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론적 환경주의 그림책 비평 『바다와 큰사람』
이 글은 필자의 박사학위 논문인 『종말론적 환경주의 그림책의 환경 위기에 대한 비판적 고찰과
인간관에 대한 기독교적 조망』(2024)의 일부를 수정, 보완한 것입니다.
『바다와 큰사람』 그림책 자세히 보기
2024년부터 초등학교 1, 2학년 학생들은 2022 개정교육과정이 반영된 새로운 교과서를 사용하고 있다. 그 중에서 1학년 2학기 <약속> 교과서에는 2010년 제28회 MBC 창작동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왜 이렇게 덥지?> 동요의 노랫말이 실려 있다. <왜 이렇게 덥지?> 의 노랫말은 이러하다.
“아이스크림 좋아 냉장고 자꾸 열면 빙하가 녹잖아 펭귄이 싫어해
무심코 켜놓은 컴퓨터 때문에 지구가 아파 울고 있어
물놀이 좋아 수도꼭지 자꾸 틀면 바다가 더워져 고래가 싫어해
무심코 켜놓은 형광등 때문에 지구가 점점 더워 더워 더워지네
지구는 벗을 옷도 없는데 자꾸만 덥게 하면 안 되는데
자전거 타고서 달려보자 우리 지구 시원하게
지구는 벗을 옷도 없는데 자꾸만 덥게 하면 안 되는데
나무 한 그루 심어보자 우리 지구 시원하게”
이 노래에서는 사람들의 행동으로 빙하가 녹고, 바다와 지구가 더워지고 있다고 하며 지구 온난화에 대해 간접적으로 이야기한다. 지난 호에서 다루었던 ‘기후 위기론’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1] 기후 위기론에서는 인간의 산업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탄소가 지구를 뜨겁게 만드는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과학 기술이나 인간의 문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한다.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이러한 내용이 다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지구 온난화를 비롯한 기후 위기론이 유아동의 환경교육에서 일반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난 호에서 다루었던 것과 같이 ‘기후 위기론’은 하나의 가설일 뿐 아니라, 전세계에 있는 적지 않은 수의 과학자들이 지구 온난화를 비롯한 위기론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을 주장하는 ‘기후 위기 회의론’이 대두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유아동의 환경교육 측면에서 주로 지구 온난화와 함께 제기되는 기후 위기론이 올바른 정보인지에 대해 비판적으로 살펴봐야 할 뿐 아니라, 기후 위기와 문제를 강조하는 교육이 과연 유아동에게 적절한 교육 방식인지에 대해서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이 글에서는 교과서에 실려 있는 노랫말처럼, ‘기계와 탄소, 지구 온난화’를 다루는 종말론적 환경주의 그림책을 자세하게 살펴보겠다. 그림책의 앞표지를 보면 왼쪽 위의 커다란 얼굴이 오른쪽 아래의 작은 소녀를 내려다보고 있다. 바닷가를 배경으로 그려진 두 얼굴 사이에 그림책의 제목 ‘바다와 큰사람’이 적혀 있다. 뒤표지에는 어둠을 배경으로 파도가 치는 듯한 형상이 그려져 있으며 그림책 본문 글 텍스트가 일부 쓰여 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수상한 조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바닷물이 모래사장을 휩쓸며 소리 없이 밀려왔다 밀려갔습니다. 때때로, 바닷물은 도시 안쪽으로 깊숙이 밀려들었습니다.” 다른 많은 글 텍스트 중에서 특별히 이 글이 뒤표지에 적혀 있는 것은 이것이 작가의 메시지를 잘 드러내는 내용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이 그림책은 바닷물이 도시를 덮치는 끔찍한 위기의 상황을 강조하며 독자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는 데 주력한다.
