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심도 해체해버리는 '평화주의'

2022-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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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심도 해체해버리는 '평화주의'



권정생 선생님은 일본에서 가난한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나 해방 후 귀국하여 객지를 떠돌다 1966년부터 마을 교회종지기로 살며 자연과 생명, 어린이와 가난한 이들을 품고 가장 낮은 곳에서 온 마음으로 글을 쓰며 글과 삶이 일치하는 신실한 작가의 삶을 살았다. 많은 이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는 권정생 선생님의 그림책을 비평하려니 여러 가지 생각으로 복잡해지지만, 먼저 선생님의 인생 전반의 삶과 모든 글에 대한 연구가 선행된 것은 아니며 단지 『애국자가 없는 세상』이라는 한 권의 그림책에 대한 비평인 것을 밝힌다.  ‘민족’ ‘국가’ ‘애국심’으로부터 해방된 사람만이 꽃과 나무와 풀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다며 애국심마저도 해체해버리는 평화주의자이자 반전주의자였던 선생님의 진실한 바람은 우리와 다음 세대를 위해 올바른 생각일까? 피해야 할 생각일까? 

『애국자가 없는 세상』 은 2000년에 발표된 권정생 선생님의 시에 김규정이 그림을 그려 2021년에 출판되었다.  판화로 그려진 그림은 시가 가진 의미를 더욱 풍성하고 독창적으로 표현했다. 이 세상의 수많은 나라의 국기를 묘사한 장면을 한 장 넘기면 국기를 뚫고 ‘하이 히틀러!!’를 외치는 듯이 하늘을 향해 팔을 쳐들고 있다. 양쪽 펼침면 사이로 사나운 맹수 중 하나인 곰과 늑대가 서로를 노려본다. 총과 탱크와 핵무기로 서로를 향해 으르렁대던 무리 가운데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무리 중의 한 남자아이가 곰 가면을 벗는다. 한 여자아이는 늑대 가면을 벗는다. 그리고 중앙에 놓여진 애벌레를 향해 걷기 시작한다. 두 아이가 흉측해 보이는 애벌레를 안으니 애벌레 안에서 날개가 펼쳐지기 시작한다. 두 아이가 나비의 날개를 활짝 펼치니 곰과 늑대 무리가 나비를 주목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서서히 곰과 늑대의 가면을 쓰고 있던 수많은 사람들이 가면을 벗고 남녀노소가 함께 기타 치고 춤을 추고 책을 읽고 꽃을 가꾸며 아름다운 세상을 노래하며 끝난다. 




이 그림책에 대한 교보, 알라딘, yes24에 실린 서평들을 살펴보면, 수많은 리뷰가 달린 것은 아니지만 평점이 모두 5점 만점인 것이 인상적이고, 대부분의 내용이 깊은 감동을 주는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애국자가 없는 세상? 그림책 제목을 보고 의구심을 가졌던 그 짧은 시간이 부끄러워졌다. 한 번 읽고, 두 번째 글과 그림을 음미하고, 세 번째로 깨달으며 애국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어린이들이 “왜 애국자가 없는 세상이 더 좋은 세상인 거지?” 하고 한 번이라도 고민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인 것 같아서 많은 어린이들이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애국자가 무엇이지? 애국자란 자기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을 뜻하는데 왜 없어야 하는 것일까? 그림책을 읽으면서 소름이 끼치는 듯한 느낌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내가 가지고 있던 하나의 틀을 마구 뒤흔들어서 새로운 문이 생긴 듯한 기분이 들었다.


서평을 통해 처음에는 ‘왜 애국자가 없어야 하는거지?’라는 의구심을 가진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난 후 본인이 가진 고정관념의 틀을 흔들어 버린 후 작가가 전하고자 했던 평화주의와 반전주의를 감명 깊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살필 수 있다. 

