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움'으로 포장된 '젠더이데올로기'

2022-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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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다움'으로 포장된 '젠더이데올로기'



『이 그림책은 『안돼, 데이비드!』으로 유명한 데이비드 섀논(David Shannon)의 작품으로 2006년에 국내에 번역되었다. 표지를 살펴보면 분홍색 리본을 꽂은 한 소녀가 몸 전체가 마치 페인트를 칠한 듯 강렬한 색상으로 뒤덮인 채 체온계를 물고 침대에 누워있다. 온몸에 줄무늬가 생기는 병에 걸린 것이다. 소녀는 어쩌다 이런 병에 걸리게 되었을까? 그리고 어떻게 이 병을 극복할 수 있을까?

그림책 『줄무늬가 생겼어요』

오늘은 새 학기가 시작하는 첫날, 주인공 카밀라는 옷장 앞에서 잔뜩 찡그린 표정으로 빨간색 드레스를 들고 서 있다. 친구들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마흔두 번이나 옷을 갈아입었지만 마음에 들지 않아 갈팡질팡하다가 온몸이 줄무늬로 변하는 병에 걸리게 된다. 카밀라의 모습을 본 부모님은 의사를 부른다. 원문에 ‘닥터 범블(Dr. Bumble)’로 표기되어 있는 나돌팔 의사는 처방약을 주고 떠난다. 다음날 약을 바르고 학교에 간 카밀라에게 더 끔찍한 일이 벌어진다. 친구들이 말하는 그대로 자동으로 몸이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다음날 나돌팔 의사는 ‘주저해(Dr. Grop)’, ‘따라해(Dr. Sponge)’, ‘왕재잘(Dr. Cricket)’, ‘새파란(Dr. Young)’이라는 전문가들을 데려온다. 이들은 저마다 진단을 내린 뒤 알약이 든 병을 주고 떠난다. 그날 밤, 약을 먹은 카밀라의 몸은 알록달록 커다란 알약으로 변하고 만다. 카밀라 부모는 또 나돌팔 의사를 부른다. 이번에는 ‘한머리(Dr. Gourd)’, ‘난천재(Dr. Mellon)’라는 과학자들을 데려온다. 과학자들이 바이러스와 박테리아를 언급하자 카밀라의 몸에서 보풀보풀 바이러스 덩어리와 꼬불꼬불 박테리아가 피어나며 더 큰 문제만 만들어낸다. 마침내 이 소식이 방송국까지 전해져 여러 사람들이 치료해 주겠다고 몰려들지만 이런저런 치료를 할수록 점점 더 심각해진다. 마침내 카밀라의 몸이 천천히 자기 방 벽 속으로 녹아들어 가며 침대는 카밀라의 입이 되고, 서랍장은 코가 되고, 벽에 걸린 두 그림은 눈이 된다. 카밀라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포기할 즈음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한 할머니가 가방에서 아욱 콩이 든 작은 통을 꺼내들고 틀림없이 좋아할 거라며 카밀라에게 묻는다. 카밀라는 무엇보다도 아욱 콩이 가장 먹고 싶었지만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고 친구들이 하던 대로 ‘웩! 누가 그런 걸 좋아해요? 전 그런 거 절대 안 먹어요!’라고 말한다. 돌아서 가려는 할머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카밀라는 생각한다. ‘지금까지 내가 겪었던 일에 비하면 아욱 콩을 먹는다고 웃음거리가 되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닐 거야.’ 결국 아욱 콩을 좋아한다고 고백한다. 할머니께서 침대로 변한 카밀라의 입속에 아욱 콩을 한 움큼 넣어 주자 원래의 건강한 몸으로 돌아온다. 그 뒤로 카밀라는 예전 같지 않았다고 한다. 어떤 아이들은 카밀라가 이상해졌다고 했지만 카밀라는 신경 쓰지 않고 아욱 콩을 행복하게 먹는 장면으로 끝난다. 그리고 두번 다시 줄무늬가 생기지 않았다고 한다.

