 시리즈로 영유아가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도록 되어 있어 영유아 자녀를 둔 부모에게 무척 인기를 끌었다. 아쉽게도 현재는 육영회의 <쉬운 책> 시리즈는 절판되어서 찾아보기 어렵지만, 이후 아이코리아에서 2009년에 <쉬운 책> 시리즈를 다시 새롭게 출간하였다.


지금은 단행본 그림책 중에서도 이러한 ‘쉬운 책’의 방향성을 가진 그림책을 찾아볼 수 있다. 그 중 하나로 김수희 글, 유하영 그림의 <가나다 아저씨>(크레용하우스, 2016)를 들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자녀에게 한글을 가르친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만들었고, 실제로 아이가 가나다 아저씨를 통해 쉽게 가나다를 익혔다고 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가나다 아저씨는 가나다라마바사아자차카타파하로 말을 한다. 그림책에 등장하는 택시 이름은 다타라 택시, 슈퍼 이름은 다사라 슈퍼이며, 슈퍼에서 살 것은 바나나 하나, 파 하나이다. 이런 식으로 가나다 아저씨는 받침 없이 초성과 중성으로만 되어 있는 비교적 쉬운 글자들만 사용해서 말을 한다.




정낙묵 글, 이제호 그림의 <냠냠 한글 가나다>(고인돌, 2019)  역시 쉬운 글자로 되어 있는 그림책이다. 특히 이 책은 자음과 모음이 결합되어 글자가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림책의 표지를 보면 ‘냠냠 한글 가나다’ 제목 아래로 왼쪽에 항아리가 하나 보이고, 개미들이 글자를 하나씩 들고 이동하고 있다. 면지에도 개미들이 글자를 하나씩 들고 있는 모습을 적절하게 배치하고 있다.


그림책의 내용은 이러하다. 개미들이 사다리를 항아리에 대고 올라간다. 항아리 속에 예쁜 글자가 가득 들어 있는 것을 본 개미들은 글자를 하나씩 꺼내서 항아리 밖에 있는 개미 친구들에게 던져 준다. 예를 들어 ㄱ을 받은 개미와 ㅏ를 받은 개미는 짝꿍을 이루어서 글자 ‘가’를 이룬다. 다른 개미들도 각각 ㄴ과 ㅏ를 받아 짝꿍이 되어 ‘나’를 이루고, ‘다’를 이룬다. 각각의 글자들은 색깔로 구분이 되어 있어 누가 누구의 짝꿍인지 쉽게 알 수 있다. 개미들은 신나게 한글 노래를 부르며 짝을 지어서 잔치 마당으로 줄줄이 나아간다. 잔치 마당으로 가는 길목에서 ‘가’지 밭에서 ‘가’지를 타고 놀고, ‘나’비들을 만나 ‘나’비와 놀기도 한다. 이렇게 해서 ‘하’늘의 ‘하’까지 만나고 나면 잔치 마당에 도착해서 한글탑을 세우고 한바탕 사물놀이를 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그 밖에도 책바보 출판사에서 출간된 김성민 작가의 ‘받침없는 글자로만 시리즈’는 아이들의 일상적인 이야기를 소재로 하였으며 받침이 없는 쉬운 글자로만 되어 있어 참고해볼 수 있다.

그림책 베이직 – 정보그림책 섹션 3월호에서는 지난 호에 이어서 “한글로의 즐거운 초대” 2부로서 1) 그래픽의 성격이 두드러지는 그림책, 2) 한글 창제원리를 알려주는 그림책, 3) 쉬운 그림책에 대해 소개하였다.

다양한 소재와 주제, 성격의 ㄱㄴㄷ 그림책을 살펴보며 하나님이 우리에게 선물로 주신 창조성에 대해, 그리고 어린이들이 글자를 잘 이해하고 익히기를 바라는 어른들의 마음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비단 ㄱㄴㄷ 그림책에서 뿐만 아니라, 모든 그림책에서 독자와 작가 모두 작품의 창조성을 통해 창조주이신 하나님을 새롭게 만나게 되길, 그리고 어른이 아이에게 건네는 따스하고 유익한 매체로서 그림책을 바라보게 되길 바란다. 



[1]  <유아의 삶과 교육을 이어가는 교사들-교사 이해 자료>, 323쪽

자료집 다운로드: https://www.i-nuri.go.kr/main/board/view.do?menu_idx=227&manage_idx=87&board_idx=2145&old_menu_idx=0&old_manage_idx=0&old_board_idx=0&group_depth=0&parent_idx=0&group_idx=0&entire_check=&entire_idx=0&how_show=each&ismodal_yn=N&search_type=title&search_text=&viewPage=1

[2]  이 책은 2009년도에 처음 출간되었다가, 2019년도에 개정판이 새로 나왔다.

김현경 | 성균관대학원 아동청소년학과 박사과정 수료

성균관대학교 아동청소년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영국 캠브릿지 대학교 교육학과 the PLACE 연구소에서 Visiting Scholar를 지냈습니다.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과 미디어에 담긴 세계관 연구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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