젊은이들이 애국 애족이 없다면 나라와 동족을 위해 총을 메고 전쟁터에 가지 않을 테고 대포도, 탱크도, 핵무기도 안 만들 테니 국방의 의무란 것도 군대 훈련소 같은 데도 없을 테고 어머니들은 자식을 전쟁으로 잃지 않아도 될 테고 젊은이들은 꽃과 연인과 자연을 사랑하며 더 많은 것을 아끼고 세상은 아름답고 따사로워질 것이라는 메시지가 얼마나 아름다운 유토피아인가. 이 책의 세계관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애국할 필요도 없고, 나라를 지키겠다고 군대에 갈 필요도 없다. 애국하겠다고 하는 것은 오히려 평화를 깨는 악한 것이 되고 만다. 이 책을 읽은 어린이들은 나라를 사랑하는 애국심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게 되고, 총을 든 군인을 바라보며 어떤 느낌을 가지게 될까? 아마도 애국심은 가질 필요가 없는 불필요한 것이고, 나라를 위해 군대를 간다는 것은 자연과 연인을 사랑하며 즐길 수 있는 소중한 젊은 시절의 시간 낭비일 뿐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평화로운 삶은 모든 사람들이 바라는 꿈이며 진정으로 이 땅에 평화가 지속되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희망으로 평화가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내 주변을 아끼고 사랑하면 저절로 평화가 이루어져 세상이 아름다워질 것이라는 것은 상상 속의 판타지일 뿐이다. 작가는 몇 줄의 시를 통해서라도 그렇게 위로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와 같은 판타지를 그림책의 형태로 어린이들에게 심어 주는 것이 진정으로 다음 세대가 평화를 이루어 가는데 유익이 있을까? 실제로 평화는 어떻게 이루어낼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은 명확하다. 인류 역사에 전쟁이 없던 시기는 거의 없었다. 평화와 자유는 공짜로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쳐 준 진리이다.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라는 플라비우스 베게티우스 레나투스의 명언이 지금도 유효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비참한 전쟁 가운데 있다. 우크라이나는 한때 87만 명에 이를만큼 규모와 전력이 상당했으나 비용 절감 등의 이유로 2013년까지 지속적으로 군사력을 감축해 2014년 크림반도를 러시아에 빼앗길 때에는 군사력이 6천 명 남짓할 정도로 줄었다. 한 나라가 스스로 국방을 지킬 수 없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역사적인 사실을 다시 한 번 증명하고 있다.

자국의 이익만을 위해 약한 국가에 전쟁을 일으키는 것은 분명 나쁜 전쟁이다. 우리나라가 아무리 강대국이 되어도 약한 나라를 점령하는 나라가 되지 않길 바란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지지할 수 있는 좋은 전쟁이 있다. 1861년부터 1865년까지 4년간 70만 명이 희생된 미국의 남북전쟁을 통해 흑인 노예해방을 이루어냈다. 1776년 미국의 독립선언서에서 밝힌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창조되었다는 미국의 진정한 건국정신이 완성된 전쟁이라고 할 수 있다. 또 한반도의 6.25전쟁이다. 1950년 6월 25일 새벽에 선전포고도 없이 불법으로 북한 조선인민군이 쳐들어와 3일 만에 서울을 빼앗겼다. 한 달 만에 부산을 제외한 전 국토의 90%를 점령당했다. 우리 국군은 낙동강 방어선을 구축한다. 백선엽 장군은 “내가 후퇴하면 나를 쏘십시오. 미군은 우리를 믿고 싸우는데 우리가 후퇴할 수는 없습니다. 대한 남아로서 다시 싸웁시다. 내가 선두에 서서 돌격하겠습니다.”라고 외치며 가장 선두로 나간다. 그 모습을 보고 수많은 군인들이 용기를 가지고 최후의 결사 항전을 하여 끝내 낙동강 방어선을 지켜낸다. 기적적인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으로 3개월만에 다시 서울을 탈환하며 국군과 연합군이 평양을 탈환했지만 25만명의 중국군의 공격으로 후퇴하여 2년간의 치열한 고지쟁탈전을 벌이다가 정전협정을 맺는다. 지금도 6.25 전쟁은 끝난 것이 아니라 잠시 중단된 상태이다. 이승만 대통령의 요구로 미국과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되었기 때문에 자유대한민국은 북한을 바로 마주하고 있지만 아시아에서 가장 민주주의가 발전하는 국가가 된다. 미국과 유엔연합군이 자유를 지키겠다고 싸우는 대한민국을 위해 군대를 파병하여 수많은 젊은이들이 한반도에서 피를 흘렸다. 미국과 연합군은 비겁한 평화보다 의로운 전쟁을 선택한 것이다. 