여섯 색깔 무지개

이 그림책을 단순하게 읽으면 자존감이 낮아 나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고 남의 눈치만 살피던 카밀라가 자기 생각을 당당히 밝힘으로써 자존감과 건강함을 회복한 이야기로 읽힌다. 그래서 독후감 대회의 단골 소재로 추천되고, 교과서에도 실린다. 그러나 건강하게 자기다움을 회복하도록 돕는 책일까? 관점을 옮겨 이 책을 다시 살펴보자. 카밀라의 '분홍색 리본 핀' 말이다. 온몸이 알약으로 변하고 심지어 방으로 변해도 카밀라의 '분홍색 리본 핀'만큼은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는데 모든 문제가 해결된 마지막 장면에서는 '분홍색 리본 핀'이 '여섯 색깔 무지개 리본 핀'으로 변해 있다. 무심코 지나칠 수 없는 상징이다. 그렇다. 이 그림책의 핵심은 바로 동성애를 옹호하는 것이다.

 
이 책이 번역된 2006년의 한국에서는 여섯 색깔 무지개를 ‘성소수자 운동’의 상징성과 연결하기 어려웠다. 여섯 색깔 무지개는 첫 동성애자 시의원인 하비 버드 밀크의 요청에 의해 1978년 샌프란시스코 동성애자 자유의 날을 기념하여 인권 운동가이자 예술가였던 길버트 베이트가 디자인했다. 그는  “다양성과 포용력을 떠올릴 때 생각난 것이 바로 무지개다. 우리의 섹슈얼리티는 다양한 색으로 이루어져 있고, 모든 젠더와 인종, 나이대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는 우리의 즐거움, 아름다움, 힘을 표현할 무언가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 무지개가 그 역할을 한다”라고 말했다. 여섯 색깔 무지개로 이루어진 각종 용품으로 자신들이 LGBT 임을 알린다. 이런 상징과 의미를 카밀라의 리본을 통해 들여다본다면 지나친 해석이라고 할 수 있을까? .
 


   



‘나다움'이 지지하는 것은 '커밍아웃'

카밀라는 온몸이 아무리 해괴한 모양으로 변해도 분홍색 리본 핀 만큼은 끈질기게 카밀라의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러나 아욱 콩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커밍아웃' 한 후 마치 모든 문제가 바로 잡힌 것처럼 보이는 마지막 장면에서 카밀라의 정체성이 명확히 드러난다. 바로 분홍색 리본 핀이 아닌 여섯 색깔 무지개 리본 핀으로 말이다.



 

카밀라 집 앞을 채웠던 수많은 방송국 기자들 사이로 여기저기 시위하는 사람들이 보이는데 그들이 주장하는 구호는 이 책이 동성애를 옹호하고 있다는 더 구체적인 단서가 된다. 한 남자는 “총천연색 문신하세요(FULL COLOR Tattoos!)”라는 팻말을 들고 있고, 남자인지 여자인지 정체를 알 수 없는 빨간색 띠를 두른 한 사람은 “LOVE”라고 쓰인 무지개 티셔츠를 입고 있다. “LOVE”라고 쓰여 있지만 그 무지개색 티셔츠를 보고, 성경 속 노아 홍수 후에 "생육하고 번성하라 땅에 충만하라(창 1:28)” 하시며 구름 가운데 보여주신 언약의 무지개를 떠올리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제 여섯 색깔 무지개는 다양성과 평화, 인권을 앞세우는 각종 집회라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너무나 흔한 '동성애 대표 아이템'이 되어 버렸다. 뒤표지에 순서는 다르게 배치했지만 정확하게 여섯 색깔 줄무늬가 전면에 그려져 있고 자기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해야 원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다시 한번 강조한다.