면지는 약간 어두운 짙푸른 색상으로 되어 있다. 면지를 넘기면 그림책 본문이 나오기 전에 2021년 8월 25일부터 8월 27일까지 사흘 동안 그린란드에서 약 184억 톤의 얼음이 사라졌다는 보도가 나온다. 작가는 그린란드 전체의 얼음이 녹아 내리면 지구의 해수면은 2-10cm 상승할 것이라고 과학자들의 예측도 함께 전한다. 이러한 뉴스 보도를 전하는 것은 픽션이 아닌 팩트를 기반으로 독자에게 리얼한 환경 위기 상황을 전달함으로써 경각심을 주기 위한 것이거나, 혹은 본문의 이야기가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쓰인 픽션임을 알리기 위한 것일 수 있다. 즉, 이 뉴스 보도가 그림책이 만들어진 출발점이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뉴스 보도가 ‘사실’을 넘어서 어떤 ‘진실’을 품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그림책을 먼저 살펴본 후에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이야기는 바닷가에 큰사람이 서 있다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바다를 지키는 일은 큰사람이 오래전부터 사람들과 했던 약속이다. 바닷가에서는 여자아이가 뛰어놀고 있었고 큰사람은 여자아이의 노랫소리에 가만히 귀 기울였다. 바다를 살피는 일 말고 큰사람은 어디에도 한눈팔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큰사람이 여자아이를 바라보며 바닷물이 끓고 있으며 넘칠 것 같다고 말한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는 여자아이에게 큰사람은 도시로 달려가서 기계를 멈춰 세워야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모든 것이 바닷물에 잠기고 만다고 경고한다. 여자아이와 부모는 큰사람의 말을 따르지만, 시장과 사업가 등 도시 사람들은 여자아이를 비웃고 화를 낸다. 여자아이는 기계가 뿜어내는 탄소 때문에 해수면이 높아졌다며 큰사람에게 들은 대로 설명하지만, 신문은 큰사람이 거짓말쟁이며 무언가 나쁜 일을 꾸미는 것이라고 떠든다. 결국 사람들은 떼를 지어 큰사람에게 몰려가 기계의 힘을 찬양하고 항의하며 큰사람에게 당장 우리 바다에서 떠나라고 외친다. 결국 사람들의 등쌀에 못 이겨 큰사람은 바닷가를 떠나고, 사람들은 기계 주위를 돌며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른다. 이후로 많은 날이 흘렀고 사람들은 큰사람의 경고를 잊었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 수상한 조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바닷물이 도시 안쪽으로 깊숙이 밀려 들어왔고, 사람들이 높이 쌓은 둑도 허물어지고, 바닷물이 삽시간에 도시를 삼켜버렸다. 여자아이가 겁에 질려 엄마 아빠를 부둥켜안고 있을 때 큰사람이 창문 너머에서 손을 뻗어 아이와 부모를 들어 올린다. 큰사람은 할 수 있는 한 많은 사람을 구했지만, 기계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은 구할 수가 없었다.
큰사람은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아무도 살지 않는 높은 곳에 사람들을 내려놓았다. 그 땅에서 사람들은 새집을 짓고, 농작물을 가꾸며 다시 이전과 같은 삶을 살기 시작했다. 큰사람은 마을 가까운 바닷가에 자리를 잡고 우뚝 서서 바다를 지키고 서 있었다. 다시 바닷가에 큰사람이 서 있다. 바다를 지키는 일은 그가 오래전부터 사람들과 해 온 약속이다. 그 바닷가에서 남자아이가 뛰어놀고 있다. 큰사람은 남자아이의 노랫소리에 가만히 귀 기울인다. 큰사람은 바다를 살피는 일 말고 어디에도 한눈팔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큰사람이 남자아이 쪽으로 눈길을 돌려 빙하가 녹아 내리고 바닷물이 차오르고 있다며 숨 가쁘게 말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그림책 본문이 끝나고 다음 장에는 연두색 지면에 환경 오염과 기후 위기에 대한 정보가 자세하게 담겨 있다. 이 내용은 작가가 쓴 것인지, 아니면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것인지 확실하지 않다. 정보 글에는 경제 발전으로 사람들의 삶이 풍요로워졌지만, 자원의 무분별한 개발과 남용으로 다양한 오염 물질이 발생하였다고 설명한다. 또, 다양한 환경 오염 중에서도 대기오염은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해 기후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고 덧붙인다. 그리고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기계 산업이 온실가스를 방출하여 대기를 오염시키는데 특히 이산화탄소가 지구 기온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이 되며 기온 상승으로 해수면이 높아지고 대기 불안으로 각종 재난과 질병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으로 화력발전이 아닌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해야 하고, 인구 증가를 억제해야 하며, 사고방식과 생활방식을 바꾸어야 한다고 말한다. 정보 글은 실생활에서의 실천 방법을 제시하며 ‘어린이 여러분도 기후 위기 캠페인에 관심을 가져보라’ 고 권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이산화탄소와 해빙은 과연 인류의 삶을 위협하고 있는가?