'좋은 전쟁보다 나쁜 평화가 더 낫다'(3)라는 입장을 가진 정부가 지난 정부다. 남북평화를 지키는 것은 군사력이 아닌 대화라는 헛된 망상으로 북한을 달래면 그들이 자발적으로 비핵화의 길로 나올 것을 기대하며 종전선언을 요구했지만 결국 북한의 도발과 핵능력은 더욱 강화되었고, 한미 동맹은 약화되었다. 문재인 정부가 길어졌다면 가짜 평화쇼는 더 지속되었을 것이고 대한민국의 국방력은 우크라이나보다 악화되었을 지도 모른다. 38선 바로 위에 핵을 보유한 북한이 대립하고 있고, 강대국에 둘러싸인 한반도가 과연 평화를 지속할 수 있다고 믿었을까? '이기는 전쟁보다 더러운 평화가 낫다'(3)라는 말도 마찬가지다. 평화를 내세우는 평화주의자들은 김정은에게 남한을 바치고자 하는 게 아닌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CS 루이스의 『영광의 무게』 ‘나는 왜 반전주의자가 아닌가?’라는 글에서 ‘오직 자유세계에서만 소위 ‘평화주의자’들이 점점 늘어나는 경향을 지적하며 이러다간 종국에 전쟁이 없어지긴 하겠지만 전체주의 이웃 국가의 치하에 살게 될 것(1)' 이라고 했다. 북한 공산당과 김정은은 쉬지 않고 핵무기 개발과 미사일 발사로 대한민국을 위협해왔다. 그런 적으로부터 생명과 자유를 지키기 위해 ‘전쟁’을 불사하는 ‘각오’가 되어 있어야 ‘평화’를 지켜낼 수 있다. 나쁜 평화는 평화가 아니다.

조평세 박사는 ‘평화 파괴자 편에 선 평화주의자(2)'라는 기고문을 통해 문재인이나 이재명, 권정생같은 이상주의에 빠진 평화주의는 평화 파괴자의 편에 선 것이며, 푸틴이나 김정은이 이런 자를 좋아한다며, 극단적인 평화주의자는 간첩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는 다음과 같다. 

냉전 시기 소련은 자유세계 안에 의도적으로 다양한 평화 시민운동을 일으키며 지원했는데 실제로 ‘세계 평화’를 구호로 삼은 많은 국제 시민사회단체들이 소련 공산당에 의해 기획되어 운영되었고, 이들은 소련의 프로파간다를 자유진영에 전파하는 유용한 도구로 사용되었다. 이들의 평화운동은 주로 사회주의 이상과 반미주의 감성을 무기로 삼았다. 지금도 세계 곳곳 사회 전반에 널리 그리고 깊숙이 똬리를 틀고 있는 좌익 ‘평화주의’ 운동은 여전하다.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문재인류의 소위 ‘평화주의’ 운동가들이 ‘평화’를 앞세워 한국의 안보를 해치고 한반도 평화 파괴의 주범인 북한 정권을 노골적으로 옹호하고 있기 때문이다.(2)