이 책의 독자 서평을 보면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게 되었고, 있는 그대로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는 훈훈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 책이 은밀하게 응원하는 것은 동성애자의 '커밍아웃'이다. 작가가 소재로 삼은 아욱 콩은 남의 시선과 상관없이 먹고 싶을 때 먹으면 되는 음식일 뿐이다. 그러나 이 세상에는 내 마음대로 해서는 안 되는 영역이 따로 있고, 그것을 아이들에게 올바르게 가르쳐야 한다. 하나님이 정해주신 성별은 내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는 것과 나와 다르다고 해서 친구를 놀리면 안 된다는 것, 그리고 때와 장소에 맞는 옷을 적절하게 입어야 한다는 것 등을 가르쳐야 한다.


욕구가 충족되면 문제가 해결될까?

이 그림책의 또 다른 문제는 부모의 역할이 거의 나타나지 않고, 엉뚱한 해결사가 등장하여 단번에 문제를 해결한다는 점이다.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가는 이야기 속에 등장한 해결사 할머니가 아욱 콩을 카밀라의 입에 넣어주자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다. 문제의 해결은 바로 카밀라의 먹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켜준 것이었다. 이것은 인간은 충족되지 못한 욕망이 있는 한 고통스러울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하며 지나치게 욕구를 억압하면 병리적인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이론을 적용한 결과이다. 특히 프로이트는 성적인 욕구를 억압하는 것으로부터의 해방을 주장했다. 과연 그의 주장이 진리일까? 프로이트가 ‘실제로 인생을 어떻게 살았는지’ 살펴보면 우리가 분별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프로이트가 오십 대 후반에 퍼트남 박사에게 보낸 편지에서 ‘자신은 훨씬 더 자유로운 성을 지지할지라도 그 자유를 행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전통적인 성 규범을 고수하였다. 더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성을 역설하면서도 주장과는 다르게 한 여자만의 남편이었던 프로이트는 자신이 공언한 자유로운 성과 실제로 행하는 엄격한 규범 사이에서 아무런 모순도 느끼지 못한 것 같다. 자기 욕구 특히 성적인 욕구를 억제하면 신경증 증상을 일으킨다는 프로이트의 이론이 수많은 성해방론자에게 힘을 실어 주었지만 그와 같은 주장을 한 프로이트 본인도 매우 전통적인 성규범을 지키면서 살았다.

보편적인 도덕률

인간은 수많은 욕구가 끓어오르는 존재이다. 욕구를 적절하게 충족시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존엄성을 지키고 절제하며 인간답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인간답게 산다는 것이 무엇일까? 프로이트는 자신의 행동을 살펴볼 때 옳고 그름에 대한 자신의 개념이 어디서 유래한 것인지 설명하기가 난감했다. 그의 공인된 전기 작가이며 동료인 어니스트 존스는 이렇게 썼다. 프로이트 자신은 '바로 이 문제, 도덕적 태도가 본성의 일부인 것처럼 아주 깊이 뿌리박혀 있다는 사실 때문에 끊임없이 골머리를 앓았다. 왜 나는, 그리고 나의 여섯 자녀들도 철저히 품위 있는 사람이어야 하는지를 정말 이해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아마도 프로이트의 인생이 그의 이론보다 이를 더 잘 증명할 것이다. 프로이트가 깨달은 자기 내면의 ‘철저히 품위를 갖추고자’ 하는 ‘충동’은, 바울 사도의 말대로 ‘율법이 그들의 마음에 기록되었다’는 사실을 명백히 보여주는 증거가 아닐까.(1)


CS 루이스는 ‘모든 욕망을 무작정 따르다 보면 결국은 무기력해지고, 병들고, 질투하고, 거짓말하고, 감추게 되는 등.. 건강함과는 완전히 거리가 멀어져 버린다. 이 세상에서 행복해지려면 상당히 많은 자제가 필요한 법이다.’라고 말한다. 인간은 자기감정과 느낌에 따라 원하는 대로 살아가는 것보다 도덕률에 따라 절제하며 살아갈 때 더 안정적이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확실히 프로이트도 자신이 택한 분명한 경계선을 세우고 자녀들을 양육했는데, 이는 그가 비할 데 없이 자유분방한 성생활을 공적으로 호소한 것과는 전혀 다른 삶이었다. CS 루이스가 그랬듯이 프로이트도 암묵적으로는 ‘이 세상에서 행복해지려면 상당히 많은 자제가 필요한 법이다’(2)라고 결론지었는지 모른다.