지구 온난화로 인해 해수면이 상승하는 위기는 사실을 바탕으로 한 것일까? 아마도 그림책 속 공장이 내뿜는 검은 연기는 온난화로 인해 가장 큰 적으로 여겨지는 이산화탄소를 상징할 것이다. 그러나 과학자들에 따르면 온실가스 중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이산화탄소가 아닌 ‘수증기’이고, 현재 이산화탄소의 농도(400ppm 정도)는 지구 전체 역사의 평균 이산화탄소 농도인 2,600ppm에 비하여 매우 낮은 편이다. 그리고 현재의 ‘온난화’ 현상은 화석연료를 이용하던 산업화 시기 이전인 17세기 후반에 이미 시작되었다. 이와 같은 사실들은 지구의 온난화 현상이 이산화탄소 때문이 아니며 위기의 상황도 아님을 보여준다(Wrightstone, 2021:25-78). 사실 이산화탄소로 인한 온실효과는 0.12%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하고, 이산화탄소가 증가한다고 하더라도 이산화탄소의 적외선 흡수 파장이 대기 수증기와 겹치기 때문에 체감 현상이 나타나 기온 상승이나 지구 기후에 영향을 줄 수 없다(박석순, 2023:128-139). 오히려 이산화탄소의 증가는 지구의 녹색화가 이어지고, 식물의 왕성한 성장은 농업 생산량을 증가시킨다(박석순, 2023:140-150). 이러한 점에서 이산화탄소는 저주가 아니라 오히려 축복인 셈이다.
그렇다면 그림책의 앞부분에 인용된 약 184억 톤의 얼음이 그린란드에서 사라졌다는 기사의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먼저, 북극해 빙하는 지구 전체 빙하 부피의 0.06%에 불과하며 물 위에 떠 있으므로 모두 녹는다고 해도 해수면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박석순, 2023:39). 중요한 것은 육지에 빙하가 있는 남극 대륙과 그린란드인데 남극 대륙에는 연간 약 820억 톤의 새로운 빙하가 계속 쌓이고 있으며 이는 NASA와 여러 국가의 학술논문이 증명하고 있는 사실이다(박석순, 2023:39-40). 또한 현재 지구의 평균 해수면 상승은 100년에 약 7cm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더워지는 바다의 물 부피가 늘어나기 때문이지만 매년 약 820억 톤의 빙하가 쌓이고 있어서 녹아내리는 빙하와 만년설을 상쇄하고도 남는다(박석순, 2023:45-46). 특히 그린란드 빙하가 녹는 것은 주기적인 자연 현상이 반복되는 것으로서, 중세 온난기에는 수천 명의 바이킹이 그린란드 지역에 정착하여 농경을 하며 살다가 15세기에 모두 떠났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박석순, 2023:41-42). 2007년 미국 국립과학재단에서도 “그린란드 빙하가 녹는 것은 1920-1940년대에 일어났던 현상의 반복이기 때문에 인간에 의한 특이한 현상이 결코 아니다”라고 발표하였다(박석순, 2023:42).
따라서 그림책에서 이산화탄소로 인해 지구 온난화가 생겨나고 또, 이로 인해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다는 설정은 다양한 사실들로 비추어 보았을 때 과장되거나 잘못된 정보임을 알 수 있다.
도시의 기계를 멈추는 것이 해결책인가?