2021년도 6.25 전쟁 71주년을 기념하며 12개국 1.500명의 참전용사 사진을 찍어 『6.25 참전용사 사진전』을 연 라미현 작가는 더 늦기 전에 더 많은 분들을 기록하여 역사가 되길 바란다고 한다. 그리고 사진을 찍은 참전용사에게 직접 액자를 전달하면 액자 값이 얼마냐고 물어보신다고 하신다. 그때마다 작가는 ‘이미 70년 전에 다 지불하셨습니다.’라고 대답하는데 그 말을 들은 미국 참전용사가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너희가 빚진 게 없다. 자유인에게 의무가 있다. 자유가 없거나 뺏긴 사람들에게 자유를 전하고 지키게 하는 것이다. 우리가 한국전쟁에 참전한 이유는 그 자유를 전하고 지키기 위함이다. 너희도 자유를 얻었으니 너희 동포들에게 자유를 전달할 의무가 있다. 그 의무를 다해주길 바란다.’ 지금도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전 세계에서 가장 고통받고 있는 북한 주민들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대한민국의 수많은 인권단체들은 북한 주민들과 특히 성 노예로 팔려가는 북한 여성과 어린이들의 인권은 보이지 않는가? 자유를 누리는 자유인의 의무를 기억해야 한다는 노병의 이야기가 묵직하게 남는다.

권정생 선생님을 문재인이나 이재명과 비교해서는 안 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대한민국을 지켜낼 수 있는 평화를 위협하는 이러한 ‘평화주의’ 사상이 어린이들의 의식 속에 심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쟁은 무조건 나쁜 것이라 생각했었다. 살아가면서 내가 가진 의식과 현실이 서로 조화되지 못하는 것을 인지하면서 이와 같은 인지부조화의 현상이 무엇 때문인지 고민이 많았다. 더 깊이 있는 공부를 통해 아름답게만 들리는 이상적인 언어 속에 숨겨진 정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CS루이스는 『영광의 무게』에서 ‘전쟁이 어떤 경우에도 무엇보다 가장 큰 악이라고 주장하는 신조는 사실 죽음과 고통이 곧 최고의 악이라고 믿는 물질주의적인 윤리관을 내포하고 있다.(1)' 라고 하였다. 남녀를 해체하고 가족을 해체하고 애국심을 해체하는 모든 이론의 뿌리가 유물론의 시각에서 나온 신마르크스주의인 것을 이해하게 된다. 가짜 평화주의를 추동하기에 대한민국 국민이 되고자 북한을 탈출한 탈북민을 강제북송시켜 혹독한 고문과 총살로 몰아넣어도 가슴아파 하는 마음이 없다. 가짜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북한인권을 외면하는 인지부조화의 현실을 통회하며 깨달아야 하겠다. 

권정생 선생님의 시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러나 선생님의 시처럼 개인의 삶이 아름답게 지켜지려면 국민의 생명을 지켜주는 국가의 튼튼한 울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 울타리를 지키는 것이 군인의 아름다운 소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사실을 애써 간과하고 파괴하려는 의도는 무엇인가? 우리는 6.25 전쟁을 잊지 말아야 하고 숭고한 군인들의 희생을 기억해야 한다. 그래서 군인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말아야 하고, 제복 입은 사람이 존중받는 사회가 되어야 하며, 아들을 군대에 보내는 어머니들은 자유의 가치와 나라에 대한 애국심과 사람에 대한 사랑과 예의를 아들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군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갖는 청년들이 새벽이슬처럼 일어날 때 대한민국도 다시 한번 도약하지 않을까 기대한다.


(1) 『영광의 무게』 CS루이스, 홍성사 '나는 왜 반전론자가 아닌가' p70-71
(2) 월드뷰 2022년 7월호 ‘평화파괴자 편에 선 평화주의자’ 조평세 글

(3) 문재인의 말 '좋은 전쟁보다 나쁜 평화가 더 낫다'
(4) 이재명의 말 '이기는 전쟁보다 더러운 평화가 낫다'(





임해영 | 그림책박물관 운영

일러스트레이터들을 위한 산그림 (picturebook-illust.com)을 운영하고 있으며, 다음세대에게 아름다운 그림책을 전하기 위하여 그림책을 역사적으로 정리하는 그림책박물관 (picturebook-museum.com)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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