‘나다움'으로 포장된 잘못된 교육

 이 책은 드러내놓고 동성애자의 커밍아웃을 옹호하는 동성애 홍보 그림책이다. 많은 과학 논문이 동성애는 타고난 것이 아님을 학문적으로 밝히고 있고, 남성 간 성행위가 에이즈 확산의 주요 경로인 것을 분명히 밝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성애가 정상이라고 포장하기 위한 여러 가지 시도들이 끊이지 않는다. 그것이 진정한 자유인 듯 이야기하지만 우리는 지금 유럽과 북미를 관찰해야 한다. 젠더 정치와 성소수자 운동의 대부였던 미셀 푸코의 극악무도한 소아성애 범죄가 온 세상에 드러났고, 세상은 철지난 ‘젠더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고 있는 중이다. 대한민국은 이 거짓된 이데올로기의 막차를 타지 말아야 한다.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서울광장에서 매년 이루어지던 퀴어축제가 8년 만에 불허되었다. 동성애자들은 강력히 저항하지만 국민 대다수가 바른 품성과 가치를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한다는 여론을 모으고 있다.


자기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나의 내면과 인생에 대해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하지만 때와 장소와 도덕률을 고려하지 않고 감정대로 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인내와 절제의 가치를 배워야 할 중요한 시기에 ‘나다움’으로 포장된 교육을 통해 지나친 자기 숭배와 비윤리적인 사상들이 아이들에게 주입되고 있다. 가장 심각한 영역은 역시 성교육 분야이다. 여성가족부로부터 예산을 받아 이루어지고 있는 전국 각 지자체 57개의 청소년 성문화센터의 실제 성교육 내용을 살펴보면 '학생들도 동의하에 성관계가 가능하다'는 성적 자기결정권이 ‘나다움'의 가치로 포장된다.

 
진정한 자기다움을 전하는 책은 애써 ‘나다움'으로 포장하지 않는다. 카밀라는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어 한다. 그것은 인간으로서 가질 수 있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우리는 이것을 우리 삶의 품위와 품격을 높이는 에너지로 사용할 수 있다. 이 세상의 모든 좋은 그림책은 건강하게 자기다움을 전하고 있다. 그러므로 ‘나다움'이라는 카테고리는 그림책에서 필요가 없다. 특정 세력이 특정 사상을 퍼트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고안한 장치일 뿐이다. 



(1) 『루이스 VS 프로이드』 아맨드 M. 니콜라이 저 / 홍성사, p92
(2) 『루이스 VS 프로이드』 아맨드 M. 니콜라이 저 / 홍성사, p104
(3) 『루이스 VS 프로이드』 아맨드 M. 니콜라이 저 / 홍성사, p184

(4) 『루이스 VS 프로이드』 아맨드 M. 니콜라이 저 / 홍성사, p214


  • 줄무늬가 생겼어요

    그림작가 데이비드 섀넌
  • 글작가 데이빗 섀논
  • 페이지 40 쪽
  • 출판사 비룡소
  • 발행일 2006-11-03





임해영 | 그림책박물관 운영

일러스트레이터들을 위한 산그림 (picturebook-illust.com)을 운영하고 있으며, 다음세대에게 아름다운 그림책을 전하기 위하여 그림책을 역사적으로 정리하는 그림책박물관 (picturebook-museum.com)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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