그림책에서 ‘큰사람’은 여자아이에게 도시로 달려가서 기계를 멈춰 세워야 한다고 해결책을 직접 알려준다. 본문 이후에 추가된 정보 글에서도 기계 산업이 온실가스를 방출하여 대기를 오염시키고 지구 기온을 상승시켜 결국 해수면이 높아지는 기후 위기가 발생한다고 설명하며, 도시의 기계를 멈추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말한다. 그림책 속 큰사람이 “도시로 달려가서 기계를 멈춰 세워야만 해!”라고 경고했을 때, 기계를 옹호하는 도시 사람들은 아이와 큰사람을 비난할 뿐만 아니라 큰사람을 내쫓고 기계 주변을 돌며 우상을 섬기는 듯한 모습으로 묘사된다. 이는 도시 사람들을 비이성적이고 맹목적인 이미지로 만들고 기계와 산업화를 혐오스럽게 만든다.
이처럼 그림책에서 해수면 상승이 ‘탄소’ 외에도 인류 문명의 발달, 또는 도시화/산업화로 인해 발생한 것처럼 그려진 것은 그림책에 산업화가 매우 비판적으로 나타났다고 보고한 Drabløs & Stave(2023)의 연구 결과와 상통한다. 종말론적 환경주의가 반산업화, 반문명의 특성을 지닌다는 것은 Shellenberger(2021)와 Moore(2021)에 의해 지적된 사항이기도 하다. 그러나 박석순(2023:193)은 인류사의 대부분이 영양결핍과 질병에 시달리는 처절한 시간이었지만 18세기 말 화석연료 사용으로 시작된 산업화가 오히려 인류를 가난에서 벗어나도록 풍요의 시대를 가져다 주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그림책에서 ‘산업화’가 가져온 이점은 고려하지 않고 폐해만을 강조하는 것은 무리가 있으며, 공장이나 기계를 멈추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산업 경제를 포함한 다양한 영역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인간사회를 지나치게 단순하게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이 세상이나 인류의 종말을 암시하는 그림책의 사례로서 <바다와 큰사람>을 자세히 살펴보고, 그림책에 그려진 이산화탄소와 해빙의 문제 및 문제의 해결책으로 제시된 도시의 기계를 멈추는 방안에 대해 비평해 보았다.
이 그림책과 같이 ‘종말론적 환경주의’를 반영하는 그림책들은 2019년 이후 속속 출간되고 있다. 그러한 그림책 중에는 문명의 역사를 보여주며 종국에는 인간의 멸종을 보여주는 <아주 옛날에는 사람이 안 살았다는데>나 외계인에 의해 인간을 멸종시키고 다시 복원시키기까지 하는 <2053년 이후, 그 행성 이야기>도 있다. 또, 인류의 종말까지는 아니더라도 인간을 지구에서 추방시킴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암시하는 <지구를 지키는 가장 완벽한 방법!>과 같은 그림책이나, 플라스틱의 과다 사용으로 인간에게서 나온 새로운 생명체인 ‘플라스틱’이 인간을 해치는 내용을 담고 있는 <플라스틱 인간>과 같은 그림책도 있다.
이러한 그림책들은 형식적으로는 매우 유쾌하거나 가볍게, 유머러스하게 표현되거나, 혹은 세련되고 예술적인 기법을 보여주기도 해서 그림책이 전하는 메시지와는 별개로 그림책의 형식적인 측면에서 독자의 호감을 사거나 흥미를 끌기도 한다. 그러나 그림책이 세상과 인간에 대한 관점 즉, 세계관을 담고 있는 하나의 매체라는 것을 기억하고 독자들은 반드시 그림책의 형식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내용적인 측면도 살펴보아야 한다. 과연 이 그림책이 전하는 정보들이 과학적인 사실에 기반한 것인지 아니면 방송 미디어에서 오남용하여 생산해내는 종말론적 환경주의에 기반한 것인지 비판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인간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과연 유아의 자아상이나 정서적인 건강을 해치지는 않는지 헤아려 보아야 한다. 이 세상에 태어난 영유아들에게 ‘잘 태어났다’고 환대하는 건강한 그림책들이 더 많이 출판되기를 바란다.
| 김현경 | 성균관대학원 아동청소년학과 박사과정 수료 성균관대학교 아동청소년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영국 캠브릿지 대학교 교육학과 the PLACE 연구소에서 Visiting Scholar를 지냈습니다. 현재 경인교육대학교 유아교육과 강사로 있으며,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과 미디어에 담긴 세계관 연구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
종말론적 환경주의 그림책 비평 『바다와 큰사람』
이 글은 필자의 박사학위 논문인 『종말론적 환경주의 그림책의 환경 위기에 대한 비판적 고찰과
인간관에 대한 기독교적 조망』(2024)의 일부를 수정, 보완한 것입니다.
『바다와 큰사람』 그림책 자세히 보기
2024년부터 초등학교 1, 2학년 학생들은 2022 개정교육과정이 반영된 새로운 교과서를 사용하고 있다. 그 중에서 1학년 2학기 <약속> 교과서에는 2010년 제28회 MBC 창작동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왜 이렇게 덥지?> 동요의 노랫말이 실려 있다. <왜 이렇게 덥지?> 의 노랫말은 이러하다.
이 노래에서는 사람들의 행동으로 빙하가 녹고, 바다와 지구가 더워지고 있다고 하며 지구 온난화에 대해 간접적으로 이야기한다. 지난 호에서 다루었던 ‘기후 위기론’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1] 기후 위기론에서는 인간의 산업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탄소가 지구를 뜨겁게 만드는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과학 기술이나 인간의 문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한다.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이러한 내용이 다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지구 온난화를 비롯한 기후 위기론이 유아동의 환경교육에서 일반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난 호에서 다루었던 것과 같이 ‘기후 위기론’은 하나의 가설일 뿐 아니라, 전세계에 있는 적지 않은 수의 과학자들이 지구 온난화를 비롯한 위기론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을 주장하는 ‘기후 위기 회의론’이 대두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유아동의 환경교육 측면에서 주로 지구 온난화와 함께 제기되는 기후 위기론이 올바른 정보인지에 대해 비판적으로 살펴봐야 할 뿐 아니라, 기후 위기와 문제를 강조하는 교육이 과연 유아동에게 적절한 교육 방식인지에 대해서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이 글에서는 교과서에 실려 있는 노랫말처럼, ‘기계와 탄소, 지구 온난화’를 다루는 종말론적 환경주의 그림책을 자세하게 살펴보겠다. 그림책의 앞표지를 보면 왼쪽 위의 커다란 얼굴이 오른쪽 아래의 작은 소녀를 내려다보고 있다. 바닷가를 배경으로 그려진 두 얼굴 사이에 그림책의 제목 ‘바다와 큰사람’이 적혀 있다. 뒤표지에는 어둠을 배경으로 파도가 치는 듯한 형상이 그려져 있으며 그림책 본문 글 텍스트가 일부 쓰여 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수상한 조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바닷물이 모래사장을 휩쓸며 소리 없이 밀려왔다 밀려갔습니다. 때때로, 바닷물은 도시 안쪽으로 깊숙이 밀려들었습니다.” 다른 많은 글 텍스트 중에서 특별히 이 글이 뒤표지에 적혀 있는 것은 이것이 작가의 메시지를 잘 드러내는 내용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이 그림책은 바닷물이 도시를 덮치는 끔찍한 위기의 상황을 강조하며 독자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는 데 주력한다.
면지는 약간 어두운 짙푸른 색상으로 되어 있다. 면지를 넘기면 그림책 본문이 나오기 전에 2021년 8월 25일부터 8월 27일까지 사흘 동안 그린란드에서 약 184억 톤의 얼음이 사라졌다는 보도가 나온다. 작가는 그린란드 전체의 얼음이 녹아 내리면 지구의 해수면은 2-10cm 상승할 것이라고 과학자들의 예측도 함께 전한다. 이러한 뉴스 보도를 전하는 것은 픽션이 아닌 팩트를 기반으로 독자에게 리얼한 환경 위기 상황을 전달함으로써 경각심을 주기 위한 것이거나, 혹은 본문의 이야기가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쓰인 픽션임을 알리기 위한 것일 수 있다. 즉, 이 뉴스 보도가 그림책이 만들어진 출발점이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뉴스 보도가 ‘사실’을 넘어서 어떤 ‘진실’을 품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그림책을 먼저 살펴본 후에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이야기는 바닷가에 큰사람이 서 있다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바다를 지키는 일은 큰사람이 오래전부터 사람들과 했던 약속이다. 바닷가에서는 여자아이가 뛰어놀고 있었고 큰사람은 여자아이의 노랫소리에 가만히 귀 기울였다. 바다를 살피는 일 말고 큰사람은 어디에도 한눈팔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큰사람이 여자아이를 바라보며 바닷물이 끓고 있으며 넘칠 것 같다고 말한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는 여자아이에게 큰사람은 도시로 달려가서 기계를 멈춰 세워야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모든 것이 바닷물에 잠기고 만다고 경고한다. 여자아이와 부모는 큰사람의 말을 따르지만, 시장과 사업가 등 도시 사람들은 여자아이를 비웃고 화를 낸다. 여자아이는 기계가 뿜어내는 탄소 때문에 해수면이 높아졌다며 큰사람에게 들은 대로 설명하지만, 신문은 큰사람이 거짓말쟁이며 무언가 나쁜 일을 꾸미는 것이라고 떠든다. 결국 사람들은 떼를 지어 큰사람에게 몰려가 기계의 힘을 찬양하고 항의하며 큰사람에게 당장 우리 바다에서 떠나라고 외친다. 결국 사람들의 등쌀에 못 이겨 큰사람은 바닷가를 떠나고, 사람들은 기계 주위를 돌며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른다. 이후로 많은 날이 흘렀고 사람들은 큰사람의 경고를 잊었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 수상한 조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바닷물이 도시 안쪽으로 깊숙이 밀려 들어왔고, 사람들이 높이 쌓은 둑도 허물어지고, 바닷물이 삽시간에 도시를 삼켜버렸다. 여자아이가 겁에 질려 엄마 아빠를 부둥켜안고 있을 때 큰사람이 창문 너머에서 손을 뻗어 아이와 부모를 들어 올린다. 큰사람은 할 수 있는 한 많은 사람을 구했지만, 기계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은 구할 수가 없었다.
큰사람은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아무도 살지 않는 높은 곳에 사람들을 내려놓았다. 그 땅에서 사람들은 새집을 짓고, 농작물을 가꾸며 다시 이전과 같은 삶을 살기 시작했다. 큰사람은 마을 가까운 바닷가에 자리를 잡고 우뚝 서서 바다를 지키고 서 있었다. 다시 바닷가에 큰사람이 서 있다. 바다를 지키는 일은 그가 오래전부터 사람들과 해 온 약속이다. 그 바닷가에서 남자아이가 뛰어놀고 있다. 큰사람은 남자아이의 노랫소리에 가만히 귀 기울인다. 큰사람은 바다를 살피는 일 말고 어디에도 한눈팔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큰사람이 남자아이 쪽으로 눈길을 돌려 빙하가 녹아 내리고 바닷물이 차오르고 있다며 숨 가쁘게 말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그림책 본문이 끝나고 다음 장에는 연두색 지면에 환경 오염과 기후 위기에 대한 정보가 자세하게 담겨 있다. 이 내용은 작가가 쓴 것인지, 아니면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것인지 확실하지 않다. 정보 글에는 경제 발전으로 사람들의 삶이 풍요로워졌지만, 자원의 무분별한 개발과 남용으로 다양한 오염 물질이 발생하였다고 설명한다. 또, 다양한 환경 오염 중에서도 대기오염은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해 기후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고 덧붙인다. 그리고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기계 산업이 온실가스를 방출하여 대기를 오염시키는데 특히 이산화탄소가 지구 기온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이 되며 기온 상승으로 해수면이 높아지고 대기 불안으로 각종 재난과 질병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으로 화력발전이 아닌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해야 하고, 인구 증가를 억제해야 하며, 사고방식과 생활방식을 바꾸어야 한다고 말한다. 정보 글은 실생활에서의 실천 방법을 제시하며 ‘어린이 여러분도 기후 위기 캠페인에 관심을 가져보라’ 고 권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이산화탄소와 해빙은 과연 인류의 삶을 위협하고 있는가?
지구 온난화로 인해 해수면이 상승하는 위기는 사실을 바탕으로 한 것일까? 아마도 그림책 속 공장이 내뿜는 검은 연기는 온난화로 인해 가장 큰 적으로 여겨지는 이산화탄소를 상징할 것이다. 그러나 과학자들에 따르면 온실가스 중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이산화탄소가 아닌 ‘수증기’이고, 현재 이산화탄소의 농도(400ppm 정도)는 지구 전체 역사의 평균 이산화탄소 농도인 2,600ppm에 비하여 매우 낮은 편이다. 그리고 현재의 ‘온난화’ 현상은 화석연료를 이용하던 산업화 시기 이전인 17세기 후반에 이미 시작되었다. 이와 같은 사실들은 지구의 온난화 현상이 이산화탄소 때문이 아니며 위기의 상황도 아님을 보여준다(Wrightstone, 2021:25-78). 사실 이산화탄소로 인한 온실효과는 0.12%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하고, 이산화탄소가 증가한다고 하더라도 이산화탄소의 적외선 흡수 파장이 대기 수증기와 겹치기 때문에 체감 현상이 나타나 기온 상승이나 지구 기후에 영향을 줄 수 없다(박석순, 2023:128-139). 오히려 이산화탄소의 증가는 지구의 녹색화가 이어지고, 식물의 왕성한 성장은 농업 생산량을 증가시킨다(박석순, 2023:140-150). 이러한 점에서 이산화탄소는 저주가 아니라 오히려 축복인 셈이다.
그렇다면 그림책의 앞부분에 인용된 약 184억 톤의 얼음이 그린란드에서 사라졌다는 기사의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먼저, 북극해 빙하는 지구 전체 빙하 부피의 0.06%에 불과하며 물 위에 떠 있으므로 모두 녹는다고 해도 해수면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박석순, 2023:39). 중요한 것은 육지에 빙하가 있는 남극 대륙과 그린란드인데 남극 대륙에는 연간 약 820억 톤의 새로운 빙하가 계속 쌓이고 있으며 이는 NASA와 여러 국가의 학술논문이 증명하고 있는 사실이다(박석순, 2023:39-40). 또한 현재 지구의 평균 해수면 상승은 100년에 약 7cm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더워지는 바다의 물 부피가 늘어나기 때문이지만 매년 약 820억 톤의 빙하가 쌓이고 있어서 녹아내리는 빙하와 만년설을 상쇄하고도 남는다(박석순, 2023:45-46). 특히 그린란드 빙하가 녹는 것은 주기적인 자연 현상이 반복되는 것으로서, 중세 온난기에는 수천 명의 바이킹이 그린란드 지역에 정착하여 농경을 하며 살다가 15세기에 모두 떠났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박석순, 2023:41-42). 2007년 미국 국립과학재단에서도 “그린란드 빙하가 녹는 것은 1920-1940년대에 일어났던 현상의 반복이기 때문에 인간에 의한 특이한 현상이 결코 아니다”라고 발표하였다(박석순, 2023:42).
따라서 그림책에서 이산화탄소로 인해 지구 온난화가 생겨나고 또, 이로 인해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다는 설정은 다양한 사실들로 비추어 보았을 때 과장되거나 잘못된 정보임을 알 수 있다.
도시의 기계를 멈추는 것이 해결책인가?
그림책에서 ‘큰사람’은 여자아이에게 도시로 달려가서 기계를 멈춰 세워야 한다고 해결책을 직접 알려준다. 본문 이후에 추가된 정보 글에서도 기계 산업이 온실가스를 방출하여 대기를 오염시키고 지구 기온을 상승시켜 결국 해수면이 높아지는 기후 위기가 발생한다고 설명하며, 도시의 기계를 멈추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말한다. 그림책 속 큰사람이 “도시로 달려가서 기계를 멈춰 세워야만 해!”라고 경고했을 때, 기계를 옹호하는 도시 사람들은 아이와 큰사람을 비난할 뿐만 아니라 큰사람을 내쫓고 기계 주변을 돌며 우상을 섬기는 듯한 모습으로 묘사된다. 이는 도시 사람들을 비이성적이고 맹목적인 이미지로 만들고 기계와 산업화를 혐오스럽게 만든다.
이처럼 그림책에서 해수면 상승이 ‘탄소’ 외에도 인류 문명의 발달, 또는 도시화/산업화로 인해 발생한 것처럼 그려진 것은 그림책에 산업화가 매우 비판적으로 나타났다고 보고한 Drabløs & Stave(2023)의 연구 결과와 상통한다. 종말론적 환경주의가 반산업화, 반문명의 특성을 지닌다는 것은 Shellenberger(2021)와 Moore(2021)에 의해 지적된 사항이기도 하다. 그러나 박석순(2023:193)은 인류사의 대부분이 영양결핍과 질병에 시달리는 처절한 시간이었지만 18세기 말 화석연료 사용으로 시작된 산업화가 오히려 인류를 가난에서 벗어나도록 풍요의 시대를 가져다 주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그림책에서 ‘산업화’가 가져온 이점은 고려하지 않고 폐해만을 강조하는 것은 무리가 있으며, 공장이나 기계를 멈추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산업 경제를 포함한 다양한 영역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인간사회를 지나치게 단순하게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이 세상이나 인류의 종말을 암시하는 그림책의 사례로서 <바다와 큰사람>을 자세히 살펴보고, 그림책에 그려진 이산화탄소와 해빙의 문제 및 문제의 해결책으로 제시된 도시의 기계를 멈추는 방안에 대해 비평해 보았다.
이 그림책과 같이 ‘종말론적 환경주의’를 반영하는 그림책들은 2019년 이후 속속 출간되고 있다. 그러한 그림책 중에는 문명의 역사를 보여주며 종국에는 인간의 멸종을 보여주는 <아주 옛날에는 사람이 안 살았다는데>나 외계인에 의해 인간을 멸종시키고 다시 복원시키기까지 하는 <2053년 이후, 그 행성 이야기>도 있다. 또, 인류의 종말까지는 아니더라도 인간을 지구에서 추방시킴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암시하는 <지구를 지키는 가장 완벽한 방법!>과 같은 그림책이나, 플라스틱의 과다 사용으로 인간에게서 나온 새로운 생명체인 ‘플라스틱’이 인간을 해치는 내용을 담고 있는 <플라스틱 인간>과 같은 그림책도 있다.
이러한 그림책들은 형식적으로는 매우 유쾌하거나 가볍게, 유머러스하게 표현되거나, 혹은 세련되고 예술적인 기법을 보여주기도 해서 그림책이 전하는 메시지와는 별개로 그림책의 형식적인 측면에서 독자의 호감을 사거나 흥미를 끌기도 한다. 그러나 그림책이 세상과 인간에 대한 관점 즉, 세계관을 담고 있는 하나의 매체라는 것을 기억하고 독자들은 반드시 그림책의 형식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내용적인 측면도 살펴보아야 한다. 과연 이 그림책이 전하는 정보들이 과학적인 사실에 기반한 것인지 아니면 방송 미디어에서 오남용하여 생산해내는 종말론적 환경주의에 기반한 것인지 비판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인간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과연 유아의 자아상이나 정서적인 건강을 해치지는 않는지 헤아려 보아야 한다. 이 세상에 태어난 영유아들에게 ‘잘 태어났다’고 환대하는 건강한 그림책들이 더 많이 출판되기를 바란다.
[1] 기후 위기론과 기후 위기 회의론에 대한 설명은 지난 호 글에 소개되어 있다. https://www.picturebook-basic.com/135/?q=YToxOntzOjEyOiJrZXl3b3JkX3R5cGUiO3M6MzoiYWxsIjt9&bmode=view&idx=101367813&t=board
김현경 | 성균관대학원 아동청소년학과 박사과정 수료
성균관대학교 아동청소년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영국 캠브릿지 대학교 교육학과 the PLACE 연구소에서 Visiting Scholar를 지냈습니다. 현재 경인교육대학교 유아교육과 강사로 있으며,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과 미디어에 담긴 세계관 연구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